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35화(135/300)
◈ 제135화
68.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 – 1
<현 생도회장 자리는 공석입니다.>
라키드 대신 임시 생도회장이었던 위드라 비나스는 졸업반에 속해 있었다.
그렇기에 지난 학기를 끝으로 졸업을 해 버렸고 새로운 생도회장을 선출해야 하게 된 것이다.
키르케의 설명을 들은 이안은 자신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로위나를 보았다.
“왜 생도회장을 하려는 거지? 그거 고생만 엄청 하는 건데.”
“하지 않을 이유도 많지만 할 이유도 많아.”
그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눈을 빛냈다.
“아. 혹시 생도회장 할 생각이야?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은데.”
“정확하게 봤네. 쓸데없는 의무에는 관심없거든.”
“그렇다면 날 추천해 줄 수 있을까? 아. 물론 공짜로 해 달라는 건 아니야.”
그녀는 수첩을 꺼냈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적어 로위나가 내밀자 이안은 받아 보고 피식 웃었다.
“이게 뭔데.”
“내 방의 호실. 자세한 것은 방에서 진지하게 얘기하자고.”
“이거 유혹하는 건가?”
“유혹하면 넘어올 거야? 그럼 더 좋은데.”
빙긋 웃은 그녀가 도발적으로 말했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로위나도 그의 저런 대답은 예상했다.
애초에 이런 걸로 유혹할 수 있었다면 작년에 그를 원했던 이들이 벌써 포섭했을 테니까.
하지만 이안은 지금까지 그런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하륜도 날 지지해 주기로 했어. 듣자 하니 너희 둘은 꽤나 친하다고 하던데?”
“나쁜 사이는 아니지.”
“그럼 잘 부탁할게. 자세하게 계약서 써 줄 테니까 언제든지 찾아와 줘.”
그녀는 부드럽게 웃은 후 몸을 돌려 떠났다.
그걸 지켜보던 이안은 바로 키르케에게 말을 걸었다.
“쟤 뭐냐?”
<로위나 솔트, 솔트 후작가의 분가 쪽 사람입니다.>
<염전 운영과 소금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보가든 솔트의 딸로 5서클 마법사이며 뛰어난 실무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키르케는 로위나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보고했다.
꽤 많은 정보가 나왔지만 악마와는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럼 됐고. 생도회장 후보는 쟤뿐인가?”
<다수 존재하지만 현재 유력한 생도회장 후보는 세 명 입니다.>
기숙사를 향해 걸으며 키르케는 그 두 명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그것을 전부 들었을 때쯤 기숙사의 앞에 도착했다.
“뭐야?”
기숙사 앞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크루딘 팔크라고 한다.”
<생도회장에 도전하는 생도 중 하나로 에볼 왕국 팔크 백작가의 차남입니다.>
<태양교단의 성기사입니다.>
“난 이번 생도회장 선출에 참여하려고 한다. 이안. 네가 날 지지해 주길 바란다.”
이안은 종이를 들었다.
로위나의 글씨체가 적힌 종이를 본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흠. 선수 쳤군.”
“자세한 협상은 나중에 한번 해 보자고.”
크루딘은 이안에게 자신의 방 번호를 건네주고 가 버렸다.
그가 가는 것을 힐끔 본 이안이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
로비에 앉아 차를 마시던 오에리나가 손을 흔들었다.
“이안. 너 없는 사이에 찾는 사람 많더라.”
“생도회장 선출 때문에?”
“어? 알고 있네?”
이안은 로위나와 크루딘이 준 종이를 보여 주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네 추천이 있다면 꽤나 유리할 테니까. 그런데 넌 안 해?”
“안 해.”
메리트가 없다.
물론 생도회장은 아카데미 운영에도 관여하고 많은 의무만큼 막대한 권력을 지닌다.
하지만 권력 얻자고 생도회장 되느니 아무 왕국이나 들어가는 게 편하다.
그냥 아카데미에 남아주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것만 빼먹을 수 있다.
