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28화(128/300)
◈ 제128화
64. 불법 집회는 인정 못 한다 – 2
놀라던 거스트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너는 잊힌 도시의 탑에 올라갔었지.”
“잊힌 도시의 탑과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상관이 있다. 그곳에서 멸망을 막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간단하게 설명하자 사정을 모르는 레일라와 헬리드는 의아해했다.
그냥 단순한 사건의 조사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꽤나 심각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거 내가 들어도 되나 몰라…….”
중얼거리는 레일라에게 거스트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딱히 비밀도 아니고 아는 사람은 은근히 많아. 물론 믿느냐 마느냐는 다른 이야기지만.”
이미 이 세계가 멸망했어야 할 세계라고 해 봤자 누가 믿겠나.
수호자가 아주 강대한 조직이고, 세계의 수호를 위해서 싸운다고 해도 믿지 않는 자들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멸망을 막기 위해서 움직인다면 너도 수호자에 들어오는 것이 어떤가?”
“생각해 보고.”
“흐음. 뭐. 좋아. 아무튼 악마들의 목적은 하나다.”
“세계를 멸망시키고 자기들이 이 세계를 차지하겠다.”
뒤에 서 있던 바바가 답하자 레일라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그거 위험한 이야기 아니에요?”
“위험하지.”
“으…… 정말 괜찮을까?”
“괜찮을 거다. 이번에 열리는 악마들의 집회를 막아 내고…….”
잠시 말을 멈춘 거스트는 이안을 바라보았다.
“칠대 죄악의 소환을 저지해 그들의 계획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거스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왜 탑의 차원 문을 닫았지?”
“댁도 탑에 올라가 봤지? 거기 5층에 있던 곳 있잖아.”
죽은 땅만이 존재하던 곳을 언급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흠칫 놀랐다.
“그 차원 문을 그대로 뒀다면 이 세계도 그곳처럼 변한다는 얘기가 진짜였나?”
거스트는 신음했다.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어째 거짓말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가 거짓말할 이유도 없고.
거스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마도국의 유산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니. 이거 정말 놀랍군.”
“세상에 놀랄 일 많으니까 그런 거 가지고 놀라진 마라.”
이안과 거스트의 대화가 탑에 대한 것으로 빠지려 하자 헬리드가 살짝 손을 들며 말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미 없어진 탑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하긴. 당장 이곳에서 벌어질 집회를 막는 것이 중요하지.”
“그런데 왜 이곳에서 악마들의 집회가 열리지?”
“우리가 그것을 유도했으니까.”
“우리?”
“홀켄 자작 역시 수호자의 일원이다.”
잠시 후 저택에서 가장 좋은 방에 들어가니 이 영지의 주인, 홀켄 자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거스트와 바바, 그 외 몇몇 수호자들을 반긴 후 이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귀하께서 제 아들의 약혼녀인 레일라를 도와주셨다지요?”
“제 적을 치운 겁니다.”
헤이스팅스는 거슬려서 치웠고 호랑이는 달의 기운을 얻으려 잡았다.
그 대가도 받았기에 홀켄에게 감사받을 필요는 없었다.
이안이 딱 잘라 말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감사드립니다.”
“홀켄.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하고 내일 있을 악마의 집회 이야기나 더 해 보자고.”
“그러지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이번에 집회에 참가할 악마는 삼십 이상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많이도 오는군.”
“칠대 죄악을 불러내기 위한 큰 의식이니까요. 그들도 힘을 쓰겠지요.”
“그걸 우리만으로도 잡을 수 있을까?”
“잡을 수 있을까가 아닙니다. 잡아야 합니다.”
홀켄은 씁쓸해했다.
이 작전을 위해서 석 달 전.
그의 친척이자 같은 수호자였던 태양교단의 사제 로빈이 스스로 신전에 불을 지르고 그 안에 몸을 던졌다.
악마들이 방심하고 이곳에서 집회를 열어 의식을 치루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석 달간 수호자들과 준비했고.
결국 악마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렇기에 그를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작전은 성공해야 했다.
“그런데 이안. 넌 왜 여기로 왔지?”
이안은 레일라를 보았다.
그녀는 살짝 손을 들어 올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제가 요청했어요.”
