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화(14/300)
◈ 제14화
7. 견제의 시작 – 2
이안이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블랜치는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그나저나 조만간 필기시험인데 공부 좀 했어?”
“대충.”
말 그대로 대충이다.
아무리 이안이라고는 하지만 고작 며칠 만에 중급반의 수업을 전부 따라갈 수는 없었다.
거기에 하급생도의 수업은 중급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졌기에 그의 기억은 큰 도움이 안 된다.
결국 아예 처음부터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키르케를 쓴다면 딱히 공부할 필요도 없지만 이 정도는 도움 따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냥 외우고 응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 쿨하게 포기하고 오늘 마을에 갈까? 딴 애들도 간다는데.”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빠른 포기를 택한 이들이 모이기로 했단다.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라.”
“쳇. 그럼 나중에 같이 가자고.”
블랜치가 다른 몇 명과 함께 나가자 이안은 바로 방으로 돌아갔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던 그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밖으로 나가 보았다.
하륜이 책 몇 권과 간식용 빵과 쿠키를 들고 있었다.
“여기까지 들어와서 보려고?”
“아. 그건 아니고.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자는 거지.”
“공부 가르쳐 주는 대가로 은신술 가르쳐 달라는 거면 사양이다. 오러 익히고 와. 오러.”
이안의 대답에 하륜은 시무룩해졌다.
“거기에 네가 가르쳐 줄 정도는 되냐?”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필기 점수는 높은 편이니까.”
<하륜의 지난 영웅제 필기 성적은 중급 통합 4위였습니다.>
‘그래진은?’
<1위입니다.>
키르케가 말해 준 정보를 들은 이안은 피식 웃었다.
“너 저번 영웅제 필기에서 그래진에게 졌다며.”
“……작정하고 필기만 파는 사람을 어떻게 이겨? 우리 솔트 후작가 문무겸비를 주장해.”
그는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기며 여유롭게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도 제대로 준비했으니까. 이번 필기에선 내가 1위를 차지할 거다.”
“오호. 그거 재밌는 얘기군.”
복도에서 발소리와 함께 자신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도서관에 다녀왔는지 새로운 책 몇 권을 들고 있던 그래진은 안경을 치켜올렸다.
“과연 내가 있는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내가 실기와 필기를 동시에 준비할 때도 중급반 통합해서 항상 4위 안에 들었던 것은 알지?”
“흥. 난 항상 1위였다.”
“그건 필기만이잖아.”
둘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되자 이안은 그냥 안으로 들어가 하던 공부를 이어 나갔다.
* * *
대망의 필기시험 날이 찾아왔다.
오늘은 하루 종일 필기시험만 봐야 했기에 대부분 생도들의 표정은 꽤나 어두웠다.
“하아…… 야. 이안. 공부 좀 했냐?”
“응.”
“난 완전 망한 듯…….”
“나도…….”
블랜치와 발라는 이안의 옆에서 풀 죽은 채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그들을 향해 이안은 혀를 찼다.
“시험 기간에 놀러 가는 너희의 패기에 감복했다만. 그게 만용이었냐?”
“하아…… 공부 좀 할걸. 블랜치 이 자식이 꼬셔서.”
“뭔 소리야. 너도 가고 싶었다면서.”
“먀아아~ 먀먀~ 먀아~.”
서로 남 탓하는 둘을 향해 먀네는 솜방망이 같은 발을 휘두르며 울었다.
한심하다는 듯한 먀네의 시선에 둘은 입을 다물었다.
좀비처럼 터벅터벅 걸어 돌아간 둘이 자리에 앉고 잠시 후.
아란세와 하운드가 들어왔다.
“책상 위에 있는 거 전부 집어넣어. 이안. 너도 먀네를 이리 주고.”
“예.”
먀네를 받은 아란세는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필기시험을 시작한다. 다들 알겠지만 치팅이 허락되는 것쯤은 알겠지? 하지만 걸리지 마라. 걸린 순간 바로 퇴장이니까.”
치팅을 준비한 몇몇 생도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들을 향해 아란세 교관은 웃었다.
“완벽한 치팅 역시 실력이다. 한번 도전해 보도록. 그럼…….”
그는 시간을 확인한 후 시험지를 내밀었다.
“시작한다.”
시험 시간은 긴장감이 넘쳐 났다.
