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93)
필드의 외계인-93화(93/404)
제93화
황우식 / 김인태
강예수 / 김기하 / 최남일 / 유지우
우동하 / 정상훈 / 김재민 / 김윤태
강은우
4 – 4 – 2의 대한민국.
기예르모 다린
디에고 로시 / 하비에르 카세로 / 앙헬 몰리야
산티아고 메디나 / 훌리안 마르티네스
라우타로 몰리나 / 에르네스토 게레라 / 헤라르도 비엘사 / 마르셀로 아빌라
페데리코 고메스
4 – 5 – 1의 아르헨티나.
[한국은 독일전과 마찬가지로 전방 압박을 하며 아르헨티나 진영을 흔들기 시작합니다.]경기가 시작되면서 한국은 라인을 올려 강한 전방 압박을 시작했다.
[그만큼 체력에 자신이 있다는 거죠. 확실히 주앙 달루트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부분을 선수들의 체력 향상에 신경을 썼다고 했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느껴지네요.]대한민국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은 떨어질지라도 체력은 별개였다.
‘한 발 뒤처지면 너희들은 두 발을 뛰면 된다. 두 발이 뒤처지면 세 발을 뛰면 되고…. 체력이 월드컵에서 너희들의 무기가 될 거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에게 체력을 강조했다.
퍼—-억!
대한민국 선수들은 이를 꽉 문 채 끈질기게 쫓아가서 부딪치고.
촤—-악!
기회가 있다면 가차 없이 슬라이딩 태클로 흐름을 끊으려고 했다.
부족한 만큼 더 뛰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이 축구 강국들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김재민 선수의 태크으으을! 기예르모 다린에게 가는 패스를 잘라냅니다! 흘러나온 볼은 그대로 라인 아웃! 아르헨티나의 코너킥이 선언됩니다!] [방금은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패스가 그대로 기예르모 다린에게 연결됐다면 실점이 나올 수 있었는데 그걸 김재민 선수가 적절하게 잘 잘라 줬습니다.]아르헨티나는 코너킥을 준비했고 코너 플래그 인근에서 훌리안 마르티네즈와 산티아고 메디나가 의견을 나눴다.
“…꽤 끈질기게 달라붙고 있어.”
“독일이 고전한 이유를 알겠다.”
“뭔데?”
“저 녀석들 눈빛 봐봐.”
대화를 나누다가 산티아고 메디나가 한국 선수들을 봤다.
‘…뭐야, 눈빛이 뭐 저렇게 살벌해.’
대한민국 선수들이 내뿜는 투지에 당황한 산티아고 메디나를 보고 훌리안 마르티네즈가 말했다.
“저 눈빛, 어디서 본 기억 안 나?”
“내가 어디서 봤다고…. 아.”
이제야 생각났다.
대한민국의 집요함.
그걸 어디서 경험했는지.
“유.”
그건 유지우였다.
엘 수페르클라시코에서 유지우가 보여줬던 눈빛이 딱 저런 눈빛이었다.
“방심하지 않는 게 좋아.”
“잘 알지, 저런 눈빛을 한 녀석한테 당한 기억이 아직도 꿈에 나오거든.”
“심하게 당하긴 했지.”
“…그렇게 심하게는 아니었어.”
“그럴 리가.”
삐–익!
휘슬이 울리며 산티아고 메디나가 올린 코너킥을 잘 방어한 대한민국은 곧장 역습을 전개했다.
걷어낸 볼이 헤라르도 비엘사와 경합하던 황우식의 머리에 맞고 오른쪽 측면으로 달려가는 유지우에게 전달됐다.
[황우식 선수의 머리에 맞고 굴절된 볼! 유지우 선수가 오른쪽에서 잡아냅니다! 그러나 에르네스토 게레라, 라우타로 몰리나! 두 선수가 바짝 붙습니다!]라우타로 몰리나는 파리 생제르맹의 주전 센터백이었다.
197cm, 100kg.
축구 선수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거대한 체구.
원래 미식축구를 했다가 축구로 전향해서 순발력 또한 뛰어났다.
그런 그를 부르는 팬들의 애칭은 상대하는 선수들을 몸싸움으로 모조리 날려 버린다고 해서 ‘탱크’였다.
