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66)
필드의 외계인-66화(66/404)
제66화
삐익-! 삐익-! 삐이이이이이익!
[보카 주니어스가 플라멩구를 꺾고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4강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그리고 데뷔 시즌 공격 포인트 50개를 달성하며 최연소로 50클럽에 가입한 유까지! 보카 주니어스의 걸음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플라멩구 선수단이 빠져나간 뒤에도 보카 주니어스 관중들은 나가지 않고 응원가를 불렀다.
라봄보네라를 가득 채운 응원가.
필드를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한 뒤, 나는 유니폼을 벗어 걸어갔다.
공격 포인트 50개를 달성한 날.
기록을 달성한 유니폼이기에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딜 가요?”
그런 사람들을 뿌리치고 내가 걸어간 곳은 광고판 너머에서 의자에 앉아 경기를 보던 로드리고의 앞이었다.
“…왜 왔어?”
“왜 왔긴요.”
스윽.
“이거 드리려고요.”
유니폼을 내밀었다.
“한국에서 욕만 먹던 저를 이 클럽에 데려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한국에서 감독 폭행으로 인해 징계를 먹고 미래가 불투명했던 나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준 사람,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해준 사람.
“빨리 받아요. 팔 아파요.”
50개 공격 포인트를 달성하면 로드리고에게 유니폼을 주기로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그 장면을 본 관중들은 박수를 보내줬다.
[유가 유니폼을 건넨 사람은 로드리고입니다. 보카 주니어스의 스카우트로 유를 한국에서 데려온 장본인이죠.]그렇게 50번째 공격 포인트를 달성한 유니폼은 로드리고의 손에 넘겨졌다.
“…….”
유니폼을 주고 가려는데 로드리고가 말했다.
“유.”
“예?”
“넌 내가 발굴한 선수 중, 최고의 선수다.”
씩.
“로드리고가 아니었다면 전 여전히 한국에서 축구선수라는 꿈을 꾸며 축구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
“제 인생을 바꿔주셔서 감사해요.”
감독 폭행으로 징계받고 축구협회에 찍혔던 시절.
로드리고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그 시절에 갇혀 앞도 안 보이는 안개로 가려진 길만 걷고 있었겠지.
“네 인생을 바꾼 건 내가 아니라 네가 한 일이다.”
로드리고라면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 기회를 준 건 로드리고죠.”
“넌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마디도 안 지는구나.”
“제 성격 아시잖아요.”
“하하하하하하! 그렇지, 그래야 내가 발굴한 녀석 중 최고라고 할 만하지!”
“가볼게요.”
“고맙다.”
유니폼을 주고 가는 길.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 유! 유! 유! 유! 유!
내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
언제나 열정적인 함성을 보내주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웃는 얼굴을 더 많이 보고 싶어졌다.
.
.
.
믹스트 존(mixed zone) – 공동 취재 구역.
구단 관계자가 가져다준 저지를 입고 기자들이 모인 믹스트 존으로 들어갔다.
“먼저 오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마침내 공격 포인트 50개를 달성하며! 최연소로 50클럽에 가입하게 되셨는데 소감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주변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기록입니다. 믿어준 감독님과 함께해준 동료, 그리고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는 가족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혼자서 이룬 게 아니었다.
주변 사람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기록을 달성하지도 못했을 거다.
“이번 시즌 보카 주니어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목표는 어디까지 생각하고 계십니까?”
“우승을 목표로 끝까지 가겠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라 짧게 진행됐고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내가 할 말은 하나였다.
“보카 주니어스로 트로피를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보카 주니어스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대회 트로피를 얻는 것.
그거뿐이었다.
「 리그 18골 19도움 」
「 컵 대회 7골 6도움 」
《 통합 25골 25도움 》
시즌 중에 이룬 대기록.
이 기록은 마침표가 찍힌 게 아닌 현재진행 중인 기록이었다.
