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07화(107/300)
◈ 제107화
54. 생각지도 못한 만남 – 1
“검은 태양이라니!!”
<폭풍 내부에 세크멧의 대제사장이 존재합니다.>
세크멧.
가리아 사막 왕국에 존재하던 악신.
그 악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가 다가오고 있다.
거대한 모래 폭풍에 담겨 있는 태양의 기운과 죽음의 기운은 사원의 파라오, 호텝도 느꼈던 모양이다.
“감히 세크멧의 주구 따위가 태양을 능멸해?!”
<능멸했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그렇지. 세크멧은 엄밀히 말하면 태양의 자식이니까. 쓸만한 매개체만 있다면 태양의 힘을 쓰는 거야 어렵지 않겠지.’
이안은 빙긋 웃으며 폭풍을 향해 검을 겨눴다.
‘어쨌든 태양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면 내가 잡아야겠군.’
<세계의 검을 준비할까요?>
‘좀 이따가. 검은 태양을 가졌으니 쓰고 싶겠지. 그것도 얻을 거야.’
거대한 폭풍이 제단 근처에 도착하자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온몸이 검은 문신과 피로 뒤덮인 남자였다.
“저, 저자입니다!”
“저자가 스스로를 파라오라 주장하며…….”
윌시아와 카트란의 외침에 파라오의 부하들이 무기를 겨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 없다는 듯 그는 지팡이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저건 태양의 지팡이!!”
“어째서 저자가!!”
“강력한 성물을 이용해서 신의 대행자가 된 모양이군요.”
이안이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둘은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성물 한두 개 가지고 있다고 신의 힘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가리아 사막 왕국의 세계관에서는 그것이 가능했다.
물론 진짜 태양에 비하면 한참 격이 떨어지는 것이지만.
가리아 사막 왕국에는 없는 태양의 성물을 사용해 저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먀아아아……!!”
먀네 역시 저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하얀 털을 곤두세우고 발톱까지 뽑았다.
이곳에 있는 모두의 적의를 받으면서도 그는 오만함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었다.
“나는…… 태양을 지배하는 파라오다.”
“웃기지 마라!! 감히 태양을 능멸하다니!”
사원에서 빛이 번쩍인다.
하지만 그는 태양의 지팡이를 가볍게 휘두를 뿐이었다.
그 순간 검은 태양의 빛이 제단의 빛을 그대로 흡수해 버렸다.
“어떻게…….”
“태양의 힘조차 쓰지 못하는 자가 파라오라니. 어리석구나.”
싸늘하게 말한 그는 고개를 쳐들었다.
“안타깝다. 사막에게 버림받은 자여.”
그리고 지팡이를 들어 올린다.
지팡이에 검은 빛이 일렁거리며 담기기 시작한다.
막대한 힘이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 담긴 거대한 힘은 태양교단의 성력과 비슷했지만 불길함이 가득했다.
“아. 아아…….”
“이럴……. 자비로우신 태양께서 어째서…….”
태양의 빛은 자비다.
대지를 덥히고 많은 이들에게 빛을 제공해 주는 따사로운 존재다.
하지만 저 태양은 달랐다.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릴 거대한 악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한 남자는 지팡이를 겨눴다.
“나는 이곳을 기반으로 나의 자리를 되찾으리라.”
일렁거리던 빛이 쏘아진다.
모든 것을 불태울 막대한 힘을 향해 이안이 나섰다.
“이안 성도님!!”
“아, 안 돼!!”
그 빛에 이안이 직격당하자 두 성직자는 비명을 터트렸다.
이안은 분명히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 생각한 둘이 절망하고 있을 때.
“좀 더 해봐.”
빛을 모조리 받아들인 이안은 씩 웃었다.
그 광경에 넓은 사막에 침묵이 자리 잡았다.