쿠—웅!
트럭에 치이는 것 같은 착각.
몸이 날아갈 뻔했지만, 하체에 힘을 줘서 간신히 버텨냈다. 그리고 동시에 볼을 노리며 발을 뻗은 에르네스토 게레라를 보곤.
스르르르륵.
발바닥으로 볼을 끌며 뱀 드리블을 했다.
마치 뱀처럼 이리저리 피하는 현란함에 사람들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지우!”
뒤에서 백업을 온 김윤태에게 넘겨주며 볼을 빼앗기진 않았지만, 역습 타이밍은 놓치고 말았다.
‘쳇.’
유지우는 아쉬워하며 볼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다.
10분.
15분.
20분.
전반 초반은 그렇게 흘러갔다.
중원은 아르헨티나에게 압살당했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계속되는 실점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산티아고 메디나! 왼쪽 측면의 디에고 로시에게!] [양 사이드를 잘 운영하는 아르헨티나! 그중에서 떠오르는 선수가 바로 이 디에고 로시입니다!]아르헨티나는 드리블 능력이 좋은 두 선수를 이용해 공간을 넓게 활용했다.
탁.
강하게 오는 패스를 디에고 로시가 안정적으로 잡아놓자 오른쪽 풀백 김윤태가 몸을 부딪치며 앞으로 진행하지 못하게 길목을 차단했다.
휘릭.
그러나 디에고 로시는 볼을 발바닥으로 밀며 드래그 백으로 김윤태가 뻗은 발을 피한 뒤,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며 김윤태를 농락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디에고 로시! 화려한 발기술로 김윤태 선수를 제치고 더 깊숙하게 들어갑니다!] [한국 선수들은 저런 걸 조심해야 합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발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디에고 로시는 주의 인물이었다.
유지우보다 겨우 한 살 많은 어린 나이긴 하지만 한 팀의 에이스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는 재능을 지녔다.
그래서 항상 경계했고 김재민이 백업을 가주며 크로스를 막으려고 했는데.
‘바깥쪽으로 더 치고 들어가나?’
드리블 동작에서 조금도 튀지 않는 디에고 로시의 움직임에 김재민은 그대로 진행할 거라고 믿고 발을 내디뎠고, 그때였다.
툭.
디에고 로시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으로 볼을 쳐놓으며 김재민을 역동작에 걸리게 만들었다.
‘윽.’
억지로 발을 뻗으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축구 참 쉽게 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돌파.
순간적으로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 디에고 로시의 강점이었다.
[기습적으로 방향 전환을 하며 중앙 돌파! 김재민 선수마저 제쳐집니다!]기회를 잡은 디에고 로시는 정면을 바라보며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때 기예르모 다린과 눈이 마주쳤는데 뭔가 당황한 눈빛이었다.
‘어?’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생각하는 틈에 들어오는 발 하나.
촤—-악!
정확하게 볼만 쳐내며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끊어냈다.
[유지우 선수가 최후방까지 내려와! 디에고 로시의 볼을 빼앗아 냅니다!]슬라이딩 태클한 선수는 유지우였다.
흐른 볼은 김재민이 멀리 걷어내며 안전지역으로 클리어링 했고 유지우는 호흡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타다닷-!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 위치로 달려갔다.
그걸 본 디에고 로시는 당황한 것도 잠시, 웃음을 지었다.
‘너랑 같은 팀에 있을 때도 즐거운데 이렇게 상대로 만나도 즐거워질 줄은 몰랐어.’
보카 주니어스 유스 때부터 유지우와 축구 하는 게 즐거웠다.
뛰어난 테크닉.
폭발적인 스피드.
경기 전체를 좌지우지할 재능.
항상 한발 앞서 걸어가는 유지우의 등만 보고 있었는데.
‘항상 너 뒤만 쫓아가는 것 같았는데 오늘부로 어깨를 나란히 해보자.’
이제야 어깨의 위치가 맞춰진 거 같았다.
* * *
아르헨티나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렇다 대한민국이 두들겨 맞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대한민국 10번.
유지우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의 골문도 위협했다.
– 와아아아아아아!
라봄보네라를 가득 채우는 함성.
