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32화(132/300)
◈ 제132화
66. 너였냐 – 2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윌디가 반가워하자 이안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자. 길 뚫어놨으니까 가자.”
“저기로 다시 올라가기는 힘들 것 같은데.”
“음. 다른 길은 꽤나 복잡한 데다가 몬스터가 많을 거야. 잡혀 오면서 확인해 봤는데…… 꽤 많이 전투를 해야겠더라고.”
이안이 때려 부수고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구멍을 가리키며 블랜치는 아쉬워했다.
밧줄이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올라갔을 텐데.
쉬운 탈출이 무산된 것 같아 꽤나 아쉬웠다.
“밧줄은 지금 연결할 거야.”
이안은 투척 단검에 밧줄을 묶었다.
그걸 보며 발라는 쓰게 웃었다.
“그걸로 되겠어?”
충분히 된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어검.
쏘아진 단검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그대로 2층에 있는 기둥 하나를 돌아 밧줄을 단단하게 묶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뭐야?”
“어? 바데스 자작령에 살던 사람들. 납치되었다는 이들이지.”
“실종된 사람들은 더 있다던데. 저희는 이들 밖에 발견 못했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모두 20세 이하의 여성에 두어 명은 귀족처럼 보인다.
역시 흑마법을 위한 제물로 잡아 온 것일까?
이안은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들을 힐끔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사정 따위는 나중에 들어도 된다.
“이안. 같이 가자.”
“같이 가기는 좀 그렇고. 난 여기 리치 잡으러 온 거라서.”
특히나 이런 기분 나쁜 곳을 만든 자라면 그냥 두고 싶지 않았다.
이안의 말에 하륜은 의아해했다.
“넌 리치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냐?”
키르케에게 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말해 줄 필요는 없기에 그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쟤가 그런 거 알아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잖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블랜치와 발라는 언제나처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륜은 볼을 긁적거리며 납득을 한 후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덕분에 살았다. 사실 계획을 짜긴 했지만 불안했거든.”
“뭐야. 이번 작전 네가 계획한 거냐?”
“하하. 응. 일단 사람부터 구해야지.”
처음 던전에 들어오고, 던전의 유형과 몬스터를 보며 생각을 했었다.
이 던전은 적을 죽이기 위한 던전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잡혀간 이들이 무사하다거나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보장은 못 했다.
던전을 탐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모험을 했다.
전원에게 보호 마법과 더불어 탈출하기 위한 준비를 해 둔 후 2층의 미궁에서 마력에 취해 지쳐 잠든 척을 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언데드들은 무력화된 척 하는 그들을 데리고 가 버렸다.
“참으로 용감 무식한 방법을 택했군.”
“수업 때 배운 거고 자신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성공했잖아?”
하륜이 히죽 웃자 윌디는 고개를 저었다.
“수업 때도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쓰지 말라고 했잖아요. 거기에 적이 리치인데…….”
“이럴 때 이런 경험 안 하면 언제 해? 임무는 우리가 졸업한 이후 우리 영지에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훈련하는 거라고.”
“그래도 난 다음에는 안 할 거다.”
“으. 구울에게 잡히던 게 얼마나 기분 나빴는데.”
블랜치가 정색하자 발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을 향해 아란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포로들을 쉽고 빠르게 구하기에는 이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지. 약자를 의태하여 상대의 방심을 이끌어 내는 것은 좋은 판단이다.”
“그러다가 죽습니다. 아무튼 얘기는 나중에 하시고 올라가시죠.”
이안이 재촉하자 아란세는 정신 못 차리는 소녀 하나를 잡아 몸에 묶었다.
그가 먼저 올라가고, 그다음은 블랜치와 발라였다.
그들이 여인들을 몸에 묶은 채 올라가자 윌디는 이안에게 물었다.
“이안. 혼자 괜찮겠어요? 언뜻 본 것이지만 그자. 굉장히 강해 보이던데.”
“누차 말하지만.”
“당신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구요?”
이안의 답을 눈치챈 윌디는 빙긋 웃었다.
“아무튼 고마워요. 저희는 일단 바데스 자작령으로 복귀할 생각이에요. 거기서 만나도록 해요.”
“마력을 쫓아 확인해 봤는데 지금 리치는 던전의 중심에 있다. 던전의 중심지는…….”
“어딘지 아니까 신경 쓰지 말고 나가.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먀네 데려가.”
“먀네가 도움이 될까? 얘가 빛의 정령이라는 건 아는데.”
“이 솜방망이 같은 다리로 뭘 할 수 있을까…….”
