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73)
필드의 외계인-73화(73/404)
제73화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유지우를 포함한 1.5군을 기용했다.
디에고 로시 / 기예르모 다린 / 유지우.
보카 3대장으로 불리는 라인을 가동하자 초반부터 득점력이 폭발하며 전반전에만 5골을 뽑아냈다.
–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이 내뿜는 열기에 연예인들이 압도됐다.
“실제로 보니까 남미가 왜 열정의 나라라고 하는지 알겠다.”
“여기서 우리 한국 선수가 뛰고 있는 거죠?”
서도연의 질문에 차명훈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친절히 설명해줬다.
“예. 저기 등번호 30번이 지우 선수예요.”
30번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필드 전체를 누비는 모습을 보자 출연진들은 말을 잃었다.
“…대단하네요. 진짜로.”
아르헨티나 리그 중계가 없어 하이라이트 영상으로만 살짝 봤던 유지우의 플레이.
1골 2도움.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낼 때마다 말을 잃어갔다.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하고 7분이 흘러 52분이 지나가는 시점.
훌리안 마르티네즈의 롱패스가 오른쪽 측면으로 내려가 있던 유지우에게 향했다.
“유지우 선수한테 볼이 가요!”
투-웅!
오른쪽 측면에서 가슴 트래핑으로 잡아놓은 볼.
세 명의 선수가 동시에 에워쌌다.
“가라! 유!”
볼을 빼앗길 확률이 높은 상황.
그러나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빛내고 열광했다.
‘어떤 걸 보여줄까?’
그동안 유지우가 보여준 기적.
그중에서도 ‘화려한’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개인기를 봐온 사람들은 설렘을 품고 유지우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스윽.
한 번의 고갯짓으로 상대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한 뒤.
툭.
툭.
툭.
이어지는 단 세 번의 터치.
라 크로케타.
한국에서는 팬텀 드리블로 많이 알고 있는 단어 그대로 유령처럼 순식간에 상대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뭐냐고!’
상대 선수는 사라지는 유지우를 보고서 절망했다.
그리고 유지우는 더 몰고 들어갔다.
속도는 유지한 채, 시선은 다른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곤.
뻐—엉!
더 들어가지 않고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높은 크로스가 아닌 땅을 가르는 낮은 크로스.
부메랑처럼 꺾이며 정확하게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공간으로 들어갔다.
[오오오오오오오오!]해설위원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이어 수비 사이에서 튀어나온 발 하나.
툭.
기예르모 다린의 발에 맞고 방향이 꺾인 볼은 골대 오른쪽으로 들어가며 추가 골이 나왔다.
[유의 완벽한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기예르모 다린! 후반기에 데뷔하고 벌써 19골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골째 넣고 있는 기예르모 다린!!! 오늘 골 결정력이 절정에 이르렀습니다!]6 – 0.
7 – 0.
골 잔치가 벌어지면서 따라잡을 수 없는 점수 차이가 됐다.
압도적인 경기력 차이에 상대 팀은 열을 받았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걸 하지 못하는 무력감.
그래서 무리한 플레이를 남발했고 그 결과.
삐—익!
오늘 앙헬 몰리야 대신 출전한 알렉시스 에레라가 거친 플레이에 넘어졌다.
“이 새끼들이 아까부터 자꾸!”
“뭐.”
“뭐? 뭐? 뭐? 네 머리에 뇌가 들어 있다면 그런 소리가 나오냐?”
“입에서 냄새나니까 입 다물어.”
자칫 충돌할 상황이 벌어지자 선수들이 다급하게 달려와서 두 선수를 떼어냈다.
[다소 말다툼이 있던 것으로 보이네요.] [그래도 프리킥을 얻는 보카 주니어스! 좋은 위치입니다!]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은 아니었지만, 나름 가까운 위치였다.
볼 주위로 모인 건 유지우와 디에고 로시였다.
“네가 찰 거지?”
“응.”
하비에르 카세로가 없는 지금, 전담 키커는 유지우로 정해져서 디에고 로시는 순번이 뒤였다.
“페인트 줘?”
“됐어. 너도 자리로 가도 돼.”
동료들은 물론 리그에서도 킥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
상대 골키퍼는 유지우가 서 있는 걸 보고 한숨부터 나왔다.
프리킥 성공률은 40%면 세계적인 키커로 이름을 날리는 선수라고 불렸다.
그런데 50%도 아니고 60%면 세계적인 키커 사이에서도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후우.
