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19화(119/300)
◈ 제119화
60. 세트가 아니다 – 1
로키는 굳은 표정으로 이안을 보다가 떨떠름하게 물었다.
“나리?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요?”
다시 손가락을 튕겨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는 없었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던 로키는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 순간 빛과 함께 위와 아래로 연결되는 계단이 생겼다.
“두 분은 먼저 가시지요. 전 좀 더 조사를 하고 이분과 이야기를 해 봐야겠습니다.”
뭔가 심각한 듯싶다.
단주는 걱정스레 이안을 보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전 괜찮으니 먼저 가시죠.”
“딱히 급하게 올라갈 필요는 없다만……. 원한다면 기다려 주마.”
“괜찮습니다. 저도 금방 올라갈 겁니다.”
“그래? 이세. 넌 어떻게 할 생각이냐.”
“난 6층에 볼일이 있다. 이안. 그곳에서 만나도록 하지.”
“딱히 만날 일이 있나 싶습니다만……. 그런데 왜 5층에서 보자고 안 하시고 6층에서 보자고 하십니까?”
“5층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저 올라가고 내려가기 위한 계단만이 존재한다.”
이세가 위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하며 말하자 단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태평 마을에서 각준을 찾아라. 나에게 안내해 줄 것이다.”
그들이 올라가기로 하자 로키는 히죽 웃었다.
“제가 드린 것은 불의 힘입니다. 방법은…… 뭐 별것 없습니다. 검집에 10초 이상 담겨 있으면 여러분들도 불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세는 신기해하며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 순간 검집의 문양이 사라지고 검에 불길이 담겼다.
“얼음과 불이라.”
“히히히히. 이방인님들의 마술보다 훨씬 나을 겁니다요. 그건 제가 있던 세계에서도 꽤나 강력한 불이거든요.”
로키는 단주를 보았다.
그는 기분 나쁘다는 듯 검집을 보고 있었다.
“나리께서는 쓰지 않으십니까?”
“마법검은 내 취향이 아니다.”
“이런. 그럼 나중에라도 검을 바꾸시길 바랍니다.”
단주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주고 싶었을 뿐이니까.
장난스럽게 말한 로키는 옥좌에 다시 쪼그려 앉았다.
“그럼 감사했습니다요!”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둘은 이안에게 인사하고 올라갔고 그들이 가는 것을 본 로키는 옥좌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나리. 다음 차원의 문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그곳에서 보내질 자원을 이용해서 나리께 제 권능을 드리겠습니다.”
“네 권능이라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무스펠의 변화하는 불을 사용합니다.>
이안의 손에 불꽃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불꽃이었지만 그 불길은 순식간에 변화하기 시작했다.
말로, 독수리로, 까마귀로.
수많은 동물들과 괴물들의 형태로 불길이 변하자 로키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맙소사.”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입만 뻐끔거리는 그를 보던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폐허가 된 성채 주변으로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일단 저것들부터 처분해야겠군요. 나리.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로키는 가볍게 공중제비를 넘었다.
그 순간 그의 몸이 거대한 독수리로 변한다.
하늘로 날아오른 독수리가 괴물들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돌아온다.
다시 광대의 모습이 된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머리를 벅벅 긁던 그는 히죽 웃었다.
이런 고민은 그에게 걸맞지 않았다.
“뭐. 그럼 다른 것을 드리지요. 전에 저에게 다가온 자들이 있었습니다.”
“악마들?”
“제 입장에서는 꽤나 친근감 넘치는 이들이었습니다만. 아무튼 이방인들에게는 악마라고 불리는 자들이었지요.”
어깨를 으쓱인 로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원에서 또 다른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은 프레이야를 죽이고 제가 이곳의 지배자가 되기를 바라더군요.”
“그런가?”
“자기들이 프레이야에게 가 봤자 그녀의 노예가 될 뿐이니까. 그래서 비슷한 속성인 절 포섭하려 했나 보더군요.”
로키는 킬킬 웃다가 품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 검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주 미세한 악의가 흘러나오는 것이 악마가 봉인된 것처럼 보였다.
그걸 입에 넣은 그는 아득아득 씹어 먹으며 으르렁거렸다.
“머저리 같은 새끼들이. 제가 프레이야처럼 이곳으로 도망치거나 쫓겨난 줄 알더군요.”
이곳은 자신의 세계가 아니다.
그저 도망친 자를 위해.
추방된 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일 뿐.
프레이야는 도망치고 또 도망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기에 이곳으로 왔다지만 로키는 달랐다.
“전 제 아내, 제 자식들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요.”
“그럼 가지?”
“이 탑은 그저 받기만 하는 곳입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
차원 문은 일방향이며 다른 세계의 것을 탐욕스럽게 받기만 할 뿐 이 세계의 것은 조금도 내어 주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기를. 이 탑은 조만간 자신들이 무너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악마의 기둥.
아까의 그 기둥이 제대로 활성화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로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 싫습니다. 탑이 무너지면 제가 돌아갈 기회가 없어질 테니까요. 후폭풍으로 살아남아도 말이죠.”
그리고 다시 품에서 구슬을 꺼냈다.
마찬가지로 악의가 일렁거리는 구슬을 씹어 삼킨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몇 놈 이렇게 만들자 한 놈이 그러더군요. 이 탑을 무너트리고, 자신들이 새로운 세계의 주인이 되면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고.”
이안이 말없이 응시하자 로키는 이를 갈았다.
“나리. 저는 이래 봬도 꽤나 거짓말쟁이입니다.”
로키는 히죽거렸다.
그리고 쪼그려 앉은 다리를 감쌌다.
“그러니 타인의 거짓말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요.”
그렇기에 알았다.
