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37화(137/300)
◈ 제137화
69. 할 거 해 – 1
식사가 끝나고 이안은 인챈트 실습장으로 향했다.
요 근래 몇 가지 만들던 것이 있었다.
그걸 마무리 지으려고 가던 그의 앞에 한 무리의 생도들이 길을 막았다.
“이안 브랜든.”
“생도회장 선발 건으로 얘기 꺼낼 거면 그냥 가라.”
그의 말에 뒤에 있던 생도 중 하나가 이를 갈며 말했다.
“일개 남작 주제에 건방지구나.”
그 말에 이안은 감탄했다.
“세상에.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호기로운 놈이 아카데미에 있었을 줄이야. 그 저항. 마음에 들었다.”
씩 웃은 그는 검을 잡았다.
“그렇다면 나도 예의를 갖춰 전력을 다해 주지.”
“흥. 소문난 파티에 볼 것 없다던데. 네가 얼마나 잘 싸우는지 봐주지!”
중급생도 중 하나가 나서자 이안은 바로 검을 휘둘렀다.
-퍼어억!!
그리고 일격.
검면에 얼굴을 맞은 그가 나가떨어지자 이안은 빙글 검을 돌렸다.
“죽일까 했는데 그 무모함을 봐서 목숨은 살려 준다. 그러니까 이 굴욕과 분노를 밑바탕 삼아 꼭 다시 도전하길 바란다.”
이미 코뼈가 부러져 기절한 생도에게 말한 이안은 남은 이들을 보았다.
그들 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더 도전할 놈들 있으면 와 봐.”
도전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가 즐거워하며 말하자 처음 이안을 불렀던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멍청이의 무례는 내가 대신 사과하지.”
“사과할 필요 없는데?”
저 이름 모를 생도의 행동이 용기든 만용이든.
거대한 힘 앞에서 저항한 것 아닌가.
저항하는 자를 좋아하는 이안에게 있어서 저렇게 앞뒤 안 가리고 덤비는 녀석들을 상대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울 뿐이었다.
“그런가? 그럼 다행이고.”
“그래. 도전정신 중요한거니까 다들 꼭 기억하고. 그럼 수고들 해라.”
“음? 아직 내 말 안 끝났다만?”
“왜. 너도 저항할 생각이냐?”
그는 이미 말했다.
생도회장에 관련되어 할 말 없으니까 그냥 가라고.
“내 말에 저항하는 것 또한 훌륭한 저항심이지. 그렇다면 나도 예의를 갖춰서…….”
“아, 아니 같은 상급 생도끼리 꼭 예의를 갖출 필요 있을까?”
식은땀을 흘리며 손사래 친 생도는 헛기침을 한 후 말했다.
“나는 상급 D반의 랭가스터 유로라고 한다. 에볼 왕국 유로 자작가의 후계자지.”
“후계자가 아카데미에 오기도 하나?”
<드물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내부의 파벌에 따른 변화든.
또는 불의의 사고든.
어떤 식으로든 후계자가 바뀌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그럴 경우 아카데미에 있는 자식이 후계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랭가스터도 그런 경우였다.
“그래서?”
랭가스터는 이안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입을 열었다.
“에오세 에볼 님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모르겠는데.”
“……그럼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됐어. 에오세 님은 에볼 왕국의 제4왕자님으로 충분히 후계자 자리를 노리실 수 있는 분이다.”
“그래서?”
“나는 그분께서 왕위에 오르시기를 바라지. 그리고 이들 역시 마찬가지고.”
전부 에볼 왕국 쪽의 생도들이었다.
그들의 면면을 살피던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이스윈은 없잖아. 카르자 후작가도 에볼 왕국 아닌가?”
“카르자 후작가는 왕위 계승에 큰 관심이 없으니까.”
“그래? 뭐 그럼 그렇다고 치자고. 그래서?”
“에오세 님과 자리를 마련하마. 스칼렛 왕국을 버리고 에볼 왕국으로 와 다오. 그리고…….”