치팅하다가 한 명이 걸려서 더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에 끝이 있듯 그 긴장감도 해가 저물 무렵이 되자 끝이 나 버렸다.
“으아! 끝났다!!”
마지막 시험인 약제학의 답안지가 걷어지자 생도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누군가는 답안을 맞춰 보고 누군가는 뻗어 버린다.
또 누군가는 마을로 놀러 가겠다고 떠들고 있다.
그때 이안에게 하륜이 다가갔다.
“시험은 어땠어?”
“그냥저냥 했지.”
“나한테 배웠다면 와~ 잘 봤다, 라고 했을 텐데.”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래진이 다가왔다.
“시험은 어땠나.”
“그냥저냥 했지.”
“나와 손을 잡았다면 오~ 잘 봤다, 라고 했을 텐데.”
이안은 하륜과 그래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너네 짰냐?”
어쩜 하는 말이 똑같은지.
둘은 떨떠름해하며 서로를 보았다.
“그나저나 그래진. 소대 전투학 답안지를 낼 때 표정이 어둡던데. 어땠냐?”
“그러는 너는 연금술 답안지를 좀 늦게 내던데?”
“20분 만에 끝내고 거기에 낙서하다가 늦은 거다.”
또다시 자존심 싸움을 하는 그들을 버려두고 이안은 교탁으로 향했다.
“먀아~ 먀먀~.”
“꺄악~ 귀여워~.”
“이안! 이안! 먀네한테 간식 줘도 되나요?”
몇몇 여생도들이 먀네의 귀여움에 푹 빠져 있었다.
손가락이나 깃펜으로 먀네의 관심을 끌던 그녀들은 이안이 오자 바로 물었다.
“먀네는 뭘 좋아해?”
“그냥 아무거나 줘도 좋아하던데?”
“으음. 알았어! 먀네야~ 먀네야~ 먀먀~ 먀아~.”
“먀아~.”
“꺅~! 대답해 줬다~!”
기뻐하며 호들갑을 떠는 그녀들에게서 먀네를 돌려받은 이안은 신전으로 향했다.
필기시험이 있는 날이든 아니든 어쨌든 봉사 활동은 해야 했다.
신전에 도착하자 윌리스는 웃으며 그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이안 성도님. 오늘 필기시험이셨죠? 어떠셨습니까?”
이안은 잠시 생각한 후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생각보다 쉽더군요.”
* * *
필기시험이 끝나고 며칠 후.
교양 수업으로 던전 탐사학을 신청하고 봉사 활동을 다녀온 이안이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생존 시험 대비 훈련 결과 발표처럼 필기시험의 결과가 기숙사 앞에 붙었다.
“먀아~ 먀먀~.”
사람들이 많은 것이 싫었는지 먀네는 이안의 어깨에서 내려와 화단에 앉았다.
흔들리는 꽃을 앞발로 툭툭 치며 노는 먀네를 두고 그는 안으로 파고들었다.
“……야. 이안.”
맨 앞에서 보고 있던 발라는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너 뭐냐?”
이안, 그래진, 하륜이 B반에서 공동 1위였다.
거기에 중급생도 전체를 봐도 셋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자들은 없었다.
즉 중급생도 중 1위를 달성했다는 이야기다.
“너…….”
그때 이안의 옆으로 하륜이 다가와 질린 얼굴로 말했다.
“진짜 사람 맞냐?”
중급으로 승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성적이라니.
정말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놀라는 그를 향해 이안은 가볍게 답했다.
“맞겠지.”
“아무튼 파격이란 파격은 다 몰고 다니는구나? 여기저기서 견제 엄청 들어오겠네.”
하륜과 함께 온 블랜치의 말대로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특히나 B반을 제외한 나머지의 시선은 굉장했다.
질투, 질시, 놀람, 흥분.
그리고 도전 의식.
이안은 복잡한 감정이 섞인 시선을 즐겼다.
“어이. 이안.”
시선 중 하나가 움직였다.
그가 거칠게 다가오자 이안의 근처에 있던 하륜이 한 걸음 나섰다.
“우리 반 생도에게 무슨 볼일이냐? 에이스윈?”
“누구지?”
<에이스윈 카르자. 에볼 왕국 카르자 후작가의 삼남. 현재 익스퍼트 수준입니다. 그리고…….>
키르케가 파악한 간단한 정보가 들린다.
