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2화(12/300)
◈ 제12화
6. 싸우는 소리 안 들리게 해라 – 2
이미 어두컴컴해져 있는 바깥에선 포효가 이어지고 있었다.
<적성 개체 쓰리 아이 트롤, 적성 개체 아라크네가 전투 중입니다.>
“먀아~!”
그때 동굴 안에 있던 먀네가 나왔다.
잽싸게 어깨 위로 올라온 먀네를 데리고 이안은 발걸음을 내딛었다.
<동방대륙 환영문의 물아일체를 사용합니다.>
자신과 자연을 하나되게 만드는 최고급 은신술이 펼쳐진다.
그것으로 완전히 기척을 감춘 그가 언덕에 올라갔을 때.
키르케의 말대로 녹색의 피부에 커다란 붉은 눈을 가진 삼안의 괴물, 쓰리 아이 트롤이 날뛰고 있었다.
-샤아아악!!
그리고 그 앞에서 거미 형태의 거대한 몬스터가 앞발을 겨누며 위협한다.
둘 다 살의가 넘치는 게 반드시 서로를 죽이려는 듯 보였다.
<두 개체 모두 영역 의식이 강한 몬스터입니다.>
<사냥 도중에 영역이 겹치고 싸우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라크네가 트롤에게 독 섞인 실을 뿜고 있었다.
이안은 팔짱을 낀 채 얌전히 두 몬스터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크어어어어어!!
거대한 포효와 함께 트롤이 주먹으로 아라크네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그 공격에 한차례 크게 흔들린 아라크네는 자신의 앞발을 휘둘렀다.
창과 같은 긴 앞발이 트롤의 몸을 꿰뚫어 버렸다.
하지만 막대한 회복력 덕분일까?
복부를 꿰뚫었지만 아라크네는 그 앞발을 빼내지 못했다.
-커어어어어엉!!
쓰리 아이 트롤은 손을 이용해 그 앞발의 관절을 힘껏 내리찍었다.
관절이 비틀리며 앞발이 부러져 뜯겨 버렸다.
-크르르…….
복부에 박힌 앞발을 뽑아낸 트롤이 아라크네의 머리를 몇 번이나 내리찍었다.
결국 머리가 깨진 아라크네가 축 늘어지자 쓰리 아이 트롤은 포효했다.
그런 쓰리 아이 트롤에게 이안은 차분하게 걸었다.
“크르르르…….”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쓰리 아이 트롤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아라크네의 독에 중독된 상태면서도 쓰리 아이 트롤은 이안과 싸울 생각이었는지 세 개의 눈을 번뜩였다.
살의가 넘치는 눈을 마주하며 이안은 내공을 끌어 올렸다.
“크아아아아!!”
<쓰리 아이 트롤의 가죽은 아주 질겨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벨 수 없습니다.>
“그럼 일반적이지 않으면 되겠군.”
하늘에 떠 있는 달빛이 뭉쳐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검에 맺히자 이안은 죽일 기세로 달려드는 쓰리 아이 트롤을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천마신공 달의 장.
월광참.
-서걱!!
달빛을 머금은 검이 번뜩이며 어둠 속에 초승달을 그렸다.
그 빛이 지나간 자리에 있던 쓰리 아이 트롤의 목이 뚝 떨어졌다.
“달의 기운이 약해서 그런지 초승달이 다네.”
<현재 가장 가까운 달의 신전은…….>
“지금 당장 찾아가기는 좀 그러니까 위치만 파악해 둬.”
<알겠습니다.>
결국 쓰리 아이 트롤은 아라크네와의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층간 소음의 대가로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쓰리 아이 트롤의 세 번째 눈과 아라크네의 이빨, 거미줄, 독주머니는 고가의 재료로 취급됩니다.>
이안은 단검으로 트롤의 이마에 박혀 있는 붉은 눈을 빼냈다.
그것을 주머니에 담고 아라크네에게도 다가갔다.
머리가 박살 나며 부서져 아라크네의 이빨을 채취할 수는 없었지만 배 부분에 있는 독샘과 거미줄은 채취할 수 있었다.
쓰리 아이 트롤의 세 번째 눈.
아라크네의 독주머니와 거미줄.
이 정도면 층간 소음을 참은 대가로 충분할 것이다.
“시체야 미얄 산맥에 넘치는 몬스터들이 알아서 치우겠지.”
