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74)
필드의 외계인-74화(74/404)
제74화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우승은 신에게 선택받은 자들만 얻는 축복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월드컵 우승 트로피 ‘[ The FIFA World Cup ]’ 통칭 ‘FIFA 컵’은 얻기 힘들었다.
유럽과 남미의 전유물.
월드컵이 시작되고 100년간 아시아 국가는 단 한 차례도 결승 진출을 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국가 간의 수준 차이가 명확했고 보이지 않는 벽이라는 게 존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월드컵 우승을 입에 올리는 선수를 보고 남규성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 멋진 목표네요.”
“모든 축구 선수의 꿈이니까요.”
“축구 팬으로서 그 목표를 이루시는 날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어린 선수의 치기 어린 소리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남규성은 달랐다.
유지우가 보여준 플레이를 보고 확신을 가졌다.
주변 환경이 받쳐주면 월드컵 우승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저도요!”
“반드시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배우들은 다들 응원해줬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뒤에 식당에서 나오는데 손님들이 기다렸다는 듯 유지우에게 몰렸다.
스스스슥.
웃으며 사인을 해줬고 사진 촬영도 잊지 않았다.
팬 서비스 후에 식당 밖으로 나왔고 배우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다음번에 또 뵙겠습니다.”
“네, 다들 조심해서 가세요.”
“시즌 마지막까지 다치지 말고 파이팅하세요!”
“다음에 한국에서 뵈면 제가 밥 사드릴게요!”
유지우는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미리 준비한 사인 유니폼을 선물해주고 나서야 집으로 갔다.
유지우와 헤어진 배우들은 숙소로 들어와 술을 마시며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근데 아까 유지우 선수가 우승 발언했잖아요.”
“그랬지.”
“저 그거 듣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저도 그래요. 뭔가 눈에 의지가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대단했어요.”
“한국에서 그런 일을 당하고 아무 연고도 없는 아르헨티나에 와서 모두에게 인정받은 선수라 그런지 생각하는 수준이 다르긴 하네요.”
후배들이 얘기하는 것을 가만히 듣던 남규성은 맥주를 한 잔 들이켜곤 말했다.
“세계에서 활약하는 사람이 내뿜는 아우라가 있더라.”
어린 몸에서 풍기는 기운.
그건 모든 이들을 압도할 만했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왠지 모르게 유지우 선수 얘기를 듣고 있으면 믿고 싶어져.”
“맞아요.”
“기대된달까?”
월드컵 우승.
아마 평생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축구를 지배하는 유럽과 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을 우승하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니까.
그래도.
아무리 허황된 목표라도 어떤가.
모두가 피하던 그 목표를 공식적으로 입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 것을.
“월드컵 보러 올래?”
“전 좋아요!”
“저는 스케줄 때문에….”
“시간 맞는 사람들끼리 지인들이랑 같이 와서 봐보자, 뭔가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들이랑 다를 거 같거든.”
대한민국 국가대표 에이스 유지우.
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없었던 기대감이 작은 불씨가 되어 피어올랐다.
* * *
촬영이 끝난 뒤, 다시 리그에 집중했다.
월드컵까지 남은 날은 38일.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아르헨티나 리그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리그 3경기.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 1경기.
총 4경기만을 남겨뒀다.
리그 54라운드.
[패스 – 111회 (성공률 91%)] [결정적 패스 – 6회] [태클 – 4회 (성공 – 4회)] [돌파 – 13회 (성공 – 13회)] [파울 – 0회] [도움 – 1개] [득점 – 0개]리그 55라운드.
[패스 – 135회 (성공률 98%)] [결정적 패스 – 10회] [태클 – 8회 (성공 – 8회)] [돌파 – 18회 (성공 – 18회)] [파울 – 2회] [도움 – 0개] [득점 – 1개]보카 주니어스는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도 꾸준하게 승리를 거듭하며 리버 플레이트에게 선두를 넘겨주지 않았다.
리그 1위.
「 55전 40승 5무 10패 (125) – 보카 주니어스 」
리그 2위.
