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78)
필드의 외계인-78화(78/404)
제78화
【 보카 주니어스, 29-30 리가 프로페셔날 데 푸트볼 우승! 】
【 ‘황제’ 유지우, 1골 1어시스트로 K.O.M 선정! 】
【 리버 플레이트 감독, “우리에겐 유가 없었고 보카에겐 유가 있었다. 승패를 가른 건 그 차이다.” 】
【 10대 소년들의 반란! 보카 3대장의 화려한 피날레! 】
【 최종 라운드를 목격한 유럽 /스카우터들, 그들의 목적은? 】
【 보카 주니어스, “유에 대한 여러 클럽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
우승하고 난 뒤, 아르헨티나 축구 커뮤니티는 폭발 직전까지 몰렸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 서버가 다운됐고 댓글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드디어 보카 주니어스가 우승하는 걸 보네.] [ 유가 리카르도한테 페널티킥 양보해주는 거 보고 눈물이 나더라.] [ 최고였지, 레전드의 마지막을 대우해 줬잖아. ] [경기 끝나고 리카르도가 인터뷰하면서 우는 거 보고 나도 같이 울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를 이렇게 보낸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야.]사람들은 유지우가 리카르도 메사에게 페널티킥을 양보한 걸 보고 극찬했다.
신인 선수가 레전드 선수를 대우해주는 장면은 타 클럽 팬들도 감동할 만큼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리버 플레이트는 죽을 맛이겠다. 지난 5년 동안 리그 독점하면서 보카 주니어스 엄청나게 놀렸잖아.] [리버 플레이트 팬들 유니폼 태우고 난리 났던데?] [와, 진짜? 그래도 지난 5년 동안 우승해준 선수들 대우를 왜 그렇게 하냐? 그건 진짜 아니지.] [리버 팬들 진짜 최악이다. 어떻게 노력한 선수들한테 저러냐? 지고 싶어서 졌겠냐고. 보카가 잘해서 진 거지.] [아니, 저런 논리면 우승 못 하는 클럽들은 나가 죽어야겠네. 리버 녀석들, 몇 년 동안 리그 우승만 하더니, 욕심만 많아져서 현실 감각이 사라졌어.]리버 플레이트 팬들은 보카 주니어스에게 패배하고 우승을 빼앗긴 것이 죽을 만큼 분했다.
“리버는 죽었다!”
이 제목으로 올라오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백 개씩 쏟아졌다.
특히 퇴장당하며 패배에 영향을 끼친 티아고 모랄레스에 대한 비난은 수위를 넘어섰다.
심지어 티아고 모랄레스의 자택 벽에 닭 피를 뿌리고 인증한 살해 협박까지 있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축구란 승패가 명확한 스포츠다.
언제든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고 패자는 다시 승자가 될 수 있는 구조인데 패자가 됐다고 죽을 놈으로 매도하는 건 제3자가 봐도 심했다.
그와 반대로 보카 주니어스 관련 커뮤니티는 평화로웠다.
보카 주니어스의 우승 직후 사진들이 커뮤니티를 도배했고 보카 주니어스의 연고지 부에노스아이레스 라 보카 지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 보카! 보카! 보카!
클럽 응원가를 부르며 거리 행진을 하고 술집은 앉을 자리가 없이 미어터졌다.
“하하하하하! 우리가 해낼 줄 알았어!”
“어제 경기 직관을 본 녀석들은 얼마나 기쁠까!”
“마지막에 팬들이 필드에 난입해서 유를 헹가래 쳐주는 거 봤어?”
“그거 명장면이었지.”
“그게 기사 1면에 실렸잖아.”
“아아아아아, 나도 거기 있었어야 했는데!”
최종 라운드 명장면은 골을 넣은 장면보다 마지막에 유지우가 팬들에게 파묻혀서 축하받는 모습이었다.
“캬아.”
중년 남성은 맥주를 다 마신 뒤에 가만히 벽에 걸린 우승 포스터를 바라봤다.
전에 있던 낡은 포스터는 사라지고 어제 우승한 포스터가 떡하니 걸려 있는 걸 보니, 웃음이 났다.
