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3화(13/300)
◈ 제13화
7. 견제의 시작 – 1
생존 훈련이 끝나고 태양신전에도 사제들이 돌아오자 이안은 바로 신전을 찾았다.
“오래간만입니다. 이안 성도님.”
“예. 가신 일은 잘되셨습니까?”
“하하. 예.”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실례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저 한 가지 아티팩트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아티팩트요?”
“예. 용사께서 활동하시던 시대의 물건을 말하는 겁니다. 자세한 것은 저기…….”
사제들만이 알 수 있는 것인지 윌리스는 말꼬리를 흐렸다.
<용사와 관련된 부분은 진리 접속 5레벨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꽤 높네?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나 보지?’
<예. 마왕과 차원, 그리고 다수의 존재가 엮인 문제라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이안은 신기해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시간문제이니 굳이 지금 안 알아도 된다.
그리고 관심도 없고.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뭘 해야 합니까?”
“신전을 오래 비워 뒀으니 청소부터 해야겠군요. 수녀님들과 함께 청소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청소 후에 무사 복귀를 감사하는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그때 참석하기 위해서 이안은 수녀들과 함께 신전을 청소했다.
청소가 끝나고 예배당으로 들어간 이안은 언제나처럼 예배에 참가했다.
오늘도 감사히 태양의 기운을 받은 이안이 나가려고 할 때 윌리스가 그를 잡았다.
“이안 성도님.”
“예?”
“혹시 성기사가 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성도님의 실력이나, 또 예배를 드리던 경건한 모습을 보면…….”
훌륭한 성기사가 될 것 같다.
이번에 본단에 갔다가 지원서를 받아 온 윌리스가 진지하게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
“언제라도 관심이 있으시면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이안의 거절에 아쉬워하며 그는 살짝 고개를 숙여 배웅했다.
예배가 끝나고 딱히 갈 곳도 없어서 기숙사로 돌아온 이안은 생도들이 입구에서 바글거리자 의아해했다.
“뭐야?”
“아. 이안. 왔냐?”
블랜치는 벽보를 가리켰다.
저번에 있었던 훈련 결과 평가였다.
“들어오자마자 1위네.”
“뭐 이 정도 가지고.”
이들에게는 고생스러운 시험이겠지만 이안에게는 결국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고작 이런 시험에서 1위를 못하면 지금까지 얻은 세계관들이 운다.
“근데 쟤는 왜 저렇게 보냐?”
이안이 가리킨 곳에는 멍하니 자신을 응시하는 하륜이 있었다.
그걸 본 블랜치는 싱글거렸다.
“네가 오기 전까진 하륜이 계속 1위였거든. 특히 실기 쪽은 말이야.”
이안은 벽보를 보았다.
그의 밑에 하륜의 이름이 있었다.
“그렇구만. 가서 위로라도 해 줘야 하나?”
“뭔 소리야?”
지금 가 봤자 불 난 데 기름을 뿌리는 거다.
지금은 그냥 넘어가는 게 낫기에 블랜치는 이안을 데리고 기숙사로 들어갔다.
“네 방에서 얘기 좀 하자.”
“뭔 얘기?”
“아니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건지. 우리 친구잖냐.”
능글맞게 웃으며 블랜치는 이안의 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들어와 책을 보고 있던 그래진은 인상을 구겼다.
“블랜치. 넌 왜 왔냐?”
“어허. 그래진. 그저 우정을 도모하러 온 것뿐이야. 잘됐다. 너도 이리 와 봐.”
“쯧.”
그래진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안경을 쓱 올렸다.
“네가 왜 왔는지 예상할 만하군. 다음 테스트 때문이지?”
“그래. 너 시작하자마자 잡혔다며? 너도 같이 얘기하자고.”
몬스터 헌팅 및 생존 훈련은 영웅제까지 계속될 거다.
그때를 대비하자는 블랜치의 제안에 그래진은 한숨을 쉬었다.
“난 학자 계열에 속하는 마법사야.”
“오호. 그래서?”
