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06화(106/300)
◈ 제106화
53. 가봤던 곳 – 2
병사들이 길을 열어 주자 단주는 이안을 데리고 들어가며 물었다.
“그러는 넌 왜 온 거냐?”
“전에 왔을 때는 탑 앞까지만 왔었으니까요.”
전에 못 했으니 이번에 해 보겠다.
물론 그 외의 일도 있기는 했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단주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이쪽에서는 어지간하면 소란 피우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어째서죠? 고작 저들이 무서워서?”
“넌 저들이 대륙인이라고 생각하나?”
“아뇨.”
이안이 부정하자 단주는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곳이 다른 차원과 관련된 곳이라는 것은 압니다.”
이 탑에 처음 들어오는 이들이 하는 오해를 이안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하여튼 보통이 아니다 생각하며 단주는 설명을 시작했다.
“나도 처음에는 이들이 마도국에서 남긴 유산인 줄 알았어. 하지만 조사를 해 보니 아니더군. 이들은 아예 탑 바깥의 세계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어.”
“그렇군요.”
“탑의 각 층에는 각기 다른 형태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지. 여기 사람들은 위층이나 아래층을 몰라.”
단주는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안은 시큰둥해했다.
“……왜 그런 반응이냐?”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아. 그래? 괜한 얘기를 했군. 아무튼 너도 이 탑을 오르려는 거라면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뭡니까?”
“전사임을 증명하는 것이지. 전갈 백 마리를 잡든. 아니면 지배자와 싸워 이기든 해야 해.”
전갈이라면 아까 바깥에서 본 몬스터를 말하는 거다.
그거 백 마리 잡는 거야 일도 아니긴 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 있나.
그냥 지배자와 싸우면 될 텐데.
이안이 빤히 바라보자 단주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의 지배자. 자길 파라오라 부르는 그자의 힘은 사막에서는 무적이나 다름없어. 몇 번 덤빈 놈들이 무참하게 깨졌지.”
이 사막이 가리아 사막 왕국의 세계관을 포함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파라오는 사막에서 힘을 얻는 자.
이 넓은 사막이 전부 그에게 힘을 준다 할 수 있다.
그러니 어중간한 힘으로는 그자를 이기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그는 꽤나 온화한 자야. 그런 자와 굳이 싸울 필요는 없지.”
“단주님이 그런 걸 신경 쓰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보면 일단 검 뽑는 줄 알았는데.”
“내가 무슨 피에 미친 살인귀인 줄 아냐. 다 날 질투한 놈들이 내는 헛소문이다.”
시큰둥하게 말한 그는 한쪽을 가리켰다.
“그래. 저런 놈들이 내는 거지.”
그곳에 있는 것은 갑옷을 입은 한 무리의 기사단이었다.
그 선두에 있는 남자는 이안도 아는 자였다.
“뭐냐. 너희들은.”
각자 가져온 식량을 먹던 기사들 중 선두의 중년인은 눈을 번뜩였다.
“이세 단장님 아니십니까.”
“너희가 왜 여기 있지?”
“못 올 곳이라도 왔나?”
단주가 싸늘하게 말하자 이세는 무기를 쥐었다.
그 순간 주변에서 아까와 다른 검은 피부의 전사들이 몰려들었다.
“파라오의 가호를 받는 이곳에서 싸움은 금지입니다.”
“싸움을 원하신다면 바깥으로 나가서 싸우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매서운 목소리가 들렸을 때쯤.
다른 쪽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이 개새끼들! 감히 우릴 미끼로 삼았겠다?!”
“멍청하게 당한 놈들이 등신이지!”
한 무리의 탐험가들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며 싸운다.
그걸 본 다른 숙련된 탐험가들은 피식 웃었다.
“저 병신들.”
“죽으려고 환장했군. 이래서 초행 놈들은 안 된다니까.”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움직였다.
그것도 모르고 피 튀기게 싸우던 이들에게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나섰다.
“파라오의 은총이 깃든 곳에 피를 쏟는 불경을 저지르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검은 피부의 남자들의 모습이 변한다.
