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80)
필드의 외계인-80화(80/404)
제80화
에스타디오 데펜소레스 델 차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있는 나라인 파라과이에 있는 축구 경기장이었다.
“Waaaaaaaaaaaaaaa!”
관중석 오른쪽에서는 브라질 축구 팬들이.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왼쪽에서는 아르헨티나 축구 팬들이 줄지어서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비록 에이스인 유지우가 출전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길 간절히 바라며 관중석을 채워갔다.
삐—-익!
간절한 염원과 함께 채워진 관중석.
4만 5천 석의 관중석이 가득 채워지며 경기가 시작됐다.
[코린치안스의 킥오프로 시작된 2030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전! 마지막에 웃는 클럽은 어디가 될까요!]양 클럽 모두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려 공격하는 게 장점인 클럽이라 경기 초반부터 중원 싸움이 치열했다.
퍼—억!
거기서 우위를 점한 건 앙헬 몰리야 / 훌리안 마르티네즈 / 하비에르 카세로로 이뤄진 라인이었다.
툭.
툭.
툭.
세 선수가 보여주는 호흡이 대단했다.
유럽에서도 통할 라인이었기에 코린치안스의 중원에 밀리지 않고 압도했다.
[앙헬 몰리야의 거친 태크으으으을! 흘러나온 걸 잡은 하비에르가 전방으로!]코린치안스보다 점유율을 더 많이 가져가며 중원에서 우위를 점했다.
[승부의 중요한 열쇠가 될 중원 싸움은 보카 주니어스가 우위에 있습니다!] [유의 부재가 걱정되긴 했지만! 보카 주니어스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습니다! 특히 앙헬 몰리야! 레알 마드리드에서 수많은 우승을 경험한 선수답게! 경기 조율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하비에르 카세로가 전방으로 걷어낸 볼이 리카르도 메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리카르도 메사는 자신에게 오는 볼을 보고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카를로스는 늦는다. 그렇다면…!’
툭.
상대 수비수와 싸우면서 헤딩을 따냈고 머리에 맞은 볼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올라오는 디에고 로시의 발아래로 정확하게 떨어졌다.
[디에고! 디에—–고!!!]툭.
툭.
두 번의 터치로 금세 슈팅 공간을 확보한 디에고 로시는 수비수를 따돌리며 왼발로 왼쪽 구석을 향해 낮게 깔아 찼다.
까—앙!
[아아아아아아! 이게 골포스트에 맞고 나옵니다! 나온 볼을 노리며 다시 들어가지만, 골키퍼가 품으로 잡아냅니다!] [아쉬워하는 디에고 로시! 보카 주니어스는 속공 전술로 전반 초반부터 매섭게 디펜딩 챔피언! 코린치안스를 몰아붙입니다!]유지우의 빈자리를 메꿔주는 건 디에고 로시였다.
빠른 주력을 기반으로 한 위협적인 라인 브레이킹과 개인 능력은 유지우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렇게.
20분.
30분.
40분이 흘러갔고 전반전 종료 직전.
삐—-익!
[보카 주니어스의 프리킥! 리카르도 메사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냅니다!] [이 거리라면 직접 슈팅이 가능합니다! 키커 자리에는 앙헬과 하비에르! 디에고! 세 선수가 서 있습니다!]리카르도 메사가 페널티 에어리어 살짝 바깥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그걸 디에고 로시가 왼발로 골을 만들어냈다.
철렁.
골키퍼가 반응하지도 못하는 완벽한 구석이었다.
[디에고오오오오오오오! 유가 없는 필드 위에선 디에고가 왕입니다!] [환상적인 프리킥! 하비에르 카세로가 페인트를 준 후에 디에고의 날카로운 왼발이 코린치안스의 골망을 가릅니다!]디에고 로시는 골을 넣은 뒤에 유지우가 있는 벤치를 가리키며 손 하트를 날렸다.
씩.
‘잘했다.’
유지우도 엄지를 세워주며 같이 기뻐했다.
* * *
[ 보카 주니어스 1 – 0 코린치안스 ]지켜내기만 하면 됐지만, 디펜딩 챔피언 코린치안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중원 싸움에서 밀리자 그들은 신속하게 라인을 내려 롱패스로 뒷공간을 노렸다.
그렇게 보카 주니어스의 수비에 생긴 작은 균열 한 군데로 패스가 들어가고 말았다.
[루안 소르마니의 절묘한 로빙 패스으으으으!]현 브라질 리그 도움 2위.
그 이름에 걸맞은 패스였다.
“파우스토오오오오오!”
에르네스토 게레라가 소리치기도 전, 파우스토 바르코가 침투하는 안드레 알레이시우를 쫓았다.
‘안 돼! 안 돼!’
좁혀지는 거리.
볼을 클리어링 하기에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슈팅 각도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갔다.
촤—악!
슈팅 자세를 잡는 걸 보곤 몸을 날리며 다리를 들었지만.
철렁.
볼은 이미 골대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에이스 안드레 알레이시우의 강력한 슈팅이 보카 주니어스의 골망을 가르며 55분 무렵, 동점이 됐다.
[안드레 알레이시우우우우우! 코린치안스의 기사가 보카 주니어스의 성벽을 무너트렸습니다!] [이렇게 경기는 다시 원점이 됐습니다! 코린치안스 듀오의 완벽한 연계 플레이! 보카 주니어스는 이 점을 경계하고 막아야 합니다!]보카 주니어스 1 – 1 SC 코린치안스.
결승전답게 손에 땀을 쥘 만큼 팽팽한 균형이 유지됐고 수준 높은 공방전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디에고!”