생도회장이 아니어도 그의 발언이나 행동은 교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쓸데없이 힘 쓸 필요가 뭐 있겠나.
이안이 냉정하게 말했을 때 계단에서 하륜이 내려왔다.
도서관에 가려는지 그의 손에는 몇 권의 책이 들려 있었다.
“둘이 뭐 해?”
“먀아~.”
“먀네. 미안. 간식 없어.”
“먀…….”
늘 간식을 주던 하륜이 웃으며 말하자 먀네는 실망했다.
타박타박 걸어가 이안에게 안기는 먀네를 보며 하륜은 씁쓸해했고 이안은 아까 받았던 종이를 들었다.
“너 로위나라고 아냐?”
“내 사촌 누나? 알지? 왜?”
“이번에 생도회장에 지원한다더라.”
“아. 그래?”
“네가 자기를 지지한다고 하던데?”
“그걸 지지한다고 봐야 하나…….”
상급생도가 되고 나서 로위나가 찾아왔었다.
그때 생도회장 얘기를 하며 이안의 추천을 받아 낼 수 있겠냐고 물었었고 한번 해 보겠다고 대답했었다.
“뭐. 로위나 누나라면 나쁘지 않겠지.”
“괜히 내가 추천했다가 솔트 후작가 후계자 자리 바뀌는 거 아니냐?”
“후계자 자리 바꿀 정도의 실력이 있다면 바꿔도 상관없지 않나?”
“되게 쉽게 말하네.”
“내 일이 아니니까. 엄밀히 말하면 내 일이라기보단 내 누나이며 현 후계자인 레인의 일이지.”
오에리나가 놀리듯 말하자 하륜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원래 후계자 자리는 실력으로 차지해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로위나가 분가에 소속되었다고 하지만 생도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정도라면 그녀가 차기 솔트 후작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넌 관심 없냐? 너 정도라면 내가 추천해 줄 수 있는데. 자격도 되잖아?”
“난 주인공보다는 주인공을 지원하는 서포터가 더 좋아서.”
전에도 그랬듯 하륜은 나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가 씩 웃으며 말했을 때 수업이 끝난 다른 생도들이 들어왔다.
“어이구 죽겠다…….”
“상급 수업 장난 아니네…….”
간신히 상급으로 승급하기는 했지만 수업은 중급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따라가는 것도 벅찼던 그들은 한가로워보이는 이안과 하륜을 보자 달려들었다.
“공부 좀 가르쳐 줘!”
* * *
로위나와 크루딘.
그 둘 외에도 몇몇이 더 찾아와 비슷한 제안을 하고 며칠 후.
이안이 도서관에 들어갔다가 기숙사로 복귀했을 때.
로비에서 몇몇 생도들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있던 박바레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야! 이안! 나 엄청 땄어! 오늘 저녁 나가서 먹자!”
“뭘 얼마나 땄다고. 그런데 저건 뭐냐?”
이안이 게시판에 붙어 있는 종이들을 가리키며 묻자 왕창 잃은 윌발은 뚱하니 말했다.
“생도회장 선출에 나가는 생도들이 붙여 두고 간 거야.”
“별짓을 다 하네. 지금 이런 거 해도 의미 없는 것 아닌가?”
요 며칠간 아카데미는 새로운 생도회장 선출로 꽤나 시끄러웠다.
전에 찾아왔던 이들 외에도 몇몇이 생도회장이 되겠다며 자신의 공약을 적은 종이들을 붙여 두고 있었다.
“생도회장이 되려면 시험 통과해야 하잖아. 지금 저러는 게 의미가 있나 몰라.”
윌발처럼 왕창 잃은 위디아도 불만스럽다는 듯 투덜거리며 카드를 내려놓았다.
어째 이번에도 패가 안 좋은 모양이다.
“뭐. 인지도는 중요하니까. 생도회장 최종 선출에서 교관과 생도 대표의 인정이 없으면 시험 통과해도 못하잖아.”
