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87)
필드의 외계인-87화(87/404)
제87화
[대한민국 3 – 1 콜롬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경기가 끝나자 붉은 악마들의 함성이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16강이야! 우리가 16강이라고!”
“회사 휴가 내고 여기까지 오길 잘했어!”
“어? 그러면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사장인데 뭐 어때! 그냥 즐겨!”
지난 월드컵의 참패로 사람들은 해외 원정 응원을 꺼렸다.
‘가봤자 질 게 뻔한데 뭐 하러 가?’
이런 인식이 뿌리박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A매치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은 후회하지 않았다.
20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역사적인 현장에 있게 해줬으니까.
–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보십시오! 시청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 우리 대표팀이 지난 20년의 실패를 뛰어넘어! 마침내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그것도 2전 2승! 최고의 성적으로 16강 티켓을 손에 거머쥔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아예 사라져버린 콜롬비아 선수들은 필드 위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라다멜 발란타는 땅을 치며 울분을 토해냈다.
A매치 패배 때가 점수 차이가 더 났지만, 오늘 경기가 더 뼈아팠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분노를 토해내는 콜롬비아와 달리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에 기뻐했다.
벨기에 2승
대한민국 2승
콜롬비아 2패
세네갈 2패
이것으로 대한민국은 다음 경기 벨기에에 패배해도 16강 진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됐다.
저벅.
저벅.
유지우는 울분을 토해내는 콜롬비아 선수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믹스트 존에서 한국 기자들 앞에 섰다.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하늘을 날 것 같습니다.”
“FIFA가 선정한 월드컵에서 주목해야 하는 10인에 선정되신 건 알고 계시나요?”
“저를 선정해 주셔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질문이 나왔고 곧이어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우승이라는 목표에 변함은 없으신가요?”
다소 자극적인 질문이라 다른 기자들은 당황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릅니다.”
유지우가 말을 시작하자 기자들의 시선은 일제히 유지우를 향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선 속에서 유지우는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에 찬 말투로 말했다.
“우승이라는 목표에는 1%의 흔들림이 없습니다.”
“가능성이 몇 %라고 보십니까?”
“불가능한 목표일지라도 월드컵에 나온 이상.”
모두가 유지우의 입에서 나올 말에 집중했고.
“최고를 목표로 뛰어야 하지 않나요?”
대답이 나오자 말문이 막혔다.
열일곱의 어린 선수가 아닌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선수들이 가진 아우라를 풍겼다.
‘진짜 열일곱이 맞아?’
.
.
.
경기 후,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와 마찬가지로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16강 진출의 축하 말이 많았고 주앙 달루트는 형식적으로 대답해줬다.
“선수들의 뛰어난 집중력으로 얻은 승리입니다. 이 모든 영광은 선수들에게 돌립니다.”
여러 질문에 답변해주자 곧이어 기자 한 명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무려 20년 만의 16강 진출입니다! 대한민국 모두가 기뻐하고 있는데요! 감독으로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주앙 달루트는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가장 높은 곳까지 가기 위한 첫걸음이 이제 막 떼어졌을 뿐입니다.”
– “…….”
“긴 여행길이 될 테니, 기대해 주십시오.”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 대한민국! 콜롬비아에 3 – 1 승리! 】
【 20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 “대한민국이 해냈다!” 】
【 주앙 달루트, “첫걸음이 떼어졌을 뿐.” 】
월드컵 16강 진출 소식은 대한민국 각종 커뮤니티를 도배했다.
–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우리 동네 난리 남.
ㄴ 옆집 사람들이랑 하이파이브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ㄹㅈㄷ 콜롬비아 놈들 콧대 제대로 짓눌러줬음.
ㄴ 콜롬비아 경기하는 거 더러워서 보기 싫었는데 참교육 ㅇㅈ.
– ㅠㅠㅠㅠㅠ 지우 스프린트 미쳤음.
ㄴ 탄력이 미쳤다니까 쟤 한국인 아닐지도 몰라.
ㄴ 콜롬비아 애들이 쫓아가질 못하더라.
ㄴ 전반전에 붙잡혀 있을 때는 불안했는데 후반전에 폭발했음.
ㄴ 치타랑 달리기해도 이길 듯.
ㄴ 치타 : ???????????????????????????
– 아니 갓지우 속도 실화냐? 킬리안 음바페 전성기 시절 아님?
ㄴ 더 빠를지도?
ㄴ 리그에서 쟀을 때, 36km 나왔다고 하던데?
ㄴ ㅁㅊ 그 정도면 현재 축구 선수 중 제일 빠른 거 아니냐?
ㄴ 제라르 레오랑 비슷할 듯.
ㄴ 아직 17세라는 게 미친 거, 10년 뒤가 전성기일 텐데 ㄷㄷ
ㄴ 40km 넘으면 진심 치타랑 달리기 시켜봤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우리나라가 16강 진출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해외 언론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었으니까.
ㄴ ㅇㅈ 다 그 소리더라.
ㄴ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전력이 제일 약하긴 함.
ㄴ 근데 유지우 있으니까 아예 수준이 달라지던데?
ㄴ 그것도 그런데 주앙 달루트 전술도 한몫했음.
ㄴ 이러다가 진짜 우승해 버리면 레전드 아님? ㅋㅋㅋㅋㅋㅋ
ㄴ 우승하는 것보다 내가 로또 당첨되는 게 빠를 듯.
월드컵 전, 해외 언론들이 점친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고작 3%에 불과했다.
