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0화(140/300)
◈ 제140화
70. 여긴 내 구역이다 – 2
생도회장 선출 시험도 이제 종반에 다다르고 있었다.
미얄 산맥에서의 시험이 끝나고 며칠 후.
이안은 윌디와 함께 인챈트 실습실에 갔다가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 앞에 B반 생도들이 모여 있었다.
“뭐 하냐?”
“생도회장 선출 마지막 시험 구경 가려고.”
“대련회?”
“어. 너흰 안 가냐?”
“난 딱히 생각 없는데. 윌디. 너는?”
“저도 관심 없네요.”
“야. 너흰 아카데미에 관심을 좀 가지면 안 되냐? 새로운 생도회장이 누가 될지 결정하는 것 아냐.”
“지금 가장 유력한 건 로위나 아닌가?”
“대련에서 판이 뒤집어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어.”
그래진은 안경을 가볍게 눌러쓰며 대꾸했다.
그도 꽤 관심이 있었나 보다.
“거기에 C반 랭갤은 이제 6서클을 앞에 두고 있는 마법사라서. 그의 마법을 봐 두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오에리나도 말했지만 이안은 여전히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숨을 폭 쉰 그녀는 윌디를 보았다.
“윌디. 너는?”
“그럼 저도 갈게요. 공부는 될 테니까요.”
윌디도 저번에 5서클에 도달했다.
그런 만큼 자신보다 앞서 있는 자를 봐 두며 공부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이안. 끝나고 데리러 올게. 같이 밥 먹으러 가자.”
블랜치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대련회 구경 가는 이들을 힐끔 본 이안은 먀네와 함께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기숙사 안에는 하륜과 윌발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너희는 안 가냐?”
“난 누가 되든 관심 없어서.”
근처의 소파에 앉아 장기판을 보았다.
형세를 보아하니 하륜이 꽤나 유리해 보였다.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윌발은 다음 수를 고심하고 있었다.
“으으으음…….”
“먀먀.”
“호오.”
“야. 이안. 먀네. 훈수 두지 마. 이거 내기라고.”
“뭔 내기?”
“이거.”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작은 주머니였다.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은 작은 구슬이었다.
“영원한 얼음이네?”
“그리고 난 이거지.”
하륜의 옆에 있는 것은 한 자루의 활이었다.
척 봐도 귀해 보이는 활을 본 이안은 피식 웃었다.
“이건 또 어디서 났냐?”
“박바레가 저번에 임무 다녀와서 얻은 거 내가 받았지. 후후.”
그사이 한참 고민하던 윌발이 말을 옮긴다.
그것에 맞춰서 하륜이 바로 장군을 움직였고 몇차례 저항해좠지만 결국 윌발의 마법사가 하륜의 장군에게 죽어 버렸다.
“이런 젠장!!”
“재밌어 보이네. 하륜. 나랑도 한판 하자.”
“너 장기 둘 줄 알아? 지금까지 두는 거 본 적 없었는데?”
“룰은 알아.”
“오호. 고작 룰만 아는 정도로 나한테 덤비겠다?! 나도 B반의 장기 사천왕 중 하나. 이것만큼은 질 생각 없다.”
“그래. 그래.”
그때였다.
“야!! 큰일이야!!”
벌컥 문이 열리며 박바레가 들어왔다.
로비에 있던 셋이 의아해하자 박바레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지금 대련장에 난리 났어!”
“뭔 난리.”
“에오세가 최상급 정령을 부르려다가 폭주를 일으켰어!”
윌발과 하륜의 표정이 굳었다.
최상급 정령은 어지간한 정령사도 함부로 소환할 수 없는 강력한 정령이다.
특히나 사람보다 더 높은 존재라고 자신을 여기기에 잘못 건드렸다간 폭주하여 그 일대가 박살이 날 수도 있었다.
“이런 미친?! 최상급 정령을 왜 불러?!”
“대련하다가 밀리니까 도박을 한 모양이야.”
이래서 도박이 무서운 거다.
이안이 생각하자 먀네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먀야. 먀먀.”
어쨌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하륜과 윌발도 무기를 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아카데미 전체가 박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니 가서 막아야 한다.
