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23화(123/300)
◈ 제123화
62. 이제 죽자 – 1
이 두 가지의 인챈트를 얻은 것은 이안 덕분이니까.
단주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위드론은 그를 보았다.
“자네가 한 건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닐 텐데요.”
가볍게 말한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그의 일격에 다른 마을에서 그랬던 것처럼 백귀야행은 천천히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그제야 이세는 성벽 밑으로 내려왔고 단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륙에서도 꽤나 강한 이들만이 한곳에 모였다.
그들은 서로를 심각한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얼마 전까지 밑에 있었던 이안과 단주, 이세는 모른다.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위드론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떻게 아냐?”
“너 여기 계속 있었던 것 아니냐?”
“요새 위드론 용병단이 참가할 전쟁이 없어서 탑에서 아티팩트만 모으고 있다고 들었는데.”
둘이 묻자 위드론은 머쓱해했다.
“아니. 그래도 모르는 거는 모르는 거라고.”
알고 있었으면 해결했겠지.
“가장 최근에 들어갔던 자들에 대해서 아십니까?”
그의 질문에 위드론은 볼을 긁적거렸다.
“보긴 봤는데 모르는 놈들이었어.”
단주와 이세는 한심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위드론은 울컥했다.
“내가 세상 사람들을 다 아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이들은 한정되어 있잖아.”
“얼굴과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바깥에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데.”
“끙. 아무튼 내가 아는 것은 이게 다야. 열 명. 열 명의 용병으로 보였어. 그들은 수부티에게 자격을 보여 주었고, 이후 그냥 들어갔을 뿐이야.”
“그들이 나왔습니까?”
“아직…….”
“그 전에 들어간 자들은?”
“탑의 7층은 꽤나 복잡한 미궁이야. 거기 들어가면 적어도 반년은 못 나와.”
즉 그들 전에 들어갔던 자들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위드론의 말을 들은 이안은 키르케에게 물어봤지만 키르케 역시 다른 층이라 그런지 특별히 아는 것은 없었다.
결국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짐을 챙겨 든 이안을 향해 이세는 인상을 찡그렸다.
“수부티를 만나지 않고 들어갈 생각이냐?”
“예.”
“그 안개는 쉽게 통과할 만한 것이 아니야.”
“저 구름도 쉽게 벨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그 말에 셋은 입을 다물었다.
하긴 저 하늘의 구름을 일격에 벤 자에게 뭔 얘기를 하겠나.
“위험할 수도 있으니 내가 합류하지.”
단주가 말하자 이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위드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인챈트를 받을 수 있다면!”
하지만 이안은 딱 잘라 말했다.
“방해됩니다.”
투덜거리는 그들을 떼어 놓고 이안은 곧장 산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숲이 보인다.
그리고 그 숲에 자욱한 안개가 깔려 있었다.
<천축 도가의 운무진입니다.>
“먀아아아…….”
운무진은 천축의 뛰어난 진을 말한다.
살상 능력은 없지만 안에 들어오는 이를 거부하는 진으로 꽤나 높은 법력이 없으면 쓸 수 없는 진이었다.
그걸 산 주변에 전부 깔아 놨다는 것은 수부티가 보통 법력을 지닌 것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키르케.”
<길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운무진 안으로 발걸음을 들이민 순간 뿌연 안개가 그를 가로막았다.
방향감각이 사라진다.
숲과 안개가 만들어 낸 미로가 펼쳐지자 키르케가 말했다.
<좌측으로 1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대로 좌측으로 이동한다.
그러자 나무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전진.
<좌측으로 2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좌측으로 이동하자 또다시 나무가 사라졌다.
“먀아아아?”
가방 안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던 먀네가 그걸 보고 신기하다는 듯 울었다.
그리고.
“먀아아아아!!”
크게 울었다.
먀네의 울음과 동시에 짙은 안개가 흩어지기 시작한다.
“훌륭한데.”
“먀아~.”
먀네는 우쭐한 듯 고개를 바짝 쳐들었다.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준 이안이 숲으로 더 들어가자 나무 하나가 움직였다.
-파드드득!!
뿌리와 가지가 한 번에 이안에게 날아들었다.
그것을 베어 넘긴 그는 의아해했다.
“키르케. 운무진에 적을 살상하는 기능이 있나?”
<그렇지 않습니다.>
<운무진 안쪽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천축의 목환진이 추가되었습니다.>
정말 작정하고 못 들어오게 하려고 한 모양이다.
