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04화(104/300)
◈ 제104화
52. 복합된 세계 – 2
올해의 마지막 영웅제가 끝나고 파티장에 생도들이 모였다.
이번에는 파트너가 제대로 있었고, 춤까지 제대로 췄다.
첫 시작의 댄스를 마치고 돌아 온 윌디는 이안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후후. 이안. 춤도 잘 추네요?”
“뭐 이정도 가지고.”
“그나저나 정말 걱정했다구요. 이번에도 파트너 없이 참석할까봐.”
영웅제 우승자가 또 파트너 없이 갈 거냐고 여기저기서 난리였다.
그렇기에 이안은 다시 헤스티안을 초청하려 했지만 이번엔 그녀가 나서서 거절했다.
기도회 초청장 정도는 얼마든지 주겠다고.
결국 그는 같은 반 생도들을 찾아갔고 끝까지 파트너 안 찾고 버틴 윌디가 파트너가 되었다.
“우후후후. 역시 버틴 자가 승리하는 법이죠.”
윌디가 뿌듯해하자 옆에서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파트너 한번 했다고 좋아하지 마라.”
“어. 지금 이안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안은 스스로를 브랜든 남작가의 가주라고 칭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 브랜든 남작가가 속한 스칼렛 왕국에서 그를 부정한다.
영지도 없고, 가신도 없다.
심지어 나라에서 인정받지도 못하는 귀족이다.
그러니 더 좋았다.
데려올 수만 있다면 가문에 검성이나 숲지기, 황제와 동급의 취급을 받는 강자를 둘 수 있으니까.
“안 그래도 이번에 파트너 됐다고 하니까 저희 집에서도 당신을 데리고 오라고 하더군요.”
윌디는 쓰게 웃으며 말했고 위디아나 오에리나도 비슷했다.
그의 가치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치솟다 보니 여기저기서 노리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귀족 말고도 얘 원하는 곳은 많아.”
그래진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가 속해 있는 유적학회도 그렇지만 모험가 길드에서도 초청장이 오고 있었다.
그뿐인가?
매일 그에게 전해지는 편지는 대륙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사단이나 용병단에서 보낸 것들뿐이다.
“넌 진짜 뭐 하려고 그러냐?”
그런데도 이안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딘가로 가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의 미래가 궁금해진 발라가 묻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보다는 너희 걱정하는 게 낫지 않겠냐?”
“으. 그렇긴 하지.”
옆에 있던 박바레도 빠르게 동의했다.
이번 영웅제에서 우승해 영웅패를 하나 더 얻었다.
즉 전체 승급 시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대비를 위해 지금까지 죽도록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이제 내일부터 방학 내내 승급 시험을 치러야 했다.
“이안. 당신은 면제라고 했죠?”
그는 현 세계의 최강자에 속하는 세 명과 동급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승급 시험을 보라고 한다?
시간과 인력 낭비다.
그것보다는 상급 교관직을 제의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교관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다.
몇몇 생도들이 부럽다는 듯 바라보자 이안은 웃으며 말했다.
“모의시험은 꾸준히 해 봤잖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다들 승급할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긴장하고 있던 생도들은 한숨을 쉬었다.
“잘할 수 있을 거다.”
그 때문일까?
B반 생도들의 얼굴에 작게나마 미소가 걸렸다.
“이안. 잠깐 괜찮나?”
그때 아란세가 다가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그럼 난 교관님이랑 얘기 좀 하고 먼저 들어가도록 하지. 윌디. 잘 놀다가 들어가.”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무뚝뚝하게 나가 버렸다.
이안이 파티장에서 나오자 아란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카데미의 모든 교관들 대신 그가 물었다.
그 질문의 답으로 이안은 품에서 한 통의 봉투를 꺼냈다.
그걸 받은 아란세에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 약속을 지켰습니다.”
학기 중 높은 성적을 유지했다.
그리고 중급 B반이 승급하기 위한 준비도 모두 해 놓았다.
이 정도면 확실히 약속을 지켰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 고생 많았다.”
<허수 세계의 언령이 강화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약속을 지켰을 때는 나오지 않던 키르케의 보고가 나왔다.
그걸 듣고 나서야 이안은 만족했다.
언령을 강화하기 위한 조건이 드디어 충족되었다.
스핑크스가 질문의 답을 듣지 못한다는 조건으로 강해지는 것처럼.
호랑이가 자신의 먹이를 놓친다는 조건으로 강해지는 것처럼.
