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11화(111/300)
◈ 제111화
56. 알고 있습니다 – 1
이안의 말에 로번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말 없이 고기만 뜯어 먹을 뿐이었다.
“먐먀~.”
그때 먀네가 낮게 울며 이안의 무릎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흔들리는 꼬리에 정신이 팔린 두 아이가 먀네를 쫓아가 버리자 이반이 다가왔다.
“여왕님의 보물을 되찾으셨으니 그걸 다시 가져다 드릴 생각이십니까?”
“그래야겠지요. 어차피 저도 다른 곳으로 가려면 거기로 가야 하니.”
“손님께서는 여왕님을 알고 계십니까?”
마을에서 직접 빚은 술을 홀짝거리며 이반이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자애로우신 분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저희 마을에 대대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반은 다시 한 모금 새하얀 술을 마셨다.
그리고 옛날.
자신의 할아버지가 무릎 위에 앉혀 두고 해 줬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저희는 원래 이곳의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알고 계시지요?”
“예.”
“저희의 조상님들께서는 슬라브드라는 세계에서 살고 계셨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곳을 지배하던 거인들은 인간을 세계에서 배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요정과 정령, 그리고 괴수들만을 원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슬라브드의 영웅 보가트리 이후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이었다.
파룬과의 설전에서 보가트리가 얻어 낸 영웅의 증명은 인간을 수호했다.
그 증명으로 인해 인간은 요정을 이길 수 있었고, 인간은 정령을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은 괴물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거인들은 인간을 경계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인간의 수를.
그리고 늘어나는 인간에게서 또다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영웅을.
그 영웅이 세계의 지배 논리를 무너트리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많은 괴물들과 정령들, 요정들은 인간을 공격했고, 거인들은 그들을 돕지 않았지요.”
그리고 그 전쟁에서 인간이 크게 밀리고 있을 때.
거인들이 말했다.
“그 목숨이라도 살고 싶다면 슬라브드를 떠나라고.”
술을 한 모금 마신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에 뒤덮여 있는 어두컴컴한 하늘이지만 그곳에도 달은 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면…….”
죽으라고.
이 세계에 인간을 위한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그 결정에 인간들은 분노하며 저항했지만 결국은 패배했다.
“그리고 인간은 슬라브드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리고 그때 여왕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인간을 싫어했던 거인들 중에서 오직 단 하나.
겨울과 죽음, 수확을 다스리는 눈의 여왕 마르잔나만이 추방당하는 인간을 수호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슬라브드의 인간들은 이곳으로 이동했다.
“슬라브드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곳인 서리 왕국, 그곳의 영토만이 이 세계로 보내진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 서리 왕국에서 그녀는 많은 노력을 해 왔다고 한다.
이곳에 원래 있던 요정이나 괴물, 즈메이 같은 괴수들과 사람을 이끌며 싸웠다.
그들을 쓰러트리고, 인간이 살 곳을 만들고.
그러며 이 탑을 관리하는 이들과 협상하며.
이방인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가끔씩 보내지는 슬라브드의 폐기물들을 정리했다.
그녀는 그렇게 홀로 이 작은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슬라브드에 남으셨다면 수많은 영광을 가지셨을 텐데도…… 그분께선…….”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여왕님께서 그토록 아끼시는 보물을 되찾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안이 말을 끊자 이반은 빙긋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다음 날이 되자 눈발이 그쳤다.
떠오른 햇빛에 소복이 쌓인 눈이 반짝인다.
설원을 지켜보던 이안이 떠나려하자 로번과 리사가 달려왔다.
“손님! 손님!”
“이거 가져가세요!”
그들 외에도 주머니를 든 아이들이 달려왔다.
아이들 뒤로 배웅을 위해 나온 마을 사람들이 보였다.
<최상급 영원한 얼음입니다.>
“새벽에 채취했던 것 중에 제일 좋은 거예요.”
“손님께 드릴게요! 사실 여왕님께 진상하고 싶었던 건데…….”
주머니 안에는 투박한 상자가 있었다.
상자 안을 열어 보니 전에 이안이 받았던 얼음 조각보다 훨씬 크고, 원형에 가까운 조각이 있었다.
