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38화(138/300)
◈ 제138화
69. 할 거 해 – 2
필기의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역시나 비공식적인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1위는 로위나 솔트.
2위는 크루딘.
3위가 에오세였다.
“필기만으로 위에 서는 자가 결정이 되는 건 아니지.”
“음음. 필기는 대충 봐도 괜찮지.”
벽보를 보며 필기에 약한 박바레가 진지하게 말하자 마찬가지로 필기에 약한 오에리나가 빠르게 동의했다.
그들을 향해 그래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오에리나. 넌 공부 좀 해라. 마법사가 필기 성적이 그게 뭐냐?”
그의 타박에 그녀는 히죽 웃었다.
그사이 윌디는 팔짱을 낀 채 벽보를 보며 말했다.
“성적까지 이렇게 공표되었으니 저 셋을 견제하고자 하는 후보들이 꽤 있겠군요.”
“그러겠지.”
“차라리 압도적인 실력을 가졌다면 그런 것도 없었을 텐데.”
“네가 끼지 않아서 보는 재미가 있기는 하네. 아카데미 바깥 마을에서는 이걸로 도박판이 벌어졌다더라.”
발라가 말하자 하륜은 씁쓸해했다.
저번 영웅제 때는 이안이라는 걸출한 인재 덕분에 제대로 된 도박이 성립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난번 판은 꽤나 작았는데 한 해가 지나자 또 이런 판이 벌어진 것이다.
“다른 곳이었다면 불경죄로 다 잡아갔을지도 모르겠군.”
왕족과 귀족이 꼈는데 그걸로 도박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귀족 출신 생도들이 동의하는 사이 남부 출신인 발라는 개의치 않고 웃었다.
“여기는 좀 특수하잖냐. 남부에서는 이런 일 많아. 아무튼 이안. 오늘 저녁에 대련 한판 할 수 있겠지?”
“야. 요새 너 너무 달리는 거 아니냐?”
“이해 좀 해 줘. 나 슬슬 감 잡을 것 같거든.”
익스퍼트에 올라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발라의 실력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었다.
이안의 조언대로 어떻게든 오러에 관련된 지식을 욱여넣었다.
그러다 보니 타고난 잠재력이 이론과 합쳐져 그의 성장 속도는 다른 생도 중 누구보다 빨랐다.
“그 감. 같이 잡으면 안 되냐?”
블랜치가 투덜거리자 발라는 씩 웃었다.
“일단 내가 올라가고 나서 이끌어 줘야지.”
“친구!”
“친구!!”
둘이 서로를 끌어안았지만 오에리나는 그들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다음 달쯤에 마탑의 로드 중 한 분이 오신다더라. 마법사들도 좀 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올해 5서클을 넘길 수 있을까?”
하륜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윌디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안에게 마법 강화법을 배운 이후로 마법사진 역시 실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거기에 마탑에서 오는 로드의 강의까지 제대로 듣는다면 그의 말대로 더 높은 수준이 될지도 몰랐다.
“이안. 혹시 마법 관련해서는 따로 강의해 줄 생각 없어요?”
“해 줄 수는 있는데 너희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제대로 배우면 몇십 년은 걸릴걸?”
당장 프레데온의 대마법을 가르친다면 이안처럼 서클에 구애받지 않고 강력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이안이 보유한 세계관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특별한 것이다.
제대로 익히려면 몇십 년을 그것만 잡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괜찮네요.”
“어느 부분이?”
“졸업한 후에도 저희 집에 와서 가르쳐 주면 될 테니까요.”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윌디. 포기하지 그래?”
“프레디시안 백작가의 가훈이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 이거거든요?”
“찍다가 도낏자루 부러지겠다.”
하륜은 슬쩍 이안을 보았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뚱한 표정으로 벽보를 보던 그가 몸을 돌렸다.
그가 가려하자 발라는 다급히 외쳤다.
“야. 그래서 오늘 밤에는?”
“나 오늘부터 며칠간은 바빠. 당분간 못 들어올 거니까 그렇게 알아 두고.”
“어? 어디 가는데?”
하륜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또 악마와 싸우러 가는 것일까?
그가 걱정스레 묻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개인적인 일이니까 걱정 말고 수업들이나 들어.”
* * *
밤이 되자 그는 먀네만 데리고 미얄 산맥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몇 명의 교관들이 모여 있었다.
상급 검술 교관인 프리디온 교관.
유적학 교관인 발렌타인 교관.
사냥술 교관인 하운드 교관.
그 외에도 다른 전투학 교관들이 몇 명 모여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 서 있던 프리디온은 상자를 들었다.
“이번에 생도회장 선출 시험에 참가하는 후보는 모두 열 명이다.”
그 열 명이 미얄 산맥에 투입되어 며칠 동안 머무르며 몬스터 헌팅과 더불어 생존 시험을 펼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한 명씩 맡아야 하는 것이 이번 임무의 주요 골자였다.
“그리고 하나 더. 자신이 맡은 생도는 가급적 돕지 말도록 해.”
물론 목숨이 위험해질 때는 나서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지켜만 봐야 한다.
“괜히 편애하는 생도라고 돕다가 걸리면 알지?”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막대한 부와 명예를 약속받고 시험에 교관이 개입했었다.
그것이 걸리자 생도회장은 그대로 퇴학당했고 교관 역시 불명예 퇴출을 당했었다.
“물론 다들 알겠지만…….”
걸리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어쩌면 역대 생도회장 중에 교관과 교섭을 성공한 후 그의 도움을 받아 생도회장이 된 자도 있을지도 모른다.
“교섭을 하는 것과 잘 숨기는 것도 생도회장의 중요한 덕목이니까요.”