“그 솜방망이에 맞아 죽은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태양과 달의 기운도 꽤 나눠 줬으니 어지간한 몬스터는 먀네 혼자 잡을 수 있을 거다.
윌디는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빤히 보던 먀네는 휙 뛰어올라 그녀의 품에 들어갔다.
더욱 복슬복슬해진 털에 기뻐하며 윌디가 밧줄을 잡고 올라간다.
“괜찮겠냐?”
“괜찮으니까 가라.”
“음. 그래. 넌 항상 알아서 잘했으니까.”
하륜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으로 밧줄을 타고 올랐다.
그까지 가고 나자 이안은 쓱 눈을 돌렸다.
한쪽에서 진동음과 비명이 들리고 있었다.
<적이 접근 중입니다.>
고스트, 밴시, 구울. 무장한 스켈레톤.
3층의 다른 곳에 있어야 할 언데드들이 모두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복도에서 모습을 보이자 이안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일격으로 적들을 전멸시킨 이안은 몸을 돌렸다.
“키르케. 중심지 찾아.”
<전방의 길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됩니다.>
보고를 들은 이안은 성큼성큼 걸었다.
한참 들어가고 나니 아까 포로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 철창을 보았다.
잠겨 있어야 할 철창은 열려 있었다.
언락 마법을 사용해 문을 열었나 보다.
그것을 힐끔 본 이안은 안쪽에서 느껴지는 진한 악의에 인상을 찡그렸다.
“먀네가 있었으면 난리를 쳤겠네.”
<먀네는 악의를 싫어하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같이 보내길 잘한 것 같다.
커다란 철문으로 막혀 있는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공동이 있었다.
공동의 내부는 천축의 도관과 베리단 자작령에서 봤던 것과 비슷하게 악마의 기운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중심에 던전의 핵과 함께 악마가 아닌 해골 하나가 앉아 있었다.
이안이 문을 닫자 해골의 고개가 돌아간다.
눈에 붉은 빛이 일렁이자 뼈만 남은 턱이 움직였다.
“오라는 악마는 안 오고 인간 놈들만 자꾸 들어오는군. 역시 귀찮은 자들이다.”
“그러면서 납치는 했잖아?”
“흑마법에 필요한 도구와 같은 취급을 해서는 안 되지.”
“그 도구들 지금 다 도망쳤다.”
“금방 다시 잡아 올 수 있다. 희망이 무너진 자 역시 제물로 쓸 수 있기에 놔준 것뿐이니까.”
그 말과 함께 그의 주변에서 수십의 고스트와 밴시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막대한 적의는 던전의 중심에서 피어오르는 악의와 연결되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천마신공 태양의 장.
태양경.
그렇기에 이안은 검을 들었다.
그의 검에서 쏟아진 막대한 빛은 한 번에 고스트와 밴시들을 소멸시켜 버렸다.
“뭐 더 준비한 거 없으면 끝내자.”
<주인님. 저자가 재능의 별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리치의 드러난 갈비뼈 중심.
심장이 있어야 할 곳에 은은한 빛이 뿜어지는 돌이 있었다.
전에 봤던 것이다.
타인의 가능성을 빼앗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집합체인 재능의 별.
그는 그것을 몸에 품고 있었다.
이안이 그것을 응시하자 리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능성의 집합체에 관심을 보이는군.”
그와 동시에 벽에 걸려 있던 커다란 지팡이가 날아와 잡혔다.
“나는 과거 마도국의 로드 중 하나. 칼테그 로드 윌드런이다.”
“이안 브랜든.”
칼테그는 천천히 지팡이를 겨눴다.
그와 동시에 막대한 악의가 지팡이에 몰리기 시작한다.
“그 지팡이에 악마를 가둬 놨나?”
“알고 있군.”
“너랑 똑같은 짓을 한 놈을 봤으니까.”
탑에서 로키가 악마를 봉인한 후 씹어 삼켜 그들의 힘을 빼앗았었다.
칼테그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악마의 힘을 강탈해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안이라고 했지. 그대는 알고 있나. 이 세계는…….”
또 세계 어쩌고 떠드는 놈이구나.
그는 인상을 팍 찡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천축의 삼장. 부동명왕검을 사용합니다.>
이안의 검에 멸마의 기운이 담긴다.
칼테그가 쏘아 낸 마법을 베어 넘긴 그는 검을 던졌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어검.
멸마의 기운이 담긴 검이 허공을 날며 칼테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아 내던 그는 당혹스러워했다.
“이건 무슨?!”
“세계의 미래는 보셨는데 댁 미래는 못 봤나 봐?”
