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27화(127/300)
◈ 제127화
64. 불법 집회는 인정 못 한다 – 1
“그러니까 헤이스팅스가 관련된 조직이 악마들의 모임……. 하. 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더라니…….”
“그들과 관련된 기록이 극히 적은 것도 이해가 가네. 악마라면 그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기록 같은 것도 잘 안 할 테고.”
다들 한마디씩 하자 위디아가 손을 들었다.
“그나저나 하나를 잡았다니?”
그 질문에 이안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칠대 죄악 중 오만이 탑에 있길래 잡았어.”
“……넌 너무 단순하게 설명해서 문제라니까!”
“그게 칠대 죄악 맞아? 지옥의 대악마 중에서 최고위에 속한다는 일곱 중 하나라고?”
“맞을걸?”
확실히 다른 악마들에 비해서 훨씬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흐으음…… 판데모니움이라…….”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며 아란세가 들어왔다.
“이안!”
“예?”
“네가 잊힌 도시에서 했다는 일이 사실이냐?!”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지금 모험가 길드에서 연락이 왔다. 네가 잊힌 도시의 탑의 차원 문을 닫았다고!”
딱히 숨길 일도 아니고, 조만간 퍼질 일이었다.
그것이 생각보다 좀 더 빨리 알려졌을 뿐.
이안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여 그의 질문에 답했다.
“아니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거야?”
다른 생도들이 혀를 내두르며 묻자 그는 빙긋 웃었다.
“말했잖아. 세상을 구했다고.”
* * *
다음 날이 되자 생도들은 임무를 위해 나가기로 했다.
그 일행에 이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 나는 베리단 자작령으로 가는 것으로 할게.”
“그럼 게이트는 그 중간 지점인 테코드 마을 쪽으로 잡아야겠군.”
이번 임무의 리더는 하륜이 맡았다.
윌디와 조금 티격태격 싸우기는 하지만 블랜치와 발라는 그래도 성격이 좋은 편이다.
그러니 하륜의 지시도 따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아란세가 리더를 맡겼다.
“제일 좋은 것은 네가 같이 가는 건데.”
이안이 가면 누굴 데려가도 말은 잘 들으니 말이다.
아란세가 중얼거리자 하륜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럼 그냥 이안 혼자 보내도 될걸요.”
“하긴 그렇지.”
마도국의 유산을 얻어 잊힌 도시의 탑을 닫아 버린 데다가 칠대 죄악 중 하나를 잡아 버린 녀석인데.
그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그사이 마법사가 게이트를 준비했나 보다.
그가 길을 열어 주자 아카데미 생도들과 아란세, 이안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 바깥은 넓은 평원이 보이는 마을 근처였다.
멀리 두 개의 영지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왼쪽은 베리단 자작령.
중앙은 바데스 자작령.
이제부터는 갈라져야 한다.
“일 보고 저희 쪽으로 올 거예요?”
“글쎄? 특별한 일 없으면 가겠지?”
“저희가 먼저 끝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럼 저희가 당신을 도우러 갈게요.”
윌디가 싱글거리며 말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 가서 보자고.”
“알겠어요. 몸조심하세요.”
윌디가 대표로 나서서 인사한 뒤 그들이 멀어진다.
그걸 지켜보던 이안은 가방을 열었다.
안에 들어가 있던 먀네가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사이 키르케가 보고했다.
<베리단 자작령에서 악마의 기운이 탐지되었습니다.>
두 번째 환골탈태를 하며 진리 접속 레벨이 늘어난 데다가 탐색 범위도 크게 넓어졌다.
바로 그곳의 악마의 기운을 발견해 낸 키르케는 그 위치까지 상세히 보고했다.
정확한 위치는 베리단 자작령의 영주 직할령이다.
“레일라는?”
<그녀 역시 베리단 자작령의 영주 직할령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럼 가자고.”
“손님! 마차 있습니다! 마차!”
“베리단 자작령까지 가는 마차 있어요!”
