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20화(120/300)
◈ 제120화
60. 세트가 아니다 – 2
커다란 뱀 머리의 요괴가 긴 혀를 날름거린다.
그의 옆에 있던 코뿔소 요괴는 히죽거리며 군침을 삼켰다.
“저 머리는 내 거다.”
호랑이 요괴가 말한다.
“팔은 내 거.”
곰 요괴가 이죽거렸다.
“역시 인간은 다리지.”
자신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요괴들이 군침을 삼키자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수라나찰계 나찰군의 혼왕기를 사용합니다.>
수라나찰계에서 요괴들을 잡아먹던 나찰군의 충격파가 쏘아졌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악어와 같은 기운이 몰려 있던 요괴들을 갈가리 찢어 버린다.
그들의 파편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이안은 키르케에게 물었다.
“주변에 민가는 어디 있지?”
<남쪽으로 산을 내려가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럼 됐다.
품에서 나온 먀네가 어깨로 올라가자 이안은 그대로 밑으로 내려갔다.
“오.”
산을 내려가던 도중에 길가에 작은 들꽃이 있었다.
그걸 본 이안은 발걸음을 멈췄다.
<백년하수오입니다.>
영약을 만들 때 쓰이는 하급 재료 중 하나다.
그것을 빠르게 캔 이안은 가방에 하수오를 집어넣었다.
“여기서 영약이나 좀 캐다 갈까?”
<영약의 위치를 탐색할까요?>
“한번 해 봐. 근처에 있는 것들은 캐 가게.”
<전방의 절벽 중심 바위 아래에 흑홍와가 있습니다.>
<절벽 하단의 나무에 칠섬과가 있습니다.>
흑홍와는 검은색의 두꺼비로, 놈이 내뿜는 붉은 기름은 내공을 안정시키고 요괴를 쫓는 데 쓰이는 영약 재료다.
칠섬과 역시도 내공을 증가시키는 하급 영약의 재료.
챙겨 둔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먀아?”
“너 줄 영약 만들 수 있겠다.”
먀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이안은 터벅터벅 걸었다.
안정적으로 밑으로 내려가는 길과 험난해 보이는 절벽.
두 갈래의 길 중에서 그는 까마득한 절벽 쪽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먀아아아!!”
이안에게 매달려 있던 먀네가 울었다.
그와 동시에 절벽 근처에 있던 까마귀 날개를 지닌 요괴가 웃으며 다가왔다.
“자살할 거라면 그 몸을 내 한 끼 식량…….”
-서걱!!
떨어지는 와중에 검을 휘둘러 까마귀 요괴를 반으로 갈라 버린 이안은 절벽에 검을 꽂았다.
가볍게 추락을 멈춘 그는 바로 앞의 바위를 가리켰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절벽에 기묘하게 생긴 바위가 있었다.
그 밑을 살펴보니 검은색 두꺼비가 잠들어 있다.
그대로 챙겨 가방에 넣고 절벽의 요철 부분을 타고 넘어 마른 나무로 향했다.
“까아아악!”
“깍! 까아악!”
아까의 까마귀 요괴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들의 둥지로 보이는 곳에는 사람의 해골, 그리고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중년인과 소녀가 잡혀 있었다.
둘 다 잘 차려입은 것이 꽤나 귀한 집 사람들로 보였다.
“부, 부처님께서 저희를 보살피십사…… 부처님의…….”
“아, 아버지…… 아버지…….”
까마귀 요괴들은 간절하게 부처를 찾는 부녀를 비웃었다.
그중 시체 하나를 완전히 먹어 치운 거대한 까마귀 요괴가 울자 나머지 요괴들도 움직였다.
그들이 잡힌 부녀를 죽이고 시체를 먹으려던 찰나.
대장으로 보이는 더 큰 까마귀 요괴가 이안을 발견했다.
“까아악! 먹이다! 먹이다!”
까마귀 요괴들은 달려오는 이안을 보며 기뻐했다.
그들은 잡아 둔 부녀가 아닌 새로운 먹잇감인 이안을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고 그는 손을 움직였다.
<천축의 삼장. 부동명왕 수인을 사용합니다.>
그의 손이 기묘한 형태를 갖춘다.
복잡한 수인이 펼쳐짐과 동시에 몸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 오색 창연한 빛에 까마귀 요괴들은 기겁했다.
“까, 까아아악?!”
