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90)
필드의 외계인-90화(90/404)
제90화
독일은 2018 FIFA 월드컵의 참상을 경험한 뒤, 무섭게 성장했다.
새로운 선수를 발탁하는데 망설임이 없었고 과감하게 감독까지 교체하며 축구로 다시 세계 최고로 우뚝 서길 원했다.
‘독일의 화려한 비상!’
‘죽지 않은 독일! 새로운 얼굴들과 날아오른다!’
그렇게 독일은 세대교체를 시작으로 2024유로 우승, 2028유로 준우승, 엄청난 성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상승세를 타 2030 FIFA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했고 가능할 거라고 보는 시선도 많았다.
그런데 정작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말을 잃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대한민국에게 동점을 허용하자 독일 팬 몇몇은 2018 FIFA 월드컵의 악몽이 떠올랐다.
“동점이라는 게 말이 돼?”
“이러다가 2018년처럼 되진 않겠지?”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유지우의 득점으로 동점이 되자 독일 팬들의 반응은 전반전과 완전히 달랐다.
“좀 넣으라고!”
“저걸 왜 놓쳐!”
“아아아아아아! 빌어먹을!”
전력 차이가 월등한 독일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고전을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퍼—-억!
독일의 파상 공세가 시작되자 대한민국의 육탄 방어도 시작됐다.
몸이 아니라면 얼굴.
코피가 나와도 대수롭지 않게 닦아내며 수비에 집중했다.
만약 헌신적인 수비들이 없었다면 점수 차이는 5점 이상 차이가 났을 만큼 대한민국 수비수들의 집념은 엄청났다.
[몸을 아끼지 않는 선수들! 눈물이 나올 지경입니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에도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투혼 때문입니다!]목숨을 건 대한민국의 수비에 독일의 기세는 살짝 꺾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까—앙.
독일의 슈팅은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며 어느덧 90분, 그리고 추가 시간 2분까지 지나며 후반전마저 종료가 됐다.
“하아.”
허탈해하는 독일.
“가자아아아아!”
사기가 올라온 대한민국.
양 국가 선수들의 태도는 명확하게 달랐다.
삐이이이이익-!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정규 시간이 다 흘러갔는데도 스코어는 1 – 1! 이제 경기는 연장전으로 들어갑니다!]라커룸으로 들어가지 않고 필드 위에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물로 입안을 헹구며 갈증을 해소했고 주앙 달루트는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종료 휘슬 울릴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다!”
주앙 달루트가 지시를 내리면 김기하는 주장답게 선수들을 다독였다.
“지우야.”
“네.”
“너한테 볼을 몰아줄 거니까, 마음껏 해봐.”
“네.”
잠시 후.
삐—익!
휘슬이 울리며 연장전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이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해 부딪쳤다.
전반전부터 전력을 다했기에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바닥을 쳤다.
“아악!”
다리에 경련이 나고.
“후우… 후우….”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도 볼에 대한 집중력은 조금도 놓지 않았다.
퍼—억!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졌어도 필드 위에서 간절함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줬다.
연장 전반이 지나 연장 후반이 되자 독일은 라인을 올려 총공격을 했다.
[이제는 한 골 싸움입니다! 여기서 한 골을 먼저 넣는 나라가 8강행 티켓을 거머쥐게 되는데요! 한국! 끝까지 집중해야 합니다!] [독일도 지쳤습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필사적으로 서로의 골문을 노렸고 역시나 독일이 조금 더 우위에 있었다.
연장 전반이 끝나고 시작된 후반.
대한민국과 독일은 중원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삐—익!
상대적으로 기량에서 밀리는 대한민국 선수들은 독일에 기회를 줄 상황이 나오기 전, 냉정하게 반칙으로 끊어냈다.
[김기하 선수가 잘 끊어냈습니다!]이건 주앙 달루트의 지시였다.
‘최대한으로 막아도 되지 않을 때는 카드 받을 각오로 반칙을 범하라.’
그렇게 독일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졌다.
보기에 안쓰러워도 상관없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진흙투성이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축구니까.
“으아아아아아!”
대한민국 선수들은 포효하며 독일을 막아냈다.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면 8강으로 올라갈 기회가 있습니다!]필드골보다는 무승부로 마무리해 승부차기로 끌고 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목적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주앙 달루트는 승부차기가 아닌 필드골로 이 승부의 종지부를 찍길 원했다.
“길게 걷어내지 마! 동료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보고 줘!”
급해진 템포를 라인에서 소리치며 조절했다.
주앙 달루트는 조금도 필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퍼—-억!
선수들이 피지컬에서 밀려 낙엽처럼 구를 때도.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잠깐 경기가 지체될 때도.
“끝까지! 끝까지 가!”
열정을 토해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독일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며 가까스로 균형을 이어갔다.
* * *
[강은우 선수의 선바아아아아앙! 율리안 쿠겔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이건 큽니다! 강은우 선수의 선방으로 한국이 흐름을 탈 수 있습니다!]골키퍼의 선방과 골포스트의 운으로 다행히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언제 실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밀리고.
또 밀리며 기세를 잡은 독일의 라인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그렇게 찾아온 독일의 코너킥 기회, 골키퍼까지 올리지 않았지만, 최종 수비수인 마티아스 켈러까지 꽤 많이 라인을 올려 한 골을 노렸다.
119분.
뻐—엉!
[크리스티안 플리크의 크로스으으으으으!]부메랑처럼 휘는 크로스.
골대 쪽으로 휘면서 쇄도하는 제프 하베르츠가 탄력을 이용해 높게 뛰어올랐다.