“…유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없었더라도 앙헬이 합류해서 가능성은 있었겠지?”
유지우의 활약에 가려진 게 앙헬 몰리야의 활약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합류한 그는 이번 시즌 19골 24도움으로 총 43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하긴 유가 압도적이라 그렇지 다른 선수들도 그에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긴 했어.”
보카 주니어스의 우승은 유지우 혼자 한 게 아니었다.
그의 활약에 가려진 또 다른 영웅들이 있었고 팬들은 그들을 하나하나 기억했다.
“이제 하나 남았지?”
“응,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그것만 이기면 우리가 남미 축구 역사상 첫 트레블 달성이야.”
팬들이 기대하는 건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였다.
남미 축구 리그 유일의 트레블 도전.
그것만 거머쥐면 보카 주니어스는 평생 떵떵거리며 살 영광을 손에 얻게 되는 셈이었다.
“우리가 우승하면! 내가 이 술집 하루 동안 빌려서 파티한다!”
* * *
한국에도 이 소식은 빠르게 전해졌다.
너튜브를 통해 아르헨티나 리그 최종 라운드가 알고리즘으로 퍼졌고 유지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 사람들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 골대 앞에서 침착함이 말이 안 되네.
ㄴ 전쟁 나도 침착함 유지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최종 라운드에 우승을 다투는 상황에서 저렇게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도 재능임.
ㄴ ㅇㅈ 세계적인 선수들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멘탈 관리잖아.
– 얘가 유럽 가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함 ㅠㅠㅠㅠㅠㅠㅠㅠ
ㄴ 언제쯤 이적할까?
ㄴ 모든 트로피를 딸 때까지니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 끝나면 가지 않을까.
ㄴ 유럽 가면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ㄴ 라리가보단 프리미어 리그로 가야지!
ㄴ 곧장 프리미어 리그 직행보다는 다른 리그 경험하다가 가면 안 되나?
ㄴ 애 인생을 왜 너희들이 결정하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적은 너무 이르다고 봄, 아직 아르헨티나에서 조금 더 배운 뒤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ㄴ …여기서 더 배울 게 있어?
ㄴ 그러니까 ㅋㅋㅋㅋㅋㅋㅋ 한 시즌 통산 공포 50개 이상 생산하는 선수가 더 배울 게 어디 있다는 거야?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해 들은 소리 중 제일 웃겼다.
우승 열기에 휩싸였을 때도 내가 속한 보카 주니어스는 마지막 결승을 염두에 두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기뻐하는 건 우승한 뒤에 하자.’
누구보다 기뻤을 세바스티안 란첼라 감독님은 기쁨을 애써 억누르곤 선수단을 다독였다.
선수들도 우승에 대한 기쁨을 잠시 억누른 채, 다음 경기를 착실하게 준비했다.
그렇게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친 뒤에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드으으으으을!”
응?
갑자기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기에 뒤를 돌아봤다.
어?
거기엔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누나 친구들인 다빈 누나와 주현 누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머니랑 누나들이 왜 여기서 나와?
* * *
“아, 그래서 저한테는 비밀로 하셨다?”
경기 전날에 미리 입국했지만, 내가 신경 쓸까 봐 최종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비밀로 한 거였다.
“아버지.”
“응? 왜?”
“입 간지러워서 어떻게 참으셨어요?”
“참느라 죽을 맛이었다.”
아버지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누나들이 마당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음식을 세팅했다.
메뉴는 어머니와 누나가 만든 한식이었다.
“계속 여기 계실 거예요?”
“응, 월드컵 끝날 때까지 있으려고.”
“그러면 저 컵 대회 결승 끝나면 한국에 가야 하는 것도 아시죠?”
“알지. 근데 그거 때문에 말 많던데?”
“말이요?”
어머니와 말하다가 누나가 옆에서 태블릿 PC를 건네줬다.
거기엔 기사 하나가 있었다.
“봐봐, 그거 관련된 기사.”
