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0화(10/300)
◈ 제10화
5. 복수의 위험성 – 2
“……너 뭐냐?”
남부 전사의 예리한 감각으로도 방금 알아차린 것이다.
그걸 눈치챘다니.
놀란 그를 보며 블랜치는 의아해했다.
“뭔 소리야?”
“말 그대로야. 미행당하고 있어.”
이안은 새로 산 검의 자루에 손을 올렸다.
“잡고 싶으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자고. 아. 죽여도 되겠지?”
“정당성만 있다면 교관 회의를 거쳐서 그냥 넘어갈걸?”
“누굴 노리는 걸까?”
블랜치는 이안과 발라를.
발라는 블랜치와 이안을.
이안은 블랜치와 발라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인데…….”
어차피 미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카데미 안쪽까지는 못 들어온다.
그러니 미행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돌아가도 된다.
“역시 잡는 게 낫겠지.”
“그런 당연한 말씀을.”
“건방지게 미행이라니. 용서할 수 없다.”
둘 모두 동의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호전적인 놈들……. 마음에 들었다.”
“먀아~ 먀~.”
“먀네도 동감한다는군.”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시장을 나가려 할수록 점점 살기가 진해지고 있었다.
한참 걷던 이안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인파 속에서 아는 얼굴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황급히 몸을 감추려 했지만 이미 봤다.
“내 손님이네.”
“누군데?”
“아이작.”
“이야…… 그걸 어떻게 봤냐?”
블랜치는 감탄했다.
이 사람 많은 곳에서 어떻게 찾아냈단 말인가.
“아까 미얄 산맥에서도 그랬잖아.”
이안의 관찰력과 감각은 어지간한 사냥꾼을 뛰어넘는다.
남부에서도 이 정도 되는 사냥꾼은 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니 사람 얼굴 보는 것쯤은 쉽겠지.
“도와줘?”
“굳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 먀네가 방해될지도 모르니까 내가 데리고 있어 주지.”
발라는 얼른 먀네에게 손을 뻗었다.
“먀아아아~.”
“우와~ 털 폭신폭신~.”
얌전히 발라의 품에 안긴 먀네는 가볍게 하품했다.
그것을 보며 블랜치는 울컥했다.
“다음은 나다!”
“너희 날 도우려는 거냐 아니면 그냥 먀네 때문에 남겠다고 한 거냐.”
먀네를 두고 다투는 그들에게 한마디 한 이안은 계속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인적 드문 곳에 도착하자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슬슬 나오지?”
이안의 말에 골목에서 천천히 아이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안 이 개새끼…… 네놈 때문에 난…… 난 모든 것을 잃었다. 내가 이걸 그냥 넘어갈 줄 알았냐!!”
“안 그래도 언제 오려나 싶었는데.”
검자루의 가죽이 손바닥에 찰싹 달라붙었다.
싸우려 하는 그를 노려보던 아이작은 이를 갈았다.
“네깟 놈이…… 우연으로 대련에서 한번 이겼다고 해서 목숨을 건 싸움에서도 이길 것 같으냐?”
-쿠우우웅!!
아이작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거렸다.
거의 구체화되기 직전의 오러에 물러나 있던 둘은 무기를 쥐었다.
아이작은 자신의 생명까지 오러로 바꾸어서 싸우려 하고 있었다.
“아이작 교관이 무인의 숲 출신이라더니…….”
“야. 이안. 괜찮겠냐?”
블랜치와 발라는 걱정스러워하며 이안을 보았다.
생각보다 아이작이 강해 보인다.
거기에 그의 말대로 대련에서 이겼다고 해서 생사결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나 대련에서는 그가 정말 방심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그도 목숨을 걸고 싸우려 하고 있었다.
“발라.”
“음.”
블랜치가 말하자 발라는 먀네를 주머니에 넣고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
여차하면 바로 튀어 나가기 위해서.
“먀아아~.”
먀네만이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서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지막하게 울며 하품을 한 먀네가 발라의 주머니 안에서 몸을 만 순간.
“흡!!”
아이작의 주먹이 이안을 노렸다.
그것을 이안은 가볍게 피했고 그는 더욱 오러를 피워 올렸다.
“하아압!!”
그의 넘실거리는 오러를 확인한 키르케는 빠르게 분석했다.
<전투 예지를 시작합니다.>
<적성 개체 아이작 플랭크. 360초 후 정지합니다.>
아직 부상이 치료되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오러를 쓰는 거다.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이대로 버티기만 해도 아이작은 죽거나, 혹은 폐인이 되리라.
하지만 이안은 검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뭐 하러 예쁘지도 않은 얼굴을 360초 동안 봐야 하나.
달려드는 아이작을 보며 이안은 내공을 움직였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일섬.
-찰칵!!
검이 뽑히며 빛과 같은 발검술이 펼쳐졌다.
“컥!!”
막아야 한다.
피해야 한다.
하지만 그가 그 생각을 했을 땐 이미 이안의 검이 지나간 상태였다.
아이작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갈라진 목에서 흐르는 피를 막기 위해 손을 올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넘쳐흐르는 피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아이작은 털썩 쓰러져버렸고 이안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않은 채 검을 보았다.
검에는 적을 벤 흔적인 피가 남아 있었다.
‘아직 멀었군.’
아이작 수준이야 이 정도만으로 잡을 수 있지만 영웅이 되기 위한 힘을 원한다면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지원하겠습니다.>
검에 남은 피를 흩뿌린 이안은 검을 검집으로 되돌리고 고개를 돌렸다.
블랜치와 발라.
둘은 이안의 발검술에 경악하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이안은 별일 없었다는 듯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경비병 좀 불러 줘.”