“왜?”
“판데모니움에 대해서 알려 주고 싶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 일을 도와 달라고 하고 싶었고.”
“젊은 친구가 악마들과 싸우려 할까?”
바바는 그 의견에 회의적이었다.
이안이 강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혼자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검성, 숲지기가 그러는 것처럼 다른 이들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를 참가시키는 것이 오히려 문제만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의 걱정 섞인 시선을 받으며 이안은 담담하게 답했다.
“참가하지. 늙은 친구.”
“어?!”
“악마들은 나도 거슬리고. 또 차원 문을 닫았다고 해서 세계의 멸망을 부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 방법은 나랑도 안 맞고.”
“다른 방법이 있다고? 그게 뭐지?”
궁금해하는 바바에게 거스트가 대신 알려 주었다.
“이 땅에 있는 모든 생명을 없애는 것. 그로 인해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어.”
홀튼은 거스트를 보며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입니까?”
“오래전 수호자들에게 전해진 방법 중 하나다.”
이안과 거스트를 제외한 나머지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악마들이 가진 강력한 힘을 생각한다면, 세상의 생명을 모두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걱정하는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이안은 그녀에게 물었다.
“아. 그리고 지금 베리단 자작령에 악마의 기운이 넘치는 것은 의도한 일인가?”
“그래. 대륙의 영맥 대부분은 마탑이나 태양, 달의 교단. 각 기관들이 장악하고 있지. 이곳의 영맥은 그런 기관들이 차지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영맥 중 하나야.”
“그렇기에 홀튼 자작이 우리를 도와 빈틈을 내어 준 것이야. 악마들이 이곳을 집회장소로 삼게 하려고. 그 결과가 이거지.”
영지 내에 악마의 기운이 남아 있게 되었지만.
정화 정도는 수호자들이 할 수 있다.
물론 그 후유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악마들의 계획을 막기 위해서라면 그건 감수할 수 있었다.
홀켄이 설명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악마들도 참 멍청하군.”
조금 틈을 보여 줬다고 얼씨구나 달려들다니.
그가 비웃자 거스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이건 좋은 기회야. 우리가 만들어 낸 함정에 그들이 걸려들었다면 봐줄 이유는 없다.”
그녀는 간단하게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전 결행일은 내일 밤. 모두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어쨌든 수호자들과 같이 움직이기로 했으니 베리단 영지에서 머물러야 한다.
좋은 방을 받은 이안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키르케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악마들이 그렇게 간단하게 움직여 줄까?”
<주인님께서 차원 문을 닫은 만큼 움직일 수밖에 없겠지요.>
<악마들 입장에서는 이젠 그 외에는 방법이 없을 테니까요.>
탑의 폭주를 통한 종말을 부르는 것은 이제 시도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세계가 자연적으로 멸망할 때까지 막연히 기다릴 수도 없다.
그러니 남은 한 가지 방법인 이 세계의 모든 생명을 없애는 것 외에는 그들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거다.
그러려면 강대한 악마는 필수고 칠대 죄악이라면 그 역할을 수행하기 걸맞을 거다.
키르케의 의견에 이안은 가볍게 동의했다.
“좋아. 그럼 지옥 문 어떻게 여나?”
<차원과 차원이 연결되는 순간의 틈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이제 의미없으니까 빼고.”
<강력한 영맥이나 힘을 보유한 토지가 필요합니다.>
<대악마 하나. 혹은 상급 악마 열의 자기 희생과 재능의 별이라 불리는 가능성의 집합체를 바쳐야 합니다.>
<악의에 가득 찬 땅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지옥 문을 열 수 있다.
“탑의 천축에 있던 그 도관처럼?”
<그렇습니다.>
<그들은 백귀야행을 통해 악의에 가득 찬 땅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어쩌면 이곳에도 그런 악의에 가득 찬 땅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칠대 죄악이 나옴과 동시에 지옥과 연결되는 통로가 만들어질지도 모르지.
물론 이안이 있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뭐. 이렇게 하나씩 없애다 보면 탐욕도 잡을 수 있겠지. 아니. 아예 내가 나서서 악마들을 소환해볼까?”
그럼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의 제안을 키르케는 바로 부정했다.
