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24화(124/300)
◈ 제124화
62. 이제 죽자 – 2
판데모니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도 악마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확인차 알아본 것뿐.
어쨌든 악마와 관련되어 있다면 제거 대상이다.
“죽여.”
발시크는 자신의 이명답게 오만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후 구미호를 찌르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커헉! 컥!!”
한 번씩 찔릴 때마다 구미호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토하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그사이 악마들은 이안을 향해 포효했다.
“죽어라!!”
“찢어 주지!”
그리고 이안도 포효했다.
<무 대륙 소림 72예 파마법. 사자후를 사용합니다.>
“꺼져라! 사악한 것들!!”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에 달려들던 악마들이 굳었다.
발시크 역시 이안의 외침을 듣고 움찔하며 찌르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키르케.”
<세계의 검을 사용합니다.>
천마신공 태양의 장.
일륜보.
이안의 몸에 불길이 치솟았다.
그 불길에서 뿜어진 불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 나갔고.
“어느새?!”
그의 몸은 발시크의 앞에 와 있었다.
당황한 발시크가 구미호를 찌르려던 검을 내리치려고 했지만 그가 더 빨랐다.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세계의 검은 일격에 발시크의 목을 날려 버렸다.
“이게 무……슨…….”
오만함.
강자를 앞에 두고도 직접 상대하지 않고 부하를 시킨 그 오만이 발시크의 허무한 소멸을 불렀다.
그리고 그걸 본 악마들은 경악했다.
“바, 발시크 님!!”
칠대 죄악에 속하는 대악마가 일격에 소멸되어 버리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악마들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런 그들을 향해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칠색 마안 – 홍의 강제를 사용합니다.>
“끄아아아악!!”
아홉의 악마들은 혼이 짓눌리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그들이 바닥을 나뒹굴며 헐떡거린다.
그런 그들을 비웃으며 다가간 이안은 담담하게 물었다.
“판데모니움에서 남의 재능 빼 가는 놈이 있지? 누구냐?”
그의 질문에 악마들은 답하지 않았다.
그들의 저항에 이안은 만족했다.
“그 저항이 끝까지 유지되길 기대하겠다.”
악마들의 저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혼이 짓뭉개져 처절한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며 악마 둘이 소멸되자 하나가 덜덜 떨며 말했다.
“탐욕!! 탐욕께서!!”
“어떻게 재능을 빼 가는 거지?”
“의식을 치르는 겁니다! 의, 의식을…….”
악마는 혼이 뭉개지는 고통에 떨며 이안에게 보고했다.
재능을 강제로 탈취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흑마법의 저주를 이용하는 것이다.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을 받아 와서 그것으로 의식을 치르고, 이후 대상을 데려와서 제단에 바치면 재능을 강탈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리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이안이 당한 것.
바로 어릴 때 시행하는 것이다.
“아기들이 가진 무궁한 가능성은 무척이나 연약하기에 약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하고 제단에서…….”
그가 한참 떠들고 입을 다물자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그것만으로도 남은 악마들도 혼이 짓눌려 죽자 그는 쓰게 웃었다.
“용케 그걸 성공시켰네.”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저들이 행한 방식은 일월신교에서 혼을 빼앗아 가는 의식의 변형이다.
그곳의 의식을 수행하는 율법자들은 사람의 혼을 빼 버린 후 강시로 만들곤 했었다.
악마들은 그것과 흡사한 방식을 쓴 것이다.
다만 그들처럼 혼을 빼내는 것이 아닌 가능성만을 빼 가는 것일 뿐이란다.
필사적으로 외치던 악마를 떠올리며 이안은 쓰게 웃었다.
“인간이나 악마나 참 별 짓을 다 하네. 아무튼 잡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알았으니 됐고.”
이제 남은 것은 저 구미호뿐이다.
“허억…… 허억…….”
발시크에게 수백, 수천 번이나 찔린 모양이다.
깊은 부상에 피를 토하면서도 어떻게든 버티는 구미호에게 다가간 이안은 차분하게 물었다.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으으…… 으…….”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하긴 그렇게 찔렸는데도 정신을 차리면 그게 더 대단한 거다.