게이트를 타는 귀족들이나 상인들을 위한 것일까?
고급스러운 마차들과 마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게이트에서 내려온 이안을 보며 활짝 웃었다.
“아이고! 나리!”
“어디까지 가십니까?! 베리단 자작령까지 가신다면 제 마차가 제일 빠릅니다요!”
“내가 달리는 게 더 빠를 것 같네.”
천마신공 달의 장.
월영보.
이안이 말을 마친 순간 그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며 사라졌다.
순식간에 멀어진 그를 멍하니 보던 마부는 털썩 주저앉았다.
“고, 고스트다아!!”
천마신공의 신법 중 하나인 월영보를 쓰며 달려 베리단 자작령에 도착했다.
성안에 들어가자 꽤나 번화한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길도 꽤나 넓어 마차들도 두 대씩 지날 만한 곳이었다.
그곳을 걸어 영주 저택으로 향하고 있을 때.
“이히히힝!!”
길을 지나던 마차의 말이 갑자기 투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나간 두 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는 이안이 있는 곳으로 미친 듯이 질주했다.
“꺄아악!”
“위, 위험해!!”
“피해요!!”
이안을 본 사람들이 외쳤지만 그는 그저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검에 실린 막대한 기운이 폭주하는 말을 막았다.
그제야 말이 진정했고, 마차에 타고 있던 마부는 안도했다.
자칫 잘못했다면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을 칠 뻔했다.
“가, 감사합니다요. 나리.”
“됐어. 그리고 말은 태양교단에 보내 놓는 게 낫겠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안은 말에게 다가갔다.
경계하는 말을 동물 교감으로 달랜 그는 몸통 한쪽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검은색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마부도 이런 문양이 있는 줄은 몰랐나 보다.
혹시나 싶어서 다른 말도 확인해 보았지만 그 말 역시 똑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뭔…….”
“말을 어제 어디에 세워 두었지?”
“으…… 공동 마방에 세워 뒀습니다.”
“그곳에 누군가가 잠입해서 폭주를 위한 마법을 썼나 보군.”
“아니 어떤 미친놈이…….”
그는 씩씩거리다가 이안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가난한 마부라 돈은 못 주지만 그래도 오늘 점심으로 먹을 사과는 있었다.
“별것 아니지만 이거라도…….”
그가 내민 사과를 받은 이안은 잠시 쓱 훑어보다가 바닥에 버리고 밟았다.
“엑?! 왜 그러십니까? 상했습니까?!”
“이 사과. 어디서 났나?”
“영주님께서 운영하시는 공동 마방에서 준 겁니다만…… 상했습니까?”
상하지는 않았다.
다만 안에서 미세하지만 악의가 느껴질 뿐이었다.
‘키르케. 이 사과.’
<공동 마방의 운영자는 홀켄 베리단 자작입니다.>
<공동 마방에 지급되는 식량은 그의 과수원에서 배급됩니다.>
‘지금 악마가 근처에 있나?’
<현재는 위치해 있지 않습니다.>
<탐색 범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부의 가방을 가리켰다.
“거기 있는 먹을 것들. 오늘은 먹지 마라.”
“예? 아. 알겠습니다요.”
굽신거리는 그를 뒤로하고 이안은 거리를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이 도시에 악마의 기운이 은은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도 미세하게나마 악마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분명 아까 그 마부처럼 자작이 제공하는 식량을 먹으며 깃든 것이리라.
“영지민들을 제물로 삼으려는 걸까?”
<그것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악마들이 이곳에서 악마의 집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준비를 위해 일부러 악의를 도시 내에 퍼트리고 있습니다.>
“미친놈들이네? 대놓고 영지 직할령에서? 여긴 태양교단이나 달의 교단 신전이 없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2개월 전 신전이 불에 타며 주임 사제가 죽고 아직 사제가 파견되지 않았습니다.>
악마들은 성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니 그들이 뭔가 활동을 하려면 성직자부터 배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니 신전을 없애며 그도 제거한 것일지 몰랐다.