“이안.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가 봐야지.”
아카데미를 거점으로 삼았으니 이쪽에서 문제 생기면 떠나야 한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이런 일이 안 생기겠는가?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언제 어디서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도망치듯 떠날 건가?
그가 일어나 기숙사를 나가자 하륜과 윌발, 박바레는 그의 뒤를 쫓았다.
대련장 주변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거대한 회오리가 중앙에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서 푸른 바람의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최상급 정령에 이끌려 나온 최하급 정령과 하급 정령들이었다.
주변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그들을 구경 온 교관들과 생도들이 막고 있었다.
하지만 최상급 바람의 정령이 만들어낸 회오리에서 끊임없이 정령들이 나온다.
저것을 막지 못한다면 결국 이 피해는 아카데미 바깥으로도 퍼질 것이다.
“큭…… 발렌타인 교관! 아직 멀었나?!”
“케네스가 너무 빨리 쓰러져서…… 혼자서는 힘들어요! 다른 정령사가 필요한데!!”
“곧 올 거니까 조금만 더 버텨!!”
프리디온이 외치자 발렌타인은 난감해하며 손을 내밀었다.
엘프가 가진 정령의 친화력을 이용해서 최상급 정령을 진정시키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우트 사제님!! 윌리스 사제님!! 조금만 더 버텨 주십시오! 마탑에서도 지원이 올 겁니다!!”
부상자가 생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온 둘이 성력을 발휘하며 정령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하지만 최상급 정령의 폭주는 말 그대로 재해나 다름없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만으로 막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으으윽…….”
아우트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윌리스의 안색이 점차 창백하게 물들어 간다.
그때였다.
“먀아아아아아!!”
고양이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 외침에 담긴 막대한 기운 때문일까?
허공을 날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던 정령들이 멈춰 버렸다.
그걸 들은 B반 생도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들 모두 이 울음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먀아아아아아!!”
또다시 먀네가 울자 정령들은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도망치듯 황급히 회오리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것에 안도한 윌디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자 먀네는 꼬리를 곧게 세우고 걸어와 그녀의 다리에 앉았다.
“먀아~.”
“잘했어! 먀네! 그런데 이안은?”
“먀먀!”
먀네가 앞발을 들어 회오리 쪽을 가리켰다.
너무 강한 바람이 불어서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던 곳에는 어느새 한 이안이 가 있었다.
그걸 본 B반 생도들은 당황했다.
“이안!! 위험…….”
-콰아아앙!!
회오리를 보던 이안은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회오리가 찢기며 구멍이 뚫린다.
그 안으로 그가 들어가 버리자 그를 막으려고 외치던 생도들은 입을 다물었다.
정령이 만들어 낸 회오리 안으로 들어온 이안은 중앙에 서 있는 한 남자에게 시선을 보냈다.
눈이 청색으로 물들고 몸 주변에서 청색의 기운이 일렁거린다.
그 기운의 주인이며 생명력과 정령력을 기반으로 그의 몸을 차지한 정령은 근엄한 어조로 말했다.
“하찮은 자가 감히 나 실마리온을 불러내려 하다니. 같잖고. 또 같잖구나.”
“그 하찮은 자 기절했으니까 그만하고 나오지?”
“이미 나는 이곳에 불려왔다. 하찮은 자여. 그 대가 없이 물러날 것 같으냐.”
“대가?”
“이 일대에 있는 이자와 같은 종족의 목숨. 하찮은 자가 위대한 자를 부른 죄. 그것으로 보답하라.”
즉.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주변 마을의 사람들까지 다 죽여 버리겠다는 얘기다.
“이게 정령인지 악만지.”
실마리온을 빤히 바라보던 이안은 검을 겨눴다.
“여기는 내 구역이고. 여기서 까부는 놈은 가만 안 둔다.”
“해봐라. 하찮은…….”
-퍼억!!
순식간에 이동한 이안이 검면으로 그를 후려쳤다.
한 대 맞은 실마리온은 비명을 터트렸다.
“끄아아악!! 이게 무슨……!! 어째서 나에게 타격이……?!”
천마신공은 신마저도 죽일 수 있는 데다가 모든 속성을 아우르는 음양을 보유한다.
