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77)
필드의 외계인-77화(77/404)
제77화
티아고 모랄레스의 퇴장이 선언되자 리버 플레이트 서포터즈석의 분위기는 초상집이 됐다.
“저 미친놈은 어쩌자고 저런 짓을 저지른 거야!”
“누가 저 원숭이 좀 안 데려가 주나?”
“어떤 클럽이라도 제발 저 녀석 좀 여기서 치워줘!”
“티아고는 단순했고 유는 영리했어.”
11 vs 10.
축구에서 한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리버 플레이트는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 5 – 3 – 1이라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변화를 줬다.
‘이렇게 된 이상… 한 방을 노릴 수밖에.’
라인을 내려서 수비에 집중하기 시작한 리버 플레이트.
그리고 보카 주니어스는 이때를 노려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렸다.
“유!”
계속되는 하비에르 카세로와 유지우의 스위칭 플레이에 리버 플레이트는 혼란에 빠졌다.
[보카 주니어스가 두 명의 공격대장을 앞세워 거세게 몰아붙입니다! 골을 넣으려면 퇴장 후, 제대로 정돈이 되지 않은 지금이 기회입니다!]세바스티안 란첼라는 벤치에 앉아 있지 않고 라인 가까이 서서 선수들에게 열정적으로 지시했다.
“끊임없이 움직여! 공간을 넓히면서!”
잠시 후.
하비에르 카세로가 중원에서 볼을 잡고 리버 플레이트 진영으로 돌아섰다.
[하비에르 카세로!]산티아고 메디나의 압박이 들어오는 걸 보고 발바닥으로 볼을 끌면서 주위를 살폈다.
스텝 오버로 한 번 제친 다음 전방을 봤고 곧바로 보이는 길 위로 패스를 뿌렸다.
타다다다닷-!
측면에서 중앙으로 올라오는 한 선수.
[유가 중앙으로 올라오며 패스를 받습니다!] [리카르도 메사가 침투할 준비를 하고 왼쪽 측면에서는 디에고 로시가 뒷공간을 노리며 침투!]하비에르 카세로가 찌른 패스는 침투하는 두 선수가 아닌 중앙으로 올라온 유지우의 발아래로 정확하게 향했다.
“뒤에 조심!”
퍼—억!
앙헬 몰리야의 말과 함께 들어오는 압박.
마누엘 갈란이 등 뒤에서 부딪치며 균형을 흔들었다.
‘백업이 빠르다.’
수비 숫자가 많아지고 간격이 좁아진 만큼 압박이 들어오는 타이밍도 빨랐다.
그 틈에 유지우는 볼을 발바닥으로 끌며 마누엘 갈란의 압박 영역에서 벗어나 라인을 살짝 내려 볼을 지켜냈다.
‘영리해.’
마누엘 갈란은 그 플레이를 보고 감탄했다.
도저히 17세의 선수가 보여줄 판단력이 아니었다.
[서로 마주 보는 두 선수! 유! 협력 수비가 오기 전에 마무리해야 합니다!]‘어디로 올 거지?’
선택지는 오른쪽과 왼쪽, 두 가지.
가장 높은 확률은 골대와 가까운 왼쪽이라 마누엘 갈란의 균형은 약간 왼쪽으로 치우쳤다.
툭.
‘역시.’
오른발로 한 번 터치하는 것을 보고 어디로 들어올지 방향을 읽었다.
툭.
하지만 마누엘 갈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유지우는 장기인 플리플랩으로 볼의 경로를 기습적으로 바꾸며 마누엘 갈란의 오른쪽으로 돌파했다.
‘이런.’
이대로면 꼼짝없이 돌파당할 상황.
유지우가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 마누엘 갈란의 본능이 이성을 앞섰다.
꽉.
손을 뻗어 유니폼을 잡아챘다.
버텨서 슈팅할 타이밍이 되긴 했지만, 유지우는 더 확실한 걸 선택했다.
털썩.
유니폼을 잡은 힘에 이끌려 뒤로 넘어졌다.
삐—–익!
이어서 울리는 주심의 휘슬, 그리고.
척.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 와아아아아아아!!
[여기서 페널티킥이 선언됩니다! 마누엘 갈란이 유를 막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했습니다!]항의를 할 수도 없는 반칙이라 마누엘 갈란을 비롯해 리버 플레이트 선수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괜찮아?”