호흡을 한 번 내뱉고 침착하게 발을 뗐다.
골대를 바라보던 시선은 어느덧 멈춰 있는 볼로 이동했고.
뻐—엉!
볼의 중앙을 차며 무회전을 걸었다.
수비벽을 넘어가서도 떨어지지 않은 볼은 골키퍼 앞에 가서야 급격하게 떨어졌다.
스르르르륵.
골키퍼가 뻗은 손의 아래로 떨어지며 골망을 흔들었다.
철렁.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유의 고오오오오올! 이것으로 20골의 고지를 넘겼고 총 61개의 공격 포인트를 달성하며! 공격 포인트 1위! 73개의 페드로 발렌수엘라의 기록을 12개 차이로 위협합니다!]귀를 울리는 커다란 함성.
파도가 몰려오듯 요동치는 관중.
광고판에 올라가 포효하는 유지우를 중심으로 시작되는 노래.
[한 걸음을 내디딜 때는 두려움을.두 걸음을 내디딜 때는 환호를.
세 걸음을 내디딜 때는 승리를!
길을 비켜라, 그리고 무릎을 꿇어라.
새로운 왕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찬양하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우리의 새로운 왕 유에게 경배를!]
“…….”
뉴스에서만 봤던 모습을 본 촬영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수많은 이들을 열광시키는 한국의 작은 소년을 보고서 드는 여러 감정 때문에.
삐—익!
그렇게 유지우는 73분에 교체됐다.
2골 3도움이라는 성적을 남기면서.
* * *
다음 날.
충분히 쉬다가 어제 약속한 촬영팀과의 저녁 식사를 위해 집을 나섰다.
“괜찮겠어요?”
운전은 맥스가 하고 조수석에서 차명훈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뭐가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거요.”
한국에서 겪었던 일.
그것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경계심이 극도로 생겼다.
처음 차명훈을 만났을 때도 유지우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괜찮아요. 언제까지 그럴 수도 없고 많이 좋아졌거든요.”
“…….”
“그리고 이 기회에 나중을 위해서라도 방송사랑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좋잖아요.”
단순히 식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나중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여러 갈래로 인맥을 만들어놓는 자리기도 했다.
유망주 신분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이 프로가 되니까 크게 느껴졌다.
“많이 달라지셨네요.”
“언제까지 과거에 있을 순 없으니까요.”
“지우 선수.”
“네?”
“저하고는 언제쯤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요?”
“아….”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선수와 에이전트 사이는 가까워지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 사이는 지금 이 거리감이 딱 적당합니다.”
유지우가 차명훈을 신뢰하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익만을 위해서 요구하는 게 아니라 선수 관점에서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줬다.
“항상 고마워요.”
“그래도 좋은 건 있네요.”
“뭔데요?”
“지우 선수의 감정 표현이 다양해졌다는 거요. 처음에 봤을 때는 어디서 잔뜩 다친 새끼 고양이 같았는데 지금은 경계심이 있긴 해도 다정한 고양이 같달까?”
“…그래요?”
“혹시라도 촬영하면서 불편한 게 있으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아셨죠?”
“네.”
도착해서 내린 곳은 주차장이었다.
그리고 맥스의 보호를 받으며 차명훈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자 멀리서 촬영 중인 사람들이 보였다.
“제가 가서 얘기하고 오겠습니다.”
차명훈이 제작진에게 가서 얘기하자 모든 시선이 유지우에게 집중됐다.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자 제작진을 비롯해 출연진들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아줬다.
– 오오오오.
그리고 3분 뒤.
오프닝에 들어갔고 유지우의 소개 시간이 됐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찾아 주셨습니다.”
“누구죠?”
“아시는 분이세요?”
“아니요. 저도 처음 뵙는 분입니다.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들어와 주시죠!”
남규성이 멘트를 하자 제작진이 사인을 줬고 유지우는 성큼성큼 걸어 배우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이쪽에 서시면 됩니다.”
“네.”
“시청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카메라를 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보카 주니어스 소속 축구 선수 유지우입니다.”
짝짝짝짝짝!
“TV로만 봤는데 실물이 훨씬 잘생기셨어요!”
“감사합니다.”
“나이가 열일곱이시죠?”
“네, 만으로는 그렇고 한국 나이로는 열여덟입니다.”
가벼운 토크를 진행한 뒤에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은 어디예요?”
“여기서 3분 거리에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곳이에요.”
“자주 가세요?”
“주에 한 번은 가요. 자다가 생각날 정도로 맛있거든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기대가 되네요!”
