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1화(141/300)
◈ 제141화
71. 괜히 왔다 – 1
기숙사의 문이 열리며 아란세가 들어왔다.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온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이안과 윌디를 불렀다.
“다들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실마리온의 폭주로 생도회장 후보들이 크게 다쳤다.”
“그래서요?”
“남은 것은 로위나뿐이지. 그래서 교관들끼리 얘기를 좀 해 봤는데…….”
“역시 로위나를 생도회장 최종 후보로 선출하겠다는 건가요?”
발라가 묻자 아란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다른 후보들이 활동하기 힘들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태양교단과 달의 교단의 도움을 받아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꽤 요양해야 할 거다.
“그들이 회복되는 것을 기다릴 순 없어. 생도회장 자리는 그렇게 오래 비워 둘 수 없다. 그리고…….”
이번과 같은 트러블에 대응하는 것 역시 생도회장의 덕목이다.
비록 대련은 없었지만 로위나는 최상급 정령의 폭주 속에서 큰 부상 없이 버텨 냈다.
또한 그녀가 도운 생도들이 많으니 그 정도면 자격을 증명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선출을 시작하려고 한다.”
교관들과 생도 대표들의 허가만 있다면 로위나가 생도회장이 될 것이다.
“그래도 문제 될 건 없네. 지금 거의 그녀로 결정된 분위기잖아?”
블랜치가 말하자 아란세는 가볍게 동의했다.
필기, 그리고 미얄 산맥에서의 시험.
또 이번 대련회에서 일어난 트러블의 대처까지.
여러모로 봤을 때 로위나가 가장 생도회장에 어울렸다.
“아무튼 너희 둘은 저녁 식사 전에 본관으로 와 다오. 그때 선출 과정이 있을 테니까.”
선출 과정이라고 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이리라.
교관들은 대부분 로위나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간단하게 말하고 신음했다.
“그나저나 그 투서가 마음에 걸리는군.”
“투서요? 무슨 투서?”
하륜이 의아해하며 묻자 아란세는 머뭇거리다가 교관들에게 날아온 투서 이야기를 꺼냈다.
로위나가 생도회장이 되면 죽인다는 내용의 투서.
지금까지 생도회장 선출에서 흑색선전이나 비방, 협박 및 모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관들에게까지 투서를 보낼 정도로 강렬한 의지를 보이는 자는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그녀의 취임식 때 경비 인력을 좀 더 늘릴 생각이다.”
“생도회장이라면 그런 위험 정도는 혼자 견뎌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윌발이 말하자 아란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아도 될 유혈 사태라면 안 일어나는 게 좋지 않은가.
둘이 이야기하는 사이 하륜은 이안을 잡았다.
“너도 취임식 갈 거지?”
“특별한 일 없으면 가겠지? 왜?”
“그래도 사촌 누나니까. 네가 가면 안심이겠다.”
하륜은 씩 웃으며 안도감을 드러냈다.
* * *
저녁이 되자 이안과 윌디는 본관으로 향했다.
본관 안에 있는 대회의실에는 이미 선출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교관들과 생도 대표들이 자리에 앉자 상급 교관 대표인 프리디온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생도회장 선출을 시작하겠다. 생도회장 후보. 로위나 솔트. 나오도록.”
아까 낮에 있었던 전투 때문일까?
아직 부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녀가 나온다.
“질문할 것들 있으면 하도록.”
그의 말을 시작으로 교관들과 생도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대부분 그녀가 회장이 되면 아카데미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그리고 임무 선택이라든가 수행은 어찌할 것인가의 질문이었다.
그 질문들에 로위나는 한 번의 막힘 없이 제대로 된 답변을 꺼냈다.
그렇게 다들 만족하고.
또 누군가는 불만족스러운 대담이 끝났을 때 윌디가 이안을 잡았다.
“이안. 당신만 지금 아무런 말도 안 한 거 알아요?”