블랜치가 부른 경비병들이 찾아오자 일단 이안은 경비대로 함께 갔다.
하지만 원한 관계에 따른 습격의 방어였다는 것을 둘이 증언하자 이 일은 아카데미로 넘어가 버렸다.
아카데미까지 가니 더욱 쉽게 무마되었다.
이안과 문제를 일으킨 탓에 아이작은 불명예 퇴출되었다.
그 일로 원한을 품고 습격을 했지만 오히려 그가 패배해 죽은 거다.
그렇기에 정당성이 인정되어 처벌은 아무것도 없었다.
“빨리 끝났네.”
“죄가 있어야지. 증언 고맙다.”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런데 그건 뭐였어?”
“뭐가.”
“아이작을 마지막에 베었던 공격.”
“뭐긴. 그냥 발검술이지.”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고 자꾸만 달라붙는 먀네를 떼어 냈다.
“얘 왜 이래?”
“아까 네가 공격하고부터 저러더라.”
자꾸만 이안에게만 가려는 것을 막느라 혼났다.
발라의 말을 들은 이안은 먀네를 들었다.
“먀아~?”
별빛의 눈을 반짝거리며 먀네는 솜뭉치 같은 다리를 휘저었다.
그것을 보던 이안은 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난 간다.”
“기숙사로 가는 거 아냐? 같이 가자고.”
“하급 기숙사에서 짐 가져와야 하니까 먼저들 들어가.”
* * *
하급일 때와 천지 차이라고 할 정도로 중급의 기숙사는 좋았다.
건물도 새것이고 물품들도 훨씬 고급이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삐걱거리던 불쾌한 소리도 없다.
3층으로 올라간 이안은 자신에게 배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두 명이 쓰는 것으로 보이는 방의 내부를 둘러보고 있을 때 욕탕의 문이 열렸다.
“어. 왔냐?”
나온 것은 물기에 젖은 채 수건으로 머리를 닦는 소년이었다.
짙은 군청색 긴 머리에 꽤나 곱상하게 생긴 그는 옆에 둔 수정 안경을 착용하며 말했다.
“내 이름 정도는 알지?”
“그래진 우르쿨이었던가?”
“그래.”
그래진 우르쿨.
중급 B반에 네 명 있는 마법사 중 하나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 낸 그는 중앙에 있는 테이블의 의자를 끌어내 앉았다.
“드디어 룸메이트가 생겼군.”
“불만이라도 있나?”
그럼 창밖으로 던져 주겠다.
이안이 웃으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불만은 무슨. 오히려 독방 쓰는 게 불만이었는데.”
“그래?”
“승급하거나 강등되지 않는다면 좋든 싫든 우리는 졸업까진 같은 반 소속으로 살아야 해.”
그런 만큼 굳이 사이가 나빠질 필요는 없었다.
또한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활약할 텐데 얼굴 붉힐 필요가 뭐 있겠나.
그런 면을 따진다면 아카데미 생활은 일종의 사교계라고 보면 된다.
“룸메이트가 되면 남들보다 더 친한 친구가 생기는 것이지. 그러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아.”
그래진은 씩 웃었다.
“그리고 그 룸메이트가 강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그는 마법으로 머리를 말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 당연히 자기 가문이나 성향에 따라 경쟁하는 경우는 있어.”
“그건 아란세 교관님한테 들었다.”
“그래?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 그리고 하나 더. 우리는 지금 C반과 사이가 나빠. 거기 대표가 좀 재수 없거든.”
그래진은 다 마른 머리를 묶고 침대에 누웠다.
“잔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그래. 잘 자라.”
눕자마자 잠들어 버린 그를 보던 이안은 가부좌를 틀었다.
“앞으로 힘쓸 일 많아 보이네.”
이안은 창문을 열고 달빛을 받으며 천마신공을 운기해 나갔다.
* * *
새벽이 되자 이안은 먀네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명상을 한다.
그사이 먀네는 이안의 허벅지에 앉아 그가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을 즐겼다.
그렇게 늘 하는 아침 명상 후 개인 훈련까지 하고 나서야 그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래진은 먼저 나갔는지 방에 없었다.
대충 씻고 B반의 교실로 들어가자 블랜치와 발라가 달려들었다.
“오! 내 마음의 친구여!”
“야! 어제 그래진이랑 친해졌냐?”
“잠깐 얘기하고 바로 자던데.”
“이런 젠장.”
“다음에 몬스터 헌팅 할 때 팀원으로 끌어들이긴 힘든 건가…….”
아쉬워하는 그들에게 이안은 피식 웃었다.
“자기 힘으로 살아 나갈 방법을 생각해야지.”
“아니 그래도 좀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은 편하게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남부의 전사는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 열심히 살아 봐라.”
그들을 지나친 이안이 자리에 앉자 잠시 후 아란세가 들어왔다.
“오늘은 오후부터 생존 훈련 시작한다. 교양 수업을 듣는 녀석들은 오후까지 휴강 신청하고 오도록.”
아카데미에서는 본수업 외에도 교양이라 하여 자유롭게 원하는 수업을 듣는다.
졸업을 위해서는 이안도 몇 가지 교양을 수강해야 했기에 블랜치는 바로 물었다.
“야. 너 교양 뭐 듣냐? 하급에 있을 땐 뭐 들었어?”
“안 들었는데.”
본수업 따라가기도 벅차서 교양은 거의 미뤄 놨다.
이안의 답에 블랜치는 웃었다.
“그럼 세무학 어때? 아니면 행정학이나. 너도 졸업하면 가문에 돌아갈 것 아냐?”
돌아간다?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딴 집에는 갈 생각 없다.
“내놓은 자식인지라 갈 일 없어.”
그의 말을 들은 B반의 생도들은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