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89)
필드의 외계인-89화(89/404)
제89화
[ 대한민국 0 – 1 독일 ]실점한 대한민국의 공격을 독일은 단단한 수비 조직력으로 차단했다.
퍼—-억!
피지컬이 좋은 황우식이 넘어질 정도로 강한 몸싸움.
이 모든 것은 중앙 수비수 마티아스 켈러가 있어서 가능했다.
바이에른 뮌헨 주전 수비수.
올해로 35세가 된 그는 독일의 캡틴으로서 수비 라인을 전체적으로 통솔하며 대한민국의 공격진을 꽁꽁 묶었다.
“카이! 측면으로.”
대한민국의 공격 흐름을 읽는 것을 포함해.
“루카스! 내가 갈 테니까 넌 9번을 체크해.”
능숙한 라인 컨트롤로 전체적인 수비진을 통솔했다.
대한민국이 기회를 잡는다고 해도 마티아스 켈러의 빠른 판단으로 유리한 포지션을 빼앗겨 찬스를 날리는 게 부지기수였다.
[강예수 선수의 패스!!! 황우식 선수가 받은 뒤에! 곧바로 슈우우우웃!]뻐—엉!
패스를 받아 투 터치로 마무리한 황우식의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나며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아아아아아아! 골대 옆으로 지나가는 슈팅! 운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골대 앞에서 조금 더 침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회는 만들어지지만, 결정짓는 게 다소 부족한 모습이네요.]“우식이 형! 차분하게!”
유지우는 계속해서 막히며 답답해하는 황우식을 진정시켰다.
“…미안.”
“아까부터 볼이 떠요.”
“후우, 뚫는 게 힘들어.”
“집요한 수비를 하기로 유명하잖아요.”
독일전을 준비하면서 주앙 달루트가 연신 얘기한 게 마티아스 켈러의 존재였다.
“계속해서 패스 줘, 내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게.”
“알았어요.”
대한민국에게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기 위해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경기를 지배한 독일은 대한민국을 압도했고 점유율은 [81 vs 19]로 큰 차이가 났다.
뻐—엉!
종료 직전에 나온 유지우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기자.
삐이이이이이익!
전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유지우 선수의 슈팅을 마지막으로 전반전이 끝납니다!] [독일이 리드하긴 했지만! 대한민국도 못 한 건 아닙니다.]실점하고 점유율로도 밀린 건 틀림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도 득점 기회를 만들고 유효 슈팅 3개를 만들 정도로 독일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필드를 나오는 선수들을 향해 붉은 악마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할 수 있어!”
“기죽지 마!”
팬들의 응원을 받은 대한민국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가 전반전에서 한 실수를 되짚어봤다.
“율리안 그 자식 움직임을 도저히 예상을 못 하겠어.”
“계속하다 보면 기회는 만들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수비가 틈이 없어.”
“우식이가 몸싸움에서 밀릴 줄이야.”
“마티아스는 월드 베스트 11에도 들어갔던 수비수야. 방심해선 안 돼.”
전반 내내 독일에게 끌려다닌 대한민국 라커룸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우식이가 들어가는 타이밍이랑 예수가 패스 찔러주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독일 놈들 오프사이드 트랩 이용하는 거 같지?”
“어, 지우랑 예수가 볼을 잡으면 신호를 보내서 사인 맞추는 거 같더라.”
“플리크랑 에더는 그런 짓 잘하기로 유명한 녀석들이잖아.”
“두 녀석만 있는 게 아니야. 마티아스가 전체적으로 통솔하고 있어.”
곧이어 라커룸으로 들어온 주앙 달루트가 라커룸 한쪽에 배치된 대형 모니터를 틀었다.
“집중, 여기 봐라.”
주앙 달루트는 대형 모니터에 나오는 전반전 영상을 분 단위로 끊어서 설명했다.
“볼 배급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많은 실수가 나오는 부분이 바로 이곳, 하프 스페이스다.”