로위나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녀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자 이안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생도회장 되는 건 좋은데 그걸 빌미로 날 귀찮게 하지는 말았으면 하네. 날 이용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의 대응에 아란세를 비롯한 다른 교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곳에 남아 주는 것만으로도 아카데미는 충분히 감사해야 한다.
이안의 존재만으로도 아카데미를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을 대부분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로위나도 동의했기에 별다른 부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나름대로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
“나도 물어볼게. 이안. 넌 아카데미에서 뭘 하려는 거지?”
“여기를 내 영역으로 삼으려고. 사실 다른 곳에 가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더군.”
<주인님께서는 그냥 산속에 들어가서 혼자 사셔도 되잖습니까.>
‘있는 것 쓰면 되는데 굳이 밑바닥부터 만들 필요는 없잖냐.’
<다른 자의 것을 빼앗아도 됩니다.>
‘그래 봤자 결국 사람 굴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야. 그럴거면 차라리 아카데미를 쓰는 게 더 나아.’
이안이 키르케에게 답했을 때 로위나는 빙긋 미소 지었다.
“그럼 아카데미에서 문제 생기면 막겠다는 거네?”
“아까 있었던 일처럼? 그 정도는 해야지. 아. 그렇다고 네 적을 아카데미로 끌어들이지는 마라. 너도 내 적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럴 생각 따위는 없어. 이런 말이 있잖아? 잠자는 사자를 건드리지 마라.”
이안의 힘을 아카데미에서 모르는 자는 없다.
그가 아카데미에 남는 이상.
그리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거다.
그런데 괜히 시비 걸어서 문제 일으킬 생각 따위는 없었다.
“원한다면 공식적으로 아카데미의 수호자에 임명해 줄 수 있는데.”
“필요 없어. 그리고 내가 필요한 시설들이 있는데 그거 만드는 것 좀 지원받을 수 있나?”
“어떤 건데요?”
윌디가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새로운 용광로, 새로운 인챈트 실습실. 그 외에 연금술 장비라든가 기타 몇 가지 시설들. 그것 좀 바꾸고 싶어.”
“나도 찬성.”
“나도 인정.”
“그건 나도 바라는 바다.”
이안이 말하는 시설을 이용하는 교관들도 동의했다.
그들을 향해 로위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 정도야 생도회 운영 및 아카데미 측에 요청해서 받아 낼 수 있어. 최강자의 반열에 있는 자가 수호를 약속했는데. 경비나 기타 사항에 관련된 예산을 줄이면 가능하니 걱정 마.”
그 이후로도 이안은 몇 가지를 더 요청했고 그녀는 쿨하게 받아들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후 또 하기로 하자 모든 이들의 질의응답이 끝났다.
“그럼 바로 찬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죠.”
“어차피 이제 후보 없어서 쟤만 되는 것 아냐?”
하운드의 말에 발렌타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들에게 아란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여기서 로위나가 부정되면 대련회 후에 다시 심사를 해야하지. 그게 아카데미의 전통이니까.”
물론 그동안 생도회 없이 아카데미가 운영되겠지만.
교관들과 생도 대표들은 그건 싫었는지 고개를 저었다.
생도회가 없으면 그때까지 아카데미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교관들과 생도들이 나눠서 맡아야 한다.
그러니 하루빨리 생도회장을 선출하고 새로운 생도회를 구축해야 한다.
“그럼 시작하자. 로위나를 반대하는 이들은 손을 들도록.”
그 누구도 이 자리에서 손을 들지 않았고.
이것으로 생도회장 선출이 마무리되었다.
“생도회장 선출이 의외로 빨리, 거기에 허무하게 끝났네요.”
이안과 함께 나오며 윌디가 말하자 아란세는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생도회장 선출은 좀 더 격렬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그 토론이 길면 일주일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빨리 끝났으니 다행이지. 어쨌든 후속 처리가 끝나고 나흘 후에 생도회장의 취임식이 있을 거다.”
“정말 암살 시도가 이루어질까요?”
“그거야 모르지. 그래서 프리디온 교관과 학장님께서도 참석하실 예정이다.”
