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76)
필드의 외계인-76화(76/404)
제76화
“하하하하하하! 닭대가리 새끼들아! 우리 왕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느껴봐라!”
티아고 모랄레스가 호되게 당하는 모습에 관중들은 열광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또 또 넘어지면서 티아고 모랄레스는 항의도 해봤지만, 주심은 정당한 플레이라고 판정했다.
“이게 반칙이 아니라고?”
척.
넘어진 상태로 억울해하는 티아고 모랄레스에게 손 하나가 내밀어졌다.
“…뭐 하는 짓이냐?”
그건 유지우의 손이었다.
“언제까지 앉아 있으려고? 벌써 다리에 힘이라도 풀린 거야?”
“꺼져라.”
“꺼지고 싶어도.”
말을 하면서 고개를 숙여 시선을 맞췄다.
“그렇게 울상을 지으면 더 괴롭히고 싶잖아.”
티아고 모랄레스는 얼굴이 새빨개졌고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이 그의 감정을 대변했다.
‘또 카드를 받을 순 없다.’
이미 옐로카드 한 장을 수집한 상태라 또 카드를 받으면 경고 누적 퇴장이 될 수 있었기에 화를 억눌렀다.
그리고 또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발휘하며 공격을 주도하는 유지우의 앞을 막아섰다.
[하비에르 카세로가 유에게 패스!]탁.
‘지금이다!’
유지우가 볼을 잡아놓자 티아고 모랄레스는 타이밍을 잡고서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스르르르륵.
그걸 본 유지우는 티아고 모랄레스의 발이 볼에 닿기 직전, 드래그 백으로 볼을 끌었고 태클을 피했다. 그리고 이어서 비어 있는 공간으로 치고 달렸다.
[깔끔한 동작! 물 흐르듯 유연한 드래그 백!] [그리고 장점인 스피드! 정말 빠릅니다! 순식간에 티아고 모랄레스가 쫓아오지 못할 만큼 거리를 벌리는 유!]멀어지는 유지우를 필사적으로 쫓아가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점점 멀어졌고 유지우는 중앙으로 올라가더니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넘기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아! 크로스바를 넘기는 유의 슈팅! 궤적이 살짝 높았습니다!] [아쉬운 기회를 날리는 보카 주니어스! 그리고 이 수치를 좀 보십시오. 점유율은 리버 플레이트가 앞서고 있지만! 기회를 만드는 건 보카 주니어스가 더 앞서고 있습니다.]현대 축구에서 점유율은 중요한 지표였다.
하지만.
점유율이 축구의 전부가 아니었다.
99% vs 1%로 지더라도 슈팅 하나가 들어간다면 이기는 게 축구라는 스포츠였다.
그래서 최대한 주어진 기회를 살리는 게 중요했다.
30분.
40분.
전반전은 어느덧 5분밖에 남지 않았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모든 부분에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주는 유지우는 티아고 모랄레스가 볼을 잡지 못하게 끈질기게 쫓았고 티아고 모랄레스는 물고기처럼 유지우가 펼쳐놓은 그물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티아고 모랄레스가 유에게 막히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와…. 저렇게 집요한 유는 처음 보네요. 전반전에 거친 태클을 당했던 걸 제대로 갚아줍니다! 제 속이 다 시원합니다!]보는 사람들도 사이다를 느낄 정도로 유지우가 티아고 모랄레스를 필드에서 굴복시키는 건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티아고! 줄 곳이 없으면 뒤로 주라고! 마누엘이 있잖아!”
산티아고 메디나는 계속해서 흐름을 끊어먹는 티아고 모랄레스에게 한 소리 했다.
“나도 안다고!”
압박에 조급한 나머지 패스 실수를 범하며 신경질을 부렸다.
[리버 플레이트의 왼쪽 라인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공격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리버 플레이트의 공격 패턴은 풀백도 공격에 가담한다는 점이 큰 무기였다.
발이 빠른 풀백들이 공격에 가담해 공격 숫자로 우위를 점하며 상대 진영에 균열을 일으켜 득점하는 건 리버 플레이트의 패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저놈이 문제야.”
산티아고 메디나는 중원에서 모든 상황을 살폈고 유지우 쪽을 바라봤다.
‘티아고가 아무것도 못 하는 게 커.’
티아고 모랄레스는 주력과 크로스가 일품인 선수였다.
크로스 하나하나가 위력적인 선수인데 유지우에게 묶여 있으니 공격력이 제대로 살아나질 못했다.
“티아고오오오오!”
티아고 모랄레스도 가만히 당할 선수는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리그 베스트 11에도 드는 선수라 쉽게 포기하는 선수가 아니었고 기회가 오자 과감히 공간 침투를 감행했다.
유지우보다 한발 먼저 반응해서 이번에야말로 떼어냈다는 생각이 들 무렵.