특히 디에고 로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바짝 압박 붙는 선수를 보고선 발을 뻗어 퍼스트 터치로 가볍게 방향만 바꾸며 제쳐내는 모습은 관중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 오오오오오오오!
[코린치안스의 측면을 집요하게 노리는 디에고 로시! 감각적인 터치로 다시 한번 기회를 창출합니다!] [볼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괜히 왼발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게 아니죠!]두 명이 붙는다고 해도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감 있게 돌파하는 모습은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겁니다! 이거! 디에고 로시의 재능도 유에게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자신의 리듬으로 상대를 현혹하고 간결한 페인트 동작으로 관중을 현혹하는 플레이.
‘아르헨티나 최고 재능’으로 불린 선수는 필드 위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스윽.
그리고 돌파 다음으로 뛰어난 점이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번뜩이는 패스였다.
상대를 자신에게 끌어들인 후, 생긴 공간.
그 공간으로 넣어주는 패스는 유도미사일 같았다.
[디에고 로시의 로빙 패스!!! 수비벽을 넘기며 침투하는 리카르도 메사에게!]왼발로 찌른 패스는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들어갔다.
그 패스를 본 리카르도 메사는 잡아놓지 않고 논스톱으로 때리며 빠른 템포로 오른쪽 구석으로 볼을 꽂아 넣었다.
철렁.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82분에 나온 득점.
“들어갔다아아아아!”
“리카르도! 네가 해낼 줄 알았다고!”
벤치에서도 난리가 났다.
선수들과 코치진은 서로 끌어안으며 기뻐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척.
부심의 기가 올라갔다.
“아니 저게 오프사이드라고?”
[아아!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리카르도 메사!] [이게 오프사이드가 선언됩니다! 억울해하며 VAR을 요청하는 리카르도 메사! 주심이 VAR을 확인하러 갑니다!]이게 득점으로 인정된다면 보카 주니어스가 우승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
양 클럽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집중한 상황.
끄덕.
주심이 필드로 나오며 판정을 내렸다.
[득점 인정이 되지 않습니다! 오프사이드 판정!] [보카 주니어스는 아쉽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또 만들어내면 됩니다!]감독님은 고개를 저으며 아쉬워했고 선수들도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다시 가면 돼!”
벤치에서도 싸우는 방식이 있었다.
필드에서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괜찮아! 집중해서 하나 더 가자!”
하지만 득점 취소로 코린치안스에게 흐름을 빼앗겼다.
경기 종료 직전, 수비 백업이 늦으면서 생긴 공간으로 침투한 안드레 알레이시우의 슈팅이 보카 주니어스의 골망을 갈랐다.
[안드레 알레이시우의 추가 역전 고오오오오올! 종료 직전에 로빙 슛으로 보카 주니어스의 골망을 가릅니다!] [보카 주니어스의 집중력이 마지막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포효하는 안드레 알레이시우.
그리고 절망하는 보카 주니어스 선수들.
삐—익!
추가 시간 2분이 주어지며 보카 주니어스의 총공격이 시작됐으나.
삐익-! 삐익-! 삐이이이이이익-!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리는 경기 종료 휘슬.
코린치안스는 환호했고 보카 주니어스는 절망했다.
[2030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우승은 코린치안스가 가져갑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연패를 이룬 코린치안스! 브라질 리그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주며 트로피를 품에 안습니다!]보카 주니어스 선수들은 필드에 누워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노력했지만, 또다시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치자 감정이 올라온 거였다.
“…다 왔는데 또 놓쳤다.”
가장 속상한 건 리카르도 메사였다.
은퇴 선언을 하며 사실상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였는데 그 마지막을 ‘패배’로 장식하게 되는 거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리카르도.”
쓰러진 그에게 다가간 건 하비에르 카세로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드리고 싶었는데…. 죄송해요.”
하비에르 카세로가 원한 건 리카르도 메사가 은퇴하기 전에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겨주는 거였다.
하지만 이제 그 기회가 없어졌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는데 리카르도 메사는 그런 그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울긴 왜 울어? 우리가 운이 없었던 것뿐이야.”
아쉽긴 하지만 결과가 나왔으니, 수긍해야 했다.
프로라면 승패가 어떻게 갈리든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야! 이것들아! 울고 넘어져 있지 말고 일어나! 우승한 녀석들한테 박수는 보내줘야지!”
최고 베테랑답게 선수들을 다독거렸다.
한 명 한 명.
리카르도 메사는 웃음을 지었다.
“다들 수고했다!”
15년 만의 우승 도전.
그 도전의 끝은 좋지 않았다.
* * *
발걸음이 무거웠다.
화장실을 갔다가 라커룸으로 가는데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멈추고 슬쩍 고개를 내밀고 봤는데 사람이 다니지 않는 통로에서 리카르도 메사가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젠장… 젠장….”
오르지 못한 남미 챔피언 자리.
은퇴 선언까지 한 마당에 꼭 이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리카르도 메사는 눈물을 흘렸다.
“…….”
계속해서 들리는 울음소리에 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필드 위에선 동료 선수들을 위로해주며 애써 웃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참은 거였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미안해하지 않도록.
– 와아아아아아아아!!!
밖에서는 함성이 들려왔다.
언제나 우리 것만 같았던 함성.
오늘만큼은 저 함성이 우리 것이 되길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함성은 잔인하게도 우리 것이 아니었다.
– 코린치안스! 코린치안스! 코린치안스!
계속해서 귓가를 울리는 우승클럽을 위한 함성.
하지만 내 귀에는.
“흐윽… 흑….”
함성보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패배한 노장의 울음소리가 천둥소리보다도 크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