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72)
필드의 외계인-72화(72/404)
제72화
[보카 주니어스 3 – 1 아틀레치쿠 미네이루]90분 정규 시간이 끝나고 추가 시간으로 넘어가면서 보카 주니어스의 승리가 확실해졌다.
하지만.
아틀레치쿠 미네이루는 포기하지 않았다.
질 때 지더라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까지 꾸준하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 아아아아아!
[아르투르 코스타의 슈팅이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골키퍼에게 그대로 잡히며 득점 기회를 놓칩니다!]슈팅은 골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그들의 간절함은 보카 주니어스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삐익-! 삐익-! 삐이이이이이익-!
[라봄보네라에 울리는 종료 휘슬! 무려 10년! 10년 만에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보카 주니어스!] [남미 챔피언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리카르도 메사의 은퇴 선언 뒤, 뭔가 팀의 조직력이 더 좋아진 거 같은데 제 착각이겠죠?]종료 휘슬이 울리고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보카 주니어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은 일제히 달려 나왔다.
10년 만의 결승 진출이 가져다준 열기는 라봄보네라를 녹일 만큼 뜨거웠다.
관중들은 끌어안으며 기뻐했고 몇몇 사람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작년 4강에서 탈락했던 아쉬움을 달랬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휘슬이 울리자 필드에 누워 숨을 헐떡이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졌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까지 치열하게 달려왔지만, 그 문턱에서 발목이 잡혀버렸다.
“마테우스.”
하늘을 보며 체념한 그에게 다가온 선수는 어린 에이스 아르투르 코스타였다.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엉망진창이 된 유니폼이 증명해줬다.
“아쉽겠다?”
“네, 져서 너무 분해요.”
아르투르 코스타는 눈물을 흘렸다.
작년에 갓 데뷔해서 패배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같은 나이인 선수에게 졌다는 게 분해서였다.
‘지긴 했지만, 이걸로 이 녀석도 더 성장하겠지.’
어린 선수에게 뼈아픈 패배는 슬럼프의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투르 코스타는 성장할 게 분명했다.
지기 싫어하는 노력형 천재는 어떤 고난을 겪더라도 끊임없이 높이 올라가고 싶어 하니까.
‘어.’
그때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시야에 한 선수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틀레치쿠 미네이루의 유니폼이 아닌 보카 주니어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
유지우였다.
“이긴 거 축하한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쿨하게 유지우한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르투르 코스타는 소매로 눈물을 황급히 닦아내고선 유니폼 상의를 벗어 내밀었다.
“우리 이겼으니까 꼭 우승해!”
“…우리 다음 상대, 너희랑 같은 리그면?”
“그, 그래도! 우리 이겼으면 이겨!”
“알았다.”
“다음에는 안 져! 반드시 이길 거야!”
“요즘 남미에서는 그 말 유행하냐?”
“왜?”
“만나는 사람마다 다음에는 안 진다고 그래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결승에서 졌다간 가만 안 둬!”
그렇게 말하곤 유지우의 유니폼을 받아서 휙 하고 가버렸다.
“네가 이해해, 아직 어려서 그래.”
“저도 같은 나이인데요?”
“…네가 특이한 거지. 넌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해.”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유지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수고해라.”
“다음에 또 경기하죠.”
“하하하하하, 봐줘라, 너랑 뛰다간 무릎이 남아나질 않겠어.”
경기 내내 유지우를 쫓아다니느라 다리의 피로도는 이미 최고치였다.
“넌 빅리그에 가도 다 씹어 먹을 거다.”
유럽에서 맞붙었던, 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최고의 선수들.
그들과 견주어봐도 유지우는 밀리지 않았다.
“가볼게요.”
유지우는 선수들이 모인 곳으로 돌아갔고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그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
‘녀석이 유럽에 나가면 난리 나겠어.’
아틀레치쿠 미네이루는 패배를 인정한 채 경기장을 나갔고, 유지우는 선수들과 기쁨을 나눈 뒤에 팬 서비스를 위해 관중석으로 걸어갔다.
“이렇게 팬 서비스를 해주면 피곤하지는 않으세요?”
사인해주던 유지우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고 유지우는 사인하면서 대답했다.
“괜찮아요.”
스스스스슥.
“저한테는 몇 초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여러분들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될 수 있잖아요?”
“…….”
“그래서 저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더 많은 사인을 해드리고 싶어요.”
모든 스포츠는 팬이 있어야 존재하는 법.
팬 서비스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유지우의 가치관이었다.
“아…. 진짜 내가 이래서 유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
팬들은 유지우의 말에 감동했다.
“우리가 모두 그렇지 않아?”
“너는 평생 우리 보카의 자랑이야! 유!”
“다음 경기도 이겨! 우승하면 내가 우리 가게 앞에 너 동상을 세울 거니까!”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유지우는 여느 때처럼.
사인을 해준 뒤, 가장 늦게 필드를 떠났다.
* * *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4강 2차전이 끝나며 보카 주니어스가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 보카 주니어스! 10년 만의 결승 진출! 15년 만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
【 리버 플레이트, SC 코린치안스에 종합 스코어 5 – 3으로 패배하며 결승행 좌절! 】
【 작년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SC 코린치안스!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는 카메라들이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방송 카메라가 돌아다니자 신기해서 몰렸고 카메라에는 방송국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SMC.’
유지우의 다큐멘터리를 못 찍은 그들은 스타들과 같이 ‘(월드컵 특집) 함께 떠나요- 아르헨티나 편’을 촬영 중이었다.
중후한 멋짐과 신들린 연기력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남규성.
바른 인성과 순수한 미소로 여심을 사로잡은 라이징 스타 최성배.
아름다운 외모로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서도연.
