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34화(134/300)
◈ 제134화
67. 추천해 줄 수 있을까? – 2
“헉…….”
“이게 뭐야?”
생도들과 함께 온 기사와 병사들이 몬스터 사체들을 보며 기겁하는 사이 아란세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먀아아아!!”
그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달려와 안겼다.
녀석이 가방 안으로 들어가자 아란세는 다급히 다가와 물었다.
“괜찮냐?”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 그거?”
일단 구한 사람들을 근처의 마을로 데리고 갔다.
이후에 리치를 잡기 위해 움직이려고 하던 찰나.
갑자기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이 아까의 산 근처라 불안감을 느끼고 기사들과 병사들을 이끌고 찾아와 보았다.
그런데 이런 광경을 보게 되다니.
아란세가 놀라는 사이 몇몇 기사들은 이안을 보고 흠칫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 브랜든 영지에서 만났었으니 말이다.
그때 좋게 만난 것이 아닌 만큼 지금 보는 것이 마냥 반가울 수는 없었다.
“오. 구면이네.”
당연히 이안도 그들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가 손을 흔들며 말하자 기사들은 흠칫 놀라며 어색하게 허리를 숙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지금 이안의 위치는 그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르다.
스칼렛 왕국의 적이지만 대륙에서 최강자로 분류되는 셋과 동급 아닌가.
그때 힘을 보고 보통은 아니다 생각했는데 그정도였다니.
찔리는 구석이 있는 기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오, 오오오~ 이게 누구야. 이안 아닌가.”
기사들 사이에서 무장한 귀족 하나가 걸어왔다.
파인 자작이었다.
그는 기사들보다 더 어색한 표정으로 다가와 이안에게 손을 들었다.
“이거 참. 오래간만이군.”
“그러게요.”
“그…… 뭐냐.”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머뭇거리던 그는 볼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자네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제가 못 올 곳 왔습니까?”
“그건…… 아니다만.”
레드 시티도 멋대로 들어갔다가 부숴 버리고 나온 이안이다.
그런 그가 못 갈 곳이 어디 있겠나.
“아무튼 여기까지 온 것은 내가 아카데미에 의뢰한 일때문에 왔다고 봐야 하나?”
파인 자작의 질문에 뒤에 있던 윌디가 고개를 저으려 했다.
그때 이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예. 저도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려 두고 있으니까요.”
‘쟤가 왜 저러는 거지?’
아란세와 하륜, 윌디는 의아해했다.
하지만 블랜치와 발라는 마냥 좋았는지 싱글거렸다.
“그렇구만. 아카데미에 의뢰 요청을 하면 네가 움직일 수도 있다. 뭐 그런 얘기겠지?”
“그렇죠.”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파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아무튼 고생이 많았네. 몬스터 웨이브를 처리한 것도 자네겠군.”
“그리고 리치도 잡았습니다.”
“그래? 그럼 아카데미에 요청한 의뢰는 이걸로 끝이라고 볼 수 있겠구만.”
나머지는 뒷정리뿐이다.
파인이 기사들과 병사들을 데리고 가자 아란세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거냐?”
“거짓말 아니잖습니까?”
어쨌든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려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이안의 대꾸에 아란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리치 정도는 우리가 잡을 수 있었는데 말이지.”
단순한 리치 정도라면 이들로도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테그는 마도국의 로드였던 자.
악마들조차도 봉인할 수 있는 실력이었으니 적어도 두, 세명은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을거다.
하지만 이안은 그걸 말하는 대신 씩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눈치챈 아란세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야?”
“아닙니다.”
“그런가. 그동안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군.”
씁쓸함을 담아 아란세가 중얼거리자 블랜치가 이안의 등을 툭 쳤다.
“그런데 리치 잡고 뭐 얻은 거 있어?”
“있지.”
이안은 가방에서 빛나는 작은 돌을 꺼냈다.
그걸 본 하륜이 의아해하자 그는 담담하게 답했다.
“재능의 별.”
간단한 대화 후 던전 내부로 들어갔다.
그곳에 펼쳐진 파괴의 흔적을 본 파인은 식은땀을 흘렸다.
던전은 거의 개박살이 나 있었다.
얼마 안되는 남은 언데드들을 잡고 지하 3층에 있는 중심지에서 파괴된 리치의 흔적까지 확인한 그는 군말 없이 확인서를 써 주었다.