“부동명왕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안의 몸에서 뿜어진 멸마의 기운은 단번에 까마귀 요괴들을 휩쓸어 버렸다.
“아. 아아……?”
잡혀 있던 부녀는 이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이안은 까마귀 요괴들의 둥지 위에 있는 나무에 손을 뻗었다.
나뭇가지에 단 하나 걸려 있는 과일을 따 가방에 넣은 그는 키르케에게 물었다.
“이제 없나?”
<이 근처에 영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멍하니 자신을 보는 그들에게 눈을 돌렸다.
“내려갈 겁니까?”
“예? 아…….”
소녀의 아버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위협이 될 만한 요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까마득한 절벽 위라는 상황 자체가 위협이다.
“시, 신선님! 부처님! 부디 저희를 굽어살피시어…….”
“신선 아니고 부처 아닙니다.”
“예? 아…… 그, 그럼 이, 이방인분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지, 집에 돌아가면 대가는 지불할 테니…….”
“그럽시다. 그럼.”
가방에서 꺼낸 밧줄로 이안은 그들을 묶었다.
그들이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잡아 둔 그는 아래를 보았다.
꽤 높긴 하지만 못 내려갈 정도는 아니었다.
“뛰어내릴 겁니다.”
“여, 여기서요?”
소녀의 아버지는 둥지 밑을 보았다.
여전히 까마득한 절벽이다.
그것을 내려다보던 그는 딸을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 부탁드립니다.”
각오를 다진 그가 딸이 밑을 보지 못하게 더 끌어안는다.
그걸 본 이안은 남자를 잡은 채 훌쩍 뛰어내렸다.
“우와아아아아아!!”
바닥이 가까워진다.
조금 있으면 충돌한다.
그가 딸을 꽉 끌어안고 두려워하는 사이 이안은 손을 뻗었다.
전에 마트리에게 얻었던 아티팩트에서 빛이 뿜어진다.
“리버스 그래비티.”
아티팩트의 마법이 발동하자 추락 속도가 줄어든다.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가 되자 오히려 중력을 거스르고 몸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기현상에 남자는 당황하면서도 신기해했다.
“시, 신선님?!”
“아닙니다.”
딱 잘라 부정한 이안은 마법을 해제했다.
둥둥 떠 있던 그들이 바닥에 안정적으로 착지하자 그는 묶었던 줄을 풀어 주었다.
“전 밑에 있는 마을까지 갈 겁니다.”
“저, 저희도 그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럼 같이 가시죠.”
내려가는 길에 요괴와 산짐승들을 몇몇 만났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이안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렵지 않게 그들을 쓰러트리고 산 밑으로 내려가자 꽤나 커다란 마을이 모습을 보였다.
“당장 촌장님을 구하러 가야지!”
마을 입구에 모여 있던 사람들 중 소수의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에 다른 이들은 별반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렇게 말해도…….”
“촌장님은 부처를 따르는 자잖아. 요새 대세는 이방인 아닌가?”
수군거리는 이들에게 소수의 사람들은 벌컥 화를 냈다.
“이 미친 작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고 있는 겨?!”
“그렇지만 부처님이 우리를 구해 주는 것은 아니잖아?”
“거기에 이방인들은 요괴들도 잡아 준다고.”
“임금님도 안 계시니까……. 우리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
부정적인 의견들에 소수의 사람들이 화를 낸다.
그런 그들을 향해 마을에서 거한들과 함께 커다란 덩치의 금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저 산에는 오왕과 까마귀들이 있는데 거길 가자니. 제정신인가?”
“닥쳐라! 이방인!”
“거 너무하는구만. 여기서 산 지 두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이방인인가? 그리고 우리가 이 마을을 몇 번이나 지켜 줬는데.”
히죽거리며 나온 그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용병들이 소수의 사람들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뭐, 뭐 하려는 거냐?!”
“뭐 하려는 거긴. 너희 촌장은 이미 오왕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너희들은 우리와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있지.”
소수의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마을 사람들은 슬쩍 눈을 돌렸다.
“이, 이해해 주게.”
“이제는 힘들다고. 언제까지 요괴들에게 잡아먹히면서 살아갈 텐가?”
“차라리 저 이방인 대장을 우리를 이끌어 줄 촌장님으로 삼는 것이…….”
그들이 말하자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 외쳤다.
“난 알고 있다! 난 알고 있어! 너희가 다녀갔던 투홀 마을 사람들 중 일부가 너희들 손에 끌려간 것을!”