<악마가 소환될 때 상대가 누군지를 확인합니다.>
<주인님께서 근처에 계신다면 오지 않으려 하겠지요.>
“눈치는 더럽게 빨라가지고. 쯧. 그럼 귀찮지만 하나하나 잡아내야겠군.”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가부좌를 틀었다.
“먀아~ 먀먀~.”
먀네가 이안의 품으로 폴짝 뛰어올랐다.
명상을 하려는 그의 품에서 먀네가 가볍게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헬리드입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헬리드가 들어왔다.
그는 자리에 앉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레일라가 가자고 해서 왔는데 우리 집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살다 보면 반전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법이지.”
“아버지가 수호자였다니…….”
“왜. 너도 가입하고 싶냐? 내가 추천해 줄까?”
“아니. 수호자에 들어가려면 기본 마스터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 6서클 이상이거나. 아니면 최상급 정령과 계약할 정도는 되야한다더라고.”
하지만 헬리드는 아직 유저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레일라가 나은 이후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익스퍼트의 벽도 넘지 못했다.
“넌 어떻게 그렇게나 강한 거냐?”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
“……아. 그래?”
“그래. 그런데 왜 왔냐?”
“전에 얘기했었잖아? 거스름돈.”
레일라를 호랑이에게서 구해 준 보답으로 그에게 거스름돈을 줄 것이라고 했었다.
학기 중에 별다른 말이 없길래 그냥 한 말인 줄 알았다.
“이걸 받기 위해서 아버지와 형들을 계속 설득했어.”
그리고 얻어 냈다.
그는 품에서 하나의 팔찌를 꺼냈다.
“이게 뭐냐?”
“베리단 자작가 최고의 걸작. 그림자 마갑이라는 거야.”
헬리드는 팔찌를 한쪽 팔에 착용한 후 오러를 불어 넣었다.
그 순간 팔찌에서 빛이 나며 그의 몸을 감쌌다.
그의 몸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은빛의 갑옷이 만들어졌다.
“헤이스팅스의 활인 보헤란의 활 알지? 그것과 비슷해. 오러를 받아서 마력으로 바꿔 마력 갑옷을 만들어 내. 이건 우리 가문에서 만든 것 중 가장 좋은 거고.”
갑옷을 해제한 그는 팔찌를 넘겼다.
“상당한 오러가 있어야지 제대로 쓸 수 있는 거라서. 내가 쓰기에는 좀 그래.”
아직 유저인 그가 써 봤자 장시간 갑옷을 유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안이라면 다를 거다.
“줄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어디 보자.”
팔찌를 받은 이안은 오러를 불어 넣어 보았다.
그 순간 칠흑 같은 어둠이 이안의 몸을 감쌌다.
그가 완전히 검은 갑옷에 감싸이자 헬리드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나. 패왕께서도 그 정도 갑옷은 못 만들어 냈는데. 너 오러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꽤 강하지. 아무튼 이건 잘 쓸게.”
마갑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는 거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이안이 팔찌를 팔에 착용하자 헬리드는 빙긋 웃었다.
“사실 거스름돈치고는 적지만.”
“알면 됐다.”
“이번 일. 잘해 낼 수 있겠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별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그는 씩 웃으며 밖으로 나갔고.
홀로 남은 이안은 명상을 계속 이어 나갔다.
* * *
다음 날이 되었다.
준비를 끝낸 수호자들이 나오자 거스트가 말했다.
“바바. 넌 여기 남아.”
“음? 왜?”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악마들이 여길 노릴 수도 있으니까.”
“전 괜찮습니다. 바바 님도 같이 가시지요.”
“만약을 위하는 것뿐이다. 바바라면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그쪽의 전력이 줄잖습니까.”
“제가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이안이 담담하게 말하자 거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집회 쪽은 우리가 맡겠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홀튼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그들을 배웅했다.
악마들의 집회가 시작되는 것은 자정.
달조차 뜨지 않는 오늘 홀튼 소유의 과수원에 악마들이 모일 거다.
그 전에 가서 숨어 대기해야 한다.
“이안. 은신술은 쓸 수 있나?”
거스트가 묻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거야말로 내 전문 중 하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