이안은 어이없어하며 나무를 보았다.
음울한 기운을 품고 있는 나무들이 이안이 가려는 길을 막으려 한다.
그들을 향해 그는 손을 들었다.
<프레데온의 대마법을 사용합니다.>
“불타올라라. 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이여.”
그의 손에서 쏘아진 검은 화염은 단번에 나무들을 불태워 버렸다.
그게 고통스러웠는지 나무들은 어떻게든 불길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프레데온의 대마법에서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겠나.
타 버린 나무들이 서로와 부딪치며 쓰러지는 사이 이안은 성큼성큼 걸었다.
길을 막던 나무들을 지나치자 또다시 안개가 길을 막는다.
그것을 본 먀네가 울고 이안은 다시 걸었다.
또다시 나무가 나오자 쓰러트리고 진행한다.
그렇게.
이안은 큰 어려움 없이 누구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안개를 가볍게 통과했다.
더 이상 안개도, 나무도 없는 길에 도착했다.
완전히 진을 통과했다는 것을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저건 또 뭐야?”
멀리 산 중턱에 건물 하나가 보인다.
천축에서도 신선이 되기 위해 도사들이 훈련을 하던 도관과 비슷한 건물의 앞에.
끔찍하게 난자당한 시체가 있었다.
<수부티로 확인되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의 기록을 통해 수부티의 인상착의를 비교한 키르케가 보고했다.
이안은 그의 시체에 다가간 후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굳은 피.
썩어 버린 상처.
이미 죽은 지 며칠은 지난 것처럼 보인다.
“수부티는 강하다고 그러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그럼 이자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자가 누가 있을까?”
“먀아아아…….”
가방 안의 먀네가 울었다.
저 산 근처에 있던 구름이 일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막대한 악의가 도관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와. 이건 또 뭐야.”
이안은 수부티의 시체를 두고 도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지옥문이 구현되었습니다.>
도관 내부는 말 그대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끈적한 액체들이 꿈틀거린다.
그 중심에 커다란 알 하나가 터진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강력한 악마가 소환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러겠지.”
저 하늘의 구름과 도관이 한 줄의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에 인상을 쓰며 이안은 줄을 바라보았다.
“저 줄은…….”
<적성 개체 상급 악마 킬트리가 접근 중입니다.>
<적성 개체 상급 악마 소튼이 접근 중입니다.>
<적성 개체 상급 악마 카스바가 접근 중입니다.>
.
.
.
그들 외에도 무려 수십이 넘는 악마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절반은 현계한 악마들이다.
도관을 둘러싼 채 다가오는 악의를 느끼며 먀네는 털을 곤두세웠다.
경계하는 먀네를 쓰다듬어 준 이안은 검을 가볍게 쥐었다.
“키르케. 성지 의식 준비해.”
<사울로 신성국의 성지 의식을 시작합니다.>
그의 검이 휘둘러지며 바닥에 선을 그린다.
그 선이 이어지며 지옥이 구현된 바닥에 악을 쫓는 성스러운 문양들이 빠르게 새겨지기 시작했다.
“위대한 분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문양이 하나 완성되자 이안은 낮게 말했다.
그 순간.
구현된 지옥이 일부분 사라졌다.
그러며 문양에서 신성한 빛이 뿜어진다.
<적성 개체 상급 악마 킬트리가 접근하였습니다.>
<적성 개체 상급 악마 소튼이 접근하였습니다.>
“이노오옴!!”
“뭐 하는 짓이냐!!”
거대한 곰을 닮은 악마와 악어를 닮은 악마가 뛰어왔다.
그들을 본 이안은 크게 발을 굴렀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군림보.
달려오던 이들이 진동에 의해 넘어져 버렸다.
그들이 꼴사납게 나뒹구는 것을 본 그는 계속해서 바닥에 성스러운 문양을 새겼다.
“위대한 분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두 번째 기도문이 흘러나오고.
질척한 땅에 그려진 문양이 더욱 강력한 신성한 빛을 터트렸다.
그 빛이 닿는 곳이 정화되기 시작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문양의 빛은 하늘로도 향했고 덕분에 악의에 물든 백귀야행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달려오던 악마들의 접근이 더욱 빨라졌다.
“멈춰라!!”
나뒹굴었던 두 악마가 몸을 일으키자 이안은 다시 군림보를 사용했다.