그 진원지는 붉은 악마들이었다.
[유지우 선수의 돌파! 디에고 로시가 쫓아와서 발을 뻗어보지만, 믿을 수 없는 가속을 내며 제쳐냅니다!]디에고 로시를 제치면서 받은 탄력으로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올라왔다.
산티아고 메디나가 길목을 잡고 있었고 그걸 본 유지우는 경로를 오른쪽으로 살짝 꺾었다.
투—욱.
미처 길목을 차단하지 못한 공간이 보여서 볼을 길게 치고 달렸다.
유지우는 드리블하면서 빠르게 고개를 돌려 주변 상황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휘릭.
그러곤 압박하는 에르네스토 게레라를 마르세유턴으로 제쳤다.
– 오오오오오오!
가까워진 골대.
왼쪽 구석으로 길이 보이자 망설임 없이 슈팅을 때렸다.
퍼—억!
뒤늦게 라우타로 몰리나의 몸싸움이 들어왔지만, 이미 슈팅을 시도한 뒤였다.
충돌로 필드 위에서 구르며 넘어지면서도 시선은 볼에 꽂혀 있었다.
툭.
필사적으로 몸을 날린 페데리코 고메스의 손끝에 닿아 살짝 굴절된 볼.
까—앙!
그게 왼쪽 포스트를 맞히고 말았다.
[골포스트으으으으으! 이게 골 포스트를 맞고 흘러나옵니다!] [아직 라인 아웃이 되지 않았습니다! 황우식 선수가 쇄도!!! 그 옆을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방해합니다!]황우식이 들어가다가 헤라르도 비엘사와의 위치 경쟁에서 패배하며 볼은 골키퍼의 품에 들어가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아아!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좋은 시도였습니다! 유지우 선수의 돌파 후, 마무리! 이 경기에 희망은 있습니다!]대한민국에서 빛나는 에이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유지우가 보여준 폭발적인 돌파쇼에 당황했고 디에고 로시는 활짝 웃었다.
“거봐요. 유를 상대하는 건 만만하지 않다니까요.”
“후우, 그걸 누가 모르냐.”
“그래도 다행인 건 한국에서 유만 경계하면 된다는 거네요.”
“그렇지.”
유지우는 돌파 말고도 위협적인 패스도 자주 시도했다.
하지만.
그 패스를 받은 선수들이 번번이 끊기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전반 38분, 대한민국의 공격권이 아르헨티나로 넘어갔다.
[위험합니다! 아직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한 상황에 아르헨티나의 역습!] [빠르게 백업을 해야죠! 역습 상황에서 머뭇거리면 안 됩니다!]유지우가 디에고 로시를 막기 위해 수비 가담까지 해보지만,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유, 미안하지만, 아르헨티나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야.’
디에고 로시와 앙헬 몰리야가 양쪽에서 흔들어주니, 가운데 공간이 크게 생겼고.
투—웅!
훌리안 마르티네즈가 시도한 로빙 패스가 대한민국의 뒷공간으로 쇄도하는 기예르모 다린의 앞에 떨어졌다.
[막아야죠! 막아야죠!!!]뻐—엉!
김재민이 다리를 뻗어 슈팅을 방해하기 전에 반 박자 빠르게 슈팅을 시도했다.
‘으윽!’
골키퍼가 날았지만,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폼이 무너졌고 볼은 골망을 흔들었다.
철렁.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반 38분에 나온 기예르모 다린의 득점, 대한민국이 먼저 실점하고 말았습니다.]골을 넣은 기예르모 다린은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서 깃대를 강하게 치며 포효했고 아르헨티나 관중들은 열광했다.
– 기예르모! 기예르모! 기예르모!
데뷔 1년 차의 신인이지만, 그 재능은 진짜였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크게 소리쳤다.
새롭게 탄생한 스트라이커를 향해서.
[대한민국 0 – 1 아르헨티나]디에고 로시의 말대로였다.
아르헨티나는 대한민국처럼 에이스에 의존하는 원맨팀이 아니었다.
세계적인 레벨의 선수들만 모아놓은 우승 후보였다.
– 아르헨! 아르헨! 아르헨!
귓가를 울리는 함성이 점점 커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