모델 출신으로 해외 영화사에서 러브콜을 받는 차세대 스타 김지현.
아역부터 시작해 귀여운 외모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채리.
다섯 명의 배우가 함께였다.
같은 소속사이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그들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여행하며 월드컵 열기에 사로잡힌 도시를 소개했다.
“이번에 갈 곳은 어디예요?”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온 그들은 광장에 모였다.
본 촬영에 들어가자 남규성의 멘트가 시작됐고 이어서 서도연도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요. 다음 장소 알려주시지도 않고.”
“서프라이즈예요?”
두 대표 배우들이 먼저 말을 시작하니, 다른 후배들도 뒤이어서 멘트를 치며 방송에 녹아들었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 “네!”
“여러분들이 지금부터 갈 곳은 열정이 가득한 곳입니다.”
출연자들이 웅성거리며 궁금해할 때, 차량이 도착했다.
“다음 장소는 차로 이동하겠습니다.”
김무호 PD가 준비한 차를 타고 도착한 곳.
“여기입니다!”
라봄보네라였다.
“와… 벽에 선수들 그림이 되게 많네요?”
“이곳을 홈으로 쓰는 보카 주니어스는 아르헨티나 최고 인기 팀이거든요.”
“저 알아요! 여기 유지우 선수 뛰는 클럽이죠?”
“맞습니다.”
“저 한번 꼭 와보고 싶었어요!”
다섯 명의 배우는 설렘을 품고 라봄보네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사람들이 입장한 뒤라 한산했다.
“기다려 주십시오.”
경비가 티켓 검사를 하려고 했는데 멀리서 차명훈이 걸어왔다.
“이분들은 유의 손님들입니다. 여기요.”
차명훈이 내민 티켓.
그건 경기 때마다 유지우 지인들에게 주어지는 티켓이었다.
“오오오오! 유의 손님들! 환영합니다!”
경비를 비롯해 매표소 직원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맞이해줬다.
배우들을 비롯해 제작진은 에스파냐어를 몰랐기에 그저 웃기만 했고 통역사가 얘기해줬다.
“아, 지금 유지우 선수의 손님이라고 하니까 저분들이 환영 인사를 해주시는 겁니다.”
“그래요? 하하하, 굉장히 기분이 좋네요.”
직원들의 인사를 받은 뒤, 차명훈은 김무호 PD에게 다가갔다.
“오셨어요?”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큐멘터리 촬영 건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유지우가 지인들에게만 주는 티켓을 선물로 준 거였다.
“유지우 선수는 선발로 나왔나요?”
“네, 선발 출장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간 곳은 일반 좌석이 아닌 스카이라운지였다.
“…우리가 여길 써도 되나요?”
“네. 지우 선수 아버지와 지인분들은 여기보단 메인 서포터즈석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리 지르시는 걸 즐기셔서요.”
애초에 유한우는 스카이라운지를 좋아하진 않았다.
여러 음식이나 음료, 룸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이 다 있고 조용히 볼 수 있는 곳이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직관이라면 자고로 관중석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며 스카이라운지 표는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했다.
“혹시 나중에 유지우 선수를 따로 만날 수 있나요?”
김무호는 어제부터 차명훈에게 부탁을 했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유지우를 카메라에 담게 해달라고.
“아, 여쭤봤습니다.”
“뭐라고 하십니까?”
모두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차명훈을 봤고 곧 대답이 나왔다.
“지우 선수도 좋다고 했고, 시간은 내일 저녁 어떠세요?”
대답을 듣자 김무호의 눈이 반짝였다.
“저희야 영광입니다!”
다큐멘터리는 못 찍더라도 화면에 유지우를 담기만 해도 시청률이 급상승할 게 분명했다.
“배우분들은요?”
제일 먼저 대답한 건 남규성이었다.
“저희도 좋죠. 유지우 선수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흔한 일도 아니고요.”
그리고 다른 배우들도 다 찬성했다.
이야기가 잘 끝나고 사람들은 테라스 문을 열고 나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열자마자 엄청난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 열기에 모두가 압도되었다.
스카이라운지 테라스 문을 열고 나오니까 그곳에는 앉아서 볼 수 있는 관중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리그 53라운드.
보카 주니어스 vs 클루브 에스투디안테스 데 라플라타.
3 – 0.
리그 1위 클럽과 리그 최하위 클럽의 대결이라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저기 봐봐.”
대한민국 대표 배우인 남규성이 가리킨 곳은 보카 주니어스 열성 팬들이 있는 곳이었다.
“저렇게 올라가도 돼요?”
“와.”
“위험하지 않아요?”
펜스를 타고 올라가 클럽기를 흔드는 모습은 위험천만해 보였다.
경비들이 와서 말려보기도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놀란 그들에게 차명훈이 대답했다.
“위험하긴 한데 이곳에서는 흔한 광경입니다.”
“…저 모습이 흔하다고요?”
“네, 축구의 나라에서 저 정도는 애교 수준이죠.”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남미 축구를 볼 때면 열성적인 팬들은 흔했다.
펜스를 올라가는 건 애교고 웃통을 벗고 난리 치는 건 옵션이었다.
그렇게 진행되는 경기를 보다 보니, 어느새 유지우에게 볼이 갔다.
“유지우 선수가 볼 잡았다!”
“어디 어디.”
“우와!”
“이걸 실제로 보다니!”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저절로 마음을 빼앗길 듯한 열기.
– 유! 유! 유! 유! 유!
사람들이 유지우를 연호하는 걸 듣고 배우들과 촬영팀은 어리둥절했다.
수만 명의 관중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를 한 몸에 받는 어린 선수.
툭.
툭.
발등으로 볼을 밀면서 드리블을 시작하자 허락받고 들어온 방송국 카메라도 배우들을 찍다가 유지우의 모습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