악마의 제안이 거짓말이라는 것 정도는.
“아무튼!”
그리고 다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 의형제 중에 하나는 자기의 소중한 눈을 바치고 진리를 엿보았지요.”
“그런가?”
“나리께 그에게서 얻은 지식 중 한 가지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아무도 없음에도 일부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과장스럽게 제스처를 취한 광대는 이안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다른 차원과 연결된 상태로 그것이 붕괴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십니까?”
“연결된 세계의 것들이 이곳으로 범람하겠지. 그 과정에서 폭주가 시작될 거고 그걸 버티지 못한 세계는 무너진다.”
<에픽 과학 제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지요.>
그때 당시 다양한 세계로 연결되는 13중 나선 포털이 만들어졌었다.
미친 과학자가 차원을 더 연구하겠다며 포털을 겹쳤고, 그 부하를 이기지 못한 시스템이 폭주했었다.
그걸 막기 위해 나선 이안이 폭주하던 나선 포털을 부쉈을 때 차원의 붕괴가 시작되었었다.
그것도 연결된 모든 세계들까지 함께.
그걸 막느라 했던 고생을 생각하면 똑같은 일은 사양이다.
“아니 나리께선 모르시는 것이 뭡니까? 이건 그놈이 가진 비밀 중의 비밀이었는데?!”
로키는 모자를 벗고 더벅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 아무튼. 저는 제가 있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 싫습니다. 솔직히 여기는 알 바가 아니긴 하지만.”
그는 계단을 가리켰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차원 문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저와 만났던 이방인 마법사 나리들이 다들 탐내던 지식인데. 어떻습니까?”
로키의 제안에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대답하는 대신 계단 쪽으로 향했다.
“나리?! 나리?!”
그리고 힐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는지 알아.”
“예?”
“넌 여기서 안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나 지켜. 프레이야가 없어도 괴물들은 계속 나올 테니까.”
말을 마친 이안이 올라가 버리자 로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저 나리는.”
처음에는 이안을 스키르니르라고 생각했다.
그가 쓴 검술.
스스로 나아가 적을 베는 검술은 오로지 단 하나.
프레이의 검만이 가능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것을 스키르니르에게 강탈당했고, 그 탓에 수르트에게 죽었다.
그렇기에 이안이 그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다.
스키르니르는 그저 인간.
진리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지식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뭐란 말인가.
불의 지배자인 자신보다 불을 더 잘 다룰 수 있고, 진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도 알고 있다..
잠시 생각하던 로키는 경악했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자는 그가 알기로도 단 한 명뿐이었다.
“……설마?! 나리! 나리! 잠깐만요!! 나리!!”
그리고 다급하게 계단을 쫓아 올라갔지만 이미 이안은 위층으로 향하는 빛으로 사라져 버린 후였다.
“이런…….”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미 가 버린 그에게 어떻게 물어보나.
터벅터벅 계단을 타고 내려온 로키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자신이 관리하게 된 세계를 둘러보았다.
프레이야의 죽음.
그리고 발키리와 아인헤랴르들의 소멸.
신전의 붕괴로 괴물들이 나타나 이방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칫.”
그가 명령했다.
이곳의 사람들을 지키라고.
로키가 아는 그는 대가를 통해 나눠 주는 자.
의형제도 눈이라는 대가를 통해 그에게서 진리의 지식을 얻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가 내린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자신이 그토록 알고 싶었던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는 바로 독수리로 변해 이곳의 괴물들을 잡기 위해 날아올랐다.
* * *
빛에서 빠져나온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황야였다.
이세가 말한 것처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죽은 땅과 하늘만이 존재하는 곳.
하늘에 있는 태양은 거대해졌고, 달은 반쯤 무너져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죽어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 구멍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세계를 둘러보고 있을 때 키르케가 말했다.
<차원 리드빌라드입니다.>
<7년 3개월 11일 후 붕괴합니다.>
예전에 한번 환생했던 곳이다.
그곳도 지금 있는 곳처럼 특별한 곳이 없던 곳이었다.
그렇기에 바로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갔었는데.
결국 이곳도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텅 빈 세계를 둘러보던 이안은 터벅터벅 걸었다.
<보유하고 있던 작은 세계관조차 이 탑에게 빼앗긴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겠지.”
차원을 건드리는 자들이 놓치는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이거다.
세계관은 무한해 보이지만 결국 한정되어 있는 자원임을 모른다는 것.
그러니 다른 곳에 연결되고 그곳으로 세계관이 빠져나가며 소모된다면?
그 세계에 남은 것은 멸망뿐이다.
그 멸망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모든 것을 써먹고, 원래의 세계인 리드빌라드의 것도 다 써먹고.
완전히 황폐화되어 버린 세계를 이안은 천천히 걸었다.
계단 앞에 도착한 그가 차분하게 오른다.
그런 그를 향해 먀네가 처량하게 울었다.
“먀아아아…….”
태양이, 달이, 별이.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나 보다.
가방에 있던 먀네가 품으로 들어오자 이안은 한번 쓰다듬어 주고 빛나는 문을 통해 들어갔다.
빛을 통해 나오자 먀네는 그제야 안도하며 이안에게 몸을 비볐다.
“먀아~ 먀먀~.”
아까와는 다른 아름다운 곳이었다.
넓은 초목이 있고, 산이 있으며, 강이 있는 곳.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보던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키르케. 여기…….”
<예.>
그가 말한 순간 숲에서 두 개의 뿔을 가진 요괴들이 모습을 보였다.
“이히히히!! 이렇게 싱싱한 인간이라니!! 오래간만에 배 좀 채울 수 있겠는걸?!”
선두에 있던 원숭이 요괴의 말을 무시하며 키르케가 말했다.
<천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