<예. 강력한 몬스터 둘이 사라졌으니 그들의 사냥터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몬스터들이 움직일 겁니다.>
“그럼 가서 밥이나 다시 만들어야겠군.”
“먀야~ 먀~.”
동의한다는 듯 먀네가 울자 이안은 은신처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니 이게 뭐야?!”
이곳으로 달려온 아란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간이 되자 미얄 산맥에 들어와 숨은 생도들을 찾으려던 아란세는 당황했다.
산 깊은 곳에서 거대한 포효가 들린 탓이었다.
소리를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건 쓰리 아이 트롤의 포효다.
그렇기에 그는 빠르게 뛰었다.
중급생도들 실력으론 쓰리 아이 트롤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빌어먹을!! 분명 근처에 위험한 몬스터는 없었을 텐데!!’
미친 듯이 달려 포효가 터진 곳에 도착한 그는 참상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머리가 파괴되어 있는 아라크네.
그리고 머리가 잘려 있는 쓰리 아이 트롤.
두 대형 몬스터의 사체가 있었다.
‘쓰리 아이 트롤도, 아라크네도 A급의 몬스터다.’
미얄 산맥에서도 강자로 취급되는 A급 몬스터들이 이렇게 처참하게 박살 난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 아라크네가 쓰리 아이 트롤을 공격했고, 둘이 싸웠다.’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아라크네의 커다란 앞발을 확인했다.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두꺼운 껍질이 박살 나 있다.
분명 쓰리 아이 트롤이 저걸로 아라크네의 머리를 공격했을 것이다.
또한 쓰리 아이 트롤의 가죽에 울긋불긋한 자국이 있는 것을 보니 마비 독에 중독된 것으로도 보였다.
흔적들을 보니 그때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둘의 전투에서 트롤이 승리했다. 하지만…… 쓰리 아이 트롤은 누가 죽인 거지?’
아란세는 잘린 목의 단면을 보았다.
깔끔하다.
일격에 트롤의 두꺼운 가죽과 단단한 뼈를 갈라 버렸다.
‘이 정도면 익스퍼트 이상이다.’
단순하게 오러로 신체를 강화하는 유저 수준이 아닌, 오러를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거기에 이 깔끔한 절단면을 보면 검술 실력도 보통 이상이라 볼 수 있었다.
‘거기에…….’
두 몬스터 모두 영역에 민감하다.
그런 몬스터들에게서 기척을 숨길 정도의 은신 실력을 가졌다.
‘암살자? 내가 알기로 블루문 놈들이 이 정도 실력을……. 아냐. 블루문 수준이 아니야.’
악명 높은 암살 조직인 그들도 전투 중이라 민감해져 있는 쓰리 아이 트롤이나 아라크네에게서 기척을 숨길 수는 없을 거다.
그럼 누굴까?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괜찮으십……. 헉! 이게 뭔…….”
간신히 따라온 사냥꾼은 현장을 보고 당황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리 아이 트롤의 머리를 보며 물었다.
“아란세 교관님. 벌써 쓰리 아이 트롤의 눈을 채취하셨습니까?”
“응?”
“아니…… 여기 보시면 세 번째 눈이 없잖습니까.”
그 말에 그는 머리를 확인해 보았다.
확실히 이마 쪽에 눈이 없었다.
“쓰리 아이 트롤에서 채취할 만한 부위가 세 번째 눈이니까요. 그리고 아라크네의 독주머니도 없군요.”
“난 아니야. 누굴까?”
“글쎄요. 하지만 채취 솜씨가 아주 깔끔합니다.”
쓰리 아이 트롤의 머리와 아라크네의 배 부분을 번갈아 확인한 사냥꾼은 진지하게 말했다.
“분명 숙련된 사냥꾼일 겁니다.”
이 정도로 깔끔하게 절개해서 가져가는 것은 자신도 못한다.
사냥꾼은 깔끔한 채취에 연신 감탄성을 토해 냈다.
“하운드에게 전해. 미얄 산맥에 우리가 모르는 강자가 침입했을지도 모른다고. 할 일 없는 교관들에게도 수색 요청해 놔.”
“알겠습니다.”
아란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강자가 몬스터만이 아닌 생도들을 공격한다면?
그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제길. 그러니까 훈련 중지 제도를 만들자니까…….’
생도들의 안전을 위해 교관 회의 때 제안했었지만 몇 번이나 묵살당했었다.
