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29화(129/300)
◈ 제129화
65. 그가 왔군요 – 1
과수원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일하는 것이 보인다.
그곳에 있는 영맥의 중심지를 확인한 거스트는 주변을 보며 말했다.
“일단 은신해서 몸을 숨기도록 하지. 악마들은 예민하니까 조심들 하고.”
나머지 수호자들이 이동하자 거스트는 이안을 보았다.
“먀네라고 했지? 악마들은 빛에 민감해. 실체화된 빛의 정령을 눈치챌지도 모른다.”
거기에 먀네도 꽤 강해진 만큼 아카데미에서 쓰던 수준으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무 대륙 환영문의 환영진을 사용합니다.>
그 순간 이안과 먀네가 사라졌다.
그걸 본 거스트가 깜짝 놀라자 그는 환영진을 해제했다.
“굉장하군.”
그녀는 꺼내려던 반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나 해서 수호자들에게 지급되는 아티팩트를 나눠 줄까 했었다.
그런데 아까의 그 자신감이 사실이었을 줄이야.
“그런데 너는 왜 악마들과 싸우지?”
“이유는 세 가지.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두 번째. 칠대 죄악 중 하나. 나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세 번째.”
이게 제일 중요했다.
“거슬려서.”
“오만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오만과는 거리가 멀고.”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함이다.
이안의 힘을 어느 정도는 눈치챈 거스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그런데…… 라키드는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하면 가 보지 그래?”
“그 녀석이 검을 버리고 사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내가 가면 부담스러워하겠지.”
“그래?”
“그리고 그 녀석은 내가 수호자인 것을 몰라. 만약 알게 된다면 더 절망할 거다. 그러니 녀석에게는 말하지 마.”
수호자의 의무는 악마와 싸우며 세상을 수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승의 적인 악마에게 홀렸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절망할까.
고결함과 평화를 동경하는 녀석이니 더 그럴 것이다.
이안이 동의하자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다시 제안하지. 수호자에 들어오는 것은 어때?”
“그 전에 나도 묻자. 저번에 펠레 백작령에 대한 얘기를 바바에게 해 줬는데. 그쪽은 어떻게 되고 있냐?”
“일단은 조사 중이야. 이래저래 특이한 일이 많더군. 왜. 관심 있나?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정보를 주도록 하지.”
“수호자의 영향력이 꽤 되나 봐? 그쪽도 조사가 가능한가?”
“대륙 대부분에 손을 뻗고 있지. 수호자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참가자가 많다.”
그렇다면 수호자에 가입시 키르케로도 확인할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안은 거스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지.”
“좋아.”
답을 들은 그녀는 반지에 오러를 불어 넣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이 사라진다.
꽤 높은 서클의 마법임을 눈치챈 이안은 뒤로 물러난 후 적당한 자리에서 환영진을 펼쳤다.
그렇게.
그들이 몸을 숨긴 채 시간이 흘렀다.
* * *
밤이 되었다.
일하던 인부들이 돌아간 지 한참 지났을 때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 먹구름에 상당한 악의가 담겨 있었다.
이미 현계한 악마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악마 계약자들이 접근 중입니다.>
갑옷을 입은 용병.
편한 옷을 입은 학자.
개중에는 이 영지의 기사들도 있었는지 베리단 자작령 기사의 갑옷을 입은 자도 있었다.
‘잘도 몸을 숨기고 다녔군.’
<악마 검증은 특성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시행되지 않으니까요.>
악마 검증은 사제들의 체력을 상당히 소모하는 의식이다.
그러니 확실하다는 증거, 혹은 신고가 없다면 시행되지 않는다.
거기에 라키드의 일로도 확인되지 않았는가.
악마가 얌전히 있으면 약식 의식 정도는 피할 수 있다는 것쯤은.
“그리고 방법은 더 있겠지.”
<태양교단 내부에 악마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사제들이 악마에게 홀린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잖아?”