“이런 미래는 없었는…….”
-콰득!!
지팡이를 잡고 있던 팔이 검에 잘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안의 공격이 훨씬 강하기 때문일까?
칼테그는 이를 갈며 가슴에 손을 넣어 재능의 별을 꺼냈다.
“가능성이여!! 나에게 미래를 보여라!”
해골 속에 있는 붉은빛의 눈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그 순간 그는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째서 미래가 바뀐 것이지?!”
“재능의 별이 가진 가능성을 이용해서 미래시라도 썼나 보지? 한심하긴. 그딴 거 뭐 하러 쓰냐? 미래 따윈 고정된 것도 아닌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한데.”
월영보를 사용해 그의 곁으로 다가간 이안은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재능의 별을 갈취한 그는 그대로 다른 손을 뻗었다.
<무대륙 소림 72예 파마법. 여래신장을 사용합니다.>
그의 손에 담겨 있는 파마의 힘이 칼테그를 후려쳤다.
그에 그치지 않고 튕겨 나간 칼테그를 어검으로 움직이던 검이 반으로 갈라 버렸다.
-파스스스스…….
파마와 멸마의 힘에 의해 언데드인 칼테그는 큰 타격을 입었다.
몸을 제대로 유지하지조차 못하던 그는 멍하니 이안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미래가……? 어떻게 멸망을 회피한…… 거지……? 이런…… 이런 미래가……. 아아…… 이럴 줄 알았다면…… 난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것이 유언이었다.
칼테그의 몸은 완전히 축 늘어져 버렸고 이안은 빛을 잃은 해골을 밟아 부숴 버렸다.
“키르케. 쓸 만한 거 있나 찾아봐.”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재능의 별입니다.>
<그다음은 지팡이입니다.>
이안은 떨어져 있는 지팡이를 주웠다.
지팡이의 끝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검은 구슬.
그 안에서 막대한 악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떤 악마가 봉인된 거야?”
<상급 악마 포타즈가 봉인되어 있습니다.>
<상급 악마 케시트가 봉인되어 있습니다.>
<상급 악마 로민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상급 악마가 무려 셋이나 된다.
그들을 봉인할 정도라니.
확실히 마도국의 로드라고 불릴 만한 실력이긴 했다.
“이건 갖고 있어 봐야 마땅히 쓸데도 없겠군.”
<흑마법사에게는 상당한 가치가 있겠지요.>
“내가 흑마법 쓸 것도 아니고.”
말을 마친 이안은 그대로 지팡이의 마력을 흡수했다.
-파득! 파드득!!
가디언 몇십 체를 넘는 막대한 마력이 흡수된다.
그렇게 흡수하여 지팡이가 뚝 부러졌을 때.
<4서클을 완성하였습니다.>
심장에 있는 서클에 하나의 원이 추가되었다.
이제는 모든 힘을 잃은 지팡이를 휙 집어 던진 이안은 키르케에게 물었다.
“다른 건?”
<칼테그의 기록이 존재합니다.>
<상급 아티팩트 로반의 반지가 존재합니다.>
<영원한 얼음이 존재합니다.>
<상급 아티팩트 카피다스의 화살이 존재합니다.>
.
.
.
키르케가 보고한 것들 중에서 그는 칼테그의 기록을 펼쳐 보았다.
그걸 차분하게 읽은 이안은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리치가 된 것도, 악마를 잡아 둔 것도. 그리고 이곳에 유사 지옥을 만들어 악의를 준비한 것도 자기 살겠다고 한 짓이었군.”
우연히 악마를 잡고 그가 가진 재능의 별을 탈취해 미래시로 미래를 읽었다.
미래에 탑이 폭주하고 세상이 멸망할 것이다.
그리고 악마들이 이 세상을 차지할 것이다.
그것이 두려워진 그는 악마들을 잡아 두고 재능의 별을 이용해 멸망이 시작되면 그들과 협상해서 악마가 되어 살아남으려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안은 기록을 불태워 버린 후 아티팩트를 챙겼다.
쓸 만한 것들을 전부 챙긴 그가 나가려고 할 때.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목적지는 이곳입니다.>
<몬스터 웨이브를 이끄는 것은 대악마 탐루인입니다.>
“……아. 탐루인? 재능의 별 챙기러 오는 거겠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손에 들려 있는 재능의 별을 주머니에 넣었다.
대악마 탐루인.
탐욕을 따르는 자.
그리고.
대륙에서 활동하는 재능상인 중 하나.
보고 싶었던 자가 다가온다는 말에 이안은 웃었다.
“그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