검은 자칼로 변한 그들은 단번에 탐험가들을 물어 죽여 버렸다.
그걸 본 몇몇 초행의 탐험가들은 긴장했다.
“이곳은 파라오께서 다스리는 영역.”
“헛된 피를 흘려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주의하십시오. 이방인들.”
다시 원래의 검은 피부 남자들로 돌아온 그들이 돌아간다.
그걸 보던 단주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리아 사막 왕국. 사신 오실스의 부하들입니다.>
<권능을 제대로 받지 못해 본래 힘을 반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말대로다.
원래 가리아 사막 왕국에서 오실스의 부하들은 더욱 강력한 힘을 지녔다.
하지만 이게 뭔가.
고작해야 자칼 변화 외에는 큰 능력도 없지 않은가.
이안은 자리로 돌아가 기계처럼 경계 근무를 서는 이들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실스는 이 탑에 없나 보군.’
모시는 신이 없으니 신의 부하들이라고 하더라도 약해질 수밖에.
이안은 그들에게서 관심을 끊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검화단의 다른 검사분들은 안 오셨습니까?”
“신규 입단자 몇 명이 여기 있고 나머지는 다른 층에 있지. 며칠만 적당히 훈련시키고 다음 층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기다렸다가 같이 가겠나?”
“아뇨.”
이안이 고개를 젓자 단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걸 본 이세는 꼴좋다는 듯 웃었다.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다니도록 하지. 장비도, 먹을 것도 우리가 더 풍족하니까.”
그들을 향해 이안은 빙긋 웃었다.
“혼자 가도 충분하니 각자 알아서 살도록 합시다.”
말을 끝낸 이안은 오아시스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 * *
이 사막에서 시간을 그렇게 끌 필요는 없었다.
다음 날이 되자 이안은 바로 오아시스에서 나왔다.
그렇게 사흘간 북쪽으로 향하며 사원에 거의 근접했을 무렵.
키르케가 담담하게 보고했다.
<전방에 태양교단의 성직자들이 존재합니다.>
탑에 들어왔을 때 봤던 성직자들 중 수녀 한 명과 성기사 한 명이 널브러져 있었다.
“죽었나?”
<그저 탈진 상태일 뿐입니다.>
내버려 두면 탈진으로든, 아니면 이곳의 몬스터의 먹이가 되든 죽을 거다.
그렇기에 이안은 그들을 향해 걸었다.
“키르케.”
<가리아 사막 왕국의 사막의 꽃을 사용합니다.>
근처에 있는 바위를 검으로 툭 쳤다.
그 순간 지하수가 샘솟기 시작했다.
모래와 섞인 물을 천으로 걸러 내고.
통에 담긴 물에 소금과 설탕을 적당량 섞었다.
그것으로 수분 흡수에 좋은 경구 수액을 만들어 낸 이안은 둘에게 먹여 주며 내공을 보내 주었다.
“으…… 으으…….”
조금씩 흘려지는 물을 마치 생명수라도 되는 양 둘은 정신없이 마셨다.
그것을 지켜보던 그는 두 번째 수액을 만들어 내밀었다.
“푸하!! 꿀꺽! 꿀꺽!”
“크하아아아……!”
각각 한 통의 물을 다 마셔 버렸지만 모자라 보였다.
한 방울이라도 더 마시려는 듯 통을 흔드는 그들에게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더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어…… 아. 아아.”
“가, 감사합니다.”
방금 전에 자신들이 보이던 추태를 깨달았나 보다.
둘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이안은 새로운 수액을 만들어 주며 말했다.
“이안 브랜든입니다.”
“이안 브랜든?! 설마 그 이안 성도님이십니까?”
“절 아십니까?”
“그야 알지요. 플랫 성기사님께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태양이시여. 역시 구원을…….”
기도하려던 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상대가 자신의 이름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실례했습니다. 태양교단의 성기사 카트린입니다.”
“태양교단 수녀 윌시아입니다.”
