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97)
필드의 외계인-97화(97/404)
제97화
2030 FIFA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결승전과 가까워질수록 그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승을 다투는 4개의 나라가 남았고 그곳엔 더 이상 대한민국의 자리는 없었다.
“가자.”
“예.”
월드컵 동안 지낸 호텔 방에서 짐을 챙기고 호텔 로비로 내려가자 호텔 직원들이 배웅을 나왔다.
“유! 잠시만요!”
“이건 저희가 준비한 작은 선물입니다!”
호텔 직원들은 보카 주니어스 팬들이었는지 웃으며 그들을 배웅해줬고 그중 남성 직원 한 명은 작은 상자를 유지우에게 전해줬다.
그 상자 안에는 팔찌 하나와 카드가 있었다.
“월드컵 최고였어요.”
“속상해하지 마세요.”
“다음 시즌까지 시간이 남았으니까 푹 쉬고 오세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위로에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하고 대표팀 버스에 탔다.
자리에 앉아 옆자리에 있는 강예수가 말을 걸었다.
“가족들도 한국으로 같이 가시나?”
“가족들은 두 시간 뒤, 비행기로 출발하시기로 했어요.”
다음 시즌까지 한 달 이상이 남아서 잠깐 대한민국으로 가 쉬고 오기로 했다.
“이렇게 가니까 아쉽지?”
“네. 너무나요.”
“나도 더 뛰고 싶었어.”
멀리 보이는 경기장.
점점 멀어져 안 보일 때까지 유지우의 시선은 경기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생생히 떠올랐다.
월드컵 첫 경기부터 8강전까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
.
.
미니스트로 피스타리니 국제공항.
공항에는 대한민국 취재진이 모여 있었다.
월드컵을 마무리하고 떠나는 선수단을 찍기 위해서였다.
“저기 온다.”
“유지우 선수한테 포커스 맞춰서 찍어.”
그들은 선수단이 떠나는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이번 월드컵의 주인공인 유지우를 담으려고 애썼다.
표정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고 대표팀은 탑승 수속을 마친 뒤 비행기에 탔다.
“…….”
유지우는 별말 없이 멀어지는 아르헨티나 땅을 쳐다봤다.
월드컵 종료.
이 단어가 가슴 깊숙이 박혔다.
멀어지는 땅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보이지 않자 그제야 두 눈을 감았다.
* * *
직항편이 없어 미국에서 한 번 환승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쌓인 피로 때문인지 한국행 비행기에 타자마자 단잠에 빠졌다.
“어! 아빠, 저기 유지우 선수 맞죠?”
미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잠을 자다가 화장실을 다녀온 아이는 대각선에 앉은 유지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 맞네.”
“사인받을 수 있어요?”
“피곤해서 주무시고 계시니까 이따가 아빠가 말할게. 괜찮지?”
“네!”
그렇게 3시간 뒤, 유지우가 기내식을 먹으려고 눈을 뜨자 아이의 아버지는 물을 한 잔 마시는 유지우에게 다가갔다.
“저기 유지우 선수, 저희는 아르헨티나에서 월드컵을 보고 돌아가는 중인데….”
“아, 네.”
“제 아들이랑 딸이 유지우 선수의 팬이라서 사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아이들과 악수하면서 사인을 해줬다.
“사진도 찍어도 될까요?”
“음…. 비행기 안이라서 곤란할 거 같아요. 공항에 도착하면 찍어 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괜히 쉬고 계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이의 가족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10시간이 넘는 비행 후에 한국 땅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이의 가족들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대표팀은 수속을 밟지 않고 프리패스로 통과가 가능했지만, 아이의 가족들은 수속을 한 뒤에 짐까지 찾아야 한다는 거였다.
유지우와 사진 촬영을 하기로 했던 가족들은 짐을 찾는 데 약간의 시간을 소비했고 빠른 걸음으로 약속한 장소로 갔다.
“…여보, 유지우 선수 가신 거 아닐까?”
“나도 걱정이야. 우리 때문에 기다려주실 리가 없잖아.”
대한민국 국가대표 에이스이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축구 선수가 고작 자기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기다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
아이들을 위해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약속한 곳으로 갔다.
“아빠.”
“응?”
“유지우 선수 갔으면 어떻게 해요?”
“유지우 선수는 바쁘시잖아. 그러니까 없더라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도착한 약속 장소.
가족들은 놀라서 입을 벌리고 멍해졌다.
그곳엔 대표팀이 환영해주는 팬들과 만나서 팬서비스를 하는 중이었다.
“강예수 선수!”
“황인수! 너 보려고 여기까지 왔어!”
“다들 수고 많았어요!”
협회가 준비한 꽃다발을 든 선수들은 환영해주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그리고 그때 유지우의 시선이 막 다가온 가족에게 향했다.
“사진 찍을까?”
그냥 지나쳐도 될 일이었다.
바쁘다고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유지우는 기억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한 팬과의 약속을.
“네!”
아이와 가족들은 활짝 웃으며 같이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대표팀은 해단식 일정으로 현장을 떠났다.
가족들은 대표팀이 현장에서 떠나도 근처 의자에 앉아 유지우와 찍은 사진을 봤다.
“유지우 선수 인성 진짜 최고다.”
“인성 좋은 건 축구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오잖아.”
유지우가 인성이 좋다는 인증 글은 해축 커뮤니티에 수두룩했다.
해외 팬들이 올린 SNS 글도 캡처해서 가져오며 나날이 유지우 찬양 글이 늘어났다.
“우리도 이거 올리자.”
그렇게 유지우의 미담이 하나 추가됐다.
* * *
대표팀 버스가 가는 길마다 팬들은 환호를 해줬다.
“유지우! 유지우!”