그것도 사람도 아니고 무려 칠대 죄악에 속하는 대악마에게 공격당한 것 아닌가.
이안은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 입에 흘려주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구미파의 침술 준비해.”
<동방 대륙 구미파의 침술을 사용합니다.>
의술이나 주술이 뛰어났던 동방 대륙에서도 동물이나 요괴를 치료하는 문파가 있었다.
한 마리 구미호가 문파의 주인이었던 구미파가 그곳인데 그곳의 침술이라면 이 구미호를 치료할 수 있으리라.
키르케는 빠르게 구미호의 상태를 분석한 후 침을 놓을 곳을 알려 주었다.
“먀아아아…….”
침이 꽂히며 보내지는 태양과 달의 기운이 부러웠나 보다.
먀네는 낮게 울며 이안의 곁을 괜히 서성거렸다.
그사이 구미호의 몸에 침을 전부 꽂은 이안은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는 꽤나 많은 성물들이 있었다.
“너도 받고 싶니?”
“먀아! 먀!”
탑에서 은근히 먀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니 슬슬 나눠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잠깐 기다려.”
“먀먀!”
가방에서 꺼낸 성물들로부터 태양과 달의 기운이 흡수된다.
모든 성물이 파괴될 정도로 완전히 기운들을 흡수한 이안은 낮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 금방 환골탈태하겠군.”
<축하드립니다.>
첫 번째 환골탈태 이후로 넓어졌던 단전이 슬슬 한계를 부르짖고 있었다.
환골탈태를 위해 더 많은 태양과 달의 기운을 바란다.
그것을 느끼며 이안은 먀네를 들었다.
“먀아아…….”
태양과 달의 기운이 보내진다.
골골 울며 두 기운을 받아들이는 먀네의 몸이 더욱 새하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먀네의 몸의 무늬가 선명한 금색으로 물들었을 때쯤.
“으으…….”
구미호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일어났으면 얘기 좀 합시다.”
“으…… 넌, 넌 누구냐……. 마라 놈들은…….”
“다 죽었습니다.”
이안이 마치 벌레라도 밟아 죽인 것처럼 간단하게 말하자 구미호는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리고 이…… 침은 뭐…….”
“내버려 두면 죽을 것 같아서 치료 좀 했습니다.”
“……고맙구나.”
“고마우면 삼키고 있는 계단이나 뱉어 내시죠. 보아하니 발시크가 찌른 이유가 그것 때문 같은데.”
그의 말에 구미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뭐 대단한 거라고.”
시큰둥한 반응에 구미호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이 위는…… 이 탑의 끝이다.”
“그럴 것 같더군요. 그리고 악마들이 당신을 공격한 이유는…….”
“탑의 끝. 이 탑에 포함된 모든 세계와 연결되는 차원의 문을 폭주시키기 위해서다.”
폭주한 차원의 문은 탑과 탑의 세계를 완전히 집어삼킬 것이다.
기둥을 이용하든, 탑의 폭주를 노리든.
어떤 식으로든 탑을 무너트려 세계관을 범람시켜 그들은 멸망을 부르려 하고 있었다.
“그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아느냐?”
구미호는 힘없이 말했다.
“너희의 세계. 이 탑이 존재하는 세계는 이미 끝났어야 할 세계이기 때문이다.”
“흠.”
“그 멸망을 다른 세계와 연결됨으로써 미루고 있을 뿐…….”
구미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차지할 계획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세우고 있……. 응?”
지금까지 악마들을 잡을 때마다 그들이 똑같이 떠들던 이야기가 있었다.
이미 멸망했어야 할 것들이라고.
그걸 들었을 때.
그리고.
<처음 이 세계에 오셨을 때도 알고 계셨지요.>
“그렇지.”
이 세계는 이미 세계관을 전부 소모한 지 오래인 세계다.
그런 세계가 자신의 세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다른 곳에서 세계관을 받아 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 탑이 그 역할을 하고 있겠지요.”
“……넌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아무튼 그건 저도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이미 이안은 이 세계관을 수집하고 있었다.
그가 세계관 수집을 완료한다면 이 세계가 세계관 부족으로 멸망할 일은 없다.
그러니 이 세계를 무너트릴 수 있는 이 탑은 없애는 것이 나았다.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계단이나 뱉어 주시죠.”