<톨카츠 왕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세계에는 성력과 유사한 힘이 없었습니다.>
톨카츠라는 중세 기반의 판타지 세계가 있었다.
마법도 있고, 오러도 있고.
나름대로 낭만이 있는 판타지틱한 세계였지만 그곳에는 한 가지가 없었다.
바로 성력.
그곳에서 종교는 그저 사람들이 마음을 기댈 곳을 찾기 위한 곳에 불과했었다.
그렇기에 그곳의 악마들은 신을 따르는 사제를 이용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었다.
“성직자의 눈 피하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지. 한번 알아보라고.”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올 놈들은 거의 다 온 것 같네.”
“샤아아악……!”
그가 말하자 먀네가 대답하듯 낮게 으르렁거렸다.
몸을 굽히고 털을 곤두세운다.
기분 나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먀네가 하악질을 하는 사이 악마들이 커다란 나무 앞에 멈췄다.
저곳이 바로 이곳 영맥의 중심지였다.
<지옥문을 여는 의식을 시작합니다.>
그걸 지켜보고 있을 때 거스트가 움직였다.
“누구냐!!”
그녀의 은신이 풀리자마자 악마들은 주변의 이상을 눈치챘다.
다양한 형태를 지닌 악마들이 포효하듯 악의를 피워 올린 순간 그녀는 검을 뽑으며 외쳤다.
“수호자! 집합!!”
거스트의 외침을 들은 수호자들이 은신을 풀었다.
그걸 본 악마들은 이를 갈았다.
“수호자!!”
“함정이었나?!”
“의식을 진행하라! 어서!”
악마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걸 막기 위한 수호자들.
그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의식을 시작하려는 악마들.
서로 상반된 목적을 지닌 두 무리들이 전투를 시작하자 이안은 환영진을 풀었다.
“이안!! 저 의식을 막아야 한다!”
“칠대 죄악이 세상에 나타나게 둬서는 안 됩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안이 검을 들어 올리자 악마들은 당황했다.
“저놈을 잡아!!”
현계한 악마들이 그에게 달려갔다.
거대한 괴물로 변한 다섯의 악마들이 그에게 공격을 시도했을 때.
이안은 내공을 움직였다.
천마신공 달의 장.
빙백월하.
검에 맺힌 달의 기운이 은은한 빛을 뿜어낸다.
어둠을 가르며 퍼져 나간 빛이 악마들에게 닿자 그들의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그것이 끝이었다.
현계하여 막대한 힘을 지니게 된 악마들이었지만 천마신공을 버텨 내지는 못했다.
막으려던 악마들이 얼어붙고 깨지며 무력화된 것을 본 그들은 이를 갈았다.
“어서 해! 어서!”
막대한 힘을 가진 자가 의식을 방해하려 하고 있었다.
그를 막기 위해 계약자들과 악마들이 또다시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천마신공 태양의 장.
일양기세.
이안의 몸에서 붉은 불길이 치솟는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수십 갈래로 나누어진 불길은 덤벼드는 자들을 그대로 까맣게 불태워 버렸다.
“이게 무슨……?”
그 무지막지한 힘에 악마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기랄!!”
막을 방법이 없다.
항거할 수 없는 힘의 접근에 악마들은 이를 갈다가 외쳤다.
“지금입니다!!”
악마 중 하나가 외쳤다.
하늘에 있던 먹구름이 멈칫한 것이 보인다.
그것을 향해 이안이 검을 들어 올리자 결국 먹구름들이 움직인다.
-파스스스!!
그가 검을 휘두르기 전.
먹구름이 사라지며 악마의 기운이 흩어진다.
상급악마들이 자기희생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균열이 남았다.
“젠장! 지옥문이 열리고 있다!”
악마 하나의 목을 날려 버린 거스트는 기겁했다.
하늘의 균열에서 흘러나온 거대한 악의가 땅에 떨어졌다.
그것을 중심으로 주변이 변하기 시작한다.
끔찍한 냄새였다.
코를 쥐어 막고 싶을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퍼져 나가자 악마들은 기뻐했다.