마을 사람들이 놀라며 바라보았지만 금발의 용병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뭐. 그건 우리가 마을을 지켜 준 대가로 도움을 조금 받은 것뿐이라고.”
“그럼 왜 그들이 돌아오지 않았지?!”
그가 묻자 용병은 인상을 찡그렸다.
“거참 시끄럽네. 어이. 진행해.”
둘러싼 무리들이 움직인다.
용병으로 보이는 그들이 무기를 뽑으려 할 때.
이안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정지.”
“오? 차림을 보아하니 우리 쪽 사람 같……. 뭐야. 오왕에게 잡혀간 촌장은 왜 저기 있는 거지?”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걸 본 소수의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이 안도하자 용병은 입술을 깨물었다.
“운이 좋았군. 촌장. 오왕에게 잡혀갔다가 살아 돌아온 자는 당신이 처음인데.”
그리고 그의 옆에 꼭 붙어 있는 소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놀란 소녀가 어깨를 움츠리자 먀네가 폴짝 뛰었다.
“먀아아아!!”
그리고 그녀의 앞으로 가 털을 곤두세웠다.
“뭐야? 저 고…….”
용병의 말은 끝을 맺을 수 없었다.
어느새 이안의 검이 그의 목을 떨어트려 버렸으니까.
“히, 히익?!”
“뭐, 뭐 하시는 겁니까?!”
마을 사람들이 놀란다.
그들의 외침을 무시한 이안은 데굴데굴 구르는 머리를 가리켰다.
“요괴.”
“예?”
그 순간 떨어진 머리가 치솟았다.
머리에 달려 있는 긴 촉수에서 붉은 피가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진다.
“마, 맙소사!”
“비두만이잖아?! 비두만!!”
“전설에나 나오는 요괴가 왜?!”
사람의 머리를 먹어 치우고 그 몸을 차지하는 요괴.
그것이 나타났다는 것에 마을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 비두만은 포효했다.
“이, 이이…… 이건! 말도 안 돼!! 새로운 모오옴!!”
하늘로 날아오른 머리가 움직인다.
그것이 향하는 것은 촌장의 딸에게였다.
“먀아아아아!!”
하지만 먀네가 뛰어올랐다.
그것을 비웃으며 톱날 같은 이빨로 물어 버리려던 머리는.
-콰직!!
솜방망이 같은 앞발 한 방에 박살이 나 버렸다.
그 일격에 모두가 경악조차 못 했다.
저런 작은 고양이에게 무슨 힘이 있길래 저렇게 할 수 있었던 걸까?
그들의 경악을 무시하며 먀네는 낮게 울었다.
“먀아~.”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발을 핥는다.
그사이 이안은 아까 하려던 것을 계속 이었다.
<천축의 삼장. 대덕명왕의 수인을 사용합니다.>
“끄아아악!!”
이안이 수인을 맺은 순간 용병들의 몸을 차지하고 있던 비두만들이 비명을 터트렸다.
그들이 몸을 잃고 하늘로 떠오르자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도망치려던 비두만들이 반으로 갈라져 떨어진다.
그걸 본 마을 사람들은 검을 넣는 그를 보며 환호했다.
“시, 신선님!! 신선님이십니까?”
“와아아!! 신선님! 신선님!”
“저 고양이는 신선님을 따르는 영물인가 보다!”
기뻐하는 그들에게 이안은 냉정하게 답했다.
“신선 아닙니다.”
그 발언에 다들 무안해하자 이안은 촌장을 보았다.
“받을 대가가 늘어난 것 같군요.”
“그, 그러게요. 뭘 드려야 할지……. 아! 그렇지!”
촌장은 크게 박수를 치며 외쳤다.
“전에 임금님께서 저희 마을에 두고 가셨던 귀한 물건은 어떠십니까?!”
“한번 봅시다.”
마을에 들어간 이안은 촌장이 가져온 상자 안의 내용물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굉장하지 않습니까?!”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선명한 붉은빛을 드러내는 황금색 테였다.
척 봐도 굉장히 귀해 보이는 것을 내밀며 촌장은 의기양양해했다.
그와 상자를 번갈아 본 이안은 쓰게 웃었고 키르케는 차분하게 말했다.
<확실히 굉장하긴 하군요.>
‘손오공을 잡아 뒀던 긴고아 정도면 굉장하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