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71)
필드의 외계인-71화(71/404)
제71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4강 2차전.
보카 주니어스 홈구장 ‘라봄보네라’에는 수많은 인파가 내뿜는 열기로 가득 찼다.
스코어 1 – 1.
선수들의 땀이 필드에 흩뿌려지며 서로의 간절함이 충돌했고 전반전은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그 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총공세가 이어졌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양 클럽.
그중에서도 홈에서 패배를 해 원정 다득점을 해야 하는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는 급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경기에 이어 전반전에 한 골을 넣은 아르투르 코스타를 중심으로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공세가 이어집니다!] [이게 아틀레티코의 모습이죠! 공격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에게 가는 볼! 하지만 그걸 가만히 볼 보카 주니어스가 아닙니다! 단숨에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거리를 좁히는 유!]마테우스 올리베이라에게 볼이 가자 유지우는 거리를 좁혀 위협적인 패스를 뿌리지 못하게 압박했다.
퍼—억!
몸으로 부딪치면서 균형을 흔들었지만,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버텨냈다.
확실히 리그에서 만난 여러 선수 중에서도 수준이 다른 게 몸을 부딪치면서도 느껴졌다.
스르르르륵.
물 흐르듯 부드러운 볼 컨트롤.
넓은 시야.
그리고 툭툭, 가볍게 넣어주는 패스.
촤—-악!
몸을 날려서 막으려고 했는데 패스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패스가 전방으로 연결됩니다!]아틀레티코 미네이루에는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를 제외하고도 눈에 띄는 선수가 많았다.
[아르투르 코스타의 날카로운 슈팅! 골키퍼가 가까스로 막아냅니다!]골잡이로 혜성처럼 나타난 아르투르 코스타는 당연했고 시선을 끄는 선수는 센터백으로 나온 두 선수.
마리우 산타나.
에바리스투 지 팔캉.
둘 다 190cm가 넘는 거구에 발이 빨라 뒷공간 공략이 쉽지 않았다.
지난 경기랑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뒷공간을 견제하는 게 유독 심해졌다는 거였다.
탁.
볼을 잡아놓고 압박이 오지 않자 침착하게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자 시야에 들어온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수비 배치.
전반전은 라인을 올려서 강한 압박을 하더니 후반에는 지역방어로 바꾼 모습이었다.
[아틀레티코 미네이루가 체력 안배를 하려고 지역방어로 변화를 줍니다.] [좋은 판단으로 보입니다. 유와 앙헬의 패스가 날카롭긴 하지만 뒷공간을 확실하게 잡아놓고 있으니, 위협적인 패스가 들어올 확률도 낮으니까요.]보카 주니어스가 볼을 돌리는 방향으로 살짝만 움직이며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 좌우로 공간을 벌리죠.”
“나도 방금 그거 말하려고 했는데.”
“거짓말.”
“진짜야!”
“앙헬, 그거 알아요?”
“응? 뭐가?”
“앙헬은 거짓말을 할 때, 다리 떠는 거.”
“앗!”
농담을 주고받는 것도 잠시, 앙헬 몰리야와 유지우는 좌우로 볼을 돌리며 틈을 만드는 작업에 열중했다.
툭.
툭.
툭.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는 걸릴 듯하면서 걸리지 않았다.
낚싯바늘을 툭툭, 건드리며 약 올리는 물고기들처럼.
그때였다.
필드 전체를 살피는 시야에 한 가지 루트가 들어왔다.
볼을 잡자마자 돌아서서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정면으로 드리블을 해서 들어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거리는 좁혀졌고 오른발을 내디뎠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도 동작에 맞춰 발을 뻗었고 그 틈에 볼을 기습적으로 왼쪽으로 치며 ‘플리플랩’을 했다.
– 오오오오오오오!
하지만 이걸로 제쳤다고 보긴 힘들었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남미 축구에 정통한 선수였다.
이런 개인기는 수도 없이 봐왔고 대응을 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속지 않습니다!]유지우도 이 정도는 예상했다.
지난 경기부터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강점이 이런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이런 개인기를 한 유지우가 노린 건 발 하나 들어갈 정도의 작은 틈새였다.
