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21화(121/300)
◈ 제121화
61. 백귀야행의 의미 – 1
이안의 반응에 촌장은 눈치를 살폈다.
“저기…… 마음에 안 드십니까? 이게 굉장히 귀한 물건인데.”
“예. 일단 감사히 받겠습니다.”
어쨌든 확실히 굉장한 물건이고, 귀한 것이 맞다.
왜 이런 것이 이런 작은 마을에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말이다.
“이게 답니까?”
“예? 뭐 더 드릴까요? 그런데 그거 말고 이방인분들이 좋아할 만한 건 없는데…….”
원래 긴고아는 긴고아를 쓰기 위한 주문과 세트다.
그런데 긴고아만 주다니.
이안이 상자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에 넣자 촌장은 안도했다.
“그런데 손님께서는 어디로 가십니까? 다른 이방인들분처럼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내려가십니까?”
“예.”
“더 잘되었군요. 임금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이후로 이방인들이 말하더군요.”
“뭐라고 하던가요?”
“임금님의 도관에 들어가려면 보물이 필요하다고요. 이 테라면 충분히 보물이니까…….”
이안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왕은 어디 갔습니까?”
“글쎄요……. 임금님께서는 벌써 삼 년째 자리를 비우고 계십니다. 원래는 저곳에 계셨지요.”
촌장은 멀리 보이는 하늘과 닿은 산을 가리켰다.
산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마치 산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 보인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저 산은 저렇지 않았습니다. 오색구름이 찬란한 곳이었지요.”
그런 산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아름다운 구름이 검은 먹구름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전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로만 전해지던 요괴들이 나타난 것이다.
왕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정령이나 신수들이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에게 신경 쓰지 않았고 이방인들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저 구름이 생긴 이후부터 해를 끼치는 요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 산에 있던 오왕과 그 부하들도 그렇습니다.”
촌장이 힘없이 말하는 사이 그의 딸인 소녀는 먀네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 손길을 즐기며 먀네는 꼬리를 흔들거리며 소녀의 손에 비볐다.
“아하하!”
“먀아~ 먀~.”
둘이 노는 모습을 보며 촌장은 씁쓸해했다.
“저 아이의 어미도 오왕에게 잡아먹혔습니다.”
그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이안에게 이 귀한 긴고아를 준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목숨을 살려 준 것.
그리고 아내이자 딸의 어미의 복수를 해 준 것.
그것이 너무나 고마워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귀한 보물을 내어 준 것이었다.
“이제 오왕이 사라졌으니 이 마을도 좀 조용해지겠군요.”
“글쎄요…….”
촌장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오왕이 쓰러졌다고 하지만 이 세계에는 사람을 괴롭히는 요괴들이 많다.
언제 또 다른 요괴가 나타날지 모른다.
“그저 부처님께 간절히 비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제 볼일 다 봤으니 갈 일만 남았다.
“먀네.”
“먀아~.”
소녀와 놀고 있던 먀네가 폴짝 뛰었다.
빠르게 그의 가방 안으로 들어간 먀네는 손을 흔들어 주는 소녀에게 앞발을 마주 휘저어 주었다.
“손님. 저 산으로 가시는 것이면 주의, 또 주의해 주십시오. 요괴들이 말입니다. 아주 강한 데다가…….”
“저도 강합니다.”
“……하긴 그렇죠?”
오왕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
그리고 전설 속의 비두만도 한눈에 알아채고 잡았는데 무슨 걱정인가.
촌장은 머쓱하니 웃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손님의 앞길에 부처님의 가호가 있기를 빌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그의 인사를 받은 이안은 마을의 옆에 있는 길로 향했다.
“키르케. 저 구름. 저거 백귀야행이지?”
<그렇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와일드 헌트, 또 어떤 곳에서는 백귀야행.
또 이안의 세계에서는 몬스터 웨이브.
그 외 다양한 세계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요괴나 몬스터, 혹은 유령이나 귀신들.
그들 중 가장 강한 자를 중심으로 몰려다니며 자신의 힘을 강화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왕은 어디 간 거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여긴 일부긴 하지만 천축이잖아. 천축의 진리를 이용할 수 없나?”
