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39화(139/300)
◈ 제139화
70. 여긴 내 구역이다 – 1
저들이 에오세를 잡으러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인지.
그따위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악마라는 것만으로도 공격 대상이 되니 말이다.
<악마 계약자들이 코르덴 협곡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발렌타인 교관은 어디 있지?’
<에오세 에볼의 근처에서 잠복 중입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쪽을 향해 이동했다.
최대한 주의를 하며 걷는 로위나.
느긋하게 걷는 이안.
정반대되는 방법으로 이동하던 그들이 코르덴 협곡 근처에 도착했을 때.
짙은 백금발의 잘생긴 소년이 달빛을 받으며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어서 와라. 로위나.”
“에오세 에볼.”
로위나가 자신을 알아보자 그는 씩 웃었다.
“제안하지. 내가 만들 생도회에 들어와라.”
꽤나 당당하다.
왕족으로서의 거만함과 동시에 위엄을 보이는 그를 향해 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건 생도회장이 된 이후에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그때도 할 생각이다만. 하지만 그 전에 얘기는 해 둬야 하는 것 아닐까? 난 에볼 왕국의 국왕이 될 생각이다.”
“꿈도 크네.”
“에볼 왕국의 현 후계자는 2왕자인 토르반 에볼이다. 그에 대해서는 너도 알지?”
“근육 덩어리에 기사도만 중시하는 머저리. 거기에 전쟁광. 자기가 국왕이 되면 전쟁을 펼쳐 영토를 확장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쓰레기.”
“잘 아는군. 난 그와 달라. 전쟁은 의미가 없다 생각해. 거기에 차후 널 지지해서 널 기준으로 솔트 후작가와 거래하지.”
그리고 솔트 후작가가 에볼 왕국에서 유리하게 장사하게 해 주겠다.
그럼 자연스럽게 솔트 후작가 내에서 로위나의 가치가 올라갈 거다.
그리고 그렇다면 차기 솔트 후작의 자리도 차지할 수 있으리라.
“그러니 내 밑으로 와라. 내가 널 솔트 후작으로 만들어 주겠어.”
그 제안에 로위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 도움을 받아서 솔트 후작이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빚을 지는 것 아닌가?”
“그걸 빚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그리고 하나 더.”
로위나는 지팡이를 겨눴다.
“그런 얘기를 하려면 좀 정당하게 시험을 치르는 게 어때? 이렇게 사기 치면 당신 말을 믿기 어렵지.”
“그게 무슨……?”
로위나는 바로 지팡이를 들었다.
“선 라이트!!”
하늘에서 떠오른 빛의 구체가 마치 태양처럼 주변을 밝게 비추자 그림자들이 사라진다.
“이런?!”
그 빛 때문에 숨어 있던 이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모두 무기를 들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외부인까지 숨겨 두고 그런 제안이라니. 너무 치졸하지 않아?”
로위나가 비웃었지만 에오세는 의아해했다.
“저들은 누구지?”
“응?”
에오세의 말에 로위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편이 아니었던 것인가.
“뭐냐. 너희는.”
그녀의 질문에 나타난 그들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기를 들 뿐이었다.
“에오세 에볼.”
“계약에 따라 너를 제거한다.”
악마들이다.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이 악의를 대놓고 그들이 흩뿌리자 둘은 당황했다.
“악마?!”
“악마가 어째서?!”
대답 따위 없이 그들은 그저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넌 가라. 저들의 목표는 나인 듯싶으니까.”
“흥.”
이 시험은 몬스터 헌팅과 생존 시험이 결합된 시험이다.
즉.
악마들 역시 헌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악마를 잡는 것 또한 점수에 들어가겠지. 상급생도로서 악마 잡은 적이 처음도 아니고. 괜찮아.”
그녀의 자신만만한 말에 에오세는 쓰게 웃었다.
악마 계약자와 싸우는 것쯤은 그 역시 해 보았다.
그렇기에 그와 그녀는 도망치는 대신 전투를 각오했다.
“위키드, 아이스맨.”
바람의 상급 정령과 얼음의 상급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뛰어난 정령사임을 증명하는 그의 실력에 로위나는 감탄하며 영맥에 자리를 잡았다.
“흡!”
지팡이를 영맥에 내리꽂는다.
그러며 그녀가 영맥을 장악하려 하자 악마 계약자 중 하나가 검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 순간 로위나의 영맥 장악이 막혀 버렸다.
“그걸 그냥 두겠나?”
“마법사와 많이 싸워 봤나 보군! 에오세! 공격해!!”
그의 명령에 바람과 얼음이 어우러진다.
그러며 세 개의 거대한 얼음 창이 만들어져 날아들었고.
악마들은 오러와 악마의 기운을 흩뿌리며 그것을 막아 내었다.
한차례 공격을 막아 낸 악마들과 재차 공격을 하려는 둘이 싸우려는 찰나.
-서걱!!
달려가던 세 악마 계약자들의 목이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에?”
“으, 으응?”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둘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세 명의 시체에게서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이런! 현계한다!”
현계한 악마는 영맥 없이 싸우기 힘들다.
저들이 현계하기 전 영맥을 장악해야 했다.
로위나가 빠르게 영맥을 장악하는 사이 에오세도 재차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상급 정령 둘이라고 하더라도 현계한 악마를 막기는 무리였다.
결국 그 셋이 완전히 힘을 가진 채 괴물의 형태로 변한다.
“크아아아!!”
“어떤 놈이 감히!!”
“나와라!! 비겁하게 숨지 말고!! 누구냐!! 감히 누가!!”
극도로 분노한 악마들에게.
“나다.”
아무것도 없던 커다란 바위 위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저 소년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이안 브랜든!!”
커다란 뿔을 가진 악마가 그를 보자 포효했다.