* * *
【 보카의 어린 황제!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역사적인 업적을 달성하다! 】
【 역사적인 유니폼을 받은 스카우터 로드리고, “유니폼은 구단에 기증할 것.” 】
【 세바스티안 란첼라, “유는 태어날 때부터 월드 클래스가 될 재능을 타고난 선수.” 】
【 이적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유지우, 하지만 이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
【 레알 마드리드, 이적료로 8,000만 유로 제시 가능성! 】
【 끊이지 않는 빅클럽들의 관심! 】
【 맨체스터 시티, 1억 유로 이상 제시 가능성! 】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해 전역으로 유지우의 소식이 전해졌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 들려드릴 소식은….]아르헨티나 뉴스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에는 유지우의 기사가 도배됐다.
기사는 실시간으로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유지우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초 단위로 조회 수가 올라갔다.
[ 50클럽을 열일곱의 어린 선수가 진짜 달성할 줄이야. 아직도 믿기지 않아. ] [ 와, 25골 25도움? 게다가 시즌도 다 끝나지 않아서 유의 기록은 현재진행형이야. 시즌 끝날 때는 대체 몇 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까?] [ 아르헨티나 리그 역대 공격 포인트 1위는 73개의 페드로 발렌수엘라잖아. ] [ 유가 아르헨티나 국적이었다면 이번 월드컵 기대됐을 텐데…. 앙헬이랑 하비에르가 뒤에서 받쳐주고 앞에서 마음껏 뛰는 유라면 우승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수록 아쉽네. ]축구 전문 잡지 ‘풋볼 매거진’의 1면에는 유지우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걸렸다.
그러자 보카 주니어스 팬들은 그동안 리버 플레이트 팬들에게 받은 조롱을 고스란히 갚아줬다.
“너희는 유 없지?”
“…….”
“디에고도 없지?”
“…….”
“기예르모도 없지?”
“…그만해라.”
“아, 아예 미래가 없구나!”
이런 조롱은 그저 애교에 불과했다.
심하면 싸움까지 벌어졌고 살해 위협까지 생길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유지우라는 이름은 보카 주니어스 팬들의 자부심이 되어갔다.
보카 주니어스 훈련장.
훈련장 라커함에 짐을 넣어두고 외부 트레이닝장으로 나가자 앙헬 몰리야가 허겁지겁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오오오오! 황제께서 입장하십니다!”
– 유! 유! 유!
“…하지 마세요.”
“크크큭.”
공격 포인트 50개를 달성하고 첫 훈련 일정이라서 선수들은 평소에 유지우가 질색하는 일을 꾸몄다.
이런 극진한 대우에 내성이 없어서 선수들이 유지우를 놀리고 싶을 때마다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신께서 친히 훈련장까지 오시고, 이거 고개를 들지 못하겠네요!”
“어서 길을 열어라!”
“어허! 감히 황제의 앞길을 막으려는 것이냐!”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앙헬 몰리야를 비롯해 장난기가 가득한 선수들의 장난은 끊이지 않았으니까.
촤아아아악-!
제일 심한 건.
“오셨습니까!”
슬라이딩까지 하며 다가온 디에고 로시였다.
“너도냐?”
“아아, 뒤에서 빛이 나셔서 제대로 보질 못하겠네요!”
“…훈련이나 준비해라.”
“어찌 신과 같이 훈련합니까! 저는 구석에서 따로 훈련하겠습니다!”
“몇 대 맞을래?”
“신께서 맞으라는 대로 맞겠습니다!”
“기예르모!”
디에고 로시 좀 잡아가라고 불렀지만.
“네, 부르셨습니까.”
심지어 평소에 무뚝뚝한 기예르모 다린마저 가세했다.
“…아니다.”
* * *
회복 훈련 뒤, 쉬고 있는데 옆에서 디에고 로시가 휴대폰으로 누군가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거 보십시오!”
“말투 좀 평소대로 해라. 다른 사람들도 이제 그만하는데 넌 언제까지 하려고?”
“그럴까?”
“어울리지도 않는 짓 언제까지 하려고 했는데?”
“네가 발롱도르 탈 때까지?”
“평생 하게?”
“말이 그렇게 되나?”
“그건 그렇고 뭘 보여주려고? 또 에바?”
“당연히 우리 에바지! 어제 시장에서 옷 새로 샀거든!”
팬들까지 알아주는 동생 바보다웠다.
