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1화(11/300)
◈ 제11화
6. 싸우는 소리 안 들리게 해라 – 1
이미 소문은 퍼져 있었다.
이안이 마을에 나갔을 때 습격해 온 아이작을 죽였다.
대련도 아니고 진검승부에서 그를 죽일 수 있을 정도라면 전투력은 보장이 된 것이다.
그런데 졸업 후 거취도 정하지 않았다?
그럼 바로 스카우트 대상으로 삼는 것이 당연했다.
“어제 인사를 따로 했어야 했는데. 위디아라고 해. 후후.”
“여. 친구. 박바레다. 이거 참. 이렇게 인사를 하게 되었군.”
그들 외에도 다가오는 이들을 빤히 보던 이안은 작게 미소 지었다.
“스카우트 면담은 생존 훈련 끝나고 하는 게 어떨까?”
“크흠. 그럼 번호표 발급해 주냐?”
박바레가 순박하게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건 프리미엄이라. 10실버다.”
그 말이 끝난 순간 여러 명이 그의 책상 위에 은화를 놓고 이름을 말했다.
번호표 팔아 순식간에 1골드 넘게 벌었다.
이안이 돈을 주머니에 넣자 블랜치는 그들을 비웃었다.
“하하. 자식들. 쓸데없는 노력을 하고 있군. 이안은 아우덴 백작가로 갈 텐데 말이야. 안 그러냐?”
그를 향해 이안은 활짝 미소 지었다.
“너도 번호표 뽑아.”
* * *
아란세가 말한 대로 오전은 준비로 다들 바쁘게 움직였다.
물론 아직 교양 수업을 듣지 않는 이안은 신전에 가서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정오가 지나고 교실로 돌아왔을 때는 준비를 끝낸 생도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바리바리 챙겨 왔고, 또 누군가는 무기만 들었다.
“가자.”
어제 갔던 미얄 산맥의 입구로 아란세는 생도들을 이끌었다.
입구에 도착하자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생존 시험은 오늘부터 삼 일간 계속된다. 다들 목걸이를 받도록.”
아란세는 준비된 목걸이를 나누어 주었다.
모두가 그것을 받자 그는 이안을 힐끔 보고 말했다.
“목걸이는 너희들의 목숨이라고 할 수 있다. 사흘간 그 목걸이를 지켜 내는 것이 이번 시험 통과의 기본 조건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목걸이를 강탈할수록 추가 점수가 주어진다.
“이번 훈련의 추격자는 나와 하운드 교관, 그리고 늘 도와주던 사냥꾼들이다.”
아란세의 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 교관과 몇몇 사냥꾼들이 서 있었다.
“사냥술 교관 하운드다. 내 수업을 받는 생도들은 알겠지만…… 흔적을 지우는 것 역시도 생존에 아주 중요하다. 이 방법이 궁금하면 사냥술 교양 꼭 신청해라. 상담도 환영이다.”
몇몇 생도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사냥술 수업에서는 추적과 은신에 대해 가르친다.
당연히 그 수업의 교관이 추적자라면 이번 시험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오늘 자정. 하운드 교관은 이틀 후 정오부터 움직인다. 그러니 최대한 은신처를 잘 만들도록.”
“은신처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생도 하나가 자신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그를 향해 하운드는 빙긋 웃었다.
“그럼 탈락이지. 뭐. 당당하게 맞서 싸워도 된다. 그 또한 생존에 중요한 일이니까.”
그 외에 몇 가지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하운드는 그들의 질문에 모두 정석적인 답변을 해 주었다.
질의응답이 끝나자 아란세는 문을 가리켰다.
“조난 시 지급된 구조용 스크롤을 찢도록.”
그럼 그것을 찾아 구조가 갈 거다.
물론 구조되면 점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기에 다들 얌전히 스크롤을 품에 넣었다.
“시작한다.”
생도들이 미얄 산맥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안 역시 그들을 뒤따르려 하자 아란세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안. 먀네는 두고 가는 게 어떻겠냐.”
“먀아~?”
그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하품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그는 손가락을 내밀었다.
“시험에 불리할 수도 있어.”
“감안하겠습니다.”
무덤덤하게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란세는 빙긋 웃었다.
“좋아. 검술 실력만큼 생존 실력도 좋은지 확인해 보고 싶군.”