넘어진 유지우에게 리카르도 메사가 다가가 일으켜줬다.
“네.”
“연기 많이 늘었다?”
“이건 굳이 연기가 필요 없는 상황 아닌가요?”
“그렇지.”
“저는 리카르도처럼 계속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리카르도 메사의 손을 잡고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잔디를 털고 바닥에 있는 볼을 잡아 리카르도 메사에게 줬다.
“…뭐야?”
무슨 폭탄이라도 받는 듯 리카르도 메사는 당황했다.
“뭐긴 뭐예요. 선물이지.”
“너 꽤 다정한 면이 있구나?”
“헛소리 마시고 받기나 해요.”
“고맙다. 멋진 선물이네.”
“그러면 골 넣어요. 못 넣으면 리카르도를 대신 골대 안으로 넣을 거니까.”
1분 후, 흔들리는 골망.
리카르도 메사는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했다.
철렁.
[앞서가는 보카 주니어스으으으으! 리그 우승의 문턱에 먼저 한 걸음 다가섭니다!] [리카르도 메사! 자신의 마지막 리그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며 포효합니다! 여러분! 이 선수가 바로 보카 주니어스의 레전드! 리카르도 메사입니다!]– 리카르도! 리카르도! 리카르도!
슬라이딩 세리머니 후, 잔디에 드러누운 리카르도 메사를 향해 쏟아지는 환호.
그리고.
“리카르도오오오오오오!”
선수들이 달려가 그를 덮쳤다.
“다 비켜! 나 다치면 이제 뼈도 제대로 안 붙는 나이라고!”
* * *
70분.
[ 보카 주니어스 1 – 0 리버 플레이트 ]보카 주니어스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리버 플레이트는 시간에 쫓겼다.
더구나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점 골을 노린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뻐—엉!
조급해진 마음에 템포가 빨라져 슈팅이 남발하고 패스 미스도 빈번하게 벌어졌다.
“패스를 달라고! 패스! 대체 뭣들 하는 거야!”
페르난도 벨몬트는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만들어지지 않자 화를 냈고 다른 선수들도 말이 거칠어졌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그 시간 안에 나오는 여러 가지의 플레이.
이 모든 플레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단 하나의 플레이는.
투-웅.
묘기를 부리는 유지우였다.
높게 오는 패스, 낮게 오는 패스, 구질이 아무리 다양하게 와도 볼을 받는 모습은 완벽 그 자체였다.
그저 어렸던 선수.
하지만 필드 위에서만큼은 마냥 어리지만 않았던 선수.
그 선수가 만드는 기적에 사람들은 매료되었고 입이 저절로 열렸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는 두려움을.두 걸음을 내디딜 때는 환호를.
세 걸음을 내디딜 때는 승리를!
길을 비켜라, 그리고 무릎을 꿇어라.
새로운 왕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찬양하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우리의 새로운 왕 유에게 경배를!]
작은 곳에서 시작한 유지우의 응원가는 금세 라봄보네라 전체에 울렸다.
타악.
강한 힘이 실린 패스를 아무런 반동 없이 받아내자 사람들은 감탄했다.
“어떻게 저걸 저렇게 받을 수 있는 거지?”
“워밍업 때 하던 몸풀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네.”
“패스받는 것만 보면 예전에 그 선수 같지 않아?”
“누구?”
“지네딘 지단,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 감독.”
90년대부터 00년대까지 세계 축구계를 지배했던 미드필더.
마에스트로라는 별명답게 볼을 다루는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는데 지금 유지우가 보여주는 플레이가 딱 그 선수를 연상케 했다.
“…대단하네. 예전에는 마라도나가 보이더니, 이제는 지네딘 지단이야?”
과거 세계를 호령했던 선수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걸 지켜보는 유럽 스카우터들의 입은 다물어지질 않았다.
뻐—엉!
그리고 유지우는 머릿속으로 그린 자신만의 그림을 필드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높게 올라오는 볼! 유가 어깨 트래핑으로 산티아고 메디나를 제칩니다!]어깨 트래핑으로 한 명.
투욱-!
이어서 넛맥으로 두 명.
타다다다닷-!
스피드 완급 조절로 세 명.
휘릭.
마르세유턴으로 네 명.
툭, 타닷!