“전투니 생존이니. 그런 건 나한테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나 그래진이 지원하는 분야는 후방에서 특별한 몬스터의 연구 및 던전이나 유적의 탐사 방향 결정.
그리고 유물을 확인하고 고대 시대를 연구하는 것이다.
즉 이런 시험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성적은 강등 안 당할 정도면 충분해.”
“어휴. 어련하시겠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안.”
“음?”
“네가 날 도와줄 수 없겠나?”
그래진은 성적에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굳이 돕고 자시고가 있나.
궁금해하는 이안에게 그래진은 웃으며 말했다.
“아란세 교관님과 하운드 교관님의 추적을 너만 따돌렸다지?”
“그래서?”
“그 정도면 보통 실력이 아닌 것 같은데…… 졸업하면 나와 손을 잡을 생각 없나?”
그래진은 무척이나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모험가가 되는 것은 어때?”
“어이.”
블랜치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도 이안을 자기 가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그런데 모험가라니.
“유적 같은 곳에 멋대로 들어가는 도굴꾼 같은 놈들이잖아. 그건.”
“뭐 그렇긴 한데.”
그래진은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하지만 상상하기도 힘든 많은 것을 얻기도 해.”
그래진은 이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만약 네가 내 손을 잡는다면 나도 널 돕지.”
“뭘 도울 수 있지?”
그는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 있는 노트를 들었다.
“실기는 네가 알아서 해. 그럼 본강의와 교양 강의의 필기는 내가 책임져 줄게. 그럼 최고 점수로 아카데미를 졸업하게 되는 영광을 안게 되겠지.”
“그 노트가 뭔데?”
“필기시험 대비용 정리 노트다. 매 시험 때마다 노트를 정리해서 주겠어. 난 지금까지 필기만큼은 1위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어.”
본강의와 교양 강의까지 포함해서.
그는 입학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필기 부분에서는 항상 1위였다.
그런 만큼 그의 정리 노트만 있다면 필기시험을 대비하겠다고 시간을 날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넌 따로 개인 훈련을 하는 게 어때?”
일반적인 생도들에게는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안에겐 그다지 내키는 제안은 아니었다.
“공부야 그냥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깟 공부가 뭐 어렵나.
이안의 반응에 그래진은 입맛을 다셨다.
“아깝네. 하지만 이안. 난 진심이다.”
“날 네 밑으로 넣겠다고?”
“밑이라니.”
그래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노트를 가방에 넣었다.
“손을 잡자는 거다. 누가 위고, 누가 아래고. 그딴 게 어디 있어? 정 뭐하면 네가 위 해도 되고.”
“그럼 좀 미뤄 둬. 지금 나랑 면담하고자 하는 애들이 한둘이 아니거든.”
“조건을 듣고 결정하시겠다?”
그래진은 안경을 꾹 눌러 바로 쓴 후 웃었다.
“내가 보기에 넌 누구 밑에 들어갈 사람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사람 볼 줄 아는군요.>
‘그러게.’
필요에 따라 잠깐 일을 같이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하게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안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진이 정확하게 파악하자 키르케와 이안은 감탄했다.
그사이 블랜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좋아. 그래진. 내가 네 위에 올라가 주지.”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그 노트 나한테 넘겨.”
그를 향해 그래진은 진지하게 말했다.
“개소리 말고 넌 가서 공부나 해라.”
* * *
다음 날이 되었다.
수업이 끝나자 신전으로 가려는 이안에게 하륜이 다가왔다.
<하륜 솔트. 킬테드 왕국의 후작가 소속 차남으로 4서클의 마법사입니다.>
그 외에도 키르케가 말해 준 정보를 곱씹은 이안은 그를 힐끔 올려다보았다.
“왜.”
“이안. 봉사 활동 하러 가는 거지? 가면서라도 괜찮으니까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그러시든가.”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하륜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교실에서 빠져나가 신전으로 가는 와중 꺼낼 말을 고민하던 하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한 거야?”
“뭘?”