독일은 대한민국의 4 – 4 – 2를 제대로 연구했다.
하프 스페이스에서 볼 배급이 많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쪽으로 수비 비율을 높이며 강한 압박을 가했다.
“발이 빠른 측면 수비수와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더들을 바탕으로 우리의 공격 루트를 필사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주앙 달루트는 그 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기회를 놓치는 장면을 틀었다.
그렇게 여러 장면이 지나갔고 한 장면에서 멈췄다.
“제일 중요한 건 여기다.”
강예수의 패스가 한 박자, 아니 반 박자만 빨랐더라도 황우식에게 득점 기회가 만들어지는 상황이었다.
“캉!”
“네.”
“이 장면에서 실수가 어떤 거라고 보나?”
통역을 해주는 사람 덕분에 의사소통은 문제가 없었다.
“지우 위치를 먼저 확보하려다가 우식이가 들어가는 걸 놓쳤습니다.”
대한민국의 절대적인 에이스.
유지우.
그가 필드 위에 있으면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무의식적으로 유지우에게 의지했다.
따라서 유지우의 위치를 파악하느라 제대로 된 판단이 늦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체 왜 망설인 거야? 유를 신경 쓰지 않고 황만 봤으면 바로 득점 기회까지 만들 수 있었잖아!”
“…죄송합니다.”
“생각한 게 있으면 그대로 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말고!”
강한 팀을 상대할 때는 일말의 동요도 있어선 안 됐다.
준비한 걸 100%, 아니 200%는 발휘해야 이길 수 있으니까.
“잘 들어, 후반전에는….”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에게 후반전에서 사용할 전술을 설명해줬다.
선수들은 경청했고 곧이어 경기를 위해 나갈 때가 됐다.
짝.
주앙 달루트는 입구에서 나가는 선수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며 사기를 북돋아 줬다.
“네 다리를 믿고 해!”
“수비는 완벽했다! 실점했다고 기죽지 말고!”
“슈팅은 계속해서 시도해! 독일 녀석들을 안방에서 끄집어내!”
선수들에게 일일이 말도 해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지우가 나가려고 하자.
짝.
등을 한 대 쳐주며.
“두 골 넣어.”
담담하게 말했다.
“네.”
유지우는 웃으면서 대답한 뒤에 통로를 지나 필드로 나갔다.
* * *
대한민국의 킥오프로 시작된 후반전.
독일은 라인을 올린 전방 압박이 아닌 라인을 유지한 지역방어로 자신이 맡은 구역을 철저히 봉쇄했다.
[독일의 수비는 많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저렇게 나오면 한국 선수들이 들어갈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죠.] [전반전처럼 중거리 슈팅을 자주 시도하면서 선수들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습니다.]그걸 본 유지우는 어떻게든 독일 수비진을 끌어 올리기 위해 최민연과 스위칭을 하며 공간을 만들려고 애썼다.
‘…유의 활동량이 평소보다 많아졌어.’
주앙 달루트는 그 점을 보며 턱을 쓸었다.
유지우의 부담을 줄여주고 싶어도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현재 유지우의 자리를 대체할 선수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어느새 측면에서 다시 중앙으로! 크리스티안 플리크가 유지우 선수의 뒤를 쫓아옵니다!] [독일은 후반전에도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유지우 선수를 향한 견제를 심하게 하네요.]측면에 있을 때는 토마스 에더가.
중앙에 있을 때는 크리스티안 플리크가 쫓아오며 끈끈한 조직력을 보여줬다.
퍼—억!
크리스티안 플리크가 유지우에게 몸싸움을 시도했다.
[유지우 선수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따라붙는 크리스티안 플리크! 독일의 중원에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쉽게 밀리지 않는 유지우 선수! 몸싸움을 버티고 왼쪽 사이드로! 강예수 선수를 봅니다!]유지우의 강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볼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거였다.
10분.
후반전을 시작하고 10분 동안은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리드였다.
