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00화(100/300)
◈ 제100화
50. 매우 잘못된 선택 – 2
제대로 훈련받은 기사들도 이안을 당해 낼 수 없다.
그런데 일개 약쟁이들 따위가 뭘 할 수 있겠나.
순식간에 열댓 명의 중독자들을 쓰러트린 이안은 아까 얻은 약 봉투를 열어 보았다.
안에 있는 소량의 가루를 맛본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곧장 쓰러져 있는 중년인의 주머니와 가방을 뒤적거렸다.
약이 담긴 종이들이 꽤나 있는 것이 단순한 약쟁이라기보다는 상인처럼 보인다.
“이건 악마의 힘이 담겨 있는 마약이네.”
용병단이나 군인들에게 전투용 혹은 치료용으로 지급되는 마약과는 달랐다.
이안이 말하자 키르케는 조금 더 추가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베리스웰의 독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그래. 특정한 씨앗에 악마의 기운인 악의를 담아 그것을 재배해서 마약화했군.”
<아틀리에 원예국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약초를 생산했었습니다.>
“이것도 차원 문의 영향일까?”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안은 약 봉투를 모았다.
스무 개가 넘는 약 봉투들을 툭툭 친 그는 입을 열었다.
“키르케. 이자에 대해서 말해 봐.”
<파돈 필카. 51세. 10일 전 레드 시티에 자리 잡은 마약상인입니다.>
<의료용으로 쓰이는 마약과 더불어 다른 종류의 마약들을 밀수해 뒷골목에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소속은?”
<특별한 소속은 없습니다.>
“즉 뜨내기 상인이라는 거군. 펠레 영지에서 공급받았나?”
<오카스 용병단의 부단장인 위팔기에게서 공급받았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전장에 나가는 이들에게 진통 및 투지고양을 위해 마약이 제공된다.
하지만 마약이라는 게 꼭 그렇게만 쓰이겠나.
이렇게 뒷골목에서 유통되는 일은 어느 세계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위팔기는 펠레 영지에서 공급받았겠군.”
<그렇습니다.>
<펠레 영지는 영맥이 많아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 퇴치를 아카데미에 의뢰하지 않아.”
어떤 몬스터가 나오든 그들은 아카데미에 손을 뻗지 않는다.
그저 용병을 부르거나, 아니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뿐이다.
그리고.
펠레 영지에서 자주 부르는 용병 중 하나가 바로 오카스 용병단이다.
“몬스터 처치를 명분 삼아서 용병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에게 마약을 제공하고 있는 건가?”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네 판단으로는?”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이안이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키르케와 의견이 맞아떨어지자 그는 약 봉투를 들었다.
“이와 관련된 증거는 없겠지?”
<그렇습니다.>
물론 오카스 용병단을 공격한다면 그들이 마약을 유통시킨 것은 밝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펠레 영지에서 공급받았다는 것만큼은 밝힐 수 없을 거다.
키르케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문서화된 증거 자료 자체가 없다는 이야기니까.
이안은 약 봉투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때 키르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마스터 1인. 접근 중입니다.>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키르케의 보고대로 마스터 정도 되는 실력의 강자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이안이 있는 쪽으로.
그는 피할 생각도 없이 걸어오고 있는 남자를 응시했다.
“어?”
골목에서 걸어 나온 남자는 이곳의 광경을 보고 의아해했다.
그리고 홀로 서 있는 이안을 보며 더 의아해했다.
“젊은 친구?”
그는 커티드 유적에서 만났던 붉은 수염 바바였다.
“자네도 이 일에 관련이 되어 있나?”
“이 일?”
“레드 시티 뒷골목에서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는 마약에 대해서.”
“아니.”
이안이 딱 잘라 부정하자 그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약 봉투를 가리켰다.
“그게 어떤 물건인지 아나?”
“마약이잖아. 왜. 댁도 약쟁이인가? 필요하면 가져가.”
어차피 이안에게는 크게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가 마약을 내밀자 바바는 인상을 찡그렸다.
