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18화(118/300)
◈ 제118화
59. 도망친 주제에 – 2
전에 로키에게 들었을 때 이세도 대충 감은 잡고 있었다.
그 여전사가 프레이야일 것이라는 정도는.
카르자 기사단의 기사가 되는 자는 카르자의 후광만을 등에 업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명예를 지니고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
강자를 존중해야 하며, 기사답게 약자를 수호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충실히 수행하는 그에게 있어서 타인의 힘을 자신의 것인 양 떠드는 자는 경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야. 당신이 거인의 앞에서 도망쳤다는 것이 사실이오?”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프레이야는 적을 앞에 두고 단 한 번도 물러나지 않았다.”
당당한 그녀의 발언을 들은 이세는 로키를 보았다.
그는 그저 싸늘하게 웃을 뿐이었다.
“수르트가 검을 들었을 때. 애원했었지. 당신의 부하가, 노예가 되어 세계를 멸망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프레이야는 죽일 듯 로키를 노려보았다.
그 둘을 번갈아 바라본 단주는 한숨을 쉬었다.
“이야기의 진위 여부에는 관심 없다. 해야 할 일은 하나뿐.”
-찰칵.
검집에서 나온 검이 프레이야와 그녀의 부하들에게 겨눠졌다.
“검화단은 싸워야 할 때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검의 꽃이여. 그대는 백 인의 시험을 통과한 자. 위대한 전사와 함께 싸우거라.”
프레이야는 상냥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둘 중 하나의 편에 서야 한다면 그래도 도움받은 쪽에 서는 것이 낫겠지.”
블루문과 싸우며 그와 손을 잡았고, 그 우호적인 관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니 아직은 그의 편에 서는 것이 나으리라.
거기에 원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것까지 받지 않았는가.
단주의 검에 새겨진 문양에서 푸른 빛이 일렁거렸다.
그것을 본 프레이야는 미모를 일그러트렸다.
“마르잔나 그 겁쟁이 년을 따르는 것이냐!”
“내가 따르는 것은 단 하나.”
“저 머저리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더 이상 대화는 없었다.
프레이야는 검을 겨눴고 발키리들과 아인헤랴르들이 달려든다.
그들을 향해 단주는 겨눈 검을 당겼다.
“오로지 검뿐.”
그의 검에 오러가 맺혔다.
그것이 검에 새겨진 문양의 기운과 어우러진 순간 단주는 검을 내질렀다.
-쿠우우웅!!
마치 만 송이의 꽃잎과 같은 오러의 칼날이 휘날리자 단주는 싸늘하게 말했다.
“이것이 검화단의 검 중 하나. 만일홍이다.”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오러가 움직여 아인헤랴르들을 휩쓴 순간.
이세의 검이 하늘로 뻗어졌다.
“눈보라여! 빙설이여! 이곳에서 그대의 힘을 보이라!!”
오로지 검술만이 제일이라 생각하는 단주와 그는 달랐다.
그렇기에 이세는 마르잔나가 걸어 준 인챈트를 제대로 활용했다.
하늘이 어두워진다.
검은 먹구름이 주변에 자리 잡은 순간 눈송이들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윽!”
발키리들의 빛의 날개에 성에가 끼기 시작했다.
그 무게에 날지 못하게 된 그녀들이 땅에 떨어지자 로키가 나섰다.
“하하하!!”
발키리들이 단검에 찔린 순간 빛으로 변한다.
그 빛을 흡수하며 로키는 킬킬 웃었다.
“드디어 이때가 되었구나!!”
“로키! 이 빌어먹을 광대 새끼가!!”
“하하하!! 너희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헤임달과 싸울 때 내 모든 힘을 버렸지!!”
<로키가 힘을 되찾고 있습니다.>
<적성 개체로 지정할까요?>
“즐기게 내버려 둬.”
어쨌든 프레이야만 잡으면 되니까.