<천축의 진리에 접속하여 확인했습니다.>
그런데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는 간단하다.
왕이 이 세계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밑에는 없었지.”
<그렇습니다.>
만약 있었다면 발견했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곳의 왕은 더 높은 층에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위로 올라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겠지.”
그가 말했을 때 길목의 수풀에서 거대한 소머리 요괴가 튀어나왔다.
커다란 칼을 들고 있던 그는 이안을 보자마자 군침을 삼켰다.
“으하하하!! 거기 멍청한 인간아! 감히 이 우청 님이 자리 잡으신 곳에 멋대로 들어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꽤나 많은 사람을 잡아먹었는지 목에 해골로 만들어진 목걸이까지 있다.
그걸 힐끔 본 이안은 칼을 휘두르려는 그에게 손을 휘둘렀다.
<천축의 파초선법을 사용합니다.>
-콰드득!!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날카로운 바람이 칼날처럼 날아들어 우청의 복부에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으로 간을 비롯한 내장을 쏟은 우청이 쓰러지자 이안은 시큰둥한 얼굴로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 * *
밤새 이동해 도착한 곳은 처음 갔던 마을보다 훨씬 큰 곳이었다.
거의 도시 수준으로 넓은 마을은 요괴들과 싸우기 위해서인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아는 얼굴이 있었다.
“음? 네가 왜 여기 있나?”
위드론 뒤팽이다.
예전에 아카데미에서 이안에게 용병단의 입단을 제안했던 자.
그는 성을 지키는 용병들에게 무언가 말해 준 후 이안에게 다가갔다.
“오래간만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소문을 듣자 하니 아주 대단하시다면서?”
위드론은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찡그리듯 웃었다.
그걸 본 몇몇 사람들은 움찔했다.
워낙 험악하게 생긴 인상에 거구라서 그런지 다들 그를 겁내고 있었다.
“별거 아닙니다.”
“에이. 최강자의 반열에 올라가신 몸인데 별거 아니라니.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몬스터 퇴치를 하러 온 건가?”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여기 초행 아니야? 그럼 몬스터 퇴치를 해야 할 텐데?”
그는 산을 가리켰다.
산에 있는 구름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원래는 왕의 시험을 통과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데. 작년부터 왕이 사라졌거든.”
“그건 들었습니다.”
“그래? 아무튼 저기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증명이 필요해.”
이안은 촌장이 줬던 상자를 꺼냈다.
촌장이 말하길 이게 있으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에 있는 긴고아를 본 위드론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거 하삼 마을의 촌장이 갖고 있던 거잖아?”
“아십니까?”
“예전에 나한테도 준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거 어떻게 쓰는지도 몰라서 그냥 돌려줬지.”
그럴 만도 했다.
이건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문이 필요하니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단단한 금에 불과했다.
위드론은 자신의 허리에 채워져 있는 채찍을 들었다.
“그런 거 말고 이런 걸 구하는 게 더 좋지 않나?”
<화영편입니다.>
천축에 있던 요괴도인 중 하나가 쓰던 보물 중 하나다.
불길을 다스릴 수 있는 채찍으로 꽤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이안도 알고 있는 채찍을 자랑스럽게 보인 위드론은 히죽 웃었다.
“어때. 죽이지 않나?”
“예. 뭐 좋아 보이긴 하는군요.”
이안은 큰 관심이 없다는 듯 말했다.
그의 시큰둥한 반응에 위드론은 쩝쩝 입맛을 다시고 말을 이었다.
“아무튼 간에. 저 산의 밑은 안개로 둘러싸여 있어. 정해진 길이 아닌 안개로 들어가면 다시 되돌아 나와 버려.”
“그렇군요.”
“그 안개가 없는 길을 일 년 전부터 수부티라는 자가 막고 있어.”
“왕이 사라지고 직후입니까?”
“며칠 후였지.”
그리고 그가 말했다.
요괴를 100마리 잡으라고.
그 정도도 못하는 자는 올라갈 자격이 없다고.