“그 사진 어제도 보여줬거든.”
“이건?”
“그것도.”
“이건 못 봤을 거다! 내가 아끼는 레전드 사진!”
토끼 잠옷을 입은 에바는 정말 귀여웠다.
“어때? 귀엽지?”
“에바는 어머니 닮아서 다행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떠들고 있자 멀리서 감독 면담을 끝낸 기예르모 다린이 다가왔다.
“감독님이 뭐라고 하셔?”
“그냥 형식적인 거, 팀원들이랑 잘 지내나, 훈련은 괜찮나, 경기 뛰는 거에서 불편한 건 없나? 루키들은 꼭 하는 면담들 있잖아.”
“나도 저번 주에 했었는데.”
“나도.”
기예르모 다린도 합류해서 세 명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 뭐 먹었는지부터 정말 사소한 대화였다.
그러다가 디에고 로시가 스트레칭을 하다 뭔가 생각났는지 ‘아!’ 소리를 내며 말했다.
“우리 다 월드컵 출전하잖아.”
“유는 아직이다. 대한민국에서 월드컵 명단 발표 안 했다.”
“그래도 찌우는 당연히 들어갈 거야. 안 들어가는 게 이상하지.”
“그건 맞다.”
디에고 로시와 기예르모 다린은 보카 주니어스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뒤늦게 아르헨티나 월드컵 엔트리에 합류했다.
앙헬 몰리야.
에르네스토 게레라.
훌리안 마르티네즈.
파우스토 바르코.
보카 주니어스에서만 무려 여섯 명이 선발됐다.
“우리랑 한국이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만나게 되면 월드컵 결승에서 만나면 좋겠다.”
디에고 로시의 말에 유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겠지.”
“그렇게 되면 아르헨티나가 우승이지!”
“무슨 소리! 대한민국이야.”
“대한민국이 우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예르모, 넌 너무 솔직해.”
“맞는 말이다. 네가 있어도 한국의 우승은 힘들다.”
“그건 모르지! 두고 봐! 대한민국이 이번 월드컵에 돌풍을 일으킬 거니까.”
“오오오, 찌우가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기대되는데?”
“그런데 다들 중요한 걸 잊은 거 같다.”
“응? 뭘?”
“그 전에 리그 우승부터 해야 한다.”
기예르모 다린의 말이 맞았다.
월드컵보다 먼저 마무리를 지을 게 리그였다.
아직 보카 주니어스가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건 아니니까 태평하게 월드컵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기예르모답네.”
“냉정해.”
“오죽하면 사람들이 로봇이라고 부르겠냐?”
기예르모 다린은 무뚝뚝한 성격과 감정 표현이 없어서 선수들이 ‘로봇’이라고 불렀다.
“어쨌든! 리그 우승부터!”
“리그 우승만 하면 되겠냐? 코파 리베르타도레스까지.”
“트레블 노리는 거지?”
“어, 이왕 하는 거라면 최고의 결과를 노리는 게 좋잖아.”
씩.
“찌우답네!”
“유다운 말이다.”
리그.
코파 수다메리카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한 시즌에 세 대회를 동시에 우승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칭호 ‘트레블(Treble)’.
지금껏 남미에서 트레블을 이룬 클럽은 존재하지 않았다.
리그나 수다메리카나를 우승하면 꼭 리베르타도레스에서 미끄러졌으니까.
“너희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럴 리가.”
“우리 셋이라면 가능하다.”
이룬 클럽이 없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세 선수는 떨지 않았다.
오히려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채,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했다.
월드 클래스의 자격.
두 선수도 유지우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상향심’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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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러.
4월 중순.
대한민국에서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가 이어졌다.
원래라면 한 달 전에 발표됐어야 했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늦어졌다.
골키퍼 3명.
수비수 8명.
미드필더 8명.
공격수 4명.
최종 엔트리가 협회 공식 계정에 업로드됐다.
여러 선수 중, 사람들의 시선은 미드필더에 있는 한 이름에 꽂혔다.
유지우(YOO JI WOO) – 보카 주니어스.
그토록 원하는 이름과 함께 2030 FIFA 남미 월드컵의 최종 엔트리 23인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