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36화(136/300)
◈ 제136화
68.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 – 2
“아하. 그런데 그 시험 때 이런 식으로 보호하고 그럽니까? 제가 알기로 라키드 때는 그런 건 없었다고 들었는데?”
기숙사에서 생도들과 얘기할 때 생도회장 선출 시험 도중에 죽거나 다치는 일도 심심치 않다 들었다.
그런데 보호라니.
의아해하는 이안에게 아란세는 쓰게 웃었다.
“라키드 때와 이번은 조금 다르지.”
그는 입학한 후에 바로 생도회장이 되기는 했지만 그만큼의 실력과 성품을 보였다.
또한 그에게 눌려 다른 도전자도 없었고.
하지만 이번에는 라키드만 한 인재가 없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생도회장 선출에는 원래 잡음뿐만 아니라 문제도 많아. 특히 미얄 산맥에서 치러지는 시험은 더 그래.”
“왜요? 외부인이라도 부른다는 겁니까?”
“그래. 미얄 산맥은 아카데미 쪽의 입구 외에도 다른 곳을 통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지.”
즉 다른 후보를 공격하거나.
혹은 자신이 따로 부른 이들을 이용해서 몬스터를 더 많이 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에 대비해서 어느정도 방비는 하겠지만 완벽하다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안이 가진 추적술이나 그의 예민함은 사냥술 교관인 하운드를 가볍개 능가한다.
그가 투입되면 어지간한 교관들보다 낫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요청하는 것이다.
“이건 부탁이야. 오해하지 말아주렴.”
명령이 아닌 부탁이다.
그간의 친분과 호의를 기반으로 한 부탁.
즉 이안이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물론 이번 일에 대한 대가로 성물이나 아티팩트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갑자기 이런 부탁을 하시는 건 뭐 들은 이야기라도 있으셔서 그런 겁니까?”
“음. 그래. 로위나에 대한 이야기지.”
“왜요. 생도회장이 되면 죽여 버린답니까?”
이안이 농담조로 묻자 아란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요?”
“교관실로 네가 말한 그대로의 내용이 적힌 투서 하나가 날아왔다. 그리고 소문 중에는 그 투서를 크루딘이 쓴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키르케. 누가 보냈는지 확인 가능해?’
<후보 중 하나. C반의 케네스 로드칸입니다.>
“이것 때문에 좀 골치 아파졌어. 특히나 크루딘이 말이야.”
고결하기를 원하는 성기사에게 이러한 의혹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강한 압박이 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투서를 보낸 자도 이것까지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 라고 발렌타인이 말했었다.
“그래서. 투서 쓴 사람은 못 찾아냈습니까?”
“그래.”
키르케야 진리에 접속해서 알아낼 수 있었지만 교관들은 아니었다.
요 며칠 은밀하게 조사를 해 봤지만 이렇다 할 정보는 없었다.
“참 나. 아카데미의 대표인 생도회장을 뽑는 선발이 이렇게 진흙탕 싸움이라니.”
어이없어하며 이안이 말하자 아란세는 쓰게 웃었다.
“옛날에는 안그랬다던데. 아카데미도 많이 변질됐지.”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회장이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공격받은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생도회장 선출을 위한 시험이야. 생도회장이 스캔들에 휘말리는 일 많은 건 알지?”
“뭐. 그러겠죠.”
생도회장이 가지는 이권을 생각한다면 이상할 일은 아니다.
괜한 소문에 휘말리거나, 혹은 의심을 받거나.
그런 상황에서도 생도회장은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런 흑색선전에도 심한 정도만 아니면 교관들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후보일 때의 공격도 못 버티는데 생도회장이 되었을 때 들어올 공격을 어떻게 버티겠냐는 이유로 말이다.
“아무튼 유혈 사태는 막고 싶다. 이안. 도와주겠니?”
“일정상 문제 안 생긴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걱정 마시죠.”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답한 후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걸었다.
그가 멀어지자 아란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아란세와 만남을 마치고 도서관에 들러 보던 책을 다 보고 내려온 이안이 나가려고 할 때.
도서관 앞의 카페테리아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먀네는 폴짝 뛰어 달려갔다.