“그리고 나보고 킹메이커를 하라고?”
“그래. 네가 에오세 왕자님을 돕는다면 너는 자작, 아니…… 백작 위도 쉽게 얻을 수 있겠지.”
거기에 지금까지 이안이 한 일들이 있는 데다가 아카데미에서 쌓은 인연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에볼 왕국에 두 번째 후작가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곳에선 널 데릴사위, 혹은 양자로 받으며 이용하려고만 하지 널 하나의 귀족으로 만들려 하지 않잖냐.”
“그렇긴 하지.”
그 대답에 랭가스터가 웃자 그는 검을 휘둘렀다.
-빠아아악!!
“지금 네가 하는 말은 내가 보기에 네가 하는 말은 생도회장 선출과 관련된 말이다. 아카데미에 온 이상 왕위 계승권에서 밀렸다는 얘기인데…….”
그는 쓱 다른 생도들을 보았다.
다들 움찔하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왕위 계승권에서 밀린 자가 새롭게 후계자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생도회장이 되는 거지.”
즉 이안을 포섭하여 왕위 계승권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얘기는 생도회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것과 같은 얘기다.
“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봐.”
하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일단 이안의 말이 딱히 틀린 것이 아닌 데다가 틀렸다 하더라도 그의 검이 무서우니 말이다.
벌벌 떠는 그들을 향해 그는 피식 웃었다.
“쟤들 데리고 가고, 덤비고 싶으면 언제든지 상급 B반 기숙사에 오라고 전해.”
할 말만 하고 이안은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생도들은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 *
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고 태양 신전으로 향했다.
봉사 활동을 한 후 예배를 마친 그가 돌아가려고 할 때 그를 잡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 성도님?”
“헤스티안 수녀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호호. 아뇨. 아뇨. 저번 방학 때 기도회 초청장을 보내 드리려 했는데. 아쉽네요.”
“하하하…… 이래저래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가요? 그때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있었습니다만.”
“헤스티안 수녀님의 소개라면 언제든지 만나 봐야지요. 누구길래 그러십니까?”
이안이 웃으며 묻자 헤스티안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눈을 반짝였다.
“어머. 정말이신가요?”
“예. 아. 혹시 태양교단의 성녀님이십니까?”
“호호호. 농담도. 저희 태양교단에는 성녀님이 없잖아요? 다만 다음 대 주교에 올라가실 정도로 훌륭한 분이랍니다.”
“오호. 누구길래요?”
“세미라미스 수녀님이십니다. 아직 어리신데 신앙심이 대단하신 데다가…….”
그리고 이안에게 작은 어조로 말했다.
“성물을 만드실 수 있는 분이죠.”
“오…….”
그가 성물을 좋아하니 소개시켜 주려 한 모양이다.
태양교단에서도 성물을 제작할 수 있는 성직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순수한 호의로 그녀를 소개시켜 주려 한 헤스티안에게 이안은 웃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그럼 조만간 본단에 같이 가시겠어요? 세미라미스 수녀님도 주교 수업 때문에 일 년 정도 본단에서 수행하셔야 하는데. 그때 뵙는 게 어떨까요?”
“예. 조만간 한번 가지요.”
이안이 받아들이자 헤스티안은 생긋 웃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아카데미의 생도회장 선출 건에 대해서입니다.”
헤스티안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혹시 저희 교단과의 관계 때문에 크루딘을 지원하실 생각이시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본단에서 그걸로 압박이라도 가합니까?”
“조금 그런 부분이 있죠. 그래도 그 부분은 윌리스 사제님께서 막으실 수 있습니다.”
요 며칠 윌리스가 보이지 않는 이유가 그 문제로 본단에 갔기 때문이었다.
헤스티안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성도님께서 선의로 교단을 많이 도와주셨는데. 그런 부분까지 도와 달라고 할 수는 없지요.”
악마와 관련된 일이라면 요청할 수 있지만.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 아닌가.