이안 역시 약속을 지킨다는 조건을 통해 언령을 강화했다.
이 정도로 약속을 하고 지켰으니 언령도 나름대로 써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리라.
그가 뿌듯해하는 사이 아란세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니?”
“일단은 잊힌 도시에 가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거슬리는 놈들이 있으니 그들을 쳐 내는 것도 있고요.”
판데모니움.
그리고 악마.
이제 슬슬 이 빙의체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슴 웅장해지는 일을 해야 한다.
“뭘 하든 넌 성공할 거다.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생도 중에 넌 정말 최고였으니까.”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이제 못 보겠네?”
그의 말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뭔 소리야? 이제와서 날 쫓아낼 것 같진 않은데.’
<프레돈 아카데미 측에서는 주인님께서 아카데미를 떠나실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저은 후 자신이 준 봉투를 가리켰다.
“안 나가냐?”
“나갈 이유가 없습니다.”
굳이 멀쩡한 거점을 왜 버리나.
아카데미에서 자신을 적대했다면 때려 부수고 나가겠지만.
그럼 굳이 멀쩡한 신분과 권리를 버릴 이유가 어디 있겠나.
게다가 아란세와 약속까지 지켜 졸업까지 공짜 거점으로 쓸 수 있는데.
이안이 뚱하게 대꾸하자 그는 얼른 봉투를 열었다.
자퇴신청서라고만 생각했던 봉투 안에는 내년 1학기 단기 휴학신청서가 들어 있었다.
“겨울방학에 잊힌 도시의 탑에 들어갈건데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힘들더군요. 거긴 여러 세계가 있다고 해서.”
“그렇지.”
“그래서 휴학하고 갈 겁니다. 단기 휴학이면 중도 복귀 가능하잖습니까.”
분명 교칙상 그런 교칙이 있긴 했었다.
아카데미의 특성상 귀족들이 많아 영지전, 혹은 가문에 문제가 생길 시에 이런 식으로 휴학하곤 한다.
물론 이안은 다른 이유 때문이지만, 그것이 문제 될리 없었다.
아니,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아카데미에서 특례로 인정해도 될만큼 그는 놓치기 아까운 인재였다.
“하……. 그, 그런 거였나.”
아란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자퇴보다는 휴학이 훨씬 낫다.
그렇기에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아카데미는 너에게 너무 좁지 않나?”
당연히 좁다.
하지만 여러 세계를 누비는 그에게는 이 세계 자체도 좁았다.
그러니 어딜 가든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굳이 소속 변경해가며 돌아다닐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길 거점으로 삼고 움직여도 할 일은 다 할 수 있는데.
이안이 고개를 젓자 아란세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러냐. 여전히 넌 어디로 튈지 모르겠구나.”
최강의 반열에 속해 있으면서도 굳이 아카데미에 남는다고 할 줄은 몰랐다.
모두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답을 한 이안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애들한테는 제 휴학에 대해서 말씀하지 마시죠. 승급 시험 치를 때 부담이 될 테니까.”
“부담이 될까?”
“1학기 시작하고 제가 없다는 것을 알면 그럴 수도 있겠죠. 방학 내에 끝나면 좋고, 아니면 제가 복귀했을 때 말하겠습니다.”
* * *
다음 날이 되었다.
B반 생도들이 승급 시험을 치르기 위해 시험장으로 향하자 이안은 가방을 들었다.
<승급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하륜 솔트가 마법학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승급 시험은 개별로 치러진다.
전사들은 오러를 다루는 법과 각자의 전투법.
그리고 마법사들은 서클과 마법 숙련도를 기본으로 확인한다.
그리고 이후 필기와 실기 등 본과목에서 다루는 것들에 대한 시험이 치러진다.
거기서 통과하면 그때부터 상급 생도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없겠지?”
<현재 상태로 본다면 전원 합격 예정입니다.>
그럼 됐다.
이안은 큰 부담 없이 가방을 챙겨 들었다.
성물들을 포함해도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먀아~.”
기숙사를 힐끔 본 먀네가 소리 높여 울었다.
그가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먀네는 폴짝 뛰어 가방 위에 올라갔다.
그걸 본 이안은 피식 웃고 먀네와 함께 아카데미를 떠났다.
“잊힌 도시로 갑시다.”
“아. 알겠습니다. 이안 생도님.”
이안은 마탑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인재다.