그들은 또다시 바닥을 나뒹굴었고 그사이 또 문양을 그리며 세 번째 기도문을 외웠다.
“위대한 분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제 한 번 남았다.
더러움을 정화하는 신성함이 거세게 퍼져 나가기 시작하자 의식을 막기 위해 악마들이 뛰어들었다.
“막아!!”
“저놈이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막아야 해!!”
악마들이 덤벼든다.
그리고.
이안은 검을 바닥에 꽂으며 마지막 기도문을 외웠다.
“악에 저항하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우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빛이 강해진다.
방금 전까지 악마의 영역이었던 도관이 정화되기 시작한다.
그 막대한 신성력 때문일까?
이안을 치기 위해 달려들었던 악마들은 고통 섞인 비명을 터트렸다.
“으아아악!!”
“끄아아아!!”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에 있던 백귀야행 역시 성지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구름이 흩어진다.
악의로 만들어진 구름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 안에 담긴 요괴들마저 성지의 힘에 흩어지고, 주변이 정화되며 악마들이 사라졌을 때쯤.
이안은 꽂았던 검을 뽑았다.
“한결 낫네.”
<사울로 신성국의 성지 의식을 종료합니다.>
주변이 완전히 정화되어 악취도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줄 하나뿐.
이안은 그 줄을 잡았고 그 순간 하늘에서 계단이 내려오고 땅이 꺼지며 내려가는 계단이 만들어졌다.
그는 거침없이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그렇게 계단 끝에 있는 빛을 통해 다음 층으로 들어간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거?”
아까 위드론에게 듣기로 이 위층은 미궁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있어야 할 벽이 없다.
마치 미궁 따위 헤맬 생각 없다는 듯 중심까지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미궁을 둘러보던 이안은 어이없어했다.
“이런 식으로 세계관을 낭비하다니.”
<벽에 악의가 남아 있습니다.>
<크레도스의 미궁 세계의 중심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중심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미궁의 벽이 재생되지 못합니다.>
미궁의 중심이 파괴되면 이런 식으로 재생을 위한 대기 기간이 있었다.
지금의 상황도 그것이라 생각된다.
“어쨌든 길 찾을 필요는 없게 되었군.”
앞서 간 자가 부숴 놓은 곳을 통해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거대한 소 형태의 괴물과 꽤 많은 탐험가들이 계단 앞에 쓰러져 있었다.
“미궁이 파괴되었으니 남은 사람들은…… 위로 올라갔으려나?”
<주변 흔적을 보아 그렇다고 판단됩니다.>
키르케의 말대로 계단에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걸 보던 이안은 망설임 없이 계단을 타고 올랐다.
그리고 다음 층에 도착했을 때.
“하.”
웃음을 터트렸다.
<폴바른 지저 세계입니다.>
커다란 대장간을 도시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 역시 밑의 미궁처럼 파괴되어 있었다.
지저세계의 상징인 거대한 용광로는 파괴되어 굳었다.
있어야 할 골렘들은 전부 작동을 중지했다.
지저 세계의 주민인 난쟁이들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었다.
탐험가들로 보이는 꽤나 많은 자들의 시체가.
그리고 거대한 아홉 개의 꼬리를 지닌 황금색 털의 여우가.
마지막으로 그 왕을 잡고 칼을 쑤셔 넣고 있는 열 명의 악마가.
<칠대 죄악. 오만의 발시크와 그의 부하들입니다.>
<도관의 알에 남은 악의와 같습니다.>
즉 악마들이 그곳에 지옥문을 만들어 발시크를 소환했고.
미궁을 부순 후 이곳까지 올라왔다는 이야기다.
대충 상황을 파악한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돌이 갈리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놈은 누구냐.”
오만의 발시크.
칠흑의 머리칼을 지니고 얼굴이 없는 자가 묻자 그는 검을 들었다.
“이안 브랜든.”
“그렇군. 그럼 죽…….”
“잠깐. 그 전에 나도 묻자.”
부하들을 움직이려던 발시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가지만 허락하지. 말해 봐라.”
“너 판데모니움이 뭔지 아냐?”
그 말에 발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자에게는 뭐든 알려 줘도 상관없다는 오만이 정보를 내어 주게 만들었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악마들의 모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 그분이라는 놈은 아나?”
“내 오만이 해줄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다.”
그 대답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다른 녀석에게 묻도록 하자.
“그럼 이제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