그의 눈은 흥미로 번뜩이고 있었다.
자질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아이작을 일격에 죽일 줄이야.
정말 헐값에 보물을 얻은 것일지도 몰랐다.
“너에게 거는 기대가 커.”
“감사합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생도들이 흩어졌다.
생존 시험은 개인전이라 그런지 블랜치와 발라도 따로 떨어져 행동하기로 했다.
생도들이 모두 산으로 들어가자 이안은 인사한 후 떠났다.
“저 녀석이 이안입니까?”
“응.”
“겉으로만 보면 아이작을 압살했다 생각하기 어렵군요.”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는 법이지.”
아란세가 고개를 젓자 하운드는 진지하게 말했다.
“추적을 돕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나도 추적 정도는 해 봤으니까.”
그는 엄지손톱을 잘근 깨물었다.
초조하다.
벌써부터 밤이 기다려진다.
“과연 이안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 * *
“키르케. 지형 파악 됐나?”
<미얄 산맥 내 은거지 위치 검색이 완료되었습니다.>
<북쪽 위드론 3번 협곡 근처에 냇가와 인접한 은신처가 존재합니다.>
<동북쪽 텔리든 언덕에 수원과 인접한 은신처가 존재합니다.>
<동북쪽 로디 절벽에 은신처가 존재합니다.>
“위드론 협곡 쪽으로 가지.”
<길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키르케의 안내를 받아 얼마나 산을 올랐을까?
원래 목표로 한 곳으로 가던 그는 수풀 사이에 있는 작은 동굴을 하나 발견했다.
‘지형이 발견되기 딱 좋은 곳이군.’
<영맥이 자리 잡은 곳이라 이 세계의 마법 중 결계를 이용하기에 유리합니다.>
<이곳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까 위드론 협곡 쪽과 비교하면 어디가 낫나?”
<위드론 협곡 쪽이 수원과 더 가깝습니다.>
그럼 됐다.
이안이 아쉬움 없이 떠나려는 순간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 여기서 곰 동굴을 발견하다니!”
아까 말을 걸었던 생도 중 하나인 박바레였다.
자리를 잡은 그는 이안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가볍게 몸을 풀었다.
<공격 준비할까요?>
“아니. 지금은 그냥 지켜볼 생각이니까. 그리고 한 명 더 오네.”
그의 말대로 짙은 금발에 차가운 인상의 미소년이 나타났다.
경장 차림의 그는 박바레를 보며 지팡이를 거뒀다.
“하륜이잖아? 너도 숨을 곳 찾으러 왔냐? 아니면 한판 뜰까?”
경계하는 그에게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박바레. 우리 협력하자.”
하륜의 제안에 박바레는 웃었다.
언제든지 들 수 있도록 옆에 메이스를 둔 그에게 하륜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곳에 내가 결계를 칠게. 그 대신 사냥은 네가 해. 내 마법으로 사냥하면 금방 들킬 테니까.”
“오호.”
“추적자를 잡으면 점수를 더 얻는 거 알지? 최소 두 명 이상의 추적자를 잡아서 한 명씩 나눈다면…….”
“그럼 점수를 크게 얻을 수 있겠군.”
“단순하게 숨어 있는 녀석들보다는 훨씬 앞서 나갈 거야. 그리고 다른 생도들도 잡자고.”
“그럼 우리가 최고점을 얻겠군.”
“내 결계와 마법. 그리고 너의 그 무식한 전투력을 합친다면 우리가 이번 시험에서 최고점을 얻을 수 있어.”
하륜의 제안에 박바레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씩 웃었다.
“완전 환영이지.”
박바레와 하륜이 손을 잡았다.
개인전이라고 하지만 딱히 손을 잡지 말라는 법은 없었기에 내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그렇지. 영맥을 노리고 오는 놈들도 잡을 수 있고.”
<같은 전략을 쓸까요?>
“됐어. 고작 이 정도 시험에 무슨 전략을 쓰냐?”
그가 키르케에게 말하는 사이 하륜은 지팡이를 동굴 앞에 내리찍었다.
그 순간 동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진 우르쿨이 접근 중입니다.>
결계가 만들어진 것을 알지 못한 채 수풀을 헤치며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이안의 룸메이트 그래진이었다.