“오소서!! 칠대 죄악이시여! 당신의 자리를 마련했나이다!!”
악마 하나가 기뻐하며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은은한 빛을 내뿜는 돌이었다.
그것을 그 악마가 바닥에 내던지려는 순간.
천마신공 달의 장.
월영보.
“어?”
떨어지던 돌을 이안이 잡아챘다.
“잘했다!!”
거스트는 기뻐했다.
갑자기 환영처럼 사라진 이안이 어느 순간 악마들의 무리 쪽에서 나타나 의식을 막은 것이다.
이제 끝났다.
남은 것은 저 악마들을 쓰러트리고 이 땅을 정화하는 일뿐이다.
거스트와 다른 수호자들이 기뻐하는 사이.
이안은 손에 들린 재능의 별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혼의 결성체와 흡사합니다.>
‘그러네. 트콘드 대륙의 현자의 돌이랑도 비슷하고.’
돌 안에 막대한 힘과 가능성이 담겼다.
이안이 돌을 살펴보는 사이 키르케는 차분하게 말했다.
<복용 시 빙의체의 복구가 가능합니다.>
그 말대로 이걸 복용하면 이 재능 없는 더러운 몸도 충만한 재능을 가진 신체로 거듭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복용하는 대신 히죽 웃었다.
그리고.
“어?”
“응?”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
의식을 막은 것에 기뻐하던 수호자들.
의식이 실패한 것에 절망하던 악마들.
두 무리 모두 이안의 행동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손에 들려 있던 재능의 별을 악의에 물든 바닥에 휙 던져 버렸기 때문에.
“미친놈아!!”
“뭐 하는 짓이야!!”
거스트와 수호자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악마들은 당황하면서도 환호했다.
“하, 하하하!! 오신다!! 드디어 오신다!!”
재능의 별이 떨어진 곳에 커다란 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껍데기를 깨고 나올 것 같은 모습을 보며 악마들은 기뻐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악의보다 더욱 강한 악의가 풍기기 시작한다.
그것을 보던 거스트는 절망했다.
그토록 막고자 했는데.
결국 칠대 죄악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안!! 네놈!! 악마의 편이었던 것이냐!!”
분노한 그녀가 일갈했지만 이안은 무시했다.
그저 알을 지켜보고 있을 뿐.
-찌직!!
“오신다! 오신다!”
“나태의 슬러트께서 오신다!!”
<적성 개체 칠대 죄악, 나태의 슬러트가 현계합니다.>
알이 부서진다.
금이 간 알에서 팔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팔이 알을 마저 부숴 버리다 또 다른 팔이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마지막으로 하나.
네 개의 팔이 나와 알을 완전히 부숴 버렸을 때.
막대한 힘을 드러내며 네 개의 뿔을 지닌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칠대 죄악.
대악마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함을 가진 일곱 악마.
그들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자 이안은 검을 들었다.
<세계의 검을 사용합니다.>
“크흐흐흐…… 나는 처음부터 이게 좋았지. 차원의 폭주니 뭐니. 그딴 것보단 그냥 다 죽이는 게 편하잖아?”
슬러트가 악의를 내뿜으며 여유롭게 말하자 이안은 동의했다.
“아. 그건 나도 인정. 다 죽이는 게 편하긴 하지.”
-서걱!!
그리고 베었다.
이제 지옥에서 막 나온 나태의 슬러트는 세계의 검에 맞고 그대로 소멸되었다.
그 광경을 본 모두가 또다시 입을 다물자 이안은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다섯.”
“……뭐?”
“칠대 죄악. 이제 다섯 남았다고. 그리고 이쪽에서 할 일은…….”
악의로 더럽혀진 이 땅을 정화하는 것과.
멍청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악마들을 지우는 것뿐.
그렇기에 이안은 멍청히 자신을 바라보는 수호자들을 향해 말했다.
“일 안 해?”
그 말을 들은 순간 굳어 있던 악마들과 수호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