<꽤 오랫동안 겨울의 기운을 머금은 것 같군요.>
‘이 정도면 삼백 년 이상은 된 것 같은데. 이걸로 빙혼단을 만들 수 있겠다.’
빙공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영약 중 하나인 빙혼단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가 좋은 얼음이다.
평소라면 빙계 마법을 이용해서 만들곤 하지만 이런 자연산이라면 효과가 더 좋을 거다.
나중에 만들어서 먀네에게 먹여봐야겠다 생각한 이안은 상자를 닫고 가방에 넣었다.
“잘 쓰마.”
“헤헤헤.”
“나중에 또 와 주세요! 먀네! 또 봐!”
“먀아~ 먀먀아아아~.”
먀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울자 이안은 몸을 돌렸다.
“손님! 여왕님께 안부 전해 주십시오! 이 숲에서 저희는 잘 살아가고 있다고!”
“다른 마을 사람들도 여왕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전해 주십시오!!”
마을 사람들의 외침이 들린다.
그것을 배경 삼아 이안은 다시 수정 노래 숲으로 들어갔다.
* * *
수정 노래 숲을 지나 설원에 도착한 이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얀 설원이 붉은 피로 더럽혀지고 있었다.
“죽어라!”
“개새끼들!! 너희지! 너희가 여왕의 보물을 훔쳐서 이런 일을 벌인 거지?!”
이곳에 갇힌 탐험가들이 결국 서로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런 이들 중에 필사적으로 싸움을 말리는 이들이 보였다.
위칼타와 그 일행들이다.
그는 오러 블레이드까지 뽑아내고 탐험가들과 싸우며 말리고 있었다.
하지만 싸우는 이들 중에도 마스터가 있었기에 그들만으로 싸움을 말리는 것은 역부족으로 보였다.
그들을 지켜보던 이안은 검을 들었다.
천마신공 달의 장.
빙월륜.
이안의 검에 맺힌 달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시리도록 차가운 달의 기운과 주변의 눈이 결합한다.
그것이 만들어 낸 거대한 눈 폭풍은 단번에 싸우던 이들의 몸을 덮쳤다.
“으악!”
“콜록!”
“이, 이게 무슨…….”
그 눈 폭풍을 지나 걸어온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들 싸우지? 보물 되찾아 왔으니까.”
“어?”
“이안 님!!”
이안의 손에 들려 있는 얼음덩어리를 본 이들은 무기를 내렸다.
위칼타는 허둥거리며 이안에게 달려갔다.
“그게 수정 노래 숲에 있었습니까?”
“예. 거기에 있는 늪의 열기를 이용해서 이 얼음을 녹이려고 했더군요.”
“아……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어서 가시죠.”
여왕의 분노가 더욱 강해지기 전에 그 보물을 가져다줘야 한다.
위칼타가 말하자 싸우던 탐험가들 중 몇몇이 씩 웃었다.
“그건 좋은데.”
“가져다주는 건 우리가 했으면 싶어.”
그들의 말에 위칼타와 그 일행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저들의 속셈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마르잔나에게 저걸 되돌려주고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다.
진상품을 바치는 것으로 좋은 물건들을 내어 주거나 인챈트를 걸어 주는 그녀다.
그런 그녀에게 보물을 되찾아 준다면 어떤 것을 주겠나.
헛된 욕심에 눈이 뒤집힌 그들이 무기를 겨누자 위칼타와 그의 동료들은 이안 쪽에 섰다.
“미친 새끼들!”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양심은 어디 갔냐! 이 쓰레기들아!”
그들의 격한 외침에도 무기를 든 탐험가들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뭐래. 깨끗한 척은.”
“여긴 잊힌 도시의 탑이다. 잊힌 도시에서는 누구도 믿으면 안 된다는 말 모르냐?”
“이안이든 뭐든 이 정도 수면 잡을 수 있겠지.”
자신만만해하는 그들을 향해 위칼타는 한숨을 쉬었다.
“이쪽은 저희가 해결할 테니 어서 성으로 가시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자신을 지키려는 이들을 막고 나선 이안은 검을 꽉 잡았다.
“다 죽이고 갈 생각이니까.”