하지만 한국도 독일의 정교함에 맞서 유지우를 중심으로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시도했다.
“가운데로!”
유지우는 쉬지 않고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었다.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여기로!”
놀라운 속도로 압박하는 선수들을 피해 비어 있는 공간에서 볼을 잡는 비율도 높였다.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고 돌아섭니다! 정면에는 크리스티안 플리크가!] [주위 선수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유지우 선수가 너무 힘들어 보이네요!]언제나처럼 압박이 오지만.
뻐—-엉!
유지우는 더 먼 곳을 봤다.
스텝 오버로 제친 뒤, 로빙 패스.
허공을 가르는 볼은 독일의 뒷공간으로 향했고 황우식이 쇄도해서 들어갔다.
퍼—억!
마티아스 켈러가 부딪치며 방해했지만, 황우식는 떨어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해 원터치로 슈팅을 처리했고.
퍽!
볼은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라인 아웃이 됐다.
삐—-익!
[황우식 선수의 슈팅이 골키퍼의 손에 맞고 라인 밖으로! 대한민국의 코너킥이 선언됩니다!] [아쉬운 기회를 날리는 대한민국! 유지우 선수의 패스가 날카로웠는데 황우식 선수의 처리가 조금 급한 감이 있었습니다!]코너킥 키커는 유지우가 아닌 강예수가 섰다.
“크리스티안! 유!”
크리스티안 플리크는 뒤로 빠진 유지우를 마크하려고 이동했고 강예수는 손을 올려 골대 앞에 있는 선수들과 사인을 맞췄다.
[대한민국은 이런 세트피스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강예수 선수가 손을 들고 킥을 준비하고! 문전 앞에선 대한민국 선수들과 독일 선수들이 뒤엉킵니다!]유지우는 숨이 찬 듯 숨을 헐떡였고 플레이에 관심이 없는 듯 백업할 자세를 갖췄다.
‘응? 뭐 하는 거지’
바깥에서 수비를 따돌리며 쇄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뻐—엉!
강예수가 올렸는데도 유지우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크리스티안 플리크는 계속해서 경계하다가 공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문전 앞으로 들어가 수비에 가세했다.
[황우식 선수! 점프으으으으으으!]점프했지만, 마티아스 켈러의 머리가 먼저였다.
노련하게 황우식을 어깨로 가볍게 제압한 뒤 걷어냈고, 경합 과정에서 흘러나온 볼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흘렀다.
[마티아스 켈러가 걷어낸 볼! 볼은 그대로 흐르는데요…. 어어! 어느새 유지우 선수가!!!]마치 볼이 흘러나올 거라는 걸 알았는지 유지우는 볼이 떨어지는 곳에 이미 가 있었다.
“크리스티안! 어디 갔어!”
그걸 본 토마스 에더가 황급하게 몸을 날렸다.
‘슛?’
슛 모션을 잡는 걸 보고 슈팅 코스를 막기 위해 점프를 뛰는데 유지우는 침착하게 한 번 접었다.
툭.
슛 페인트였다.
‘여기서 페이크라고?!’
속은 토마스 에더의 옆으로 볼을 살짝 차며 공간을 확보했고 다른 선수들이 오는 걸 보곤 반 박자 빠른 슈팅을 때렸다.
뻐—–엉!
볼은 빨랫줄처럼 쭉 뻗어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철렁.
골을 넣은 유지우는 두 손을 올려 하늘을 가리켰고 동료 선수들이 에워싸며 축하해줬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기다리던 동점 골이 나오자 관중석에선 붉은 악마들의 환호성이 스타디움을 울렸다.
[고오오오오오올! 이것으로 1 – 1 동점! 대한민국이 후반 시작 16분 만에 동점 골을 만들었습니다아아아아아!] [유지우 선수가 해냈습니다! 이 골로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1 – 1.
남은 시간은 30분.
대한민국 에이스의 활약으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