【 유지우의 월드컵 합류, 이대로 괜찮을까? 】
[보카 주니어스 소속 유지우 선수(17)가 5월 16일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전이 끝난 뒤, 5월 17일 저녁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걸로 확인됐다.일간에서는 월드컵이 아르헨티나를 포함, 주변국에서 열리는데 굳이 무리해서 합류시킬 필요가 있냐고 보는 시선이 있어 축구 팬들도 어린 선수를 혹사하는 거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에 축구협회는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고 유지우 선수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부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님?
– 불러봤자 5월 22일에 친선경기 하나 치르고 출정식이 끝인데 그냥 아르헨티나 합류로 하지.
– 대표팀 막둥이를 너무 험하게 굴리는 듯.
– 애초에 이건 유지우 선수가 오고 싶다고 해도 협회에서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
“어차피 월드컵 여기서 열리는데 왜 왔다 갔다 하냐면서 말 많아.”
이 문제 때문에 협회에서 여러 번 전화가 왔었다.
그때는 리그 때문에 바빠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슬슬 입장을 전달하긴 해야겠다.
“그건 다음에 얘기하고! 일단 밥부터 먹자!”
“어머니, 이거 너무 맛있어요!”
“이것도요!”
“그래? 너희들도 팍팍 먹어! 그렇게 말라서 어디 힘이나 쓰겠어?”
가족들과 식사 후, 곧 있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을 위해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 * *
남미 클럽 축구 최고의 축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여기서 우승한다면 남미 클럽 챔피언이 되는 거니 결승에 오른 클럽들은 죽기 살기로 싸우기로 유명했다.
【 하루아침으로 다가온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
【 보카 주니어스 vs SC 코린치안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승리 팀은? 】
경기 전 인터뷰를 위해 파라과이에 위치한 양 클럽 훈련장에는 기자들이 들끓었다.
“인터뷰는 언제 한다고 했지?”
“몸풀기 끝나고 10분, 그 뒤는 비공개 훈련이라 출입 금지라고 하더라.”
몸풀기가 끝난 뒤, SC 코린치안스 감독 마리우 지브리투는 기자들의 앞에 섰다.
흐르는 땀을 무심하게 소매 춤으로 훔치고선 말했다.
“질문하시죠.”
그는 표정 변화가 없기로 유명한 감독이었다.
“보카 주니어스의 이번 시즌 기세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벌써 수다메리카나, 리그 우승을 하며 상승세를 탄 보카 주니어스를 어떻게 막으실 겁니까?”
마리우 지브리투는 질문한 기자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잘해야죠.”
“…….”
무심한 대답에 기자들은 말문이 막혔다.
‘역시나군.’
평소에도 기자회견을 극도로 꺼려해서 단답을 하기로 유명했다.
“100% 승리를 확신한다는 얘기인가요?”
“축구에 100%는 없습니다.”
보이는 포스와 달리 약간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답변에 기자들은 당황했다.
당황한 기자들을 보고 마리우 지브리투는 이어서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질 일은 없습니다. 보카 주니어스의 패턴은 이미 머릿속에 입력했고 대응책도 다 세워 놨으니까요.”
마리우 지브리투는 브라질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감독이었다.
선수들의 자유로운 플레이에 조직력을 곁들인 전술은 이번 시즌 브라질 리그에 돌풍을 몰고 왔다.
코린치안스 팬들의 엄청난 지지.
근 3년 동안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에 오르며 브라질 축구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준 감독.
그렇기에 기자들은 보카 주니어스보다 코린치안스를 먼저 찾았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특유의 무심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아르헨티나 축구가 브라질 축구를 넘지 못한다는 걸 내일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몇 시간 뒤.
도발적인 인터뷰는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귀로도 흘러 들어갔다.
보카 주니어스 훈련장에도 기자들이 찾았고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쏟아지는 질문에 침착하게 답변했다.
그리고 마리우 지브리투의 도발적인 인터뷰에 맞불을 놓았다.
“브라질인들은 말이 먼저 앞선다는 게 정말이군요.”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대답을 기다리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
“할 말은 하나입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우리에게 당한 브라질의 다른 클럽처럼.”
말을 하다가 입꼬리가 올라갔고 이어서 대답했다.
“코린치안스의 눈물이 필드를 가득 채울 겁니다.”
공격에는 공격적으로.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이런 신경전에서 질 사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