빠르게 테이블 위로 올라간 먀네가 울자 혼자 앉아 있던 소년은 다가오는 이안에게 웃어 보였다.
“이안.”
“헬리드 아냐? 넌 여기서 뭐 하냐?”
“신간 나와서.”
그의 테이블에는 몇 권의 추리소설이 있었다.
“도서관에도 추리소설이 좀 많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아쉬운 일이다.
그가 투덜거리자 이안은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헬리드는 먀네가 자신의 앞에 있던 쿠키에 관심을 보이자 접시를 밀었다.
“먀아~.”
기뻐하며 먀네가 먹기 시작한다.
그걸 보던 헬리드는 보던 책을 덮으며 물었다.
“이안. 넌 생도회장에 관심 없어?”
“없어. 왜.”
“아니. 요새 소문이 뒤숭숭해서.”
헬리드는 원래 이런 소문의 조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생도회장 선출전에서 퍼지는 비방 같은 것을 이미 조사하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공부해라. 공부.”
“하하. 열심히 하고 있어. 훈련도 하고 있고. 그래도 레일라와 이야기할 만한 거리들을 알아 둬야 하니까.”
그에게는 여전히 레일라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안이 피식 웃자 그는 종업원에게 손을 들었다.
그를 위한 음료 한 잔과 먀네가 먹을 쿠키를 추가로 주문한 헬리드는 주문한 것들이 나오자 입을 열었다.
“라키드 전에도 생도회장 선출전 과정에서 이런 비방은 많았다지. 하지만 이번에는 좀 정도가 심해.”
“그러냐?”
이안이 별반 관심 없다는 듯 대꾸하자 헬리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넌 정말 아카데미에 관심이 없구나?”
“나름대로 관심 가지고 있는데?”
아예 관심이 없었으면 여기를 거점으로 삼지도 않았을 거다.
그의 대꾸에 헬리드는 빙긋 웃었다.
아무리 조사를 하고 레일라와 이야기를 해 봐도 이안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아. 그리고 엘단 백작님께서 그러시던데 조만간 스칼렛 왕국에서 널 적으로 지정한 것을 취소할 거라던데?”
“그러든지 말든지. 그래도 난 적으로 생각하겠지만. 그건 됐고. 넌 생도회장으로 누가 될 것 같아?”
“글쎄. 일단 로위나가 꽤 유력한 것 같아. 그나저나 교관실에서 들리던 소문이 있는데.”
“케네스 로드칸이 협박 투서 보냈다고?”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나야 아는 방법이 다 있지. 그리고 너도 알잖아.”
“뭐 나야 이런 조사는 특기니까. 아무튼 그녀가 되면 좀 골치 아플 것 같아.”
“그래?”
“응. 로드칸 백작가 알지? 거긴 솔트 후작가의 경쟁 가문 중 하나야. 그리고 케네스 자신도 상급 정령 둘을 소환할 수 있는 뛰어난 정령사고.”
“오호.”
“거기에 아카데미 내에 따르는 이들도 많아서…… 만약 로위나가 생도회장이 되면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겠지.”
“왜? 걔도 생도회장 되어서 후계자 되고 싶다던?”
“아니. 사적인 감정이야. 케네스는 로위나를 굉장히 싫어해.”
“왜?”
“고백했다가 차였어. 애증이라는 거지.”
이래서 남녀 관계가 무서운 거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숴 버리겠다니.
멋대로인 것도 정도가 있지.
이안이 인상을 쓰자 헬리드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길 찬 여자가 위로 올라가는 꼴은 보기 싫을 테니까. 솔직히 난 그의 심정에 공감하지만.”
“집착하지 마라.”
“너야 세상만사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 거고. 원래 남녀 관계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그리 말한 헬리드는 수첩을 펼쳤다.
안에는 레일라의 초상화가 있었다.
“우리 레일라는 그런 것이 없어서 좋긴 하지만 말이야.”
“솔로도 나쁜 건 아냐.”
“그래도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좋지. 특히나 넌…….”
헬리드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안은 스스로 자신의 가족을 전부 죽였다.