라 크로케타로 다섯 명째.
유지우가 필드 위에서 마법을 부리기 시작하자 라봄보네라가 들썩였다.
리카르도 메사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도 그냥 제자리에 서서 넋 놓고 구경했다.
누구도 막지 못할 개인기.
화려함 속에는 우아함이 담겨 있었다.
[계속해서 볼을 몰고 들어가는 유! 전에 보여준 하프라인 돌파를 오늘도 하려는 걸까요! 누구도 그 앞을 막지 못합니다! 차례대로 벗겨지는 리버 플레이트의 수비벽!]정확하게 하프라인에서 시작된 돌파.
측면에서 어느덧 중앙까지 진출했고 레인보우 플릭까지 선보였다.
– 오오오오오오오!
1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여섯 명을 제치자 앞을 막는 선수는 수비수와 골키퍼를 포함해 세 명뿐이었다.
리카르도 메사를 견제하려는 선수를 제외하면 유지우를 막으려는 선수는 최종 수비수 마누엘 갈란 한 명이었다.
‘반드시.’
이번에는 막겠다는 의지가 눈에 드러났다.
‘막아낸다.’
자세를 낮추고 집중해 어떤 방향이든 반응할 준비를 마쳤고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3m.
2m.
1m.
다리를 뻗으면 닿을 거리, 하지만 섣부르게 뻗지 않았다.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
찰나의 순간.
여기서 자신마저 제쳐진다면 실점이 확실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실점한다면 그때는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그 모든 예상을 비웃듯.
유지우는 더 들어가지 않았다.
‘…설마!’
골대까지의 길이 보이자 가차 없이 슈팅을 때렸다.
뻐—엉!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때린 슈팅.
왼쪽 구석으로 낮게 깔리며 굴러간 볼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구석을 향했다.
볼을 잡을 때는 우아했다면.
골을 넣을 때는 치명적이었다.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유의 득점으로 보카 주니어스가 2 – 0으로 앞서갑니다! 남은 시간은 10분! 10분 안에 리버 플레이트는 세 골을 넣어야만 우승할 수 있습니다!] [골키퍼가 손도 댈 수 없는 절묘한 코스! 이것이 보카 주니어스의 에이스! 유의 결정력입니다!]엠블럼에 키스하며 포효하는 유지우를 향하는 수많은 시선.
카메라들은 앞다투어 그 장면을 담아냈고 유지우는 곧 선수들에게 붙잡혀 축하받았다.
요정에서 어린 왕자, 그리고 왕에서 황제.
황제.
유지우의 모습은 이 단어와 걸맞은 모습이었다.
* * *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한 사람이 부족한 리버 플레이트는 침몰했고 마침내 보카 주니어스가 원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삐익-! 삐익-! 삐이이이이이익!
추가 시간이 모두 지나자 주심이 온 힘을 다해 휘슬을 불며 경기 종료를 알렸다.
– 와아아아아아아!
[최종 스코어 2 – 0! 보카 주니어스가 마침내 리그 우승을 거머쥡니다! 지난 5년! 암흑기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비상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보카 주니어스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벤치에 있던 사람들은 죄다 필드로 뛰쳐나왔다.
“우리가 우승이다아아아아!”
보카 주니어스가 고개를 들고 활짝 웃을 때, 리버 플레이트는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카메라는 이번 시즌 기적을 만들어낸 유지우를 집중적으로 찍었다.
[보카 주니어스의 우승에 이 선수를 빼놓으면 섭섭합니다. 29-30시즌에 데뷔해! 역사를 쓰고 아르헨티나 최고의 자리에 오른 유! 아시아에서 온 축구 천재가 아르헨티나 전역을 열광시킵니다!]라봄보네라의 금빛 물결이 마침내 필드까지 번졌다.
기쁨에 취한 관중들은 관중석을 뛰어 내려와 필드에 난입했고 경비들은 밀려오는 파도를 막지 못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5년 만의 우승.
숙명의 라이벌 리버 플레이트가 독점하고 있던 우승 트로피를 마침내 찾아오자 관중들은 열광했다.
“찌우우우우우우우!”
선수들의 축하.
그리고.
“넌 우리의 왕이야!”
관중들의 축하까지.
그렇게 보카 주니어스는 5년 만에 아르헨티나 왕좌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