그렇게.
더럽혀진 설원에 몇 줄의 피가 추가되었다.
위칼타 일행은 이안이 보물을 되찾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이안은 곧장 영산을 향해 걸었다.
산에 가까워질수록 요정과 정령, 얼음 괴물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을 베어 넘기며 눈밭을 걸어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을 때.
-우우우웅!!
눈보라가 거세어졌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거세진 눈보라에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먀아~ 먀먀~.”
옷 안으로 파고든 먀네가 그의 목을 꼬리로 감싼다.
그것으로라도 추위를 피하게 하려는 것처럼 보이자 그는 먀네를 쓰다듬었다.
“그럴 필요 없어.”
한서불침의 육체에 이런 추위 따위는 접근할 수 없다.
거센 바람과 눈에도 이안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전방에 절벽이 존재합니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라지만 키르케가 있으니 걱정이 없었다.
이안은 가볍게 뛰어올라 절벽을 넘어섰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눈보라가 조금씩 그치기 시작하자 거대한 얼음 다리가 모습을 보였다.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태양 빛에 반짝이는 얼음의 다리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 얼음 다리의 끝에 있는 것은 아름다운 성이었다.
평소라면 탐험가들 몇몇이 지나다니고 있어야 할 성 주변에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추위를 찾아온 정령들과 요정, 괴물들만이 얼음 다리와 성 주변에서 머물 뿐.
일반 탐험가라면 여기서 바로 돌아갔을 것이다.
저들 전부와 싸울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안은 망설임 없이 다리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가 접근하자, 요정과 정령, 괴물들이 이안에게 흉포한 살기를 보였다.
그들이 다리를 넘어 이안에게 접근하려고 할 때.
“돌아가거라. 나는 당분간 누구와도 만나지 않으리.”
얼음 성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근엄하며, 자애로운 목소리다.
하지만 꽤나 힘이 빠져 있었다.
그 목소리 때문일까?
이안에게 접근하려던 요정들과 정령들, 괴물들은 움직임을 멈췄다.
“돌아가거라. 저들이 너를 해치기 전에.”
그 목소리를 들으며 이안은 손을 들었다.
“보물 찾아왔어.”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얼음.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상자.
그것을 본 것일까?
얼음 성채 주변에서 눈보라가 치기 시작한다.
그것이 가라앉았을 때 이안의 길을 방해하는 이들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들어오라.”
굳게 닫혀 있던 얼음 성채의 문이 열린다.
그곳을 지켜보던 이안은 발을 옮겼다.
얼음 다리를 지나 성으로 들어서고.
거울과 같은 깨끗한 얼음 계단을 타고 올라가 성의 중앙에 도착했을 때.
이안은 옥좌에 앉아 있는 아름다운 거인을 마주했다.
연한 회색 긴 머리칼에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안 역시 그녀의 회색 눈동자를 피할 생각 없이 마주했다.
사뿐사뿐 계단을 걸어 내려온 그녀는 수심에 가득 찬 얼굴로 이안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그 질문에 이안은 언제나와 같은 답을 꺼냈다.
“이안 브랜든.”
그의 답에 거인, 이 세계의 지배자이며 얼음 성채의 주인인 그녀, 여왕 마르잔나는 의문을 품었다.
“그대의 곁에는 수많은 죽음과 탄생이 함께한다. 하나의 이름이 그대를 지칭하는 전부가 아닌 것 같은데.”
그녀의 회색 눈동자가 번뜩이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처럼 지나갔던 인연과 다시 만나지 않은 적도 없었다.
그리고 진실을 말했을 때의 결과가 뭔지도 안다.
<주인님.>
키르케가 만류했지만 이안은 입을 열었다.
“슬라브드에서는 보가트리라고도 불렸지.”
그 말을 들은 순간 마르잔나의 눈이 번뜩였다.
“감히 그 위대한 이름을 멋대로 입에 담다니!!”
그녀의 손에 쥐어진 지팡이에서 백색의 빛이 번뜩였고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매번 그랬지만 진실은 역시 항상 박해받는군.”
<그래도 주인님께선 한 번도 숨기지 않으셨잖습니까.>
안타까움이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이안은 쓰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