【 대한민국은 조별 예선에서 탈락할 거다. 】
그래서 16강 진출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전 2승으로 16강 진출이라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열광하지 않고 못 배기는 성적이었다.
* * *
대한민국이 16강 진출을 확정 지을 때,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로 진출을 확정 지었다.
아르헨티나 3 vs 2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5 vs 0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는 대한민국과 달리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만큼 해외 각국 축구 팬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 아르헨티나! 16강 진출 확정! 】
【 새로운 신성 디에고 로시! 2골 2도움으로 아르헨티나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을 알리다! 】
【 산티아고 페레스 감독, “아르헨티나 축구로 월드컵의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 】
앙헬 몰리야, 하비에르 카세로, 프란시스코 베라, 마르틴 에레라 등.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선수들이 많았는데 그 사이에서 새로운 세대의 선두 주자인 디에고 로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경기 출전 2골 2어시스트.
【 평론가,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확률은 60%가 넘는다.” 】
대한민국과는 완전히 다른 평가.
그렇게 16강 진출국들이 하나둘씩 정해질 무렵.
유지우는 감독 면담을 마치고 방에서 쉬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는 휴대폰이 울렸다.
“또 친구?”
“네.”
“누가 보면 애인인 줄 알겠어.”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세요. 방금 소름 돋았어요.”
강예수도 알 정도로 매일 전화하는 사람은.
– “찌우!!!”
디에고 로시였다.
“왜?”
– “찌우야?”
– “어 나도!”
– “치사하게 너만 통화하냐! 우리도!”
주변에서 다른 선수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 “이겼다며?”
“응.”
– “무조건 이겨서! 결승에서 보자!”
“너희는 이미 이긴다는 걸 예상했나 보네?”
– “그럼! 우리는 누구한테도 안 져! 물론 너한테도!”
말에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게 아르헨티나 전력은 월드컵 출전국들 사이에서도 TOP3에 들었으니까.
“결승에서 보자, 대한민국 축구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줄게.”
– “그건…. 왜 빼앗아 가! 내놔!”
– “찌우야! 나야!”
– “나도 있어! 보고 싶다!”
– “지지 말고! 꼭 결승에서 보자!”
귀가 아플 만큼 소란스러운 소리에 조용히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 * *
D조 3차전, 벨기에전을 준비하기 전, 대한민국 코치진들은 밤늦게까지 회의를 거듭했다.
“지우를 출전시켜서 조 1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으니, 16강 상대를 걱정해야 했다.
D조는 C조와 붙게 되니, 조금이라도 유리한 포지션을 잡기 위해서라도 조 1위를 확정 지어야 했다.
“…하지만 C조의 진출국은 독일과 프랑스입니다. 어디와 만나든 힘들죠.”
아직 3차전이 시작되지 않아 1, 2위가 어느 국가인지는 모르지만, 두 국가 모두 우승 후보 국가들이었다.
“감독님.”
주앙 달루트 감독의 의견이 결정적이었다.
코치진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생각에 잠겼던 주앙 달루트는 물을 한 잔 마시고 입을 열었다.
“유를 쉬게 합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16강에서 독일과 프랑스, 두 국가와 만나게 되는 건 이미 정해진 거니까 굳이 유를 기용해 혹사할 필요는 없죠.”
“…….”
“16강을 대비해서라도 몸 상태를 최고로 준비시켜야 합니다.”
유지우를 출전시키더라도 100%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쉬게 해서 16강을 대비하자는 게 주앙 달루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여러 회의를 거듭한 끝에 코치진들의 의견도 하나로 통일됐다.
다음 날,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를 따로 불러 얘기했다.
“유, 넌 다음 경기에서 제외다.”
“네? 어째서요?”
“16강 준비해야지. 널 조별 예선에서 혹사시키고 싶진 않다.”
유지우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지금.
벨기에전을 전력으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알겠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맙다.”
그렇게 유지우는 벨기에전에서 벤치에서 쉬게 됐고 그 결과.
삐익! 삐익! 삐—–익!
< 대한민국 1 – 4 벨기에 >
조별 예선 마지막 라운드는 큰 차이로 패배했다.
사람들은 혹시나 벨기에도 이기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가 아쉬워했고 유지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필드를 떠나갔다.
【 대한민국, 벨기에에 1 – 4로 패배! D조 2위 확정! 】
【 태연한 주앙 달루트, “예상대로.” 】
【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간 대한민국, 16강 상대는 어디? 】
패배했다곤 하지만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이 취소되는 건 아니었다.
D조 1위 벨기에.
D조 2위 대한민국.
D조의 최종 순위는 이렇게 정해졌고 대한민국의 월드컵 조별 예선은 마무리됐다.
– 아쉽네, 유지우가 출전해서 D조 1위 먹었으면 다른 조 2위랑 붙게 되는 건데.
ㄴ 어쩔 수 없지.
ㄴ 혹사시키는 것보다는 이게 현명함.
ㄴ ㅇㅇ 16강부터는 가진 거 다 쏟아부어야 해서 이렇게 해야 함.
ㄴ 독일이냐 프랑스냐인데 아직 경기 안 끝남?
20년 만의 16강 진출이라 대한민국에서 분위기는 뜨거웠고 C조의 경기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렸다.
다음 날.
C조의 경기도 마무리되며 대망의 16강 상대가 공개됐다.
[ D조 2위 대한민국 vs C조 1위 독일 ]현 FIFA 랭킹 3위인 전차군단 독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