“100마리를 잡았는지 아닌지 그가 어떻게 압니까?”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아닌 놈들을 쉽게 골라내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야.”
“그런데 길을 막고 있는 자와 잘도 싸우지 않는군요.”
여기까지 올라올 정도라면 기본 익스퍼트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순순히 말을 따르는 것이 신기하다.
이안이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싸우는 놈들도 있긴 해. 하지만 수부티는 엄청나게 강하지. 거의 검성 수준이더라고. 전에 검성이 그와 싸우다가 그냥 물러난 적이 있을 정도야.”
“오호.”
“그리고 한번 싸우고 나면 그는 안개 속으로 들어가 버려. 그러고 나면 안개가 길을 막아 버리지.”
그러고 나서 이 주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층에 있는 이들은 그와 싸워 이길 수 없으니 그냥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 요괴들을 잡는 것도 나쁜 건 아냐.”
이곳이 다른 세계라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이 통하는 자들이다.
그런 이들을 위협하는 요괴들을 잡는 일이 나쁜 일은 아니잖은가.
“그리고 너도 그걸 얻어서 알겠지만 사람들을 돕다 보면 아티팩트들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이곳에 오는 탐험가들은 결국 아티팩트를 위해 오는 자들이다.
그런 만큼 어차피 해야 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싸우는 것이다.
“마침 수부티가 사흘 후에 안개 밖으로 나올 거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같이 움직이는 게 어때?”
이안 정도의 강자라면 발목 잡을 일도 없을 거다.
위드론이 웃으며 제안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전 괜찮습니다.”
“쩝. 그래? 그럼 조심하도록 해. 네가 강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곳의 몬스터들은 사람의 말을 쓴다고.”
심지어 사람 모습을 하는 놈들도 있다.
그러며 사람들을 유혹해 몰래 죽이기까지 한다.
최대한 주의하라 경고해 준 위드론이 용병들에게 돌아가자 이안은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봤던 것처럼 내부 역시 꽤나 번창한 마을이었다.
탑을 등반하는 탐험가들도 많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마을 내에 태양교단이나 달의 교단의 임시 신전까지 있었다.
천축의 주민들도 신자로 받아들인 것인지 두 곳의 신전에서는 이 세계 주민의 복장을 한 이들이 나오고 있었다.
꽤나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마을에.
“꺄아아악!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평화를 무너트리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골목에서 비명을 지르며 나온 것은 이 세계의 복장을 한 여인이었다.
하얗게 질린 채 도망쳐 나온 그녀는 이안에게 다가와 간절한 어조로 외쳤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저 흉악한 자들이 저를 죽이려고…….”
그런 그녀를 쫓아 골목에서 두 명이 나왔다.
둘 모두 얼굴에 익숙한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안 브랜든.”
검화단의 검사들이다.
두 검사들은 검을 뽑은 채 여인을 가리켰다.
“그건 사람 모습을 한 무언가일 뿐 사람이 아닙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 갑자기 저자들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여인은 간절하게 말했다.
그런 그녀를 이안은 빤히 바라보았다.
“저. 왜 그러시…….”
<적성 개체. 천년오공입니다.>
“샤아아아악!!”
-서걱!!
먀네도.
키르케도.
이안도.
여인의 위화감을 간단하게 알아냈다.
그렇기에 검을 휘두르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어깨부터 복부까지 그의 검에 의해 갈라져 버린다.
여인의 몸이 잘린 순간 그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지네가 나왔다.
“으아아! 요, 요괴다!!”
사람들의 비명을 무시하며 힘겹게 몸을 빠져나오던 지네가 결국 힘이 빠져 죽었다.
그걸 본 사람들은 안도하며 그를 칭찬했지만 이안은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볼 뿐이었다.
“왜 그러십…….”
그의 시선에 검화단의 검사들도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딱딱하게 굳었다.
산 근처에만 있던 먹구름들이 갈래갈래 나누어지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마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당황한 이들이 날뛰는 가운데 키르케만이 담담하게 말했다.
<상급 악마 칼티그가 저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귀야행에 다수의 악마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갑작스레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던 악의가 치솟는다.
그걸 보며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진짜 징그럽게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