단주와 이세가 아인헤랴르들과 싸우고, 로키가 발키리들을 잡는다.
넷이 천이 넘는 군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프레이야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안은 유유히 걸었다.
“네놈!!”
미모를 일그러트린 그녀는 검을 들었다.
그 순간 검에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 아름다운 성에 거대한 기둥이 나타났다.
마르잔나의 세계에 있었던 것과 같은 기둥이다.
그 기둥이 하늘에 닿자 프레이야의 몸에서 뿜어지던 검은 기운이 더욱 강렬해졌다.
<악의입니다.>
키르케의 보고를 받은 이안은 하늘을 보았다.
기둥은 저번과 다르게 하늘을 부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그 모든 힘을 프레이야에게 보내기만 할 뿐이었다.
“역시 악마들과 손을 잡았군.”
“하! 손을 잡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자애로우며 가장 용맹하며 가장 아름다운 지배자! 모든 이들은 나의 노예이다!!”
다른 세계의 악마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매력에 빠진 이상 그들의 힘 역시 자신의 것이다.
그렇기에 노예로 삼았고, 그렇기에 빼앗았다.
“노예의 것을 주인이 쓰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나!!”
막대한 악의가 이안에게 쏟아졌다.
그것을 간단하게 피한 이안이 다가가자 프레이야는 더욱 악의를 피워 올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안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그 공격들을 피해 버릴 뿐이었으니까.
“나의 여신께 다가가지 마라! 무례한 놈!!”
“죽어라!!”
발키리들과 아인헤랴르들이 달려든다.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이안은 발을 옮겼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마천어검.
-철컥!!
검집에 잠들어 있던 검이 스스로 나선다.
그리고 허공을 날아 발키리들과 아인헤랴르들을 베어 넘겨 버렸다.
발키리들이 빛이 되어 사라지고, 아인헤랴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여전히 허공에 떠 있는 검이 이안의 뒤를 따르자 프레이야는 완전히 굳었다.
“……어떻게 네가 스스로 뽑혀 거인을 베는 검을 쓴단 말이냐!! 그건 오라버니의 것인데!!”
“왜 원래부터 그의 것이었다 생각하지?”
경악과 혼란이 프레이야에게 자리 잡혔다.
그러든 말든 이안은 계단을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가 올라갈 때마다 계단을 지키던 발키리와 아인헤랴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나서지 않았다.
자신의 부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음에도.
그저 놀란 표정만 짓고 있을 뿐.
“프, 프레이야 님!!”
“도와주십시오! 저자는……. 커억!!”
아인헤랴르 전사 하나의 가슴을 검이 관통했다.
그가 쓰러지며 토한 피가 프레이야의 하얀 갑옷을 더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너…… 네놈!! 네놈!! 네놈 설마!!”
그녀는 경악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이안을 보며 말했다.
“스키르니르?! 오라버니의 검을 가져간 인간 놈!! 네놈도. 이곳으로 온 것이더냐?”
이안은 답하는 대신 비웃고 그저 걸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 아아…….”
프레이야는 뒷걸음질 쳤다.
그토록 용기와 용맹을 주장하던 당당한 여전사는 또다시 뒤로 물러나 버렸다.
“오지 마라. 그렇게 바라보지 마라. 나는 그대의 주인이니. 극상의 미에 그대는 나의 노예가 되리라!!”
남녀노소 누구라도 홀릴 만한 마성의 매력이 드러난다.
그녀의 눈에 막대한 마력이 담기기 시작했다.
<적성 개체 프레이야가 매혹의 마안을 사용합니다.>
<저항했습니다.>
“어째서?!”
-털썩.
결국 주저앉아 버렸다.
두려워하던 그녀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사이.
-푹!!
마지막 아인헤랴르를 제거한 이안의 검이 그녀의 복부를 꿰뚫어 버렸다.
하얀 갑옷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 고통과 공포에 떨던 그녀가 뭔가 말하려는 찰나.