그런 사람에게 가족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음. 내가 아는 영애 소개시켜 줄까? 스칼렛 왕국에서 널 적으로 지정한 걸 취소하면 귀족가에서 달려들 텐데.”
이안은 남작 위를 보유했지만 영지도 없고 가족도 없다.
즉 결혼하면 바로 데릴사위로도 삼을 수 있다.
그렇기에 힘 있는 귀족가에서는 나라를 불문하고 이안을 1등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됐어.”
“그래? 아. 그리고 이안.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무슨 부탁?”
“로위나에 대한 악평이 퍼지는 것을 좀 막고 싶어.”
지금 생도회장 후보로 나선 이들.
특히 유력한 후보인 로위나와 크루딘, 에오세에 대한 헛소문들이 퍼지고 있었다.
이안도 카페테리아나 도서관, 식당에서 들을 정도였으니 그런 소문을 조사하는 헬리드는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네 이름을 좀 써도 될까?”
헬리드의 넓은 발이나 정보 수집 및 소문 조작 능력이라면 어렵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걸 헬리드가 왜 하나.
이안이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레일라가 로위나와 친하거든. 얘기해 주니까 걱정하더라고.”
“그 여자가 소문 같은 걸 신경 쓸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나도 생도회장이 누가 되든 관심 없지만 레일라가 원하니까 돕고 싶네.”
“그래. 뭐. 알아서 해라.”
이름 쓴다고 해 봐야 뭘 얼마나 쓰겠나.
헬리드라면 쓸데없는 방향으로 사람 귀찮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내릴 수 있었다.
둘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쯤 먀네가 쿠키를 다 먹었다.
“이거 잘 마셨다.”
“별말씀을.”
“그런데 케네스 얘기는 교관들한테 안 해?”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나도 골치 아파서. 정보 얻는 과정이 꼭 보기 좋은 건 아니거든.”
어깨를 으쓱인 헬리드는 일어난 이안에게 물었다.
“그런데 넌 왜 말 안 해?”
“혹시 몰라서. 그런 애들이 꼭 사고 치는데…….”
이안은 히죽 웃었다.
“그 과정에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일?”
“사람은 자기 힘으로 안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손대선 안 되는 곳에 손을 뻗기도 하지.”
“그가 악마를 부를 수도 있다는 건가?”
“가능성이야 있지. 일단 지켜보다가 문제 생기면 나서도 괜찮아. 그럼 간다.”
이안이 먀네와 함께 가자 헬리드는 손을 흔들어 주고 보던 책에 시선을 집중했다.
* * *
이안의 이름을 빌린 헬리드가 움직여서일까?
로위나에 대한 악평은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물론 퍼진 소문 자체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계속 악평이 퍼지는 것은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흑색선전과 비방들이 사그라들었을 때쯤.
드디어 생도회장 선발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필기였지?”
발라와 함께 야금술 수업을 듣고 식당에 들어가며 이안이 묻자 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고기투성이 A코스를 주문했다.
“맨날 고기만 먹냐?”
“넌 왜 그것만 먹냐?”
이안은 언제나처럼 소식했다.
빵, 고기 한 덩이, 야채, 수프.
그나마도 먀네와 나눠 먹는다.
“돈이 없어서일 리는 없겠고.”
발라는 자기 몫의 삶은 고기를 잘라 먀네 앞으로 내밀었다.
그걸 받은 먀네가 오물거리고 있을 때.
식당으로 한 생도가 들어와 외쳤다.
“필기시험 끝났어!! 만점자가 둘이래!”
“뭐?!”
“누군데! 칼로드?!”
“위칸이겠지! 새끼들아!”
여기저기서 듣도 보도 못한 이름들이 나온다.
그리고 들어온 생도는 단호하게 말했다.
“로위나 솔트와 크루딘 팔크라더라! 3등은 에오세고!”
그 말에 싸우던 이들은 맥 빠진 표정을 지었고 이안은 피식 웃었다.
“쟤들 저러다가 뭐 뾰족한 거 들고 걔네 찾아가는 것 아냐?”
고기를 씹어삼킨 발라가 말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으로 일이 끝나면 좋겠지.”
이안이 판단하기에는.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날 것 같진 않단 말이지…….”
이번 생도회장 선출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