「 55전 38승 9무 8패 (123) – 리버 플레이트 」
승점 차이는 2점으로 최종 라운드에서 승리하는 클럽이 우승을 가져가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이제 남은 리그 경기는 하나.
리그 56라운드 엘 수페르클라시코.
이 경기를 앞두고 방송국들은 앞다투어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두 클럽의 최종 라운드에 대해 분석했다.
【 아르헨티나 리그 최종 라운드! 보카 주니어스 vs 리버 플레이트! 】
【 승점 2점 차의 양 클럽! 과연 승리해서 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클럽은? 】
【 월드컵의 열기에 사로잡힌 아르헨티나! 드디어 29-30시즌 챔피언 결정전이 열리다! 】
【 리버 플레이트, “승리를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
【 보카 주니어스, “우승은 시즌 초반부터 정해졌다. 라봄보네라에는 리버의 눈물로 가득 찰 것이다.” 】
[리그 최종 라운드에 리그 우승 클럽이 가려진다고? 그것도 보카랑 리버가?] [이래도 돼? 난투극 벌어지는 거 아니냐?] [진심 이건 총으로 누구 하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여기서 이기는 클럽이 리그 우승이면 다들 죽을 각오로 달려들 듯.] [예전에 이랬다가 큰일 나지 않았었나? 그래서 리그 일정에서 보카랑 리버가 최종 라운드에서 붙는 일이 없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어쨌든 이번 시즌 경기 중, 제일 치열할 거야. 직관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이 미친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잖아!] [난 유를 보유한 보카 주니어스가 미치도록 부러워, 저런 선수를 데리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그들이 알았으면 해.]29-30시즌의 마지막.
아르헨티나 리그 챔피언 결정전을 보기 위한 인파들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북적였다.
“최종 라운드 장소가 보카의 홈이라는 게 리버에게 지옥이겠군.”
“오히려 더 의욕을 불태울 수도 있어. 보카의 성에 리버의 깃발을 꽂으면 리버 팬들의 기쁨은 배가 될 테니까.”
최종 라운드 하루 전.
뻐—-엉!
보카 주니어스 훈련장.
선수들은 리그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훈련에 몰두했다.
“오프더 볼 상황에서는 스텝을 한 발 더 빠르게! 빈 곳을 찾는 것에 집중해.”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선수들과 같이 보폭을 맞추며 전술을 수정했다.
“리버의 패스 플레이는 길목을 먼저 잡는 게 중요하다! 볼을 빼앗으면 곧바로 역습을 전개해, 루트는 정해준 세 개로.”
선수들도 평소와 다르게 장난기를 빼고 실전처럼 집중했다.
리그 우승을 가리는 단 한 경기.
이번 시즌의 모든 게 달려 있어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삐—익!
그리고 휴식이 주어졌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코치진과 분석실로 갔고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쉬었다.
“읏차.”
보카 3대장이 모여서 쉬는 곳으로 리카르도 메사와 앙헬 몰리야, 하비에르 카세로가 다가왔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리카르도 메사는 뒤로 누우며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을 꺼냈다.
“이제 내 마지막 리그 경기네.”
은퇴 선언을 했으니 56라운드가 리그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다.
하비에르 카세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네요.”
“뭐야, 왜 그렇게 쿨해?”
“울어드려요?”
“우는 건 오버고, 그냥 마지막이 다가오니까 마음이 허전해서.”
은퇴를 앞둔 리카르도 메사는 마음이 이상했다.
좋으나 싫으나 다음 경기가 인생 마지막 리그 경기였으니까.
“갈 때 가더라도 우승 트로피는 가지고 가야죠.”
“찌우가 잘 말했네요.”
“이거랑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 남았지?”
“이것도 이기고 그것도 이기면 되죠.”
“남미 리그 최초 트레블, 이거면 은퇴 선물로 최고죠?”
리카르도 메사의 은퇴 소식은 슬픈 소식이기도 했지만, 보카 주니어스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정신적 지주.
보카의 로맨티스트.
그의 은퇴를 보다 빛내주기 위해 선수들은 의욕을 불태웠다.
“어! 어! 어! 리카르도! 방금 울려고 했죠!”