“보카! 보카! 보카! 보카!”
쏟아지는 팬들의 환호.
그리고 보이기 시작하는 원했던 균열.
툭.
볼을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뒷공간으로 쳐놓고 달려갔다.
퍼—억!
유지우가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어깨가 먼저 들어왔지만.
“으아아!”
밀리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 처음 왔을 때의 체격이었다면 밀려서 곤두박질을 쳐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지금 유지우의 체격은 180cm까지 성장한 상태라 중심만 잡으면 밀리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타다다다닷-!
폭발적인 가속도로 압박을 벗어난 뒤에 앞으로 패스를 줬다.
노린 것은 아틀레티코 미네이루가 뒷공간 수비를 위해 라인을 내려간 뒤에 보이는 다른 공간이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의 공간.
그곳이 수비진이 내려간 덕분에 더 넓어져 있었다.
“리카르도!”
툭.
리카르도 메사는 골대로 돌지 않고 수비수들을 등지며 유지우가 달려가는 앞으로 볼을 툭, 밀어줬다.
뻐—엉!
만들어진 공간에서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쭉 밀어 찬 논스톱 슈팅.
휘이이이익!
볼은 왼쪽으로 뻗어가며 강한 바람에 맞아 흔들렸다.
얼핏 보면 골대를 크게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볼에는 회전이 걸려 있었고 맞바람까지 맞아 평소보다 더 급격하게 꺾이며 벼락처럼 뚝 떨어졌다.
골키퍼도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얼어붙었고 볼은 왼쪽 상단 포스트를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유가 오늘 경기의 균형을 깹니다! 어메이징한 골을 넣고 슬라이딩 세리머니!] [방금 낙차를 보셨습니까? 골대를 나가던 볼이 자석에 끌린 것같이 들어갔습니다! 이게 유! 보카의 에이스입니다! 그 누가 이 선수를 막을 수 있을까요!]<보카 주니어스 2 – 1 아틀레티코 미네이루>
이것으로 사실상 결승행 티켓은 보카 주니어스의 손에 들어온 셈이었다.
* * *
나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다.
초등학교 때는 패스를 찔러주는 중앙 미드필더가 멋있어 보였고 중학교 때는 골을 넣는 공격수가 멋있어 보여 다양한 곳에서 뛰는 걸 즐겼다.
그 덕분에 처음 맡는 포지션에 대해 어려움은 있었지만,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걸 경험한다는 설렘 덕분에 평소보다 더 의욕이 넘쳤다.
60분.
65분.
70분.
시간은 흘러갔고 경기는 점점 치열해졌다.
타다다닷-!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에게 공간을 주지 않고 철저하게 봉쇄하는 것.
촤—악!
그게 수비 시에 내가 할 역할이었다.
[멋진 태크으으으을! 유의 적극적인 수비 덕분에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틀레티코 미네이루 공격의 절반 이상이 마테우스의 발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저렇게 압박해서 막아내면 아틀레티코 미네이루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죠!]지난 경기에서는 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공격을 만들어가는 건 즐거웠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 스스로 아쉬운 게 많은 경기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두 가지 다 놓치지 않으려고 준비를 치밀하게 했다.
‘공수 전환은 더 빠르게, 네가 뚫리면 골을 먹힌다고 생각하고 해.’
부상으로 잠시 이탈한 하비에르 카세로의 조언도 들으며 준비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오늘의 경기력.
난 내게 주어진 기회를 단 1%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
“…….”
“왜요?”
“아니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곤 다시 자기 위치로 돌아가 수비를 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경기.
난 거머리처럼 마테우스 올리베이라가 볼을 잡을 때마다 괴롭혔다.
절대 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볼을 잡기도 전에 붙어서 방해를 했다.
‘왼쪽으로.’
그리고 몸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발을 뻗어 개인기를 차단했다.
– 와아아아아아아!
들려오는 환호.
삐—익!
거칠어지는 경기.
“보카! 보카! 보카!”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중앙에서 계속 막히자 아틀레티코 미네이루가 선택한 건 중앙이 아닌 측면을 이용한 기습적인 역습이었다.