악마들에게 최대의 경계 대상이며 반드시 척살해야 하는 자.
그렇기에 악마들은 그에게 달려들었고.
천마신공 파천의 장.
파열무.
-콰아아아앙!!
땅에서 터져 나온 막대한 기운에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일격으로 악마들을 쓸어버린 이안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둘에게 말했다.
“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계속해.”
그리고 그 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에오세와 로위나는 서로를 보았다.
“이 무슨…….”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그가 가진 막대한 힘을 봤기 때문일까?
둘은 더 이상 싸우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영맥을 차지한 로위나는 그대로 자리에 결계를 만들었고 에오세는 터덜터덜 멀어진다.
그렇게.
둘의 의욕을 잃어버리게 한 이안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냥 놔둘 걸 그랬나?’
괜히 좋은 구경거리 하나 날려 먹은 기분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일 뿐.
할 일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럼 내 할 일이나 해야겠군. 키르케. 나머지 찾아.”
<북쪽 토르판 계곡 근처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셀미라이드 협곡 근처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나머지 악마 계약자들의 위치를 탐지한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로위나의 결계가 완성된 것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움직였다.
* * *
별문제 없이 시험이 끝났다.
모두가 무사히 복귀하자 프리디온은 웃으며 이안에게 말했다.
“고생했다.”
“고생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악마 잡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 발렌타인 교관에게 듣자 하니 악마들을 잡았다면서?”
“그건 자주 하는 일입니다.”
“그러냐. 아. 그리고 그 악마들을 보낸 트리온을 에볼 왕가에서는 왕족에서 추방한 후 태양교단에 넘겼다더군.”
딱히 관심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에게는 감사해야겠지.
덕분에 악마들을 쉽게 제거했으니까.
“세례받은 신자는 아닌가 보군요.”
“그래. 그래서 처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태양교단의 성지에서 평생 동안 근신해야 한다.
왕가에서도 불명예스럽다며 쫓아냈으니 아마 다시는 에볼 왕국에 복귀하지 못할 거다.
프리디온의 설명에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의식을 통해서 악마를 불렀다라…….”
“왜. 직접 불러내려고? 하하. 네가 불러 봤자 악마들이 올까?”
“굳이 제가 부를 필요는 없겠죠.”
“네가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마들이 접근하지 않을 것 같다만…… 아무튼 그 부분은 나도 한번 알아봐 주마.”
“예.”
“그리고 이번 시험의 성적은 크루딘이 제일 높았어. 몬스터를 많이도 잡았더군.”
필기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던 에오세는 생각보다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왜 그런 걸까?”
그의 의문을 해결한 것은 당사자였다.
뒤쪽에서 걸어온 에오세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악마들을 일격에 쓰러트리는 힘을 봤는데 의욕이 나겠습니까?”
그 충격 때문에 어영부영하다가 몬스터 헌팅이 늦어지고 말았다.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힘에 질투하여 해야 할 일을 잊다니. 한심하군.”
그 말을 들은 프리디온은 짧게 혀를 찼다.
이안은 이안이고 자신은 자신이다.
그렇게 타인을 부러워만 하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런 힘을 봤는데 이런 시험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군요. 차라리 이안을 설득해 그의 전폭적인 지지만 얻어 내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네.”
이안은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생도회장 되는 게 내 지지를 받는 것보다 쉬울걸?”
“그건 해 봐야 아는 것 아닌가?”
도전 정신이 싹튼다.
에오세가 자신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응시하자 이안은 웃었다.
“해 봐.”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에오세는 시무룩해진 채 돌아가 버렸다.
설득이 가능할 리가 있겠나.
이안은 명분이 있어도 데마고기로 교묘하게 논점을 틀어 버릴 수 있다.
그런데 명분조차 없으니 논리에서 밀릴 수밖에.
또한 그는 크게 바라는 것도 없으니 지지를 대가로 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어깨를 축 늘어트린 그가 가자 프리디온은 그를 지켜보며 말했다.
“아무튼 고생했다. 가자. 오늘 저녁은 내가 사마. 그리고 밥 먹고 대련이나 한번 하자. 어떠니?”
이안은 그에게 씩 웃어 보였다.
“오늘 저녁에는 할 일이 있어서요. 그럼 나중에 뵙죠.”
프리디온 역시 그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시무룩해졌다.
그와 헤어지고 기숙사로 돌아온 이안이 문을 열자 하륜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지난 일주일간 꾸준히 봤던 얼굴이 있었다.
“넌 왜 여기 있냐? 좀 쉬지.”
“아. 왔네? 일단 고맙다고 할게.”
로위나는 정중하게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첫날 악마들의 습격을 이안이 막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안이 지켜 줬다는 이야기도 몇몇 교관들에게 들었다.
설마 자신의 담당이 이안일 줄은 몰랐던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날 계속 지켜봤을 테니…… 이안.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여러 개 물어도 괜찮아.”
“아직도 날 추천할 생각이 없어?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이뤄 주겠어.”
그녀 역시 이안의 힘을 눈앞에서 봤다.
악마 계약자 세 명을 일격에 쓰러트리고.
현계한 악마마저도 한 번에 잡았다.
그런 막강한 힘을 가진 자가 자신을 지원해 준다면 생도회장뿐만 아니라 졸업 이후에도 못할 것이 없으리라.
“날 지켜봤다면 내 가치를 알 것 같은데.”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시선을 마주하며 이안은 냉정하게 대꾸했다.
“내가 보기엔 댁보다는 하륜이 나아.”
괜히 옆에 있다가 칭찬을 들은 하륜은 우쭐해하며 말했다.
“역시 그렇지? 우리는 피만 나누지 않았지 형제와 같은 사이라니까?! 당장 의형제라도 맺자고!”
신나 하는 그를 향해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