“하지만 이럴 때 임시 사제들이 오곤 하잖아.”
<현재 태양교단 및 달의 교단에서 악마와 싸우기 위한 준비 중입니다.>
<그렇기에 외부로의 인력 파견을 최대한 줄이고 있습니다.>
예전에 베리스웰을 심문한 이후 이미 악마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성기사와 싸울 수 있는 사제를 늘린다더니.
오히려 악마들이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줘 버렸다.
“악마들의 집회는 언제 어디서 열리지?”
저택이 눈앞에 보인다.
그곳에 서 있는 병사들을 보며 이안이 묻자 키르케는 담담하게 답했다.
<내일 밤 홀켄 베리단 자작 소유의 과수원입니다.>
“그렇군……. 그런데 이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야? 악마들은 기록 안하잖아.”
키르케는 자신이 진리에 접속해 얻은 정보의 출처를 보고했다.
<수호자 패왕 거스트입니다.>
저택 앞에 도착해서 헬리드와 레일라를 불러 달라 말했다.
병사들은 이안의 프레돈 아카데미 패를 보고 순순히 안으로 사람을 보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둘이 사이좋게 걸어 나왔다.
“이안! 어서 와요!”
“마침 차를 마시려던 참이었다. 들어와.”
둘의 안내를 받아 저택에 들어갔다.
헬리드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레일라는 문과 창문을 닫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잊힌 도시의 탑을 정복하고 마도국의 유산을 얻었다면서요?”
“굉장하네.”
“난 더 굉장한 것을 말해 주고 싶은데.”
“뭔가요?”
궁금해하는 레일라에게 이안은 차분하게 말했다.
“판데모니움이 뭔지 알아냈어. 그건…….”
“칠대 죄악과 악마들의 모임.”
레일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대꾸에 이안은 오히려 놀랐다.
“넌 그걸 어떻게 알았지?”
“며칠 전에 알게 되었죠.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이 있어요.”
“뭐지?”
“내일 이곳에서 악마의 집회가 열린다는 것을.”
이안은 레일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악마였냐?”
“그, 그럴 리가요.”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니 그 전에 판데모니움에 대해선 어떻게 알아냈어?”
“몇 가지 단서, 그리고 탐문. 마지막으로 약간의 번뜩임과 조언?”
그녀는 자신이 조사했던 내용들을 말해 주었다.
꽤나 많은 탐문을 했고, 또 사제들을 만났다.
그러며 그들이 알고 있는 몇 가지 지식들을 토대로 조합해 본 결과.
한 가지 답을 도출해 낸 것이다.
“그게 바로 판데모니움의 정체죠. 저도 며칠 전에 안 거예요.”
“결국 헤이스팅스는 갈 데까지 간 쓰레기였다는 얘기지. 쳇. 악마와 손을 잡고 있었다니.”
헬리드가 투덜거리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악마들의 집회가 열린다는 것은?”
이안이 물었을 때.
문이 열리며 회색 로브를 뒤집어쓴 거한이 걸어 들어왔다.
안에 들어오자마자 로브를 벗었다.
드러난 것은 중갑을 입은 회색 단발머리의 엘프 여인이었다.
이안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거구의 그녀는 그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내가 가르쳐 줬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붉은 수염의 남자, 바바를 본 이안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수호자?”
“그렇다.”
“그럼 댁이 패왕 거스트로군.”
“그래. 내가 수호자의 대표인 패왕 거스트다.”
“다음에 스카우트할 때는 좀 제대로 적어서 보내도록 해. 그래 가지고 누가 가겠어?”
그가 빈정거리자 거스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수호자는 돈이나 명예를 얻으려는 자들이 올 곳이 아니니까.”
“그럼 말 그대로 세계를 수호한다 뭐 그런 건가?”
“그렇다. 아주 숭고한 사명이지. 너는 알고 있는가? 이 세계는…….”
“멸망했어야 할 세계라고?”
진지하게 말하려던 그녀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경악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뭐 어려운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