그리고 그녀의 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7층. 천축의 왕. 압룡동의 노마님.”
천축에서 금각 은각 형제의 어머니로 불리던 구미호.
저팔계의 쇠스랑에 맞아 죽었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살아남아 불가에 귀의한 요호.
이안이 정체를 말하자 구미호, 노마님은 이안을 빤히 바라보았다.
“넌…… 누구냐. 이방인이 나에 대해서 알 리가 없는데……?”
그녀의 질문에 이안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씩 웃기만 할 뿐.
“계단이나 뱉어 주시죠.”
“……조건이 있다.”
“뭡니까?”
“나와 함께 올라가자. 만약 네가 잘못된 일을 한다면…….”
악마들처럼 이 탑을 폭주시키려고 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막겠다.
노마님이 서슬 퍼런 눈으로 노려보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그가 받아들이자 파괴된 용광로 앞에 아까까지 없었던 계단이 나타난다.
그리고 노마님은 금세 현숙한 중년의 부인으로 변했다.
그러고 나서야 이안과 함께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둘이 빛 무리를 지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이 모습을 보였다.
꽤나 넓은 곳이다.
하지만 세계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곳이었다.
“이곳은…… 이 탑을 관리하던 자들의 연구실이었지.”
그녀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관리자들과 만났었다.
자기들 살자고 남의 세계에 구멍을 뚫어 버린 그들을 모두 쳐 죽이고 싶었지만.
불가에 귀의한 몸이 함부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경고만 했었다.
폭주가 일어나게 하지 말라고.
“그렇게 몇백 년이 지났을 때. 결국 세계 하나가 말라붙어 버렸다.”
그리고 탑은 통제를 잃기 시작했다.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하게 되니 다른 곳에서 더욱 받아 가게 되었지. 그러며 부하가 생기고, 또 문제가 생기고.”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걸 막기 위해서 다른 차원에 손을 대다가 결국 파국이 일어났다.”
차원 문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며 관리하던 이들이 모두 차원의 폭풍에 휘말려서 죽어 버렸다.
노마님은 거의 부서져 있는 책상을 쓸어 만졌다.
“이곳은…….”
“잠깐 조용히 좀 해 주시죠.”
그녀가 떠드는 것을 멈추게 한 이안은 한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빠른 회전을 하는 작은 구멍이 있었다.
저것이 차원 문이다.
하지만 이안이 집중하는 것은 그 옆의 다른 것이었다.
탑의 아티팩트나 시설과 연결되어 있는 두 개의 구체가 있었다.
<행성 B119의 인공 태양과 유사합니다..>
<행성 B119의 인공 달과 유사합니다.>
그곳에서만 만들 수 있는 인공 태양과 달.
그것을 이 세계의 방식으로 어레인지해 만든 모양이다.
“저걸 이용해서 각 세계에 태양과 달을 보낸 것이군요.”
“그렇다. 원래는 저것은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파괴된 수정 거울이 있었다.
“저것으로 다른 세계를 엿보며 태양과 달을 만들어 내더군. 천벌받아 마땅한 자들 같으니라고.”
이안은 그것을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금기를 건드리는 자들은 한계를 모르는군요.>
“그러게 말이야. 뭐. 나에게는 잘된 일이지.”
<축하드립니다.>
어쨌든 저 두 개만 있다면 두 번째 환골탈태도 바로 할 수 있을 테니까.
“너……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이안이 차원 문을 향해 다가가자 노마님은 걱정하며 물었다.
그 질문에 이안은 순순히 답했다.
“여러분을 원래 세계로 보내 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회전하는 차원 문을 가리켰다.
“이건 닫아 버릴 겁니다.”
그의 말에 노마님은 떨떠름하게 물었다.
“그걸…… 자네가 어떻게? 이곳의 관리자들이 남긴 유산을 흡수한 나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왜…… 자네가 그걸 하려는 거지?”
이안은.
아니.
수많은 세계관을 수집하는 무한 환생자는 씩 웃었다.
“내가 수집하는 이상 별거 없는 세계관이라도 다른 것들이랑 섞여 혼탁해지거나 파괴되는 건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