“날 그딴 약쟁이 따위와 비교하지……. 이런 빌어먹을.”
그는 마약보다 이안의 뒤에 있는 자에게 집중했다.
파돈의 상태를 살펴본 바바는 낮게 중얼거렸다.
“젠장. 파돈이 죽었나…….”
“아는 자인가?”
“쫓던 자 중 하나다. 난 이 마약의 출처를 쫓고 있었거든.”
개인적인 볼일이라는 것이 이것이었나 보다.
아쉬워하던 그는 이안의 손에 들려 있는 약 봉투 하나를 들고 펼쳐 보았다.
안에 있는 하얀 가루를 살짝 찍어 맛본 바바가 이를 갈자 이안은 그의 손 위에 약을 모두 올려 주었다.
“출처는 오카스 용병단의 위팔기. 그리고 생산지는 펠레 백작령이야.”
“뭐?! 그, 그게 사실인가? 어떻게 알았지?”
“내 나름의 정보원이 있지. 뭐. 믿기 싫으면 관두고.”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가 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바바는 다급하게 뛰었다.
“이봐! 젊은 친구! 잠깐 얘기 좀 하지.”
“뭔 얘기.”
“마약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을 보니 우리 쪽이랑 같은 일을 하는 모양인데…….”
“우리?”
“수호자라고 알려나 모르겠네.”
<바바 폴하드가 속한 조직명은 수호자입니다.>
<수호자의 목적은 세계의 수호와 동시에 악마와 싸우는 것입니다.>
<구성원은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어? 잠깐만.’
수호자라는 조직명.
어디서 본 기억이 있다.
영웅제 때 왔던 요청서 중에 수호자라는 조직이 있었다.
“댁이 거기 소속되어 있다고?”
“아나?”
“세계를 수호하니 마니 그러던데.”
“후. 그래. 자세한 것이 궁금한가? 사실 우리 쪽에서도 자질이 있어 보이는 이들을 영입하려고 하지. 자네에게도 요청서가 갔나 보군.”
“오기는 왔지.”
뜬구름 잡는 소리만 써 놔서 그냥 버리긴 했지만.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나?”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관심 없으니까 우리 각자 갈 길 가자. 정 필요하면 내가 연락하지.”
필요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뒷골목이 끝나고 레드 시티의 시내로 들어서게 되자 이안은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멍하니 보던 바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연락을 하려고……?”
* * *
스칼렛 왕국도 대륙에서 꽤 강한 나라 중 하나라 그런지 그 수도인 레드 시티에는 꽤나 사람들이 많았다.
그 인파에 몸을 숨긴 채 이안은 쉽게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해 시장 쪽에 들러서 사과 하나를 사려고 할 때.
평범해 보이는 중년인이 이안의 옆에 있는 다른 과일에 관심을 보였다.
그를 힐끔 본 이안은 사과값을 지불하며 말했다.
“단주가 보냈나?”
“……따라오십시오.”
딱딱히 굳은 그는 이안을 데리고 가게 뒤편으로 향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몸과 손을 보니까. 검화단의 검술을 익혔잖아. 그나저나 검화단은 다들 가면 쓰고 다닌다더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네.”
그저 보는 것만으로 실력을 알아내는 것은 강자라면 다들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검술을 익혔는지 정확하게 파악해 내는 것은 무인의 숲의 관장들도 못한다.
알려진 것 이상의 실력에 그는 감탄하며 말했다.
“소문대로군요. 단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는 바로 몸을 돌렸다.
그를 따라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목적지인 파크드의 잔 바로 옆 건물의 무기상이었다.
그곳에 들어가자 주인은 힐끔 둘을 보고 닦던 검을 마저 닦았다.
그를 지나쳐 위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을 때.
창가에 앉아 있던 가면인.
이안이나 바바처럼 스칼렛 왕국의 적인 검화단 단주는 고개를 돌렸다.
“왔나?”
이안을 안내한 중년인은 꾸벅 인사하고 나갔다.
단둘이 남게 되자 단주는 차분하게 말했다.