하운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교관들도 동의했다.
“그리고 하나 더. 외부에서 지원이나 공격이 들어올 수 있으니 그것도 감안해서 움직이도록.”
“알겠습니다.”
듣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프리디온은 상자를 내밀었다.
“자. 이안. 너 먼저 뽑아라.”
원래는 교관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호의로 참가해 주었다.
그러니 먼저 뽑는 정도는 해도 될 것이다.
<선택하시겠습니까.>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키르케를 이용한다면 누굴 뽑을지 결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안은 도움을 거절한 후 그대로 손을 넣고 종이를 뽑았다.
“로위나라.”
로위나 솔트.
현재 생도회장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후보다.
“잘됐군.”
“그녀와 크루딘, 그리고 에오세는 필기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어.”
“그렇기에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공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로위나를 노리는 투서까지 오지 않았는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이안이 나서 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교관들은 그의 결과에 안도한 후 차례대로 뽑았다.
“난 크루딘인가?”
“제가 에오세네요.”
하운드가 크루딘.
발렌타인이 에오세를 뽑았다.
그리고 나머지 교관들도 각자 맡아야 할 후보들을 확인했다.
“그럼 한 시간 후에 생도들이 출발할 예정이니 예정지에 가 있도록.”
교관들이 들어가자 프리디온은 이안을 잡았다.
“이안. 너에게 한 가지 말해 줘야 할 것이 있다. 어쩌면 이번에 악마가 개입할지도 모르겠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에볼 왕가에서 어제 연락이 왔는데…… 3왕녀 트리온 에볼이 며칠 전 악마의 힘을 빌리려 했다더군.”
“그래요?”
“그녀는 에오세와 꽤나 사이가 나쁘지. 하지만 그보다 실력이 나빠서 그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
그 때문에 에오세가 생도회장이 되는 것을 싫어했다.
만약 생도회장이 된다면 그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그리고 결국 그를 막기 위해 악마에게 소원을 비는 의식까지 치렀다고 한다.
“물론 프레돈 아카데미는 태양교단과 달의 교단의 보호를 받아 악마가 들어오기 힘들지만 미얄 산맥은 달라.”
“이번에 악마의 공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까? 에오세를 노리고?”
“그래.”
“더 잘됐군요. 하지만…….”
<현재 탐색범위 내에는 악마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범위 내로 들어오면 바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일단 시험 예정 후보지들을 사제님들께 부탁해 정화를 하긴 했다만…….”
그래도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프리디온의 경고를 받은 이안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그 과정에서 미행은 없었습니까?”
“미행? 그런 것은 없었는데…….”
“확실합니까?”
“정화 작업을 할 때. 시험장의 정보가 새어 나갔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냐? 그리고 그걸 악마나 다른 이들이 알아냈을지도 모른다?”
“가능성은 있지 않습니까?”
“글쎄. 일단 다들 주의하라고는 했으니까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아. 그리고 만약을 대비한 준비도 해놨어.”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시험을 중지하고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신호탄으로 쓸 마법 스크롤이나 아티팩트도 전부 갖고 있다.
프리디온이 말하자 이안은 먀네를 들었다.
“……설마 먀네 같은 능력을 가진 자가 또 있겠나.”
“먀아~.”
먀네가 마법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프리디온은 먀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이안의 어깨를 툭툭 토닥였다.
“아무튼 부탁 좀 하마. 후보들 보내고 나도 올라갈 거니까.”
“알겠습니다.”
미얄 산맥에 들어와 환영진을 쓰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가방 하나만 든 생도들이 포박되고 눈에 가리개가 씌워진 채 미얄 산맥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위치에 도착하자 한명씩 안대와 포박이 풀렸다.
필기 성적이 가장 낮은 이들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미얄 산맥의 숲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마지막에 남은 로위나의 안대와 밧줄이 풀리자 프리디온은 담담하게 말했다.
“시험은 7일간 진행된다. 7일 동안 네 능력을 보이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이다.”
프리디온이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로위나는 바로 숲으로 향했고.
그 뒤를 이안이 쫓았다.
<시작은 영맥을 차지하는 것이겠지요.>
로위나 역시 하륜처럼 마법사였다.
그것도 5서클의 숙련된 마법사.
그렇기에 결계를 만들기 위해 영맥을 찾으러 이동했다.
<근처의 영맥은 다른 후보들이 확보하였습니다.>
‘후보 중 마법사보다 영맥이 더 많은데…… 그걸 확보했다는 것은 견제가 제대로 들어갔다는 얘기겠네.’
마법사들이 영맥을 차지하면 제대로 된 결계가 만들어지는 것쯤은 다들 안다.
그러니 아예 시작부터 방해를 하려는 것이었다.
심지어 전사들조차도 영맥이 필요 없는데 그쪽에 자리를 잡았다.
‘시작부터 고생문이 열렸군.’
그의 말대로였다.
침착하게 남은 영맥을 확인할수록 그녀의 표정은 굳어 가고 있었다.
<현재 남은 영맥은 북쪽 코르덴 협곡 근처의 영맥뿐입니다.>
‘내가 보기에 그건 함정 같은데.’
<그렇습니다.>
<에오세 에볼이 그 영맥을 차지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영맥들을 다른 이들이 차지했는데 하나만 남았다.
누가 봐도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은 알 것이다.
과연 그곳에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로위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안은 가방에서 쿠키를 꺼내 씹으며 기대했고.
그녀는 결국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영맥을 얻기 위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재밌는 구경 하게 생겼네.”
이안이 씩 웃으며 말했을 때.
키르케가 차분하게 보고했다.
<악마 계약자 7명이 탐색 구역 안으로 진입하였습니다.>
“할 일도 생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