퍼—억!
하지만 그걸 놓칠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중앙 수비수 김재민이 이를 악물고 몸을 부딪쳐 나란히 뛰어올랐고 골키퍼 강은우가 뛰쳐나와 펀칭으로 쳐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강은우 키퍼가 펀칭으로 걷어낸 볼! 유지우 선수가 달려가서 잡아냅니다!]하프라인에서 살짝 내려온 위치, 볼을 잡은 건 유지우였다.
[유지우우우우우우우우!]유지우는 볼을 잡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다리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제발.’
‘제발.’
‘아프더라도 이 플레이가 끝나고 아프길.’
한 발 한 발 간절함을 담아 내디뎠다.
그렇게 앞을 막은 세 선수를 바라봤다.
크리스티안 플리크, 마티아스 켈러, 루카스 브란트.
모두가 해외 리그에서 명성이 높은 선수들이었다.
두근.
두근.
가슴은 터질 것같이 뛰었고 숨은 목 끝까지 차올랐다.
이미 체력적인 한계가 왔지만, 발을 멈출 순 없었다.
타다다다닷-!
크리스티안 플리크는 스텝 오버로 균형을 흔든 뒤, 스피드 완급 조절로 따돌렸고 루카스 브란트는.
투—웅.
볼을 띄워 솜브레로 플릭으로 제쳐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볼, 마지막 마티아스 켈러를 보곤 오른쪽으로 볼을 보내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갔다.
퍼—억!
마티아스 켈러는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니까 넘어트려 반칙으로 끊으려고 강하게 몸을 부딪쳐 왔지만, 유지우는 무게중심을 낮춰 버티곤 순간적인 가속도로 치고 나갔다.
탁.
한발 먼저 볼을 잡아냈고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까지 골키퍼 로타어 콜로가 달려 나오며 각도를 좁혔다.
[유지우 선수! 유지우 선수! 남은 건 골키퍼! 로타어 콜로! 단 한 명!]그걸 본 유지우는 찰나의 순간, 골키퍼 너머의 골대까지의 길이 보였고.
투–웅!
거침없이 로빙슛을 시도했다.
발을 떠난 볼은 로타어 콜로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로타어 콜로가 손을 뻗어 반칙해서라도 막으려고 했지만, 볼의 궤적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높았다.
스르르르륵.
볼은 허공에 무지개를 그리며.
철렁.
비어 있는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이 쏟아지는 관중석으로 달려간 유지우는 유니폼 상의를 벗어 등번호 부분을 카메라에 내밀었다.
[연장 종료 직전 나온 유지우 선수의 화려한 고오오오오올! 2 – 1로 벌어진 점수 차! 대한민국의 역전 골에 독일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엄청난 돌파와 마무리입니다!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가 어떻게 저런 스피드를 낼 수 있는 거죠! 이것으로 대표팀 막내 에이스는 자신이 세계적인 레벨이라는 걸 증명해 냅니다!]120분에 나온 폭발적인 돌파.
그리고 유지우는 세리머니 후, 경련이 와 잠깐 라인 밖으로 쓰러졌다.
“아아아악.”
“괜찮아?”
“쥐가 좀 났어요.”
황우식이 다리를 잡아 경련을 풀어줬고 카메라는 그 장면을 담았다.
“…대단하다. 진짜.”
엉망이 된 유니폼.
얼굴에 묻은 잔디는 땀 때문에 떨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치열하게 플레이했는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몰골에 보는 이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 * *
2분 뒤.
육탄 방어로 한 골을 지켜낸 대한민국을 향해 승리의 여신이 미소 지었다.
삐익-! 삐익-! 삐이이이이이익-!
[울리는 종료 휘슬! 독일이! 세계 3위 독일이 대한민국에 패배했습니다!]독일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필드에 누웠다.
승리가 아닌 패배.
믿기지 않았고 분함에 눈물까지 나왔다.
“율리안.”
율리안 쿠겔은 양팔로 얼굴을 가리며 울고 있었고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건 제프 하베르츠였다.
“…졌어.”
“어.”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도.”
“왜 진 거지? 도대체 왜?”
바이에른 뮌헨 유스부터 시작해 맨체스터 시티까지.
거기다 국가대표는 세계 최강 독일.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그에게 축구 변방국을 상대로 한 패배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저 녀석 때문이지.”
제프 하베르츠가 가리킨 곳.
거기엔 쓰러진 유지우가 있었다.
“…….”
율리안 쿠겔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유지우가 보여준 플레이는 상상 이상이었으니까.
“가자.”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한 독일의 여정은 대한민국에 덜미를 잡히며 끝났다.
“이건 꿈이야!”
독일 팬들은 충격적인 결과에 울부짖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전광판에 적힌 최종 스코어.
[ 독일 1 – 2 대한민국 ]단순한 숫자 몇 개는 사람들의 감정에 파고들어 승자와 패자를 명확하게 갈랐다.
[대한민국이 일으킨 1%의 기적! 국민 여러분! 기적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이 8강에 올라갑니다아아아아!] [16강 진출한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8강 진출이라니!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그야말로 대이변이었다.
전문가들을 비롯해 모두가 판단한 대한민국이 승리할 확률은 1%.
절대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수치.
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단은 그 판단을 비웃으며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주르르륵.
몇몇 선수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유지우도 마찬가지로 다리에 일어난 경련을 풀며 눈물을 흘렸다.
“…해냈다.”
유독 푸른 하늘.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씩.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자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눈물을 흘리며 웃는 모습.
그 모습은 한 기자의 순간 포착으로 기사 1면에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