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10화(110/300)
◈ 제110화
55. 기억하는 자 – 2
“으어억!!”
“커억!”
“윽!!”
검이 휘둘러지며 만들어 낸 검풍에 세 명이 나가떨어졌다.
일격에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긴 이들이 신음하자 이안은 손을 들었다.
“라이트닝 볼트.”
-파지지직!!
마법사의 몸에 마법이 제대로 꽂혔다.
그가 바삭하게 익어 버린 채 기절하자 이안은 쓰러진 이들에게 다가갔다.
“얼음 성채에서 뭘 가지고 왔지?”
“으…… 으으…… 그, 그건…….”
“셋 중 하나는 알겠지.”
이안이 검을 들자 눈치를 살피던 둘 중 창을 든 자가 말했다.
“여, 여왕이 무엇보다 소중히 여, 여긴다는 것을 가, 가지고 왔습니다!”
“그건…… 그건 무척이나 비싸게 팔릴 것이라…….”
탑에서 얻을 수 있는 아티팩트들은 바깥에서 귀한 값에 팔린다.
당장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영원한 얼음만 해도 비싼 건 하나에 일만 골드를 호가한다.
그런 곳의 지배자가 가장 아끼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비쌀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매입자도 알아 놨습니다! 그러니까…… 가, 같이 나가시죠!”
“예! 이안 님 정도라면 여왕을 쓰러트릴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니까…….”
지배자를 쓰러트리면 다른 층으로 갈 수 있는 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손을 잡자.
그들이 애원했지만 이안은 무시했다.
그걸 본 남은 둘은 당황하며 외쳤다.
“우, 우리를 죽이면!”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못 찾을 거다! 그렇게 되면 당신도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서걱!!
더 들을 필요는 없었다.
이안은 가차 없이 그들의 목을 날려 버렸다.
둘의 머리가 떨어지고, 마법사의 머리도 밟아 부숴 버린 이안은 시체를 가리켰다.
“이것 좀 치워 주시겠습니까?”
“어…… 어. 예에…….”
마을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아스반의 목숨을 구해 줬다고 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그를 공격한 것일 줄이야.
당황한 그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이안은 가볍게 말했다.
“얘들이 가지고 있던 것들은 마을에서 알아서 쓰도록 하시죠.”
저들이 갖고 있는 갑옷이나 창, 검 등 금속 제품은 마을에서도 원하는 것이었다.
그걸 넘겨준다는 말에도 마을 사람들은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저기. 손님.”
“음?”
“이렇게 싸우셔도 되는 겁니까? 이방인들은 서로를 공격하면…….”
“상관없습니다.”
뭐라고하면 천마신공을 처먹여주면 된다.
결국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시체를 수습하기 시작하자 이안은 먀네를 불렀다.
달려온 먀네가 어깨에 올라타자 그는 그대로 걸었다.
“손님! 어디 가십니까?!”
“여왕의 보물을 가지러 갑니다.”
이안이 가려고 하자 로번이 그에게 다가갔다.
“왜?”
“저, 저기. 어디로 가세요?”
“늪 쪽으로 가 보려고.”
“그럼 이걸 가져가세요. 늪 쪽은 아주 더워서…….”
로번은 황급히 주머니에서 작은 얼음 결정을 꺼냈다.
새하얀 얼음 결정에는 꽤나 강한 마력이 담겨 있었다.
이곳의 마력이 뭉쳐져 만들어진 얼음.
어떤 경우에도 녹지 않는 아티팩트인 영원한 얼음이었다.
“오늘 낮에 채취한 거예요. 이게 있으면 더위도 물리치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래. 고맙다.”
그걸 받은 이안이 주머니에 넣고 걷자 로번은 밝게 외쳤다.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마을에서 나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덥다 생각하지 않았다.
환골탈태를 통해 한서불침의 상태가 된 덕분이었다.
“먀아아아~.”
하지만 먀네는 아니었다.
사막에서도 멀쩡했던 먀네가 마력이 담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이안은 주머니에 있는 영원한 얼음을 꺼냈다.
“먀아~ 먀먀~.”
그걸 품에 안은 먀네가 서늘함에 기뻐한다.
그사이 그는 더욱 안으로 진입했다.
열기가 더욱 강해지고 마치 열대우림과 같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무수히 많은 덩굴과 식물들을 지나자 키르케가 바로 말했다.