그것을 세례조차 받지 않은 성도에게 요청할 수는 없었다.
“걱정 마시지요.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성도님의 심지가 아주 깊어 믿을 수 있지만. 약간이라도 부담을 느끼실까 걱정되어 말씀드린 겁니다.”
헤스티안은 고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바쁘신 분을 너무 오래 잡고 있었군요. 다음에 또 와 주시길 바랍니다. 먀네. 다음에 또 보자꾸나.”
“먀아~.”
먀네가 손을 흔들자 헤스티안도 인사를 해 주었다.
그렇게 신전에서 나온 이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태양교단에서 생도회장 안건으로 압박이 심한가?”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윌리스 사제님께 주교 승격 안건을 가지고 그 문제를 언급하고는 있더군요.>
아무리 태양교단이 좋은 곳이라지만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어쨌든 아카데미의 생도회장이 태양교단의 성기사라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이득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헤스티안이 굳이 이안을 잡고 그리 말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존경할 만하단 말이지.”
<주인님께서는 그런 분들을 좋아하셨지요. 그 또한 저항일 테니까요.>
“아무튼 태양교단 쪽에서 쓸데없이 시비 걸고 그러면 엎을 준비 하자고.”
<알겠습니다.>
기숙사로 돌아와 방에 들어가자 방 앞에 꽤나 많은 짐들이 있었다.
그걸 힐끔 본 이안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래진과 오에리나가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너희 뭐 하냐? 사귀냐?”
“뭔 소리야.”
“너한테 들어온 선물들 챙겨 가지고 왔는데.”
중력 계열 마법을 쓸 수 있는 오에리나에게 짐을 드는 부분을 도움받았을 뿐이다.
“문밖에 있는 것도?”
“어. 네 거다. 생도회장 선출 건으로 여기저기서 선물 엄청 보내더라고.”
“이런 뇌물 받아도 되나?”
“원래 받으면 안 되지.”
“하지만 교칙상으로 문제는 없어.”
그래진은 학생 수첩을 꺼내 보여 주었다.
프레돈 아카데미의 교칙상 생도회장 선출에 관련해서 교관은 어떤 선물도 받아서는 안 된다.
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넌 교관이 아니잖아.”
그렇기에 일발역전을 노리고 이런 선물들을 보낸 것이다.
이안의 추천을 받으면 크게 유리해질테니까.
“좋은 것만 잔뜩 있더라.”
“그러겠지.”
이안은 선물에 관심 없다는 듯 침대에 앉았다.
그가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시작하려고 할 때.
벌컥 문이 열리며 발렌타인이 들어왔다.
“이안 생도님. 계세요?”
“예. 무슨 일이십니까?”
그가 일어나며 묻자 발렌타인은 생긋 웃었다.
“시간 괜찮으면 잠깐 얘기 좀 할래요?”
“그러시죠.”
궁금해하는 둘을 두고 이안은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서 기다리던 발렌타인은 품에서 편지 한 통을 꺼냈다.
“이게 뭡니까? 연애편지입니까?”
“아하하하. 그럴 리가요.”
편지를 펼쳐 보니 날짜와 좌표가 나왔다.
날짜는 나흘 후.
그리고 위치는 미얄 산맥의 중턱쯤이다.
보아하니 이번 시험장의 좌표로 보인다.
“절대 비밀이에요. 이걸 아는 교관님들도 몇 분 안 계십니다.”
“알겠습니다.”
이안이 내용을 외우고 편지를 불태우자 발렌타인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 정보를 알기 위해 생도님을 공격하거나, 혹은 훔치려는 자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조심하세요.”
“이미 태웠으니 걱정 마시죠. 그리고 발렌타인 교관님도 조심하시고.”
“후후후. 걱정 말아요. 이래 봬도 교관이랍니다. 꽤 강하다구요?”
한쪽 눈을 깜빡이며 그녀가 매력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를 이안은 빤히 바라보았고 발렌타인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무, 물론 이안 생도님보다는 약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