“그, 그리고 여기 남은 것은…….”
칼테그가 남긴 아티팩트나 자료들을 둘러본 파인이 말하자 이안은 검자루를 잡았다.
“물론 아카데미에서 가져가야겠죠. 하하. 그게 규정이니까.”
한눈에 봐도 가치가 있는 것들뿐이라 파인은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안이 자신을 아카데미 쪽에 소속되어 있다고 말한 이상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당장 몬스터 웨이브를 혼자 처리한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강짜를 부리겠나.
그가 물러나고 생도들이 모두 챙겨 나와 정리했을 때는 어느새 오후가 되어 있었다.
“넌 뭐 따로 안 가져가도 되냐?”
아란세가 좋은 아티팩트들만 가리키며 묻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전 이거면 됩니다.”
“그래도 리치는 네가 잡았잖냐.”
그렇게 말해도 그이게 필요한 것은 없었다.
가장 중요한 지팡이의 마력은 회수했다.
또한 칼테그의 자료들이라고 해 봐야 큰 도움은 안 되는 거다.
거기에 서클은 낮지만 마력만큼은 넘치는 아티팩트들도 전부 회수했고.
그렇기에 이안은 다시 고개를 저었고 아란세는 한숨을 쉬었다.
“어째 너에겐 받기만 하는 것 같군.”
“나중에 필요한 거 있으면 요청할 테니 아카데미에는 그렇게 알려 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교관님! 출발 준비 다 됐습니다!”
하륜이 외치자 아란세는 가방을 들었다.
“그럼 넌 어떻게 할 거냐?”
돌아갈 준비를 마친 그들을 보며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일단 복귀하지요.”
* * *
아카데미로 복귀하자 생도들은 그들을 반겼다.
첫 임무라서 그런지 다들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기다리던 생도들은 그들이 큰 부상 없이 복귀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를 준비했다며 떠들었다.
“이안. 너도 올 거지?”
“그래. 너도 와. 나랑 박바레가 파티 음식을 준비할 거니까.”
“너흰 귀족이면서 왜 자꾸 요리를 하려는 거냐?”
“그래. 차라리 나가서 회식이나 하자.”
“회식은 무슨 회식이에요. 뒤뜰에 다 준비해 놨습니다.”
박바레는 대놓고 내켜 하지 않는 아란세를 잡았다.
그들이 가는 것을 지켜보던 그래진은 이안을 툭 쳤다.
“그런데 넌 왜 바로 복귀한 거야?”
“하면 안 되냐?”
“그런 건 아니지만. 악마 잡으러 간다 그럴 줄 알았는데? 레일라 만나고 뭐 얻은 것 없어?”
“얻은 것은 많지.”
“그래? 그럼 또 바쁘겠네?”
“글쎄다. 하지만 지금 당장 움직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거스트의 말대로 악마들도 자신을 견제하기 시작할 거다.
하지만 그들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는 않을 거다.
그럼 그때마다 잡아내면 된다.
“수호자와 아카데미의 정보망을 이용할거야. 아카데미에는 각 영지의 정보가 들어오잖아? 문제 생기면 바로 움직일 수 있지.”
아카데미에 남는 이유도 이것이 컸다.
키르케가 진리를 통해 알아내는 정보와 아카데미에 있는 각 귀족들이 쓰는 정보망.
그리고 수호자들이 보낼 정보까지.
이 정도면 대륙 내에서 악마들의 출현 정도는 쉽게 막아 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악마들을 잡다 보면 칠대 죄악도 만날 수 있겠지.
“그럼 당분간은 아카데미 일정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건가?”
“일단은?”
물론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혹은 악마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대로 바로 움직일 생각이지만.
그러려면 수업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그래? 그럼 수업은 잘 못 듣겠네?”
“그래서 교관들이랑 협상하려고.”
중급에서 그랬던 것처럼.
출석 없이 과제나 시험만으로 끝내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아카데미 생도 신분을 유지할 생각이니 말이다.
“교관 하지 그러냐?”
“교관이 수업 빼기 더 힘들어. 단순 식객 노릇은 내 취향에 안맞고. 어째 기생하는 것 같잖냐.”
“그럼 유적 심화 연구학 어때? 발렌타인 교관님 수업인데 너 정도면 참석한 걸로 인정해 줄걸?”