생도회장 선출은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생도회장에 적합한 실력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
영웅제와 비슷하게 필기와 실기로 나누어진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죽거나 다치는 사람도 있다더라.”
“아무래도 혼자 미얄 산맥에 들어가야 하니까.”
아무리 적어도 셋 이상이 들어가야 하는 미얄 산맥에 홀로, 그것도 경쟁자들과 함께 들어가야 한다.
그러다가 마찰이 생기거나, 혹은 몬스터에게 당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심사지. 심사 때문에 저렇게 홍보하고 다니는 거야.”
시험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심사는 교관과 생도 대표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런만큼 인지도가 꽤나 필요하니 저런 홍보도 분명 도움이 된다.
“저러다가 시험 통과 못하면 돈만 날리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말이야. 난 시켜 줘도 못 하겠더만. 뭐 좋다고 저런 걸 하려는 건지.”
되는 것도 힘들지만 된 이후로도 힘든 것이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회장 자리다.
그런 자리가 뭐가 좋다고 하려고 하는 것인지.
박바레는 고개를 저으며 카드를 내려놓았고 윌발도 카드를 내렸다.
“스트레이트.”
“이런 젠장!”
테이블 위의 은화를 박바레가 모두 받아 갔을 때였다.
기숙사의 문이 벌컥 열리며 윌디와 오에리나가 들어왔다.
“어라? 이안? 언제 왔어요?”
“방금. 그런데 그건 뭐냐?”
윌디의 손에 종이 꾸러미가 있었다.
이안이 묻자 그녀는 가볍게 들어 올렸다.
“생도 대표 선발증이죠. 자요.”
그녀는 바로 한 장의 종이를 이안에게 내밀었다.
“이안. 당신도 생도 대표로 선출됐네요.”
“쟤 정도라면 충분하겠지. 생도 대표가 아니라 회장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바빠.”
윌디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래도 대표 자리는 받아 가도록 해요. 이건 나중에 잠깐 시간을 내면 되는 거니까.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대리인을 보내도 되요.”
“흠…….”
그가 종이를 받아 읽어 보자 윌디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하륜에게도 종이를 내밀었다.
“쩝. 난 잘렸군.”
“아무래도 당신도 솔트의 성을 쓰고 있으니까요. 상급에서는 이안, A반의 토엘린, C반의 류민, 마지막으로 제가 선출되었어요.”
그리고 중급에서 세 명이 선출되었고 하급에서 한 명이 되었다.
“중급은 누군데?”
“에이스윈, 세이렌, 파이다스요. 하급은 로웬이라는 여자네요.”
중급은 다 아는 이름이다.
하급생도는 모르는 이름이고.
그 뿐만 아니라 후보들의 이름과 간략한 설명도 적혀 있다.
다른 생도들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에 대해 떠들자 윌디는 담담하게 말했다.
“현재 생도회장 선출에 유력한 것은 셋이에요. 그 셋 외에는…… 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죠.”
A반의 로위나 솔트.
C반의 크루딘 팔크.
D반의 에오세 에볼.
그들을 언급한 그녀는 생긋 웃으며 물었다.
“이안. 당신은 누굴 지지하나요?”
그 질문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나한테 도움 될 사람.”
* * *
다음 날이 되었다.
수사학 수업이 끝나고 나가려고 할 때 아란세가 그를 잡았다.
“이안. 생도회장 선출 관련해서 얘기 좀 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니?”
“예.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네 도움을 좀 받았으면 해서 그런다. 바쁘면 거절해도 되고.”
“괜찮습니다.”
“다행이군. 생도회장 선출 시험 중에 미얄 산맥에서 치르는 시험 있는 것은 알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란세의 요청이니 어지간하면 들어줄 생각이다.
그렇기에 이안은 웃으며 검을 잡았다.
“그때 누구 하나 죽여 달라고요?”
“걔들을 왜 죽여!! 죽지 않게 지켜 달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