“어떻게 숨었길래 아란세 교관님과 하운드 교관님을 피할 수 있었던 거지?”
그게 궁금했던 것일까.
눈을 번뜩이며 묻는 그에게 이안은 웃어 보였다.
“남의 밑천을 그냥 털어 가려고?”
“물론 그냥은 아니야.”
“뭘 줄 수 있는데?”
“돈은 어때?”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야. 대부분일 뿐이지.”
하륜은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이안. 넌 브랜든 남작가의 삼남이라던데.”
“그렇지.”
“조사를 해 보니 거긴 꽤 가난한 곳이고, 또 용돈도 받지 못한다 들었어.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보급품만을 사용한다지?”
“아니 뭐. 재료 팔아서 필요한 거 사기도 하는데?”
“그걸론 좋은 걸 못 사겠지. 한 달 강습비로 삼천 골드 줄게. 어때?”
<이 세계의 일반 백성의 평균 한 달 생활비가 오십에서 백 골드 선입니다.>
‘삼천 골드면…… 나쁜 가격은 아니네.’
<물아일체는 내공을 기반으로 합니다.>
<오러나 내공을 다룰 수 없는 자는 흉내조차 낼 수 없습니다.>
‘알아.’
이안은 자신있어하는 하륜에게 고개를 저었다.
“넌 배우기 어려울 걸. 그리고 보니까 그 결계도 괜찮던데 차라리 그걸 더 연습하는 걸 추천하지.”
“괜찮은 제안 아닌가? 원한다면 더 줄…….”
계속 말하려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만.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난 네 앞에서 결계를 친 적이 없는데?”
“다 봤어. 박바레와 협력하는 것도 봤고 그래진을 잡는 것도 봤다.”
결계를 칠 때 주변의 탐색 정도는 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봤다고?
그가 놀라는 사이 어느새 신전에 도착했다.
“다 왔네. 배웅해 줘서 고맙다.”
짧은 만남이 끝났다.
하륜은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애써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별말씀을. 이안. 다음에 또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
“이 정도로 얘기했으면 더 할 얘기는 없을 것 같은데?”
“정말 내가 배울 수 없는 건가?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돈 문제가 아니라서. 오러 익히고 나서 찾아와. 그때 보고 가르쳐줄테니까.”
이안이 신전으로 들어가자 하륜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정도로 바보 취급당하는 건 또 처음이네.’
하륜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배우는 것이 빨랐고, 훨씬 잘했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스럽게 여겼다.
축복받은 재능을 지녔다고 늘 찬사받았다.
그런 자신에게 못한다는 얘기를 하다니.
그런 말은 처음 들은 하륜은 속이 상당히 아니꼬웠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예 알겠습니다.’ 이러고 포기할 줄 알았나 보지?”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하륜은 신전에 들어가는 이안을 지그시 응시했다.
* * *
하륜은 다음 날부터 대놓고 이안을 지켜봤다.
그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성향은 아니기에 그냥 내버려 뒀다.
하지만 그런 둘의 행동은 B반을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야. 이안.”
“왜?”
“너 하륜이랑 싸웠냐? 쟤가 자존심이 세긴 해도 성적 때문에 일부러 시비 걸고 그런 성격은 아닌데.”
“싸우고 자시고도 없어. 내가 어떻게 아란세 교관님과 하운드 교관님에게서 벗어났는지 알아내겠다는 거니까.”
“아. 그래? 아주 작정했나보네. 누가보면 싸운 줄 알겠다.”
그의 말대로 다른 생도들도 둘을 보며 걱정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하륜에게 다가가 그만 좀 보라고 할 정도로.
하지만 저런 시선에 이골이 난 이안은 별반 신경쓰지 않았다.
“놔둬. 저러다 제풀에 지쳐 떨어지겠지.”
“쟤도 오기는 끝내주는 놈이라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저러다가 뭐 뾰족한 거 들고 달려드는 것 아냐?”
블랜치가 걱정하며 말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 그런 놈들은 많았고 대응법도 간단했다.
“달려들면 때려눕히면 그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