휙.
옆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야.”
퍼—억!
어깨로 부딪치며 균형을 흔들었다.
오는 패스를 놓칠 수 없어 발을 쭉 뻗어보지만, 볼은 허무하게 티아고 모랄레스의 발을 피해 라인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딜 가?”
티아고 모랄레스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이 녀석이 정말 그때 그 아시아 꼬맹이라고?’
시즌 초반에 붙었던 때랑은 달랐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처럼 손을 쓰는 데 거리낌이 조금도 묻어있지 않았다.
* * *
치열한 공방전.
“허억… 허억….”
전반전은 0 – 0으로 끝났고 양 클럽은 라커룸에서 후반전을 준비했다.
보카 주니어스 라커룸에선 세바스티안 란첼라가 선수들을 자리에 앉히고 대형 모니터를 통해서 전반전 분석 영상을 틀었다.
“정지.”
삑.
“리버 플레이트의 역습 순간, 미드와 수비 라인 간격 유지하는 건 아주 잘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뚫리는 부분이 있어 페르난도 녀석한테 기회를 주는 경우도 예상보다 많이 나왔고.”
가장 주의할 건 산티아고 메디나와 페르난도 벨몬트.
리버 플레이트의 에이스들이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기회를 창출할 줄 아는 선수들이니까 세바스티안 란첼라도 수비적인 전술을 짤 때, 두 선수 위주로 짰다.
“에르네스토, 넌 수비 전체적인 부분만 신경 써.”
“네? 그러면 페르난도는?”
“가브리엘이 나오고 파우스토가 들어간다. 파우스토, 네가 페르난도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녀서 마크해라.”
“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전반전 내내 생각한 것을 말했고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
“네.”
아이싱을 받던 유지우는 세바스티안 란첼라를 바라봤다.
“다리는 괜찮고?”
“아무 이상 없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후반전에 세 골 이상 넣고 와.”
씩.
“네.”
“…….”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물끄러미 유지우를 보며 말했다.
“표정이 다양해졌구나? 예전보다 웃는 모습도 많아졌고.”
“…제가요?”
“너 첫 선발 얘기 들었을 때, 감정 없는 로봇인 줄 알았어.”
“예전 일이잖아요.”
“불과 10개월 전인데?”
“…그게 예전이죠. 그만 놀리세요.”
“놀리는 게 아니라 지금이 보기 좋다는 말이야.”
유지우의 표정 변화를 다른 선수들도 눈치챘다.
특히 디에고 로시와 기예르모 다린이 유지우의 변화를 제일 먼저 알아채 매일같이 놀렸다.
“다치지 말고 하던 대로 해. 리버에 널 막을 선수는 없어.”
“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모든 지시를 내린 뒤, 곧 시작될 후반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얘기했다.
“좋든! 싫든!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게 리그 마지막 경기다!”
선수들은 세바스티안 란첼라를 바라봤다.
“그동안 쌓여왔던 울분을! 터트려라!”
– “네!”
“너희 손으로 보카 주니어스를 아르헨티나 최고의 클럽으로 만들어라!”
– “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 승리를 확실하게 쟁취하자!”
* * *
후반전이 시작됐다.
리그 최종 라운드.
마지막 45분이 시작되자 양 클럽의 투지는 충돌했고 필드 위에는 땀 말고 피까지 쏟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삐—익!
휘슬이 불리고.
삐—-익!
또 불리면서 경기가 얼마나 거친지 눈만이 아닌 귀로도 전해졌다.
“제발… 제발….”
아르헨티나 전역으로 중계되며.
집.
음식점.
회사.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 모여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뻐—엉!
페르난도 벨몬트의 슈팅은 보카 주니어스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고.
뻐—-엉!
리카르도 메사의 슈팅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라이커들이 골을 넣지 못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5분.
10분.
경기 시간이 지나가며 리버 플레이트는 유지우의 견제 강도를 더 높였다.
반칙은 기본이고 전반전에 티아고 모랄레스의 거친 태클로 부상 우려가 있는 왼쪽 발목을 집요하게 노렸다.
퍼—억!
[넘어지는 유! 티아고 모랄레스를 제치긴 했지만, 뒤이어 들어오는 산티아고 메디나를 제치진 못했습니다!]산티아고 메디나의 협력 수비로 볼을 빼앗기고 역습 상황.
리버 플레이트는 일제히 라인을 올려 총공세를 가했다.
산티아고 메디나가 롱패스로 후방을 노려 혹시라도 나올 세컨볼에도 대비했지만.
뻐—억!
파우스토 바르코가 헤딩으로 걷어냈다.
“찌우우우우우!”
가까스로 걷어낸 볼.
그걸 앙헬 몰리야가 원터치로 돌려놨지만, 불안정했다.