어느새 뛰어온 로키의 단검이 그녀의 목을 갈랐다.
“후우우…… 고맙습니다요. 나리. 덕분에 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목적 달성했으면 저것도 좀 치우자고.”
이안은 프레이야의 복부에 박혀 있던 검을 뽑았다.
검에 남은 피를 흩뿌린 그가 가리킨 곳은 프레이야의 성이었다.
“얘는 옛날부터 겁쟁이였지요. 그래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항상 원했습니다.”
프레이야의 시체를 내려다보던 로키는 씩 웃었다.
그리고 단검을 가볍게 까딱거렸다.
“그렇기에 뭐든 자기 노예로 삼으려고 했습죠.”
“그렇겠지.”
“그게 화를 부른다는 것도 모르고.”
히죽 웃은 로키는 자신의 단검을 성을 향해 힘껏 던졌다.
-콰아아앙!!
그 일격에 아름다운 신전이 무너져 내린다.
그와 동시에 기둥이 더욱 거대해져 간다.
프레이야의 죽음으로 그녀와 신전 힘을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원래 기능을 되찾았다.
세계를 파괴하려는 기둥을 향해 로키는 싱글거렸다.
“나리. 나리. 알고 계십니까? 저 기둥이 하늘을 뚫으면 이곳이 작살난다는 거?”
“그럴 거다.”
“그러면 이 탑은. 이 탑을 포함한 바깥의 세계도 전부 무너져 내리겠지요. 그건 저도 원하지 않습니다. 나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도 바라는 바는 아니야.”
이안이 검을 들고 걸어가자 로키는 실실 웃었다.
“그런데 나리.”
그의 옆으로 온 로키는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
“나리께선…… 스키르니르시지요?”
침을 꿀꺽 삼킨 그는 즐거워했다.
“프레이의 검을 빼앗고 그 망해 가는 세계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수르트를 쓰러트려 멸망을 막으신 분이시지요?”
로키의 히죽거리는 웃음을 힐끔 본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검을 들었다.
<세계의 검을 사용합니다.>
일격에 기둥이 산산이 부서지자 이안은 로키에게 말했다.
“그건 댁이 알 필요는 없는 일 아닌가?”
“하. 하하하하하!! 그렇죠! 그렇죠! 하긴 그깟 것은 제 알 바가 아니지요!”
그리고.
프레이야의 머리를 짓밟으며 으르렁거렸다.
“이 빌어먹을 놈들을 모두 짓밟는 것 외에는. 제 자식들을 그렇게 끔찍하게 죽인 놈들을 처단하는 것 외에. 저는 아무것도 상관없습니다요.”
실실 웃은 그는 부서진 성을 보았다.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단 하나.
이 세계의 지배자가 사용하는 황금 옥좌만이 멀쩡했다.
“나리들께서 저를 도와주셨으니. 저 역시 나리들께 보답을 해 드리는 것이 옳겠지요.”
옥좌에 쪼그려 앉은 로키는 다가온 단주와 이세에게 싱글거렸다.
“힘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그냥 길이나 뚫고 나중에 퇴거나 잘해라. 네가 줄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이안의 시큰둥한 답에 로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나리들께서도 원하시는 것은 없으십니까?”
“없다.”
“나 역시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 애초에 제일 큰 일을 한 것이 이안인데…….”
기묘한 수법으로 검을 움직여 발키리와 아인헤랴르뿐만 아니라 프레이야까지 잡았다.
그가 바라지 않는다면 자신 역시 받을 염치 따위는 없었다.
둘의 반응에 로키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캬하하하!!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그는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둘의 검의 검집에 새로운 문양이 나타났다.
“저는 남이 원하는 대로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쯧.”
“쓸데없는 짓을. 그런데 왜 이안에게는 안 주나?”
“……어?”
이안의 검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손가락을 튕겨 보았지만.
그에게 변화는 생기지 않았고 로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