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82)
필드의 외계인-82화(82/404)
제82화
【 유지우, 월드컵 출정식 불참 확정. 】
【 축구협회 측, “선수의 컨디션이 먼저라고 판단,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바로 합류 예정.” 】
【 유지우 측, “출정식에 참석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
– 아니야 ㅠㅠㅠㅠ 지우야 네가 죄송할 필요 없어 ㅠㅠㅠㅠ
ㄴ ㅇㅇ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월드컵에만 집중하면 됨.
ㄴ 제발 16강 진출만이라도 ㅠㅠㅠㅠㅠㅠ
ㄴ 갓지우시여 ㅠㅠㅠㅠㅠ 20년을 기다렸습니다 ㅠㅠㅠㅠ
ㄴ 16강 가면 눈물 날 듯.
ㄴ 러시아 때는 독일 이겨서 그나마 위로됐는데 그 뒤로는….
대한민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단 한 차례도 월드컵 16강 진출을 하지 못했다.
월드컵 출전은 꾸준했으나 죄다 조별 리그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국민들의 염원은 어느덧 16강의 공기를 맡아보는 거였다.
– 이건 ㅇㅈ 개최국이 다른 나라라면 모를까 아르헨티나라면 갓지우께서는 거기서 합류하는 게 맞음.
ㄴ 한국 왔다가 겨우 3일? 4일? 있다가 또 아르헨티나로 갈 바에 거기서 합류가 맞지.
ㄴ 불렀으면 ㄹㅇ 욕 한 바가지로 먹었다.
ㄴ 평생 먹을 욕 다 먹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간만에 축협이 일 잘하네.
ㄴ 부협회장으로 박우근이 임명된 뒤로 제대로 되긴 함.
ㄴ ㄹㅇ 박우근이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유소년 시스템 개선부터 국대 지원 팍팍 해주더라.
ㄴ 특히 비리 저지른 인사 색출해서 고발한 거 사이다였음 ㄷㄷ
ㄴ 이거 ㅇㅈ 공금으로 회식하고 자식들 유학비 대준 내역 보고 경악했다.
ㄴ 한국 축구 좀먹는 좀벌레들 다 죽여버렸음.
대한민국 대표팀은 유지우 없이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폴란드와 친선경기를 가진 후, 월드컵 출정식을 가졌다.
– “지금부터 선수 소개가 있겠습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한 명 한 명 선수를 소개해줬고 마지막 조명이 비춘 곳은 빈자리였다.
– “이 자리는 대한민국의 10번! 유지우 선수가 있어야 하지만 사정상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차세대 에이스를 넘어 현재 대표팀 막내이자 에이스로 인정받는 선수의 부재가 내심 아쉬웠다.
– “대신 아르헨티나에서 보내온 유지우 선수의 영상 편지를 보겠습니다! 다들 동쪽에 있는 전광판을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영상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일제히 대형 전광판을 쳐다봤다.
그리고 화면에 유지우가 나오자 관중석 곳곳에서 환호가 나왔다.
– 와아아아아아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유지우입니다.’
처음에는 간략한 소개.
‘직접 국민 여러분들을 뵙고 인사를 드려야 도리에 맞지만, 이렇게 영상으로 인사를 드리는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직접 만나지 못하고 영상으로 대신 인사하는 걸 사과했다.
사람들은 이해를 해줬다.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라면 모를까, 아르헨티나와 인근 국가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라 유지우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여론이 과반이 넘어갔으니까.
‘긴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말했다.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뛰겠습니다.’
엄청난 포부에 이어지는 잠깐의 정적.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경기장을 울리는 폭발적인 함성.
대표팀 막내의 포부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 “선수들의 인사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대표팀 감독님의 말을 듣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선수단의 중앙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온 주앙 달루트에게 마이크가 전해졌다.
“밤이 늦었으니, 짧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포르투갈어라 옆에 있는 통역사가 통역을 해줬다.
“목표는 가장 높은 곳, 대한민국의 축구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오겠습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은 월드컵에 나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싸울 대표팀을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내줬다.
– “이것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출정식을 마칩니다! 먼 타국 땅에 가서 대한민국을 위해 뛸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준비된 애국가가 울리며 출정식이 마무리됐다.
다음 날 오전.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월드컵이 열릴 남미로 출국했다.