“그렇습니까?”
“거기에 경비 인력이 추가됐으니…… 어지간히 강한 것이 아닌 이상 그 방어를 뚫기는 어렵겠지.”
말을 꺼낸 아란세는 어지간히 강한 수준이 아닌 이안을 보았다.
“설마 네가 죽이는 건 아니겠지?”
“원하신다면 지금 죽일 수도 있습니다.”
“농담한 거다. 농담. 거 대꾸를 뭐 그리 살벌하게 하냐? 아무튼 둘 다 고생들 많았다.”
그는 씩 웃으며 둘의 어깨를 툭툭 토닥여 주고 먀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먀네가 나지막하게 울자 그는 손을 흔들어 주고 교관 기숙사로 향했다.
“그나저나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네요. 그 투서는 누가 보낸걸까요? 역시 생도회장 후보 중 하나일까요?”
“응.”
“어? 이안. 범인이 누군지 알아요?”
“알지.”
역시 이안이다.
그가 이미 알고 있다는 말에 윌디는 안도했다.
“호위도 많고, 또 이안까지 있으니까 문제는 없겠네요. 그정도면 그 범인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거잖아요?”
“그거야 모르지. 눈 뒤집힌 놈이 뭔 짓을 할지는 아무도 예측 못해.”
“하지만 당신이라면 막을 수 있지 않나요?”
“내가 왜 범인이 누군지 아는데도 조용히 있다고 생각해?”
이안이 씩 웃으며 묻자 윌디는 깜짝 놀랐다.
“설마 그 범인이 악마를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건가요?”
“가능성은 있지.”
“그리고 당신이 잠자코 있는건 그거 악마를 불러내게 하기 위해서인가요?”
“응. 내가 부르면 안오더라고. 그럼 타인의 손을 빌려야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윌디는 씁쓸해했다.
“그래도 당신이 있는데 악마와 손을 잡을까요? 거기에 고작 생도회장이 되자고?”
악마와 손잡은 것이 걸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위험한 길을 걸으려 할까?
부정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피식 웃었다.
“자기가 못 먹으면 남도 못 먹게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라더라. 그리고 눈 뒤집히면 뭘 못하겠어? 아무튼 악마가 올지, 암살자가 올지는 나도 모르겠다.”
미끼는 던져놨으니 그 애증에 미친 머저리가 잘 움직여주길 바랄 수 밖에.
그는 기숙사 로비의 문을 열었다.
로비에는 하륜과 박바레를 비롯한 몇몇 생도들이 한데 모여 장기를 두고 있었다.
“어어어어!!”
아까 전 하륜에게 패배해서 영원한 얼음을 빼앗겼던 윌발이 장기판을 보며 외쳤다.
지금 두고 있는 것은 하륜과 오에리나였다.
머리가 뛰어난 두 마법사들도 보지 못한 것이 외야에서 보니 보였나 보다.
“윌발! 좀 닥쳐!”
“저 활로 내기를 하는게 너무 억울해서. 오에리나. 저거 따면 나 줄 거냐?”
“미쳤니?”
“어어어어! 하륜! 어어어!”
자기가 못 먹은 활을 오에리나도 못 먹게 하기 위해서 윌발은 방해를 하고 있었다.
그걸 보니 아까 이안이 한 말이 떠올랐다.
“음? 뭐야. 너희 일찍 왔네?”
B반 생도들이 반겨 주자 윌디는 아까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안이 말한 것을 말해 주자 다들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들의 반응에 윌디만 당황했다.
“우리가 만난지 10년도 더 됐지만 항상 생각하는 건데 넌 은근히 머릿속이 꽃밭이라니까.”
위디아가 씩 웃으며 말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순수하게 있어 주렴. 그래야 우리 솔트 후작가가 더 치고 나갈 테니까.”
마지막 한 수를 둬서 오에리나를 이긴 그는 그녀의 아티팩트를 옆에 두고 히죽거렸다.
그 말에 윌디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