찾은 곳은 소고기 구이 전문점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소고기 맛집이 많았다.
유지우가 찾은 가게는 그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곳으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오! 유!”
안으로 들어가자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제 경기 정말 최고였어요!”
“여기서 유를 보다니! 운이 정말 좋네요!”
“악수 부탁드려요!”
“식사 후에 사진 가능할까요?”
“다음 경기도 보러 갈게요!”
반갑게 인사를 해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준 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로 갔다.
가게에 들어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벽과 천장에 도배된 각종 축구 유니폼들이었다.
“가게에 축구 유니폼이 많네요?”
축구 말고도 야구, 농구, 테니스 등 여러 유니폼으로 도배됐다.
“셀럽들이 찾아오는 맛집이거든요.”
“유지우 선수 것도 있어요?”
“제 거는 저기요.”
유지우 유니폼은 카운터 천장에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휴대폰을 들었고 장채리가 활짝 웃으며 물었다.
“사진 찍어도 되죠?”
“저도 같이요?”
“네!”
“그럼요.”
거절은 하지 않았다.
유지우의 말에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휴대폰을 꺼내 촬영을 했다.
그리고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와 주문을 마친 뒤, 토크가 시작됐다.
“아르헨티나에 온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2028년 10월에 왔으니까 이제 1년 6개월 정도 됐습니다.”
“와서 불편한 건 없었나요?”
“전혀요. 아버지가 먼저 오셔서 기반을 잡아두기도 하셨고 동네 주민분들도 다 친절하신 분들이라 빠르게 적응했어요.”
“음식은요?”
“아버지가 식당을 하셔서…. 하하.”
“아, 맞다! 아버님이 유 셰프님이셨죠!”
아르헨티나에서 지내는 건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
인종차별은 간혹 있었지만, 축구로 결과를 내주니까 그러한 시선들은 곧 완전히 사라졌다.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자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유!”
“티아고 씨.”
식당 사장 티아고였다.
“네가 왔다고 해서 직접 커팅해 주려고 나왔다.”
“감사해요.”
“이분들은 전화로 말했던 촬영팀?”
“예.”
“내가 최고의 요리를 대접해줄게.”
“감사해요. 티아고.”
티아고가 직접 숟가락으로 고기를 잘라주는 퍼포먼스에 다들 감탄했다.
부드러움의 끝판왕, 육즙이 새어 나올 만큼 고기 육질이 그대로 보였고 티아고는 고기를 커팅한 걸 접시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직원이 고기가 담긴 접시를 하나하나 사람들 앞에 세팅해줬다.
“감자튀김과 샐러드를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어요.”
유지우의 말에 사람들이 한 점씩 먹었고 먹자마자 나오는 반응은 모든 사람이 똑같았다.
“와… 태어나서 먹은 소고기 중에 제일 맛있다.”
“이 부드러움은 대체 뭐지?”
“육즙이 흐른다는 게 아니라 그냥 폭탄처럼 터져요.”
“여태껏 아르헨티나에서 먹은 음식 중에 이게 찐이다. 진짜.”
다들 표정에서 만족감이 드러났다.
유지우도 한 점을 먹었고 그렇게 식사가 시작됐다.
식사하면서도 질문은 그치지 않았다.
음식을 절반 정도 먹자 중요한 질문이 나왔다.
“유지우 선수가 월드컵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뭐예요?”
남규성 배우가 묻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공식 석상에서 아직 목표를 밝히지 않았다.
16강?
8강?
4강?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말곤 없었다.
“목표는.”
그래서 내심 궁금했다.
눈앞의 국가대표 에이스는 어떤 말을 할까.
‘16강이죠.’
지난 에이스들과 같은 말을 할 거라는 예상도 잠시.
“우승입니다.”
입 밖으로 나온 목표는 모든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네?”
남규성은 포크를 놓치며 다시 물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와중에 유지우는 태연하게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다시 말해줬다.
“우승이요.”
눈에는 일말의 흔들림이 없었다.
즉, 진심이라는 거였다.
‘진심으로 하는 얘기인가?’
믿어지지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 전력은 수많은 전문가가 16강 진출만 해도 잘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약했다.
근데 우승이라니.
출연자를 포함해 제작진까지 말문이 막혔다.
“…가능합니까?”
남규성의 물음에 유지우는 음료를 마시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죠. 그래도 이왕 하는 거, 목표치는 최고로 잡아놓고 해야 근처라도 가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