실전을 가정하는 훈련에 왜 그런 제도를 만드느냐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만큼 생도들도 훈련을 중지한다고 소리치며 알려봤자 추적의 일환이라 생각하고 더 숨어버릴거다.
훈련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그들을 전부 찾아내 잡는 것 뿐이었다.
아란세는 짧게 혀를 찬 후 뒤이어 도착한 사냥꾼들에게 명령했다.
“주변 탐색 시작해.”
“알겠습니다.”
“그럼 교관님께서는……?”
“최대한 빨리 이 시험을 끝내야지.”
말을 마친 그가 어둠 속으로 달려가자 사냥꾼들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엔 전원 탈락이겠군.”
동굴의 중앙에 앉은 채 명상을 하던 이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오래간만에 작정하고 명상만 했더니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먀네도 이안의 명상을 방해하지 않으려는지 잠만 자고 있었다.
<식사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허기진 육체를 감지한 키르케가 말하자 이안은 육포를 들었다.
<제대로 된 음식의 섭취를 추천드립니다.>
“하긴 그게 낫겠지.”
잘 먹는 것도 육체의 성장에 필요한 것이다.
이안은 냄비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먀아~.”
어느새 깨어 따라 나온 먀네를 데리고 냇가로 가서 대충 씻은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류 쪽에서 소란이 들리고 있었다.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소리 들으면 누구라도 알겠다. 가서 보기만 할거야.”
물아일체를 써서 완전히 기척을 숨긴 이안은 성큼성큼 그곳으로 가 보았다.
“제기랄!! 발라! 나 대신 네가 떨어져라!!”
“윌발! 이 새끼야!! 너나 떨어져!! 그리고 아란세 교관님!! 너무한 거 아닙니까!! 원래 두 교관님들이 같이 안 움직이시잖아요!”
“이번엔 어쩔 수 없다!!”
아란세가 쌍검에 오러를 두른 채 생도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의 공격을 피하거나 간신히 막아 내던 발라가 튕겨 나갔다.
그를 추격해 목걸이를 빼앗은 아란세는 다음 목표물을 향해 뛰었다.
양 떼 속의 호랑이처럼 날뛰는 그를 힐끔 본 이안은 몸을 돌렸다.
“재밌게 노네.”
낄까?
아니면 하던 명상이나 계속할까.
잠시 생각하던 이안은 흔적을 지우고 동굴로 돌아갔다.
재밌어 보이지만 하던 명상을 관두면서까지 낄 생각은 없었다.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알겠습니다.>
이안의 명령을 들은 키르케는 바로 주변의 경계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잡힌 생도는 하륜과 박바레였다.
결계를 이용해 끝까지 저항했지만 두 교관과 사냥꾼들의 공세를 버텨 낼 수는 없었다.
결국 모았던 목걸이를 빼앗기고 그들도 탈락하고 말았다.
“남은 게 누굽니까?”
“……이안.”
아란세는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둘이 잡은 생도 중에 이안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기에 없을 줄은 몰랐다.
“이안이 안 잡혔다구요?!”
그래도 자신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제 막 중급에 올라온 그가 잡히지 않았다니.
그럼 이번 시험에서 합격자는 이안뿐이라는 이야기 아닌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아닙니까? 정체불명의 강자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에게 당한 것 아닐까요?”
“이거 걱정이군. 너희들은 빨리 돌아가라.”
하륜과 박바레 그리고 잡혀 있던 생도들이 사냥꾼들과 함께 산을 내려간다.
그걸 잠시 보던 아란세와 하운드는 계속해서 수색을 시작했다.
그런 그들이 이안을 발견한 것은 시험 종료 시간이 되었을 때.
아카데미의 미얄 산맥 입구에서였다.
벌써 돌아와 있는 그를 보며 아란세는 허탈하게 물었다.
“……너.”
“예.”
“어디 숨어 있었냐?”
이안은 말없이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그것을 본 둘은 황당해하며 그를 보았다.
“쓰리 아이 트롤과 아라크네가 싸웠던 곳?!”
“예.”
“거기 숨어 있었다고? 어떻게?”
“그쪽은 싹 뒤졌는데?”
“잘 숨었습니다.”
“……그게 다야?”
“예.”
“……혹시 거기서 누군가 만나지 못했나?”
“예.”
이안이 무덤덤하게 답하자 아란세는 힘없이 말했다.
“……이번 훈련의 통과자는 이안 브랜든.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