특히나 그가 잊힌 도시에 들어가려고 한다면 바로 보고를 하라고 로드들에게 직접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게이트를 조작하는 마법사의 손은 꽤나 떨리고 있었다.
“돼, 됐습니다.”
“여기. 비용…….”
“아. 생도님은 그냥 들어가셔도 됩니다.”
“마탑의 지시입니까?”
“예.”
이런 식으로라도 조금씩 호의를 보이려는 거다.
그들의 속셈을 눈치챈 이안은 감사히 받아들였다.
주는 호의를 거절할 필요가 뭐 있겠나.
“뛰어!! 뛰어!!”
“으아악!! 자, 잘못했어요!”
“망할 놈! 감히 내 가방을 훔치려고 해?!”
“죽여 버린다! 개 같은 놈아!”
“덤벼!! 미친년아!!”
게이트를 통과해 나온 잊힌 도시 주변은 여전히 개판이었다.
탐험가들이나 용병, 무인들이 거칠게 날뛰는 곳을 보던 이안이 계단을 타고 내려갔을 때.
몇몇 용병들이 이안을 발견했다.
“이안 브랜든!!”
그 외침에 소란이 가라앉았다.
흥미, 그리고 적의.
거기에 호승심까지.
검성과 숲지기, 황제.
현 최강자들에 뒤이어 한 나라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는 소년을 본 이들은 웃었다.
서로 싸우던 이들마저도 무기를 돌렸다.
나라를 상대할 필요가 뭐가 있나.
이안만 잡으면 그 정도 명성을 얻을 수 있는데.
실로 단순하게 생각한 한 불나방들이 덤비려 하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이안은 여유롭게 말했다.
“덤빌 놈들 있으면 덤벼. 죽여 줄 테니까.”
그걸 들은 이들은 환호하며 그에게 덤벼들었다.
게이트 주변에서 난 소란에 팔라다드 백작가에서 움직였다.
팔라다드 백작가의 구조대장인 보윈 팔라다드가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열댓 명의 탐험가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검을 검집에 넣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헉?! 저분은?!”
보윈은 깜짝 놀라며 달려갔다.
그가 오자 이안은 빙긋 웃었다.
“오래간만입니다.”
보윈 팔라다드.
저번 잊힌 도시 탐색 때 만났던 팔라다드 백작가의 구조대장이다.
그는 이안과 주변 광경을 보며 당황했다.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주제 파악 못한 불나방들이죠.”
보윈도 이안에 대한 소문은 들었다.
그는 검성이나 숲지기, 황제와 동급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이안은 아직 어렸다.
그러니 그 실력을 믿지 못하든, 혹은 얕잡아 봤든.
생각 없는 자들이 덤벼든 것이었다.
그리고 이안은 가차 없이 그들을 전부 제거했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잘하셨습니다.”
실력 파악 못하고 날뛰는 놈들이 죽는 것 따위는 알 바가 아니다.
“일단 저희 사무실로 가시죠. 모시겠습니다.”
“아뇨.”
이안은 가방을 챙겨 들었다.
옆에 있던 먀네가 어깨 위로 올라가자 그는 잊힌 도시를 가리켰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예? 하지만…….”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거절에 보윈은 난감해했다.
“그럼 허가패라도 받아 가시죠!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그가 상급 허가패를 가져왔다.
이게 있으면 제1방벽 내부에 있는 팔라다드 백작가의 안전지대도 이용할 수 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내부에서 문제 생겼을 때 그 패를 보이시기 바랍니다. 그럼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테니…….”
“그리고 제가 팔라다드 백작가와 좋은 관계라는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시겠죠.”
보윈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그걸 눈치챘을 줄은 몰랐다.
“뭐. 호의를 받았으니 그 정도는 해 드리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이안은 바로 방벽으로 향했다.
허가패를 보이고 제3의 방벽을 지나쳐 그가 들어가고 한참이 지나 다음 날 새벽이 되었을 때.
검은 로브를 입고 후드를 뒤집어쓴 두명이 방벽의 문으로 향했다.
그런 그들을 본 몇몇은 기겁하며 외쳤다.
“바바! 바바와 패왕이다!! 당장 애들 불러!!”
그 외침을 들은 한명은 한숨을 내쉬고 로브를 벗었다.
붉은 수염이 인상적인 남자 바바는 뒤에 있던 이들에게 말했다.
“이쪽은 내가 맡을 테니까 먼저 들어가서 이안을 찾아.”
그가 오러 블레이드를 뽑으며 가볍게 말하자 패왕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