<요격 준비할까요.>
“구경이나 하자.”
이안은 가방에서 쿠키를 꺼내 씹었다.
그렇게 결계도, 이안도 눈치채지 못한 그래진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분명 이 근처인데…….”
미얄 산맥에는 많은 영맥이 흐르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영맥을 이용해 강한 결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결계만 만들어 낸다면 사흘을 버티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래서 괜찮은 영맥을 쫓아왔는데 영맥의 중심지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래진은 황급히 지팡이를 들었다.
그 순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허공에서 메이스를 든 박바레가 튀어나왔다.
“매직 미사일!!”
“으하하!!”
날아든 매직 미사일을 메이스로 부숴 버린 그는 포효하며 훌쩍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내리쳐지는 메이스를 본 그래진은 이를 갈았다.
“실드!!”
마력으로 만들어진 보호막에 메이스가 닿았다.
푸른 장막과 힘겨루기를 하던 메이스가 뒤로 튕기자 그는 지팡이를 겨눴다.
“제기랄. 이 정도 결계라니……. 박바레! 하륜과 손을 잡았구나!”
“잡지 말란 법은 없잖냐! 하륜!!”
그때 결계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 빛을 막기 위해 그래진은 실드를 펼쳤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빈틈이 패인이 되었다.
“윽!!”
옆구리에 박바레의 주먹이 꽂혔다.
제대로 한 방 맞은 그래진이 털썩 무릎을 꿇자 박바레는 메이스를 그의 목에 겨눴다.
“짜잔.”
“……젠장.”
그래진은 욕설을 내뱉고 목걸이를 꺼냈다.
그것을 받은 박바레는 싱글벙글 웃었다.
“개인적인 원한은 없는 거 알지? 자. 가자. 사흘간 잘 지내보자고.”
하륜의 결계.
그리고 자신의 전투력.
이 정도면 누가 와도 싸울 수 있다.
박바레는 싱글벙글 웃으며 밧줄로 그래진을 묶은 후 결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재밌게들 노네.’
생존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강탈전이다.
단순하게 통과만 생각한다면 얌전히 숨어 있으면 된다.
하지만 더 위를 노리려면 결국 타인을 떨어트려야 한다.
“그럴 필요 없어. 마지막에만 움직이면 될 테니까.”
이 시험의 종료는 목걸이를 가지고 아카데미에 복귀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럼 마지막 날 미얄 산맥 입구 근처에서 버티다가 오는 애들 것 뺏으면 되는 것 아닌가.
굳이 찾아다니면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이안은 하륜과 박바레의 은신처를 힐끔 보고 목적지로 걸었다.
몇차례 더 생도들을 만났지만 이안은 그들을 지나쳐 걸었고 얼마 지나지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블린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동굴은 한두 명은 넉넉하게 쓸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입구 쪽의 위장을 완벽하게 끝내 놓은 이안은 안에 들어가 앉았다.
딱히 할 일도 없어 명상을 시작하고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먀네가 이안의 허벅지를 톡톡 건드렸다.
“배고프냐?”
“먀~ 먀~.”
“기다리고 있어.”
물을 퍼 오기 위한 냄비를 들고 밖으로 나간 이안은 어둠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었다.
금방 냇가를 찾아낸 그는 냄비에 물을 담았다.
냄비 한가득 물을 떠 온 그는 냇가에서 챙겨 온 깨끗한 돌 몇 개를 쥐었다.
-화륵!!
태양의 기운이 화력으로 바뀌며 돌을 달군다.
뜨겁게 달궈진 돌을 냄비에 넣자마자 물이 끓기 시작했다.
<현재 보유한 재료로는 보리죽, 야채죽, 고기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먀아~ 먀~.”
이안은 먀네가 꾹꾹이를 하고 있는 가방을 열었다.
안에 있는 건량과 곡식 조금을 챙긴 그가 죽을 끓이려고 할 때.
-쿠어어어어어!!
그가 머무르는 동굴 위쪽에서 거센 포효와 함께 동굴이 흔들렸다.
-후두둑!!
그리고 그 흙과 먼지, 돌 조각들이 끓여 놓은 물로 후두둑 떨어졌다.
그걸 본 이안은 인상을 찡그리고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