<시마르굴의 늪과 근접했습니다.>
<현재 즈메이가 기상 중입니다.>
<좌측 덩굴 뒤에 결계가 존재합니다.>
하륜이 만드는 것과 비슷한 투명한 결계다.
투명한 데다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위장해 주는 결계 근처에 도착하자 그는 검을 휘둘렀다.
-챙그랑!!
마력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동굴이 모습을 보였다.
이안은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작은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커다란 얼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얼음 안에 꽤나 고급스러운 상자가 들어가 있었다.
“이걸 녹이려고 여기로 가져왔나 보군.”
<시마르굴의 늪에 있는 열기라면 마르잔나의 얼음도 녹일 수 있겠지요.>
어쨌든 이것을 가져가야 한다.
이안은 상자가 들어간 얼음을 들어 올린 후 근처에 있는 짐들을 살폈다.
“오.”
커다란 가방 안쪽에 괴 하나가 있었다.
아다만티움 괴였다.
“폴바른 지저 세계가 몇 층이지?”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안은 짧게 입맛을 다신 후 가방을 더 뒤졌다.
이것저것 들어가 있는 가방 안쪽에서 이안은 작은 털 하나를 발견했다.
금색으로 빛나는 털이다.
꽤나 아름다운 데다가 상당한 마력이 담겨 있는 털이다.
예전에 봤던 호랑이의 털보다 더 귀해 보이는 털을 보던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털까지 확인한 그가 짐을 모두 들고 동굴에서 나왔을 때.
<즈메이가 깨어났습니다.>
땅이 울렸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정글을 짓밟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먀아아아아!!”
먀네마저 경계할 정도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안은 도망치는 대신 팔짱을 끼고 기다릴 뿐이었다.
나무가 흔들린다.
덩굴이 흔들린다.
땅이 흔들린다.
그렇게 거대한 무언가가 근접했을 때.
-가아아악!
-크와아아아!!
정글에 사는 동물들과 괴수들도 참지 못하고 도망쳤다.
자신들에게 재앙이자 폭력이나 다름없는 존재를 두려워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걸 느끼고 깨어난 건가?”
이안은 손에 들려 있는 얼음을 보았다.
<즈메이는 열기를 빼앗기는 것을 싫어하니까요.>
그 세 명은 시마르굴의 늪이 가진 열기를 이용해서 얼음을 녹이려 하였다.
마르잔나의 얼음이 보통 얼음이 아닌 만큼 당연히 이곳의 열기도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열기를 독차지하려고 하는 즈메이가 불쾌함을 느끼고 일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이곳에 저 얼음을 가지고 왔을 때부터 즈메이는 눈치채고 잠에서 깨어나려 했을 것이다.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검을 들었다.
-콰드득! 콰직!
거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글 너머에서 거대한 것이 달려오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거대한 무언가의 불쾌감 가득 담긴 소리가 들린다.
도망치던 정글의 동물 중 몇몇이 그것만으로도 두려워 죽어 버린다.
달려 나오던 불의 요정 파셀이 하늘로 끌어 올려진다.
그것을.
정글에서 튀어나온 세 개의 머리가 잡아채 뜯어 먹어 버렸다.
“카아아아아!!”
열을 받아들이는 강력한 괴수.
겨울을 증오하는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눈 덮힌 산을 노려본다.
여섯 개의 붉은 눈에 불길이 치솟는다.
한 쌍의 거대한 날개가 펼쳐졌다.
하늘로 날아올라 저 산과 이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려는 즈메이를 향해.
이안은 손을 뻗었다.
<슬라브드의 마지막 강설을 사용합니다.>
모든 즈메이들에게 공포의 존재였던 위대한 영웅의 얼음검이 만들어진다.
눈보라를 만들어 내는 구름이 눈길을 멈추고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하자 즈메이는 세 개의 입을 벌렸다.
강력한 화염이 모인다.
저 냉기를 없애 버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화염을 모은 그가 불길을 내뿜었을 때.
이안은 뻗은 손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완성된 얼음의 검이 내리꽂힌다.
이 세계의 어떤 얼음보다 강력하고 차가운 검은 불길을 가르며 단번에 그의 심장에 꽂혔다.
“커어억…….”
