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69)
필드의 외계인-69화(69/404)
제69화
[보카 주니어스 0 – 1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라커룸으로 들어온 보카 주니어스는 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예상외로 침착했다.
각자 자리에 앉아 수분을 보충하며 전반전에 실수한 것을 되짚었다.
“관중들 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잘 안 들리니까 더 크게 소리 질러.”
“협력 수비하는 타이밍이 계속해서 늦어.”
얘기를 나누던 중 라커룸 문이 열렸다.
“집중.”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라커룸으로 들어오며 선수들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작전판의 숫자가 새겨진 자석들을 옮겼다.
“전반전에 우리가 당한 건 뒷공간 커버가 늦어서다.”
– “네.”
“뭐, 늦을 수는 있어, 사람이 볼보다 빠를 순 없으니까.”
쾅!
“하지만!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고 당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실점 상황에서 문제는 보카 주니어스 수비진이 백업 속도가 느린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부분이었다.
“이럴 때는 중원에 있는 녀석들이 마테우스가 패스하지 못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앙헬, 유, 마르코스, 이 실점은 너희 셋의 책임이다.”
애초에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전을 준비하면서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에 대한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죄송합니다.”
“사과받자고 말한 게 아니야. 후반전에는 더 집중해서 제대로 하라는 거야. 멍청하게 당하지 말고.”
“네!”
“그리고 유, 좀 더 과감하게 해! 패스 실수해도 되니까 키 패스도 계속 넣어주고! 네 플레이로 상대를 더 괴롭혀!”
“네.”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입은 쉬지 않았다.
전반전에 실수한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얘기했고 후반전에서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 할지 일일이 말했다.
“작년에도 이 지점에서 막혀 결승에 가지 못했다.”
– “…….”
“이번에는 다를 거다. 우리의 목표는 아틀레티코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컵을 아르헨티나로 가져가는 거니까!”
– “네!”
“너희들이 노력한 걸 저 녀석들에게 제대로 보여줘! 그리고 당당하게 결승 티켓을 거머쥐어라!”
* * *
1 – 0.
앞서고 있는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집중력 잃지 마! 보카는 금세 쫓아온다!”
보카 주니어스의 추격을 막기 위해 4 – 3 – 3에서 5 – 3 – 2로 변화를 주며 수비적으로 걸어 잠그는 전술을 가지고 나왔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서 이런 식으로 나올 줄 알았다.
스스스슥.
손을 들어 사인을 내렸다.
그걸 본 유지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앙헬 몰리야와 상의했다.
“역습 상황에서는 파이브백에서 단번에 스리백으로 전환할 거예요. 그 틈을 노리죠.”
“숫자로 밀어붙이자는 거지?”
“네.”
“오케이. 그렇게 가보자. 네가 판 한번 만들어봐.”
전반전보다 압박이 거세졌다.
하지만 유지우는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의 집요한 압박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잦은 스위칭 플레이로 중앙에서의 플레이를 수도 없이 경험했기에 여유를 가지고 플레이를 했다.
퍼—억!
몸싸움을 버티고.
“찌우!”
주변 선수들을 이용해 적절하게 압박을 벗어났다.
툭.
막히면 앙헬 몰리야에게.
뻐—엉!
때로는 침투 패스를 넣어주며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갔다.
[이게 바로 유의 침착함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집념은 아르헨티나 리그 내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는 선수답습니다!]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따로 있었다.
탈압박이나 패스도 훌륭했으나 또 다른 하나.
경기 조율 능력.
중앙 미드필더들이 가져야 하는 재능이며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월드 클래스들이 가진 재능이었다.
유지우는 아직 이 재능을 완벽하게 만개하지 못했다.
조금씩.
조금씩.
플레이하면서 본능적으로 깨달아갔다.
“유!”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역습을 막고 난 후에 유지우에게 빠르게 볼이 전달됐다.
하지만.
선수들이 순식간에 라인을 내려서 수비에 가담한 상태라 공격 숫자가 현저히 부족했다.
[공격 전환이 늦습니다! 역습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보카 주니어스! 유 혼자서 해야 합니다!]혼자서 무언가를 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유지우는 돌파가 아니라 기다림을 선택했다.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스르르륵.
볼을 발바닥으로 끌면서 경기 템포를 조율했다.
‘아직 이르다.’