그러니 실체가 없어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 정령이라도 천마신공의 내공이 있다면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이노오옴!!”
한 대 맞고 분노한 실마리온이 결국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에오세의 몸이 축 늘어지고 그의 몸 위로 거대한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덟 장의 날개를 가진 녹색의 거수가 날카로운 부리를 드러내며 강력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하자.
이안은 싸늘한 얼굴로 검을 휘둘렀다.
최상급 정령이라고 하더라도 그를 당해 낼 수는 없었다.
거수의 아름다운 녹빛 날개는 흙투성이가 되었고 아까 전까지 멋지게 반짝이던 부리는 반쯤 부러졌다.
발톱은 모두 뽑혔고 날개는 전부 부러졌다.
바닥을 구르며 헐떡이는 실마리온의 머리를 잡은 이안은 그대로 걷어차 버렸다.
-퍼억!!
또다시 맞고 나가떨어진 실마리온은 결국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 그만…… 그만 때려……. 돌아가겠다! 그냥 돌아가겠……!”
주변에 있던 다른 정령들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최상급 정령이 두들겨 맞으며 애원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본다.
그러든 말든 이안은 실마리온의 머리를 베어 완전히 소멸시킨 후 말했다.
“정령계에 가서 전해라. 얘 복수하러 오는 건 좋은데 약속 잡고 오라고.”
그리고 눈을 번뜩였다.
“멋대로 와서 까불면 다 죽여 버릴 거니까.”
정령들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정령계로 돌아가 버렸다.
실마리온이 소멸되었기 때문일까?
회오리가 사라진다.
완전히 파괴된 대련장에서 이안은 경악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이들에게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하시던 대련회 마저 하시죠.”
“어. 음. 이안 생도님?”
침묵이 자리 잡은 곳에서 발렌타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실마리온은…… 어떻게 됐나요?”
“소멸시켰습니다.”
“아…… 그렇구나…….”
아니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최상급 정령이 한번 폭주하면 그 일대가 전부 파괴된다.
그런 위험을 혼자 막아 버리고 저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다니.
발렌타인을 비롯한 교관들은 식은땀을 흘렸고 이안은 곧장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숙사로 돌아온 하륜과 윌발은 다시 하던 장기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결국 승부는 하륜의 승리로 끝났다.
“으하하! 그럼 이건 내가 가져가지!”
“제기랄!”
울컥한 윌발이 아쉬워하자 이안은 씩 웃으며 윌발 대신 자리에 앉았다.
“내기론 뭘 걸 건데?”
“이거 걸지.”
이안은 자신의 검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걸 본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 말고. 이번 방학 때 우리 집에 가자.”
“거길 왜?”
“휴가. 넌 매번 바쁘게 돌아다니잖아? 솔트 후작령은 휴양지로도 이름난 곳이야. 이번 기회에 좀 쉬라고.”
그냥 놔두면 또 이안은 정신없이 돌아다닐 테니까.
하륜이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참 후.
정리를 마치고 B반 생도들이 돌아왔을 때 하륜은 초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런 젠장…… 장기까지 잘 둘 줄이야…….”
“일찍 왔네? 누가 우승했냐?”
“그 난장판에서 대련회를 어떻게 하냐? 대련회는 중지됐어. 거기에 정령들의 공격으로 후보들도 꽤나 부상을 입었고. 아마 몇 달은 족히 요양해야 할 거야.”
“그럼 생도회장 선출도 물 건너간 건가?”
“아니. 한 명이 잘 버텼어. 며칠 정도의 요양이면 된다고 하니 아마 그 사람이 될 듯.”
“누군데?”
“로위나.”
그녀만이 냉정하게 움직이며 생도들을 보호했고 자신도 지켰다.
그것을 교관들이 눈여겨봤으니 그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마치 운명이 그녀를 생도회장으로 이끄는 것 같네.”
하륜이 웃으며 농담조로 말하자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운명 따위는 없어. 있다 하더라도…….”
<주인님의 취향과는 걸맞지 않지요.>
‘그렇지.’
저항하길 좋아하는 이안에게.
정해진 미래 같은 것은 부숴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