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25화(125/300)
◈ 제125화
63. 놀랄 얘기들 – 1
노마님은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싶었다.
하지만 그걸 이해시켜줄 필요는 없었다.
“어디 보자. 이거 차원성의 차원 문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차원 소환 마법진은 프레데온의 방식을 닮았네.”
차원 문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보다 좀 더 낡아 보이는 마법진을 살폈다.
이곳에서 누군가를 불러낸 것으로 보인다.
<차원성의 차원 문 컨트롤을 시작합니다.>
회전하는 차원 문을 향해 그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었다.
그걸 본 노마님은 당황했다.
저것은 현재 통제되지 않는 차원 문이다.
멋대로 다른 차원의 것을 빨아들이는 위험한 것.
잘못 손을 댄다면 폭주의 위험이 있다.
과거 만났던 관리자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녀가 막으려 했지만.
-우우웅!
<차원 문 컨트롤이 종료되었습니다.>
<48시간 후 차원 문의 방향이 바뀝니다.>
지금까지는 흡수였지만 이제는 퇴거로 바뀐다.
미친 듯이 회전하던 차원의 문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회전이 멈추고 안에 있는 균열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주 오래전.
이곳의 관리자들이 다룰 때와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어, 어떻게……?!”
그녀도 이 탑의 관리자라는 자들의 유산과 자료를 사용해 저것을 고쳐보려 했었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무리였다.
심지어 천축에 머무르던 이방인 마법사들을 데리고 와 부탁해봤지만, 그들조차 차원의 힘에 갈기갈기 찢겨버렸었다.
그런데 저걸 저렇게 쉽게 해내다니.
노마님이 놀라는 사이 이안은 마지막 층의 내부를 살폈다.
<우측 하단의 마법진이 비상 신호 방송 마법진입니다.>
과거 관리자들이 사용하던 마법진이다.
각 차원이 있는 세계에 비상상황을 알리는 마법진임을 키르케가 분석해냈다.
마력을 부여해 그것을 작동시킨 이안은 빛나는 진을 향해 말했다.
“이안 브랜든입니다. 지금부터 정확히 48시간 후. 이 탑의 모든 세계는 원래 세계로 복귀 예정입니다.”
그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갈 때 휩쓸리기 싫으면 알아서 나가라.
경고 멘트를 날린 그는 마법진에서 손을 떼었다.
“뭐, 뭘 어떻게 한 거냐?”
“마법식이 그리 어렵지는 않군요.”
간단하게 말한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꽤나 좋아 보이는 아티팩트들이 많이 있었다.
“역시.”
그리고 그중에서 이안은 유리창에 담겨 있는 검 하나를 꺼냈다.
“이거 용사의 검이잖아.”
<그렇습니다.>
“이게 프로토타입 같은데.”
형태가 닮았다.
거기에 만든 장인의 솜씨도 닮았고.
물론 아카데미의 것이 좀 더 화려하지만, 이안의 눈썰미를 속일 수는 없었다.
“이건 연막탄이고…… 원본이지?”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차원의 아티팩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가장 안쪽에 있는 거의 다 삭은 그림을 보았다.
형태를 거의 알아볼 수 없지만, 키르케는 그것을 분석해 말했다.
<아카데미에 있는 용사 프레돈 이비안과 마도국의 마법사들의 그림과 같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그림들도 있었다.
거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은 차원이동 마법진에 앉아 있는 용사.
프레돈 이비안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걸 보자 이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인간도 다른 세계에서 불려 온 거군.”
프레돈 이비안.
마왕을 쓰러트린 대륙의 영웅조차도.
그리고 그 마왕을 쓰러트린 검조차도 이 대륙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뭐 죄다 다른 데서 얻어다 쓰고 있어?”
<원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럼 특별한 것이라도 만들어내든가. 수집하는 보람이라도 있게.”
투덜거리며 이안은 주변을 이리저리 뒤졌다.
이 탑의 지하에 설비창에 있는 가디언 자동생산공장의 도면이 보였다.
마법이 걸린 것인지 꽤 오래되었을 텐데도 형태가 유지되어 있었다.
도면을 유심히 살펴본 그는 그것을 둘둘 말아버린 후 태워버렸다.