천천히 볼을 끌면서 분산된 상대 선수들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면서 생긴 공간.
그 공간으로 카를로스가 침투하자 타이밍에 맞춰 패스를 넣어줬다.
[오, 방금, 마치 유를 중심으로 중력이 작용한 것 같았습니다.] [경기 전체를 자신의 리듬으로 가져가는군요…. 저런 것도 할 줄 아는 선수였습니까?]생각하고서 나온 플레이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며 본능적으로 나온 플레이였다.
찌르르르.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그걸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하하하하, 저 녀석은 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알베르토 수석코치도 조용히 박수를 쳤다.
“대단한 재능입니다.”
이어지는 플레이에서 카를로스는 측면을 돌파하고 크로스를 올렸다.
[카를로스의 컷백! 기예르모가 골대 안으로 돌려놓으려고 하지만 그 전에 다리를 뻗으며 컷하는 구스타보 미란다!]수비에 막히며 좋은 기회가 무산됐으나 그 후에도 디에고 로시, 카를로스.
윙포워드들이 돌파하는 빈도가 높아졌고 유지우는 묵묵히 공격 작업을 도왔다.
“포지션 이해도가 확실히 높네요.”
알베르토 수석코치의 말에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유를 추천한 거 아닌가요?”
“그렇죠. 저 나이에 저런 포지션 이해도와 전술 수행 능력…. 월등합니다.”
“제 생각보다도 더 잘해주네요.”
득점을 노리는 윙포워드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는 약간 뒤로 처져서 공격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했다.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이타적인 플레이.
유지우는 감독이 지시한 걸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경기,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오오오오오오! 마르코스 무스가 태클로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에게서 볼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보카 주니어스의 역습!]파이브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공격을 전개한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수비진은 얇아졌다.
그 틈을.
뻐엉-!
유지우는 놓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노린 결정적인 기회.
먼저 왼쪽 측면에서 스타트를 한 디에고 로시에게 주면서 중앙을 달렸다.
[볼을 잡은 디에고 로시가 다시 안쪽으로! 유! 유입니다!]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수비진은 백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듬성듬성 나 있는 공간.
디에고 로시가 준 패스를 잡기 전에 유지우는 기예르모 다린의 위치를 살폈다.
그리고 다른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반 박자 빠르게 패스를 찔렀다.
[뒷공간을 노린 아웃프런트 패스으으으으!] [기예르모입니다! 기예르모 다린!!!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트리며 쇄도합니다!]깔끔한 라인 브레이킹.
센터백 구스타보 미란다가 뒤를 쫓았지만, 한 걸음 늦고 말았다.
‘안 돼…. 안 돼!’
필사적으로 태클을 시도했으나 닿지 못했고 기예르모 다린은 볼을 잡지 않고 원터치로 밀어 찼다.
철렁.
역습이 시작되고 슈팅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4초.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골망이 흔들렸다.
[드디어 동점 골이 터졌습니다아아아아! 유의 패스를 받은 기예르모 다린의 완벽한 마무리!] [역습의 교과서 같은 플레이로 58분에 나온 득점! 이것으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유지우는 평소에 화려한 돌파로 직접 마무리를 짓는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이 바로.
플레이 메이킹 재능.
경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이었다.
* * *
뻐—엉!
아르투르 코스타의 날카로운 슈팅이 보카 주니어스의 골대를 살짝 넘겼다.
“아아아아!”
아쉬움에 포효를 해보지만,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위협적인 슈팅!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습니다!]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는 어떻게든 승리를 가져가야 하기에 공격적인 전술로 다시 변화를 줬습니다!]원정 다득점 룰.
그게 있어서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에게 보카 주니어스가 가져간 ‘1점’은 크게 다가왔다.
80분.
남은 시간이 10분 남았을 때, 선수들의 호흡은 턱 밑까지 차올랐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나이도 나이인데 끝까지 유지우를 따라다니며 밀착 마크를 했다.
퍼—억!
“그렇게 나한테만 붙어 있어도 돼요?”
“네가 제일 성가시니까.”
모두가 체력이 떨어진 지금.
체력이 뛰어난 유지우는 다른 선수들의 몫까지 필드 전체를 누비며 비어 있는 곳을 커버했다.
그걸 지켜보던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유지우를 조금이라도 풀어줬다간 단숨에 역전 골을 먹힐 수도 있어서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82분.