둘은 안도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다시 수액을 마시는 사이 이안이 물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봤을 때는 다른 분도 계시던데. 왜 두 분만 계십니까?”
“아. 그, 그게…….”
그들의 표정이 우울해졌다.
뭔가 일이 있나 보다.
이안이 기다리자 윌시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습격을 당했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하던 그녀는 조심스레 그때의 상황을 말했다.
“저희는 이 탑의 4층 발할라가 목표입니다. 그곳에 계신 저희 교단 분들께 지원을 가고 있었지요.”
식량, 그리고 성물과 장비.
그 외에 여러 가지 지원 물품을 가지고 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탑에 들어오는 것이 처음도 아니고 그리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어제 깨져 버렸다.
“성도님께서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막에는 파라오 호텝이라는 지배자가 존재합니다. 그는 엄하지만 자비로운 분이지요.”
“그렇군요.”
“하지만 저희가 만난 그는 자신이 진정한 파라오라 밝혔습니다.”
사막에 단 한 명만이 존재하는 파라오.
그것을 자칭하는 자가 나타났다.
“그는…… 아아. 수많은 검은 자칼들을 이끌며 말했습니다. 자기를 거부한 태양을 따르는 자는 용서할 수 없다고. 그 대신 죽음을 따르겠다면 휘하로 받아 주겠다고.”
태양교단의 성직자들에게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걸 거절한 순간 공격이 시작되었다.
사막을 가득 메운 자칼.
거대 전갈들과 뱀을 부리며 그는 압도적인 힘으로 성직자들을 공격해 나갔다.
“그러던 도중에…… 갑자기 거대한 모래 폭풍과 함께 흰 천을 입은 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주인님. 모래 폭풍과 매젤이라면…….>
‘어. 내가 쓴 건가 본데?’
어제 매젤들을 모래 폭풍으로 날려 버렸었다.
그들이 그곳에 떨어진 모양이다.
“그들이 자신을 파라오라 밝힌 자와 싸우는 사이. 저희 둘은 모래 폭풍에 휘말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여기에 떨어졌다.
그게 자신들이 겪은 일의 전부다.
“혹시 그가 다른 얘기는 안 했습니까?”
“아무리 자신이 버려졌다 한들. 사막이 있다면 자기가 파라오라고만…….”
이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교단에서 가져온 그 성물과 짐들은 그가 가지고 있겠군요.”
“예.”
“성물은 어떤 겁니까?”
“태양의 지팡이라고…… 저희 교단에서도 아주 귀한 성물 중 하나입니다.”
전에 태양교단의 목록에서 봤던 것이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알겠습니다.”
“성도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들을 이곳의 파라오께 데려다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분은 태양을 존중하시는 파라오입니다. 만약 그자가 현 지배자인 파라오를 쓰러트리기라도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태양을 거절하는 파라오가 어떤 짓을 벌일까.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본 이안은 사원 쪽을 보았다.
“안 그래도 그쪽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기도나 열심히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그야 물론입니다!”
일행이 늘었지만 특별하게 바뀐 것은 없었다.
어쨌든 목표로 하던 사원 근처에는 도착할 수 있었으니까.
그곳에 도착하자 두 성직자는 기겁했다.
“도대체 왜……?”
사원 주변에 수많은 흰 천 옷을 뒤집어쓴 자들.
그리고 마찬가지로 많은 자칼들.
마지막으로 거대한 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전쟁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에 그들이 놀라고 있을 때.
사원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태양을 따르는 이들이여. 이곳으로 들어오라.”
근엄하지만 공정함이 담긴 좋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 말에 두 성직자들이 안도한 순간 목소리에 적의가 담겼다.
“거짓된 태양을 심판해야 하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파라오의 부하들이 무기를 들었다.
그리고.
<검은 모래 폭풍이 접근합니다.>
거대한 모래 폭풍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쪽을 본 두 성직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대한 모래 폭풍 위에.
“세상에…… 태양이시여.”
이글거리는 검은 태양이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