세 개의 머리가 생명을 잃었다.
커다란 몸이 축 늘어지더니 얼어붙기 시작한다.
오랜 기간 시마르굴의 늪을 지배하던 강대한 괴수.
즈메이의 초라한 최후였다.
그의 죽음에 놀란 요정들과 동물들, 괴수들이 도망치던 것을 멈췄다.
그사이 완전히 얼어붙은 즈메이의 몸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이 정글에 살던 모두가 그 광경에 두려워했지만.
오직 이안만이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이반과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늪이 있는 곳에서 들린 괴물의 포효.
거기에 하늘과 땅을 울리게 할 정도의 강력한 굉음까지.
거기에 하늘에서 나타난 얼음의 검과 불길이 싸우는 일까지 있었다.
그곳으로 간 마을의 은인이 행여나 위험한 일에 휘말린 것이 아닌가 그들은 걱정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기도했다.
이곳을 다스리는 여왕 마르잔나에게 간절하게 기도했다.
“앗?!”
그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숲에서 이안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걸 본 리사와 로번은 허둥거리며 그에게 달려갔다.
“손님!!”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안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들의 질문에 이안은 늘 그랬던 것처럼 평온한 어조로 답했다.
“아무 일 없었어.”
“아…… 그렇군요. 갑자기 소리가 들리고 그러길래…….”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도 나타난 줄 알았습니다.”
괴물이 나타나기는 했다.
딱히 무시무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안은 대충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난 볼일을 다 봤으니 이만 가 봐야겠군.”
“여기까지 오셨는데요?”
“내일 새벽에 영원한 얼음을 채집할 예정입니다!”
“은인을 위한 대접도 못 했는데……. 이제 해도 저물어 가고 있는데 식사를 하시고 내일 아침에 가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다들 안타까워한다.
그들을 보던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그럽시다.”
마을에서 기껏 준비해 놨다는데 그냥 가기도 그렇다.
또 이곳에 올라온 이후로 아직 식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먀네도 배가 고팠는지 골골 울며 이안의 어깨 위에서 꼬리를 흔들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식사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물론 돼지 바비큐 정도로 그리 대단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꽤나 귀한 가축을 잡은 것이다.
그만큼 이안을 위한 보답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손님. 그 얼음은 뭡니까?”
“얼음 안에 상자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작자들이 훔쳤던 여왕의 보물입니다.”
“예에?!”
아까 이안이 그들과 나누던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다.
하지만 설마 그게 진짜일 줄이야.
다들 신기해하며 얼음을 지켜보았다.
궁금해하던 리사가 먀네를 안은 채 얼음에 다가가자 이안이 말했다.
“건드리지 마라. 여왕의 화가 너에게 전해질 수도 있을 테니.”
그가 웃으며 놀리듯 말하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 그랬죠. 손님. 감사합니다.”
“됐어.”
하지만 역시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로번과 리사는 얼음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고개만 갸웃거렸다.
“저 안에 있는 게 뭘까요?”
그 질문에 이안은 돼지 갈비 부위를 한 입 베어 물고 답했다.
“거울.”
“……예?”
“그녀가 그녀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인간에게 받은 증거.”
“여왕님께…… 스승님이 계셨었나요? 그것도 인간 스승님이? 하지만 여왕님은 거인이잖아요.”
“오. 이방인께서 그걸 알고 계시다니.”
마을의 어른 중 하나가 웃으며 다가왔다.
궁금해하는 둘에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여왕님께서 인간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유가 과거 그분을 가르치신 스승님 때문이시지.”
“맞아. 나도 예전에 할아버지께 들었다. 불멸자 게토른을 쓰러트리고, 열두 머리의 용을 베어 넘기고.”
“강대한 용들을 물리친 후 거인의 왕인 파룬과 설전에서 이겨 인간들의 더 나은 삶을 약속받은 영웅 보가트리.”
“여왕님께선 어린 시절 그분께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셨지.”
“그런데 이방인께서 알고 계시다니. 다른 마을에서 들으셨나 보지요?”
“하하. 보가트리 님은 인간의 영웅이시니까. 아는 사람들은 모두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다들 한마디씩 하자 로번은 신기해하며 이안에게 물었다.
“정말 그것일까요?”
그 질문에 이안은 얼음 속의 상자를 보다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아니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