“아, 아니거든!”
“에이~ 아닌 게 아닌데? 진짜 울어요? 울어?”
평소에 리카르도 메사는 선수들을 놀리는 역할이었다.
가장 큰 피해자가 하비에르 카세로였는데 지금은 두 사람이 입장이 뒤바뀌었다.
“이게 아직 서른도 안 넘은 게 벌써 어른을 놀리냐!”
리카르도 메사와 하비에르 카세로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하하하하! 둘이 또 시작이야?”
“이번에는 누가 이길까?”
“난 하비가 안 잡힌다는 것에 건다.”
“그래? 그렇다면 난 리카르도에게!”
유지우는 선수들이 웃고 떠드는 것을 보고 슬쩍 웃음을 지었다.
‘이 클럽에 오길 잘했어.’
* * *
보카 주니어스 홈구장, ‘라봄보네라.’
여러 갈래의 강줄기가 바다로 모이는 것처럼 사람들로 이뤄진 강줄기가 라봄보네라는 바다로 모였다.
– 보카! 보카! 보카! 보카! 보카!
리그 우승이 코앞까지 온 상황이라 보카 주니어스 팬들은 거리 응원부터 시작해 라봄보네라를 향했다.
“으아아아아! 내가 다 긴장이 되네.”
“겁쟁이 닭들한테 지는 일 따위는 없을 거다!”
“어! 저기.”
거리를 걷는 보카 주니어스 서포터즈 일행은 경찰들로 그어진 경계선 너머에서 걷고 있는 리버 플레이트 팬들을 봤다.
“재수 없는 것들.”
“작년까지 우리를 얼마나 놀렸는데.”
“제발… 제발… 이번에는 제 영혼도 다 바칠 테니, 이기게 해주세요.”
숙명의 라이벌 관계.
살해 협박까지 스스럼없이 할 만큼 그들은 으르렁거렸다.
아르헨티나 리그의 패권.
리버 플레이트가 5년간 독점했던 리그 타이틀이 이번에는 보카 주니어스에게 갈지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XXXX!”
경기 전부터 관중들은 충돌했다.
삐—익!
경찰들이 개입하면서 막았고 라봄보네라 인근 도로는 죄다 통제에 들어가며 역대급의 경찰력이 투입됐다.
그들은 무장까지 한 상태로 충돌을 일으키는 훌리건들을 제압했다.
“A-4 구역, 폭력 사태 진압 후, 이송 중.”
– “알겠다.”
아르헨티나 정부에서도 신경을 쓸 정도로 이번 엘 수페르클라시코는 시작부터 여타 다른 엘 수페르클라시코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
“흐음.”
관중석 곳곳엔 월드컵을 위해 온 각국의 관계자들도 있었다.
보카 주니어스 회장인 라몬 카세레스, 그리고 엔리케 보토 단장과 유소년 총괄 단장인 후안 몬테로.
게다가 산하 유스팀들도 경기를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후우, 드디어 운명의 경기가 시작되네요.”
“보카가 패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까요?”
“리버가 쉽게 넘겨주지 않겠죠. 하지만.”
엔리케 보토는 필드로 입장하는 선수들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만큼은 다를 겁니다. 보카의 역사에 이름을 새길 최고의 멤버들이니까요.”
아르헨티나 최고 라이벌들 간의 격돌.
선수 입장 통로를 통해 나온 선수들을 향해 쏟아지는 함성.
귀가 먹먹해질 만큼 커다란 함성은 마치 하늘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 보카! 보카! 보카! 보카! 보카!
– 리버! 리버! 리버! 리버! 리버!
금빛 물결과 흰색 물결이 맞부딪치며 열기는 고조됐다.
선수들이 포지션으로 가서 준비를 마치자 주심은 침을 꿀꺽 삼키곤 휘슬을 불었다.
삐—-익!
29-30시즌 리그 56라운드.
시즌 마지막 엘 수페르클라시코이자 우승 결정전이 시작됐다.
[29-30시즌! 최종 라운드! 보카 주니어스 vs 리버 플레이트의 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시작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