그걸 본 우리는 다급하게 백업을 했다.
[측면을 돌파하는 아르투르 코스타! 중앙으로 패스를 보내는데요!]아르투르 코스타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면서 중앙에 쇄도하는 선수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시도했다.
촤—악!
그러나 그건 쏜살같이 나타난 선수로 인해 얼마 가지 않아 막혔다.
[하지만 파우스토 바르코의 태클에 막힙니다!]죽을힘을 다해 백업 플레이를 한 파우스토 바르코는 목 끝까지 차오른 호흡을 내뱉으며 넘어진 상태에서 앞으로 패스를 보냈다.
“유!”
거기엔 내가 있었다.
하프라인에서 살짝 내려온 위치.
파우스토 바르코의 간절함이 담긴 패스를 받고 돌아서자 마테우스 올리베이라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앞을 막아섰다.
휙.
휙.
당황하지 않고 스텝 오버로 균형을 흔들었다.
그러자 벌어지는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려고 했지만,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눈치를 채곤 단숨에 다리를 좁혀 공간을 차단했다.
하지만.
탓, 타닷!
그건 미끼였다.
다리를 좁히자 넓어진 양옆.
내가 노린 건 처음부터 이거였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을 상대하려면 언제나 두 수 앞을 내다봐야 했으니까.
– 오오오오오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를 제친 유! 하프라인을 넘어 전진합니다!]수비 백업을 하는 선수들.
뒷공간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달리는 선수가 보였다.
뻐—엉!
망설이지 않고 스루패스를 찔렀다.
촤—악!
마리우 산타나가 발을 뻗어서 막으려고 했으나 닿지 못했고 볼은 뒤로 흘렀다.
[디에고 로시! 디에고! 디에—-고!]완벽하게 열린 공간.
골키퍼가 나올 판단도 서지 않을 절묘한 위치.
스르르르륵.
볼에는 회전을 걸어서 침투하는 선수의 발에 정확하게 가도록 조절했다.
디에고 로시는 보폭에 맞게 들어온 볼을 가장 자신 있는 왼발 슈팅 자세로 잡아놓은 뒤.
뻐—엉!
오른쪽 파 포스트를 노리며 슈팅을 때렸다.
철렁.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
디에고 로시의 발을 떠난 볼은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심장을 꿰뚫었다.
[디에고 로시의 완벽한 고오오오오올! 완벽한 침투와 완벽한 패스! 그리고 완벽한 마무리! 삼박자가 제대로 어우러진 환상적인 골에 라봄보네라가 열광합니다!] [다시 이어진 보카 3대장 라인! 이게 보카 팬들이 열광하는 에이스 라인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금방이라도 필드로 넘어올 것처럼 요동치는 관중석.
“찌우!!! 넌 제대로 미쳤다고!”
골을 넣은 디에고 로시는 세리머니도 하지 않고 활짝 웃으며 제일 먼저 내게 달려왔다.
“웃긴 놈, 골 넣은 건 너야.”
정작 골을 넣은 건 본인이면서 어째 나를 더 축하해줬다.
“얘들아아아아아!”
디에고에게 축하받고 있자 앙헬도 양팔을 활짝 벌리며 달려와 우리 둘을 꽉 끌어안아 줬다.
“이 귀염둥이들!”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달려오는 게 보이자 난 슬그머니 앙헬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어딜 가!”
“아니 골 넣은 디에고나 축하해 주라고요!”
“너도 어시스트했잖아!”
“골을 넣은 애를 축하해 줘야죠! 어시스트한 사람까지 세리머니 하는 팀이 어디 있어요?”
“여기 있지!”
말이 안 통한다는 건 일찌감치 알았다.
붙잡히면 밑에 깔릴 게 분명했기에 도망쳤다.
“어! 도망친다! 찌우 잡아라!”
하지만 앙헬의 지시로 선수들에게 붙잡혀서 강제 축하를 받았다.
하아.
나도 이제 모르겠다.
“헤헤헤헤헤.”
아니 근데 정작 골 넣은 너는 뭐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