【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앙 달루트 감독, “목표는 가장 높은 곳,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 】
* * *
월드컵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자 현지는 열기에 휩싸였다.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거리가 붐볐고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기가 유지우 선수 아버님이 하시는 곳이지?”
특히 유한우의 레스토랑 ‘joy of taste’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매일 줄을 서서 밥을 먹었다.
“와, 사람 진짜 많아.”
“웨이팅이 너무 긴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먹고 가야지.”
“온 사람들 리뷰보니까 한국 레스토랑보다 맛있다던데?”
유한우가 원래 한국에서 유명 셰프긴 하지만 유지우로 더 유명해져서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유한우가 월드컵을 앞두고 바쁜 하루를 보내는 사이.
유지우는 집에서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떠날 준비를 마쳤다.
“아드으으으으을.”
캐리어를 챙겨서 내려오자 서설희와 유민하, 그리고 친구들이 배웅을 해줬다.
“다녀올게요.”
“첫 경기가 라싱 클루브 홈이었지? 아베야네다 지구에 있는 곳?”
“네.”
대한민국의 첫 경기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에 위치한 라싱 클루브의 홈인 에스타디오 프레시덴테 후안 도밍고 페론, 엘 실린드로(El Cilindro)라고 불리는 스타디움에서 치르게 됐다.
와락.
“응원하러 갈게. 다치지 말고.”
“네.”
“이겨!”
강주현과.
“너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힘내!”
“누나는 훈련 안 해?”
“월드컵 때까지는 휴가야. 끝나면 아시안게임 준비 때문에 쉬지도 못해.”
“그렇긴 하겠다.”
“상대한테 기죽지 말고! 한국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줘.”
“알았어.”
최다빈도 응원을 해줬다.
배웅을 받고 맥스가 운전하는 차를 탄 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마련된 대한민국 대표팀 숙소로 향했다.
“긴장되십니까?”
“조금은요.”
첫 월드컵 출전이라 긴장되긴 했다.
“당신이라면 잘 해낼 수 있습니다.”
“고마워요.”
평소에 무뚝뚝한 맥스의 응원을 받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도착한 호텔 앞.
맥스가 주차장에 주차한 뒤에 같이 안으로 들어가자.
“지우야!”
대표팀 주장 김기하가 마중을 나왔다.
“오랜만에 봬요.”
“이야, 못 본 사이에 키가 더 컸는데?”
“성장기라서요.”
“지금 키가 몇이야?”
“얼마 전에 쟀을 때, 181cm였어요.”
“와, 겁나 컸네. 아르헨티나에 키 커지는 약이라도 있나?”
“저희 아버지 음식이요. 먹으면 키 커져요.”
“…너 예전에 봤을 때랑 달리 농담도 다 한다?”
“다 형이 편하게 해주신 덕분이죠.”
“하하하하하하!”
이야기를 나누며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대표팀 동료들이 호텔 로비에서 쉬고 있었다.
“오! 우리 에이스가 오셨네!”
“오랜만이다!”
“리그 우승 축하하고!”
“너 첫 시즌부터 엄청난 기록 세웠던데?”
“다 동료들이 도와줘서 그렇죠.”
반갑게 맞이해주는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김기하의 안내를 받아 지낼 방으로 갔다.
“1인실은 아니고 2인실, 괜찮지?”
“네.”
“월드컵 동안은 예수랑 같이 지낼 거야. 대표팀 내에서 제일 조용한 성격이라 크게 불편한 점은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도착한 방 안에는 강예수가 침대에 앉아서 성경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곤 유지우를 보고 반갑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왔어?”
“네. 당분간 신세 좀 지겠습니다.”
“신세는 무슨, 난 벽 쪽 침대를 선호해서 먼저 자리 잡았는데 괜찮지?”
“물론이죠.”
유지우가 쓸 침대는 창가와 가까운 쪽이었다.
침대 밑에 캐리어를 내려두자 김기하가 말했다.
“저녁에 호텔 미팅룸에서 감독님이 간단하게 하실 말씀 있다니까 6시까지 예수랑 같이 내려오면 돼.”
“네.”
“잘 쉬고.”
“예.”
김기하가 가자 강예수는 별말을 하지 않고 읽던 성경책을 계속 읽었다.
유지우가 짐을 정리한 뒤에 침대에 걸터앉자 성경책을 덮고 유지우를 봤다.