두 세계관의 존재들 모두 자신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상황에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깬 것은 세크멧의 화신인 대제사장이었다.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일이……. 검은 태양의 힘을 흡수해 버리다니…… 아, 아니야. 이럴 수 없다!! 진정한 힘을 보여 주마!!”
그는 다시 태양의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막대한 빛이 이안에게 쏘아졌지만.
“이번 것은 좋았다.”
이안은 그것마저도 가볍게 흡수할 뿐이었다.
“……너는 무엇이냐.”
“그걸 알고 싶으면 한 번 더 해봐.”
하지만 그는 불길함을 느끼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적성 개체 대제사장. 퇴각을 준비합니다.>
‘그럴 수야 없지.’
“두고 보자!!”
거대한 모래 폭풍이 대제사장의 주변에서 나타난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모래 폭풍이 이 자리에서 나타났다.
그는 세크멧의 권능.
파괴와 죽음, 전쟁의 신이 사용하는 권능인 검은 모래 폭풍을 이용해 탈출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이안은 그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네놈!”
검은 태양을 쓰지 않을 것이라면 더 이상 쓸모는 없다.
이안은 더없이 냉정한 눈으로 그를 보며 뛰어올랐다.
<세계의 검을 사용합니다.>
이안의 검에 그가 보유한 세계관의 힘이 모인다.
그걸 본 대제사장은 경악하며 태양의 지팡이를 겨눴다.
“네놈! 네놈! 네놈!!”
몸 전체를 흉악한 기운이 감쌌다.
검은 문신이 진해지며 몸을 완전히 감싸고, 거대한 괴물로 변하려 했지만.
-서걱!!
이안의 검은 그대로 그의 목을 날려 버릴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막대한 힘을 보이던 자의 최후치고는 꽤나 싱거웠다.
<세크멧의 기운을 흡수하시겠습니까?>
“난 됐어. 먀네.”
“먀아아~!”
먀네가 태양과 달, 별의 기운만 받는 것이 아니라는 건 저번에 알았다.
그러니 세크멧의 기운도 받아 낼 수 있겠지.
먀네가 크게 울자 남자의 몸에서 빠져나가던 기운이 먀네의 몸에 흡수되었다.
또다시 먀네의 몸이 조금씩 성장한다.
그사이 검은 태양의 기운을 챙겨 간 이안은 대제사장의 죽음과 함께 검은 모래 폭풍이 가라앉자 슬쩍 눈을 돌렸다.
두 성직자는 이안이 멀쩡한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이건 드려야겠군요.”
이안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태양의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은은한 성력을 내뿜는 지팡이를 그가 내밀자 윌시아는 그것을 공손히 받았다.
“가, 감사합니다.”
“저에 대한 이야기는 들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아. 예. 무, 물론이죠.”
이안은 성물을 좋아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는 성물을 요구했었으니 이번에도 같은 답례면 될 거다.
“교단에 말씀드려 좋은 성물을 제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이제 하던 일은 마저 해야 하지 않겠나.
그는 제단을 향해 걸었다.
그가 다가오자 파라오의 군대가 길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그것을.
제단의 목소리가 제지했다.
“들어오게 두어라.”
아까 전까지 담겨 있던 적의 섞인 목소리가 아니었다.
담겨 있는 것은 꽤나 큰 혼란.
그리고 강자에 대한 경애였다.
“두 분은 여기 계시죠.”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괜찮으시겠지요?”
물론 아까의 그 위엄을 봤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은가.
둘의 걱정에도 이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원으로 향했다.
꽤나 높은 계단을 타고 올랐다.
그렇게 사원의 꼭대기에 도착하자 화려한 신전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신전 안으로 들어가니 통로가 있었다.
횃불이 일렁거리는 통로 끝의 넓은 공동에는 한 청년이 근엄한 자세로 옥좌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 사막의 파라오 호텝이니라. 그대는 누구인가.”
“이안 브랜든.”