“이건 냅두면 문제 일으키겠다.”
<예. 행성 칼라이드의 우주 전함 자동개조법을 따온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마력은 탑에서 주입받는 것 같고…….”
<마력 해제를 시작할까요?>
“내버려 둬. 끝나면 해야지. 지금 차원 문 변형 중인데 괜히 건드려봤자 좋을 것 없어.”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이안이 여기저기 뒤지는 사이 뻘쭘하게 서 있던 노마님이 물었다.
“나, 난 뭘 해야 하나?”
“왜 여기 계십니까?”
“음?”
“밑으로 내려가시죠. 복귀 안 하고 여기 남으실 겁니까?”
물론 그래도 된다.
지금까지 탑이 감당하고 있었던.
다른 차원으로 이동 시 겪어야 하는 혼의 부하만 버틸 수 있다면.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나?”
그녀는 괜스레 이안의 눈치를 살폈다.
“이방인. 자네는 누구인가.”
그 질문에 이안은 씩 웃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았다.
노마님은 결국 머쓱해 하며 내려갔다.
분명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
천축으로 돌아간 것이겠지.
탑의 꼭대기에 홀로 남게 된 이안은 서서히 역회전하기 시작하는 차원 문을 응시했다.
<인공 태양과 인공 달을 흡수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지금 이거 흡수하면 나머지 층이 난리가 날걸? 퇴거 끝나면 해야지.”
또한, 이 태양과 달이 탑에 있는 다른 세계를 비추는 만큼 지금 흡수해봐야 전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퇴거가 끝났을 때 가져가는 것이 낫다.
찾을 것도 다 찾았고 얻을 것도 다 얻었다.
이제 차원 문이 닫히기만 기다리면 되기에 그는 가부좌를 틀었다.
그가 명상을 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계단을 타고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버님.”
마르잔나였다.
그녀의 슬픈 목소리를 들은 이안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이방인들은 탑에서 내려가고 있나?”
그걸 들은 마르잔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예.”
“그럼 넌 왜 올라왔지? 왜? 여기 남으려고?”
“정말 같이 가지 않으실 건가요?”
“이미 말했을 텐데. 슬라브드에는 이제 얻을 것이 없어.”
“그래도.”
“그리고 이곳.”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탑에 나 있는 창문 쪽으로 걸어간 그는 바깥을 가리켰다.
이곳만큼은 차원 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바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탑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이 세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마르잔나는 이안이 가리키는 바깥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름다운 곳이네요.”
“그리고 내버려 두면 오래 못가 멸망할 곳이지.”
세계관을 다 쓴 세계는 멸망한다.
그리고 이 세계는 이미 오래전 세계관을 전부 써버렸다.
그가 탑에서 봤던 곳처럼 말이다.
정상적이라면 차원 문이 닫힌 순간 멸망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정상적인 멸망에 변수가 하나 추가되었다.
<주인님이시지요.>
이 세계는 이미 이안의 수집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런 만큼 그가 수집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혹은 그가 스스로 파기하지 않는 이상.
이 세계가 세계관 부족으로 멸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이 세계는 주인님께서 보유하신 세계관과 흡사한 부분이 많지요.>
역사를 제외한 대부분이 같다.
그 말은 이안이 가진 세계관에서 나눠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이런 불완전한 차원 문보다 더 안전하게.
“……그런가요.”
“그래.”
“아버님은 외롭지 않으신가요?”
마르잔나의 말에 이안은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전혀. 뭐 이렇게 지나간 인연을 다시 만나기도 하니까.”
“……그러시다면. 언젠가 다시 아버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너 죽기 전에는 한번 가겠지.”
그 말만으로도 만족한다.
마르잔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를 이안은 불러세웠다.
“이거 가져가.”
새롭게 얻은 검을 옆에 두고 기존에 쓰던 검을 꺼냈다.
<칼르드 마대륙의 인챈트를 시작합니다.>
-파가가가각!!
이안이 검을 쥐자 막대한 마력과 함께 검에 문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인챈트를 위한 문양이 검면 전체에 새겨지자 그는 그것을 던져주었다.
“이 정도면 돌아갔을 때 거인들의 압제에도 싸울 수 있을 거다.”