지난 월드컵과 달리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 한국 축구의 부활을 알리는 것과 다름없어서 팬들은 목소리를 높여 대표팀을 환영했다.
해단식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가 모여서 대표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들이 교통 통제를 하고.
팬들은 질서정연하게 기다렸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대표팀이 마련된 단상 위로 올라가자 쏟아지는 함성.
가장 선두에는 코칭 스태프, 그리고 그 뒤를 선수들이 따라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 “지금부터 해단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길게 하는 행사가 아니었다.
각자 소감을 말한 뒤에 단체 사진을 찍은 뒤, 해산하는 거라 길어도 한 시간 안에 끝나는 행사였다.
– “먼저 대표팀 감독, 주앙 달루트 감독님입니다!”
– 와아아아!
팬들의 환호와 함께 마이크를 전해 받은 주앙 달루트는 한국식 예법으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국가대표 감독 주앙 달루트입니다. 우선 더 길게 월드컵을 즐기게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
“그래도 후회는 남지 않은 월드컵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선수들이 제 지시를 잘 따라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주앙 달루트가 감독을 맡고 달라진 대한민국 축구가 과정만 있는 게 아닌 결과까지 보여주자 만족스러워했다.
“감사하고! 다음에도 저에게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지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높은 곳을 목표로 달리겠습니다!”
쏟아지는 박수, 그리고 이어서 차례대로 선수들의 소감이 이어졌다.
선수들이 인사를 할 때마다 팬들은 수고했다며 박수를 보내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지우 선수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려준 선수가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 유지우! 유지우! 유지우!
박수와 함께 이름을 연호해줬고 유지우는 마이크를 전해 받으며 팬들을 봤다.
팬들의 얼굴을 바라보자 여러 감정이 몰려왔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을 시작했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고 계속해서 소감을 말했다.
“처음 출전한 월드컵이라 긴장이 많이 됐지만, 주변 동료와 스태프분들 덕분에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만 17세, 한국 나이로는 고2인 나이라 사람들은 흐뭇한 미소로 쳐다봤다.
‘한국 축구의 구세주.’
어린 나이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선수가 대한민국에서 나왔다는 게 뿌듯한 거였다.
“월드컵을 참가해서 얻은 귀중한 경험을 토대로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와아아아아아!
“유지우 선수,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더 하셔도 됩니다.”
진행자의 배려에 유지우는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자신을 보는 수많은 시선을 느끼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몇 초 뒤.
예전부터 꿈만 꾸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한 가지 목표가 떠올랐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조심히 말을 시작했고 사람들은 유지우가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며 지켜봤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발롱도르를 받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발롱도르(Ballon d’Or).
한 해에 최고의 활약을 펼친 전 세계 단 한 명의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그 상의 수상자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명예로운 상이었다.
“…방금 유지우 선수가 발롱도르라고 했지?”
축구 팬들이라면 이 상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시아에서 아직 단 한 차례도 수상자가 나오지 않은, 유럽의 전유물.
왠지 기대됐다.
단상 위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말하는 선수에겐 그만한 실력이 있었으니까.
–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유지우의 파격적인 발언 후에 해단식은 마무리됐고 대한민국의 2030 FIFA 월드컵은 정말로 마침표가 찍혔다.
* * *
일주일 뒤.
100주년에 빛나는 2030 FIFA 월드컵이 종료됐다.
신세대로 무장한 아르헨티나가 격전 끝에 결승전에서 제라르 레오가 이끄는 스페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 아르헨티나 3 – 2 스페인 >
무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44년 만의 우승이었다.
몰려오는 감정에 관중들은 눈물을 흘렸고 목소리를 높여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함성을 보냈다.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을 꺾고 새로운 월드컵의 주인이 됩니다!]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대거 소집해서 우승까지는 불안하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아르헨티나의 축구가 어떤 것인지 월드컵에서 제대로 보여줍니다!]많은 선수 중, 제일 주목받는 건 디에고 로시였다.
18세의 어린 나이.
디에고 로시는 결승전에서 1골 1도움, 월드컵 총 < 8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아르헨티나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잠시 후, 시상식이 진행됐다.
디에고 로시는 최우수 신인선수상(Best Young Player)을 받으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선수로 인정받았다.
[어?]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디에고 로시의 허리에 있는 건 뭐죠? 붉은 유니폼으로 보이는데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무슨 유니폼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곧이어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가 되자 그것의 정체가 공개됐다.
디에고 로시는 허리춤에 있던 유니폼을 꺼냈고 기예르모 다린과 나란히 양쪽에서 잡아 붉은 유니폼을 펼쳤다.
[아! 저건 유의 유니폼입니다!]태극마크가 새겨진 등번호 10번, 유지우가 건네줬던 유니폼이었다.
[하하하하하,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세 선수의 우정은 데뷔하기 전부터 유명했죠.]보카의 3대장의 우정은 축구 팬들이라면 다 알았다.
그래서 누구도 불편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번쩍-!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엘 모누멘탈을 뒤덮은 환호, 그리고 하늘에 흩날리는 종이꽃.
2030 월드컵 우승컵은 아르헨티나가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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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로시는 믹스트 존에서 인터뷰를 했고 형식적인 질문에 답해주다가 유지우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웃으며 대답했다.
“우승 사진을 찍을 때, 유의 유니폼을 들고 찍었는데 미리 계획한 일인가요?”
“유랑 약속했습니다! 꼭 월드컵 결승전까지 유니폼을 가지고 가겠다고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쁩니다!”
“한국에서 보고 있을 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기자의 질문에 디에고 로시는 카메라를 향해 유지우의 유니폼을 쫙 펼쳤다.
“음…. 찌우! 약속 지켰다! 그러니까 올 때 한국 과자 많이 사 와! 에바가 먹고 싶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