“난 이틀 전에 도착해서 감시하고 있었지.”
“그래서? 뭐 나온 거 있습니까?”
“아니. 그냥 평범한 주점이야.”
그는 무덤덤하게 말하고 창 밖을 응시했다.
그런 그를 향해 이안은 피식 웃었다.
“검화단은 스칼렛 왕국의 적 아닙니까?”
“적 맞지.”
“그런데 용케 들어오셨군요. 바바처럼 개구멍이라도 쓰셨습니까?”
“네가 잘 모르나본데. 이런 수도일수록 개구멍은 많아. 검화단에 들어오면 알려주지.”
이안은 가볍게 무시하고 구석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언제나처럼 먀네가 그의 다리로 가 앉는다.
그걸 본 단주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안이 고작 이런 걸 위해서 들어 올 것이라고는 그도 생각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저물고 초승달이 높게 떠올랐을 때쯤.
명상을 마친 이안은 눈을 떴고 단주는 몸을 움직였으며 키르케가 말했다.
<적성 대상 돌체 카윈이 접근합니다.>
<돌체 카윈은 악마 계약자입니다.>
단순한 느낌으론 아무런 악마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키르케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 보고를 받은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단주가 입을 열었다.
“왔다.”
멀리서 접근하던 마차가 파크드의 잔 앞에 멈춘다.
그 문이 열리는 것을 단주는 말없이 응시했다.
마차 안에서 내린 것은 한 명의 노인과 두 명의 호위였다.
실력은 모두 마스터급.
마부까지 포함해 총 네 명의 마스터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단주는 싸늘하게 말했다.
“저놈은 절대 혼자 다니지 않아. 자신의 호위인 세 명의 마스터. 그리고 주변에 블루문의 정예들을 스물 이상 데리고 다닌다.”
“그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예전에 쫓았을 때 그들이 덤벼들더군.”
“용케 살아나셨군요.”
“후후. 그 정도야 일도 아니지.”
간단하게 설명한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며 이안을 데려왔던 중년인이 들어왔다.
“애들에게 전해. 사냥 시작할 거라고.”
“알겠습니다.”
그가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이안은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키르케. 내부 확인해. 뭐 하고 있냐.”
<토끼구이와 와인, 빵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답니다.>
“……저 가게 맛집인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술집에 불과하다.
하지만 키르케의 보고에 따르면 그는 그냥 식사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검은색 로브로 몸을 가리고 후드까지 뒤집어쓴 노인이 나온다.
<돌체 카윈입니다.>
들어갈 때와 옷이 달라져 있었다.
꽤나 고급스러웠던 귀족용 정장 위에 검은 로브를 걸쳐 마법사로 위장했다.
그가 나오고 잠시 후.
가게의 뒤에서 다른 남자가 나와 아까의 중년인에게 무언가를 전했다.
“검화단 검사인가?”
<예.>
안쪽에 심어 둔 첩자인가 보다.
첩자의 전언을 받은 것일까?
위층의 창문이 열리며 단주가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마차를 가리키며 어이없어했다.
“뭐야? 저놈들. 그냥 밥만 먹고 간다는데? 접선자 같은 것도 없었다.”
그 질문에 이안은 생각한 후 답했다.
“어쩌면 요리의 맛을 통해 지령을 받은 것일 수도 있죠. 아니면 주문한 것을 통해 암호를 알리는 것일 수도 있고.”
“하긴 그런 방법도 있겠군. 그럼 주방장과 주인을 더 조사해 봐야 하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블루문 애들이나 좀 잡아 주시고.”
“넌 돌체를 바로 칠 생각이냐?”
“예.”
“약속했을 텐데? 그의 목은 내가 딴다고.”
“흠…….”
이안은 그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가시죠.”
“그래야지.”
만족한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이들에게 지시를 마쳤을 때 이안은 마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
“저놈. 악마 계약자입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제가 잡은 악마와 악마 계약자가 몇인데 모르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단주는 빠득 이를 갈았다.
“어쨌든 저놈의 목은 내 거다.”
“그러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