“발목은 괜찮아?”
“이제 멀쩡해요.”
“다행이네.”
“아, 그리고 형 여름에 도르트문트로 가시는 거 축하드려요.”
“고맙다.”
강예수는 K리그에서의 뛰어난 활약을 기반으로 도르트문트의 컨택을 받았다.
“너도 유럽으로 와야지?”
“보카에서 아직 더 할 게 남아 있어서 나중에요.”
“갈 거면 어떤 클럽으로 가고 싶어?”
강예수의 말에 유지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여러 클럽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아직 결정 못 했어요.”
“너라면 어디든 선택해서 가겠지.”
“곧바로 유명한 클럽으로 가는 건 조금 고민이 돼요. 유럽 중하위권 팀으로 가서 기반을 다질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적에 대해서는 여러 고민이 있었다.
바로 빅클럽으로 가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뛰는 방법이 있었지만, 첫 유럽 도전인 만큼 중하위권 클럽으로 가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다.
“음….”
강예수는 유지우를 가만히 바라보곤 말했다.
“뭘 하든 넌 다 잘할 거 같다.”
“네?”
“그냥 그렇게 느껴져.”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여러 대화를 나눴다.
* * *
18시.
호텔 2층에 마련된 미팅룸으로 선수들이 모였다.
“…형은 계속 성경책 들고 다니시네요?”
“이게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거든.”
강예수는 팬들도 알아주는 독실한 신자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자 지나가는 선수들이 인사를 해왔고 유지우는 막내답게 일어나서 선배들에게 인사했다.
그렇게 5분 뒤.
시간에 맞춰 주앙 달루트와 코치진이 미팅룸으로 들어왔다.
“다들 모였군.”
단상 위로 올라간 주앙 달루트는 마이크를 잡았다.
“월드컵 개막까지 어느새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포르투갈어였지만, 통역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긴장되나?”
– “아닙니다!”
선수들이 일제히 대답했고 통역사가 얘기해주는 걸 듣고 주앙 달루트는 피식 웃었다.
“아니긴, 얼굴에 다 드러나는데.”
월드컵이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과 그동안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이번 대회에선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섞이며 선수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우리가 유럽과 남미의 축구에 맞서 싸워 이길 방법은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척.
검지를 올렸다.
“근성이다. 난 너희들이 그 부분에선 세계에서 최고를 다툴 만하다고 본다.”
선수들은 주앙 달루트의 말을 경청했다.
그동안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확신한 한 가지.
‘이 녀석들은 의지가 있다.’
아무리 힘든 훈련이라도 군말 없이 받는 선수들을 보며 주앙 달루트는 더 많은 걸 알려주고자 했고 예전과는 다른 대표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수준 차이가 좁혀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 축구는 세계 중심에 서기는 멀었어.”
유럽과 남미의 축구와 기술적인 부분이 좁혀졌다곤 해도 아시아 국가는 여전히 축구 변방으로 불렸다.
“그런 부분이 오히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 않나?”
– “…….”
“너희도 기대되지 않아? 모두가 질 거라고 예상한 경기에서 이기면 비난한 놈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주앙 달루트가 월드컵에서 하려는 건 ‘자이언트 킬링’.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거였다.
【 D조를 예상한 평론가, “대한민국이 D조에서 2위 안으로 들 확률은 10% 내외.” 】
대한민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약팀이었다.
월드컵에 참가한 국가 중 FIFA 랭킹이 뒤에서 세 번째라 탈락 1순위로 꼽혔다.
“어때?”
이런 상황을 선수들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대한민국이 16강? 불가능하지.’
‘조별 예선만 통과해도 기적 아니야?’
‘유 한 명 있다고 팀이 달라지지 않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거든.’
대한민국이 토너먼트에 진출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들 D조에서 16강으로 올라갈 나라로는 벨기에와 콜롬비아를 뽑았으니까.
‘무겁게 짓누르는 부정적인 공기를 날려버려야 한다.’
그래서 주앙 달루트는 대한민국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패배 의식’을 털어내고자 목소리를 높였다.
“쓰러져도 쓰러지지 마라, 죽을 것 같아도 참고 일어나서 달려라.”
– “…….”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라!”
– “…….”
“너희들이 준비한 모든 걸 보여주면서 이기고 이겨서! 한국 축구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