“……아버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꾸벅 인사하고 내려갔다.
다시 홀로 남게 된 이안이 명상을 이어가려 할 때.
“먀아~”
먀네가 다가왔다.
사뿐사뿐 걸어 그의 다리 위로 올라간 먀네는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마치 이안이 외롭지 말라는 듯.
딸이며 제자인 마르잔나와 헤어짐을 자신이 안타까워하기라도 하듯.
그걸 보며 이안은 피식 웃고 명상을 이어나갔다.
* * *
예정된 시간이 되자 차원 문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탑이 흔들린다.
세계가 철거되고 있었다.
강제로 끌어와 져 다른 세계의 쓰레기통이나 다름없는 곳이 된 탑의 세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안은 그것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2층의 가리아 사막왕국이 퇴거하였습니다.>
<3층의 슬라브드가 퇴거하였습니다.>
<4층의 발할라가 퇴거하였습니다.>
.
.
.
<모든 퇴거가 완료되었습니다.>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이곳과 다른 세계를 연결하던 문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물론 문이 닫혔다 하여 이미 이 세계에 받아들여진 것들은 그대로 있겠지만.
더 이상 다른 세계가 이곳에 간섭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나도 하자.”
<환골탈태를 준비합니다.>
이안은 가볍게 손을 비빈 후 둥둥 떠 있는 인공태양과 달에게 손을 가져갔다.
-치지지직…….
-사아아악!!
태양의 열기에 피부가 타오른다.
달의 한기에 손이 얼어붙는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완전히 태양과 달을 쥐고 단번에 받아들였을 때.
-우드드득!!!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처음 환골탈태를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뼈와 근육이 자리를 바꾼다.
혈맥이 위치를 바꾸며 힘을 발휘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그렇게 몇 차례나 몸이 뒤틀리는 현상이 끝났을 때.
단전의 확장이 멈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랫배에 있던 단전이 나누어져 심장 부근으로 이동하며 두 개의 단전을 만들었다.
<환골탈태가 완료되었습니다.>
<진리 접속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세계관 수집률이 증가하였습니다.>
<탐색 가능 범위가 확장되었습니다.>
“후. 됐다.”
환골탈태도 했고 세계관 수집률도 늘렸다.
거기에 진리 접속 레벨도 증가했으니 앞으로 움직이기가 더 편해질 거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걱정은 없겠다.”
<항상 준비는 해둬야 하는 법이지요.>
“먀아~ 먀먀~”
그를 축하하듯 먀네가 울었다.
지금까지 이안에게서 느껴지던 태양과 달이 훨씬 강해졌다.
그걸 축하하며 기쁜 듯 우는 먀네를 안아 든 이안은 내공을 불어 넣었다.
“자. 너도 좀 더 커져야지.”
“먀아아아~!!”
먀네에게 부여되는 태양과 달의 기운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두번의 환골탈태를 거쳐 두 개의 단전에서 뿜어지는 기운이 많다.
그걸 한참 받으며 더욱 아름다운 털을 지니게 된 먀네는 소리높여 울었다.
“먀아아아아!!”
“이 정도면 말할 수 있지 않나?”
<성장률이 부족합니다.>
<과도한 기운의 부여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먀네는 더 달라는 듯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키르케의 경고에 이안은 바로 기운의 부여를 멈췄다.
“먀먀~ 먀아아~”
“많이 받으면 탈 난다. 나중에 또 줄게.”
“먀아…….”
아쉬워했지만 먀네는 이것만으로도 좋았나 보다.
그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다가 가방으로 쏙 들어가자 이안은 그걸 챙겨 들었다.
“이안! 이게 어떻게 된 일…….”
계단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 온 것은 단주와 이세, 위드론이었다.
그들이 다가오자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차원 문 닫혔습니다.”
“아니…… 그건 탑 올라오면서 봤다.”
기존에 있던 세계들은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은 텅 빈 평범한 탑뿐.
단주가 말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이고 그를 지나쳤다.
“자. 이제 여기는 잊힌 도시고 뭐도 아닙니다.”
그저 이 세계에 원래 있어야 했을.
평범한 마도국의 유적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