“그런 것을 묻는 것이 아니다. 너는…… 아니. 아니군.”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계단을 타고 내려온 호텝은 이안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를 올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대 또한 그대의 세계에서 추방당한 자인가?”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지.”
“그런가…….”
그를 한참 바라보던 호텝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파라오의 적을 쓰러트렸으니 그에 따른 보답을 하는 것이 옳겠지. 비록 그대가 사막의 백성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리고 지팡이를 움직였다.
순간 빛과 함께 위로 올라가는 계단과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난다.
“나. 파라오 호텝이 그대를 전사로 인정하리라.”
그를 빤히 보던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너에게는 태양의 기운이 없는데. 진짜 파라오 맞나?”
그 말을 들은 순간 호텝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감히…… 감히 그런 말을!”
“내가 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람은 할 말이 없다면 욕을 한다는 거지. 왜. 내 말이 틀렸나?”
이안이 묻자 그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부들부들 떠는 데다가 얼굴이 붉게 물든 것이 꽤나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시무룩해진 그가 고개를 숙이며 계단에 앉았다.
“그대의 말대로다. 나 같은 것은 원래 파라오의 자격이 없던 자였다.”
아까 바깥에서 볼 때의 근엄함과 자애가 사라졌다.
비통함과 슬픔만이 담긴 어조로 그는 힘없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는 파라오가 되어야 했고, 사막을 다스려야 했다.”
원래 진정한 파라오가 되기 위해서는 태양신의 선택을 받은 대제사장이 은총을 내려 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대제사장이 모든 시기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호텝이 태어났을 때 대제사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태양신이 직접 내리는 은총도 받지 못해 그는 불우한 파라오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태양의 선택을 받은 파라오가 나타날 때까지.
그때까지는 태양의 선택조차 받지 못한 파라오로서 모든 도전을 상대하고 무리를 해야 했었다.
그리고.
결국 태양의 선택을 받은 자가 나타났을 때.
“난 사막을 떠나 줘야 했다.”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사막에 지배자가 둘이나 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싸우지 않고 떠나 주었다. 사막을 위해서. 그곳은 태양의 선택을 받은 자가 더 잘 다스릴 테니까.”
그가 시무룩한 어조로 중얼거리듯 말하자 이안은 볼을 긁적거렸다.
“파라오치고는 저항이 약하네.”
<일부러 강한 척을 하는 자로 보입니다.>
이안이 만났던 가리아 사막 제국의 파라오들은 대부분 강경했다.
저항했고, 덤볐으며, 불같은 성정을 지녔다.
그리고 항상 도전하는 자였다.
저렇게 말 한마디로 우울해지는 자는 이안도 처음이다.
“거. 음. 내가 너무 사실만 말했군. 미안.”
“아니. 그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니까. 파라오라면 싸워야 하지. 하지만 싸움을 피하고 추방을 택한 비겁자의 인정 따위…….”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확실히 그대 같은 강자에게는 필요 없겠지.”
눈물이 담긴 시선에 이안은 쓰게 웃었다.
“나 같은 파라오는…… 역시 차라리 없는 것이 낫겠지. 허세로 위장하고 있지만 결국 난 나약한 자에 불과하니까. 나는 피라미드도 들어가지 못한 채 사막의 유사에 몸을 던지는 게 나을거다.”
그냥 내버려 두면 절망감에 빠져 자살이라도 할 것 같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패배주의자 같은 말을 하다니. 도전해라. 도전.”
도전하고 저항하는 자를 좋아하는 이안에게 있어서 이런 모습은 보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그가 응원했지만 호텝은 그저 시무룩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태양의 선택조차 받지 못했다. 그런 내게는 도전의 자격조차 없겠지…….”
<가리아 사막 왕국 태양신의 권능, 태양의 선택을 사용합니다.>
“선택 정도는 내가 해 줄 테니까 돌아가면 도전해라.”
이안이 손을 들어 올린 순간.
그의 손 위에 일렁이는 작은 태양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