그래진의 말에 하륜과 윌디, 오에리나, 그 외에 다른 생도들이 눈을 반짝였다.
“이안! 그러고 보니 복학하고 나서 수업 신청 안 했지?!”
“사냥학 듣자! 사냥학!”
“세무 실습 어때요?! 저도 듣는건데! 우리 프레디시안 백작가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어요!”
“흑마술 대응 마법학도 괜찮아!”
“야전 요리! 이 위디아와 함께할 수 있다고! 엄청 맛있는 스튜를 먹을 수 있을 거야!”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를 정도로.
생도들은 강력하게 이안의 교양 수업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상급이 되면 임무와 각종 행사 때문에 본수업의 수가 줄고 교양과목이 늘어난다.
그 과정에서 수업 일수 조절도 가능하니 중급 때보다 더 여유 있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네가 배워야 할 것이 있긴 하냐?”
“없지.”
블랜치와 함께 몬스터 헌팅 수업을 신청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안은 피식 웃었다.
아카데미의 상급에서 가르치는 수업이라고 해 봤자 결국은 그가 전부 아는 것들이었다.
“수업 안 들어가도 되는 것만 신청하려고.”
이미 본수업 중 몇 가지는 수업을 듣지 않아도 만점을 준다는 과목이 있었다.
그런 만큼 교양도 그런 식으로 때운 후 자유 시간을 얻는 것이 낫다.
그와 함께 걷던 블랜치는 쓰게 웃었다.
“정말 아카데미에 놀러 다니는 것 같네.”
“부럽냐?”
“당연히 부럽지.”
중급 때보다 상급의 수업은 훨씬 어렵고 난해했다.
필기는 물론이고 실기도 만만치 않다.
그런 것을 쉽게 해내니 그로서는 마냥 부러울 뿐이었다.
“하…… 야. 나중에 과외 좀 해 줘.”
“생각해 보고. 그런데 너 나랑 수업 겹치는 거 몇 개 없잖아.”
“본수업 있잖냐.”
“그래. 일단 네가 노력부터 좀 해 봐라.”
“으…….”
블랜치의 등을 툭 쳐 준 이안은 발걸음을 돌렸다.
그가 향하는 곳은 숲 쪽, 달의 신전이 있는 곳이었다.
“그럼 수업 잘 들어라.”
그를 보내고 이안은 바로 달의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 앞에서 빗자루질을 하고 있던 아우트는 이안이 오자 웃으며 그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이안 성도님.”
“오래간만입니다. 사제님. 그간 잘 지내셨지요?”
“후후. 예.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오늘은 예배가 없습니다만…….”
“이걸 드리려구요.”
이안은 품에서 에울의 일기장을 꺼냈다.
그걸 받은 아우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을 펼쳐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걸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이번에 애들이 임무차 간 던전에서 발견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시체의 수습은 파인 자작이 했으니 며칠 안에 달의 교단 본단으로 향할 것이다.
이안이 설명해 주자 아우트는 씁쓸함이 담긴 어조로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에울 사제님은 달의 교단 본단에서도 꽤나 유명하신 분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전대 성녀님을 모셨던 분이거든요. 어느 날 성녀님을 공격하는 리치에게 동료들을 전부 잃고 복수를 결심하셨다 들었는데…….”
“좋은 곳에 가셨겠지요.”
“부디 그러길 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 일기장은 제가 본단에 가져다 드려도 될까요?”
“그러시지요.”
“감사합니다. 본단에서도 이에 대한 보답을 반드시 해 주실 겁니다.”
아우트가 밝게 웃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 예. 언제든지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에게 마주 인사한 이안은 바로 숲을 빠져나갔다.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걷고 있을 때.
그의 앞에 한 소녀가 모습을 보였다.
짙은 금발에 녹색 눈.
그리고 깨끗한 피부와 예쁜 얼굴.
상급생도복을 입었고 지팡이를 들었다.
마법사로 보이는 그녀는 이안의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이안 브랜든?”
“누구냐?”
“상급 A반 로위나 솔트라고 헤.”
“솔트?”
“하륜의 사촌 누나야.”
“아. 그렇군. 그래서?”
대놓고 이안이 본론을 묻자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올해 생도회장 선출에서 날 추천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