이안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사이 하륜이 말해 주었다.
“C반 대표. 그리고…… B반에 오고 싶어 했던 놈이야.”
“그리고 아란세 교관님을 동경하는 녀석이지.”
어느새 끼어든 블랜치가 설명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이안 브랜든이다.”
“에이스윈 카르자다.”
그는 이안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무슨 수작질을 부린 것이지?”
“수작질?”
“그럼 아닌가? 하급에서 올라오자마자 갑자기 이런 성적을 얻었다는 것. 뭔가 부정행위라도 한 것 아닌가? 몬스터 헌팅 때 사냥꾼들에게 뇌물이라도 줬던 것처럼 말이야.”
‘시비 걸러 왔군.’
<집단에 새로운 이들이 들어오면 보이는 두 가지 부류 중 하나입니다. 매번 있는 일이군요.>
첫 번째는 B반 생도들과 같은 호의.
두 번째는 이런 식의 질투심과 적의다.
이럴 때의 대응법은 간단했다.
찍소리 못할 정도로 밟아주는 것.
이안이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자 키르케가 보고했다.
<프레돈 아카데미 교칙상 중급 생도 이상은 단순 시비로 인한 생도 간의 대결은 불가입니다.>
‘그러겠지. 아카데미 내부에는 귀족들이 많을 테니까.’
개중에는 거의 원수나 다름없는 가문들도 있을 거다.
그런 은원 관계를 매번 개인적으로 해결하면 아카데미가 유지되겠나.
<페널티는 영웅제 참가 자격 박탈입니다.>
<인적 드문 곳에서 비밀리에 공격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카데미 내 인적 드문 곳은…….>
키르케가 몇몇 장소를 나열하자 이안은 웃었다.
‘됐어. 말로 시비를 걸었으니 말로 돌려줘야지.’
<올림피아드의 데마고기를 사용합니다.>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도 많으니 그들의 호응과 감정을 얻어내 선동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그렇기에 에이스윈을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라는 거야. 이 등신이. 못 들었냐? 이번 훈련 때 아란세 교관님과 하운드 교관님께서 작정하고 찾았다는 거?”
그 말을 들은 에이스윈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필기 역시 마찬가지지. 내가 공부를 했든, 치팅을 했든. 결과적으로 난 이 성적을 얻어 냈다.”
“……그래서?”
“내 점수를 가지고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결국 아란세 교관님과 하운드 교관님이 치팅도 못 잡아낼 정도로 허술하다고 지적하는 거다.”
“……실언을 했군. 미안하다.”
가뜩이나 B반이 거슬렸다.
거기에 자신이 동경하는 아란세가 이안을 어떻게든 데리고 오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성적까지 잘 나오니 질투심에 실언을 해 버렸다.
여기서 더 이어나가봐야 손해다.
그는 간단하게 사과하고 끝내려 했지만 이안은 그냥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이런 말 아나? 입은 화를 부르는 구멍이고 혀는 마음을 베는 검이라고.”
“하, 그럼 어떻게 할까? 무릎이라도 꿇을까?”
그따위 한 푼 가치 없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안은 그의 허리에 걸린 척 봐도 좋아 보이는 검을 가리켰다.
분명 사연이 있는 검일 것이라 생각한 그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 검 내놔.”
C반 생도들의 술렁임이 커졌다.
“이게 뭔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이 검은 카르자의 일족임을 나타내는 검이다.”
<카르자 후작가는 대륙에서 이름 난 무가입니다.>
<그런 만큼 그들의 검을 빼앗는 것은 꽤나 큰 모욕입니다.>
‘아. 그래? 그거 잘됐네.’
그렇게 말하니 더 탐이 난다.
“난 네 사죄의 증거로 그 검을 원한다.”
“그렇다면 나는 사죄를 할 수 없겠군.”
실언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안을 향한 질투심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는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물론 이안이 아이작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아이작은 고작 유저 수준에 불과했고 자신은 익스퍼트다.
그렇기에 에이스윈은 자신감을 보였고 블랜치도 그를 경계하며 이안을 말렸다.
“이안. 에이스윈은 익스퍼트 수준의 강자야. 네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 저 녀석의 말대로다. 그러니 일단은 제안하지. 너 역시 실언을 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서로 양보하며 넘어가는 게 어떻겠나?”
에이스윈이 옅게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싫다면 어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