[산티아고 메디나가 더 가깝습니다!]어느새 후방으로 내려온 산티아고 메디나의 앞으로 가는 볼.
타다다다닷-!
그걸 본 유지우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발휘했다.
믿기지 않는 가속력.
분명히 산티아고 메디나가 볼에 더 가까웠지만, 끝에서는.
툭.
유지우의 발이 먼저 볼에 닿는 데 성공했다.
– 오오오오오오오!
볼을 건드린 후에 앞을 막은 티아고 모랄레스를 봤다.
단 몇 초의 시간.
유지우에게 판단할 시간은 몇 초면 충분했다.
투—웅!
티아고 모랄레스의 머리 위로 넘기는 감각적인 터치.
가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들어가는 스피드.
‘…와.’
상대마저 감탄하는 치달이 나왔다.
[오른쪽 측면을 열어젖힌 유! 엄청납니다! 너무 놀라서 지금… 지금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할 만큼 도저히 인간이 낼 스피드가 아니었다.
[아무도 마크하러 오지 않습니다! 마누엘 갈란이 뒤늦게 내려오지만! 접어놓은 뒤! 그대로 크로스으으으으!]휘리리리릭.
날카롭게 올린 크로스는 회전이 걸려 휘면서 침투하는 리카르도 메사의 머리로 정확하게 향했다.
툭.
수비수들의 견제를 피하며 머리에 맞혔지만, 아슬아슬하게 골대 옆을 지나갔다.
– 아아아아아아아!
터져 나오는 아쉬움.
리카르도 메사는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잡으며 아쉬워했다.
“그렇게 헤딩하다가 탈모 와요.”
“…너 그렇게 재수 없는 소리 할래?”
“아, 이미 오고 계셨어요?”
“나 아직 멀쩡해! 봐봐! 내가 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농담이에요.”
“농담도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는 거야! 네가 한 건 농담이 아니라 저주라고!”
자기 정수리까지 보여주려는 리카르도 메사를 보고 웃으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티아고.”
위협적인 플레이에 산티아고 메디나가 티아고 모랄레스를 불렀다.
“왜?”
“유를 내쫓을 방법이 있어.”
현 상황에서 제일 먼저 급한 건 유지우를 필드 위에서 지우는 일이었다.
“그게 뭔데?”
티아고 모랄레스는 산티아고 메디나가 하는 말을 유심히 들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보자.”
경기는 재개됐고 유지우는 수비 가담을 할 때마다 깔끔한 수비로 보카 주니어스의 측면을 완벽하게 지켜냈다.
[오.] [왜 그러시죠?] [이 데이터를 보십시오. 리버 플레이트가 오늘 경기 왼쪽 경로로 공격한 수치입니다.] […상당하네요.]왼쪽 11%.
중앙 57%.
오른쪽 32%.
왼쪽 측면으로 공격한 수치가 다른 곳과 차이가 심했다.
[유는 공격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입니다. 저런 선수만 있다면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건 당연하죠.]산티아고 메디나가 티아고 모랄레스에게 패스를 줬고 그걸 본 유지우는 타이밍에 맞춰 태클을 시도했다.
촤—-악!
날카로운 태클이 그대로 볼만 건드리며 라인 아웃이 됐다.
하지만 이때.
“아악!”
티아고 모랄레스가 발목을 감싸 쥐며 쓰러졌다.
그들이 얘기한 유지우를 내쫓으려는 방법은 ‘경고 누적’으로 인한 퇴장이었다.
주심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절묘하게.
티아고 모랄레스는 유지우의 발이 볼에 닿는 것과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삐—익!
‘우선 이 자식도 카드를 하나 먹여놔야 좀 가만히 있겠지.’
계획대로 먹혀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척.
[어어어어어어어!]주심이 카드를 꺼낸 곳은 유지우가 아닌 티아고 모랄레스 쪽이었다.
“아, 아니!”
척.
“제가 걸렸습니다! 분명히 제 발목을 건드렸다고요!”
이어서 레드카드.
경고 누적 퇴장이 선언됐다.
[주심이 티아고 모랄레스의 할리우드 액션 판정을 합니다!] [여기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요. 리플레이로 다시 볼까요?]리플레이가 틀어졌는데 다양한 각도에서 봐야 할 만큼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주심이 카드를 유지우에게 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려본 각도에서 유지우의 발이 정확하게 볼만 건드리는 게 나왔다.
그 뒤에 티아고 모랄레스가 일부러 넘어지는 것까지 완벽하게 영상에 담겼다.
[아아아! 할리우드 액션이 맞습니다! 의도적으로 넘어져서 경기를 방해한 행위! 카드가 맞죠!] [정말 넘어지는 게 절묘했는데 주심이 저걸 정확하게 봅니다!]티아고 모랄레스는 일어나서 항의했고 리버 플레이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항의해도.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주심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단호히 레드카드를 높이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