84분.
86분.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청소부라는 별명답게 유지우를 필드 위에서 치우려고 했다.
꽉.
끈질기게 물고 놓아주질 않았다.
“후우.”
그 탓에 유지우도 체력 소진이 심했다.
전반부터 심한 집중 견제.
측면에서 뛸 때보다 더 많은 활동량.
그로 인해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어.’
거친 숨을 토해내던 유지우는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챘다.
‘느려졌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는지 다리가 느려진 거였다.
“유!”
때마침 유지우에게 패스가 왔고 그걸 안전하게 잡아놓은 뒤에 승부를 걸었다.
휙.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는 척 페이크를 준 뒤에.
휘릭.
볼을 감싸며 왼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억지로 몸을 돌리며 발을 뻗었다.
‘못 보낸다!’
볼이 발에 닿기 직전.
투-웅!
볼은 공중으로 올라갔다.
태클을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감각적으로 볼의 밑부분을 차 볼을 띄운 거였다.
– 오오오오오오!
유지우가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를 제치자 보카 주니어스 원정석에선 환호가 나왔다.
탁.
탁.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에 생긴 하프 스페이스.
볼을 밀면서 공간으로 들어갔다.
체력이 전부 소진된 탓에 다리가 저리고 숨이 차올랐다.
‘조금만 더.’
그렇다고 멈출 순 없었다.
골대가 보이는 이상, 할 일은 하나.
가지고 있는 볼을 어떻게든 골대 안까지 배달하는 거였다.
스윽.
고개를 들어 선수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데 뭔가가 이상했다.
‘뭐지.’
선수들이 느리게 보였다.
근육의 움직임, 들어가는 방향.
이상한 것도 잠시, 하나의 길이 뚜렷하게 보였다.
골대까지 이어지는 최선의 루트.
뻐—엉!
생각할 틈도 없이 거침없이 패스를 찔렀다.
중앙 수비수와 오른쪽 풀백 사이.
필드밖에서도 보이지 않는, 볼 하나만 지나갈 만큼 작은 틈새로 찔러준 패스.
그 사이로 침투하는 선수는 디에고 로시였다.
‘와.’
패스를 본 디에고 로시는 속으로 감탄했다.
몸이 빨려 들어가는 착각이 들었다.
마법.
이 단어 말고는 달리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타다다닷-!
패스는 침투하는 디에고 로시의 보폭에 정확하게 맞았다.
‘이런 걸 못 넣으면 나만 욕먹지.’
오른발로 한 번 잡아놓은 뒤, 왼발 아웃프런트로 강하게 때렸다.
철렁.
골키퍼의 손을 맞고 왼쪽 상단 포스트를 스치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2 – 1.
그토록 바라던 역전 골이 나왔다.
[종료 직전 나온 보카 주니어스의 역전 고오오오오올! 보카의 신성! 디에고 로시가 경기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것으로 두 개의 도움을 기록한 유! 보카가 새롭게 내세우는 3대장 라인의 대장답습니다!]“넌 못 하는 게 도대체 뭐냐?”
앙헬 몰리야의 말에 유지우는 피식 웃으며.
“없죠.”
당당하게 대답했다.
“하하하하하! 재수 없는 말도 네가 하니까 납득이 되네.”
역전 골의 주인공인 디에고 로시는 세리머니 후에 유지우에게 달려와서 점프를 뛰었다.
“역시 너랑 있으면 축구 하는 게 재미있다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는 추가 시간에 어떻게든 동점 골을 넣으려고 했지만, 넣지 못했고 경기는 종료됐다.
삐익-! 삐익-! 삐이이이이이이익!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모든 걸 쏟아부은 터라 선수들은 필드에 누웠고 디에고 로시와 기예르모 다린이 유지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 세 선수가 모였군요! 보카 주니어스 승리의 요인은 바로 세 선수가 만들어낸 하모니가 아닐까요?] [첫 번째 골에서는 역습의 교과서를! 두 번째 골에서는 침투의 교과서를! 이게 10대 선수들이 보여주는 플레이라는 게 믿어지십니까?!]어린 황제라고 불리는 유지우가 데뷔 시즌에 50클럽 가입이라는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해서 그렇지.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
이 두 선수도 그에 못지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의 승리는 ‘보카의 3대장’으로 불리는 세 명이 함께 만들어 낸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