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2화(142/300)
◈ 제142화
71. 괜히 왔다 – 2
오늘 있었던 대련에서 큰 부상을 입고 요양을 하게 된 케네스는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그 머저리 때문에!!’
어중간하게 최상급 정령을 건드려 최상급 정령이 폭주했다.
그 여파로 부상을 입게 된 케네스는 빠득 이를 갈았다.
어찌 보면 기회나 다름없었다.
필기에서 밀렸던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
최상급 정령을 얌전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리고 에오세를 거절한 최상급 정령과 자신이 계약한다면.
그럼 교관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생도회장이 될 수도 있었다.
“제기랄!!”
하지만 실패했다.
상급 정령 둘과 계약한 케네스라고 하더라도 최상급 정령과 소통하는 것은 무리였다.
오히려 실마리온의 분노에 휘말려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정도 부상이라면 적어도 두 달은 정령을 소환하지도 못할 것이다.
정령사에게 정령을 소환하지 못한다는 것만큼 큰 타격은 없었다.
“빌어먹을……!!”
기회였는데.
자신을 찬 로위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젠장!!”
그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생도들을 보호하고 자신을 증명한 그녀를 생각하니 또다시 분통이 터졌다.
한때는 좋아했지만, 이제는 증오의 대상이 되어 버린 그녀가 생도회장 후보 중 유일하게 무사했다.
거기에 생도회장으로 선출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럴 바에는 크루딘이 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
아니, 폭주를 일으킨 에오세도 괜찮다.
누구라도 좋지만 그녀만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결국 로위나가 되어버렸다.
그 분노와 안타까움을 삼키기 위해 그는 힘겹게 얼굴을 쓸어 만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어떤 방법을 생각해 봐도 그녀의 생도회장 취임을 막을 방법이 없다.
취임식때 습격하고 싶어도 지금은 정령도 부르지 못한다.
그것이 더 큰 절망감과 분노를 불렀고.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해 버리고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품에 있는 종이를 쥐었다.
‘그녀가 잘되는 꼴은 절대 못 본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파멸을 부르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태양교단의 회복실에서 몰래 빠져나온 케네스가 향한 곳은 미얄 산맥이었다.
정령도 부를 수 없는 상태로 미얄 산맥에 들어가는 것은 꽤나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질투와 증오에 눈이 뒤집힌 그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몬스터를 피해 영맥과 영맥이 교차하며 마력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길목에 도착하자 그는 제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챙겨 온 성물 하나를 들어 거기에 불을 붙였다.
-화륵!!
성물이 불탄다.
거기서 빠져나오는 성력을 확인한 그는 불타는 성물을 간이 제단에 휙 던지고 주문을 외웠다.
“엘라임. 엘타인. 크루세린 알타르.”
그도 상급생도였기에 악마 계약자들과 몇 번이나 싸워 봤다.
그러며 악마와 계약을 맺기 위한 의식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때 알게 된 주문을 외우며 자신의 팔을 베어 피를 흩뿌렸다.
그와 동시에 짙은 유황 냄새와 함께 은은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방식으로 악마를 부르는 자는 또 오래간만이군.”
“……누구냐.”
“나는 대악마 크라울리다.”
대악마라는 말에 케네스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자신이 아는 이 주문은 상급 악마를 불러내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왜 대악마가 나온 것일까?
당황한 그에게 목소리는 여유롭게 말했다.
“아카데미 주변에 가고자 하는 악마가 없어서 내가 왔지.”
“그, 그런가? 왜지?”
“그건 네가 알 바가 아니고. 자. 무엇을 원하나.”
그래.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거기에 대악마라면 더 일을 확실히 처리해 주지 않겠나.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의 소원을 말했다.
“로위나 솔트가 생도회장이 되지 못하게 해 다오.”
그 소원에 악마는 신음했다.
“으음…… 아카데미와 관련된 안건인가?”
“문제라도 있나?”
“지금 프레돈 아카데미는 악마들에게 최대 위험지역인데.”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가 결단을 내렸다.
“좋아.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어차피 한번은 만났어야 했으니까. 대가는?”
“내 영혼을 주지.”
“너희 인간들은 우리가 너희들 따위의 영혼을 원한다고 생각하더군. 그딴 건 관심 없어.”
“그럼 무엇을 원하지?”
크라울리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영맥과 영맥이 교차하는 곳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붉은 드레스에 탐스러운 붉은 머리를 가진 미녀로 변한다.
요사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는 사뿐히 걸어와 케네스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너의 몸.”
“……뭐?”
“착각하지 말라고. 성적인 의미가 아니니까. 너의 몸을 원해. 내가 이곳에서 활동할 수 있게 말이야.”
“그 말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 주면 내 몸을 네가 가져가겠다는 건가?”
“그래.”
크라울리는 빙긋 웃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적의와 분노가 느껴지는군. 그것도 아주 음습하고, 치졸하면서 저급해.”
애초에 질투심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니까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겠지.
크라울리의 말에 케네스는 동의했다.
알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치졸하고 비겁하고 야비한 짓이라는 것쯤은.
“하지만 하지 않는다면…….”
질투심과 분노에 미쳐 버릴지도 모른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크라울리는 밝게 미소 지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다 그렇지. 그리고 난 그 치졸함을 좋아해.”
누구라도 반할 만한 매혹적인 미소를 지은 그녀는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간신히 멸망을 피했으면서도 그 치졸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그게 너희들의 본성임을 증명하는 거잖아?”
가볍게 말한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이 아름다움을 멸망을 원하는 구시대 놈들은 이해 못 하는 듯싶지만.”
크라울리는 긴 팔로 케네스의 어깨를 감쌌다.
그녀의 눈을 보자 알 수 있었다.
눈 앞에 있는 매력적인 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싸웠던 어떤 악마보다 강하다는 것을.
그렇기에 자신감이 붙었다.
“일단 나는 네 몸 안에 숨어야겠어. 걸리면 골치 아프니까. 최대한 너를 내세운 후 일 끝나는 대로 그 몸을 가져가도록 하지.”
“프레돈 아카데미에는 태양교단과 달의 교단이 있다. 네가 들어온다면…….”
“명색이 대악마인데. 숨는 방법 따위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건 걱정마. 중요한 건 다른 자인데…… 뭐. 그도 눈치채지 못하겠지.”
악마들이 아카데미를 꺼리는 이유는 태양교단과 달의 교단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따위라 불러도 될 위험인물 때문이었다.
대악마든 칠대 죄악이든 일격에 부숴 버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잘도 악마들을 찾아내는 이안이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를 피하려면 최대한 힘을 숨기고 케네스의 영혼 뒤에 자신의 몸을 가려야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말해 줄 필요 없었기에 그녀는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래서 계약을 할건가?”
로위나가 생도회장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
그 대가로 자신의 몸을 내어 주는 것.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계약이지만 막대한 질투와 분노는 현명한 선택을 피하게 만들었다.
그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크라울리는 씩 웃었다.
그리고 케네스와 눈을 마주했다.
피처럼 붉은 눈이 요사스럽게 빛난 순간.
그녀의 몸이 사라지며 그의 주변으로 어두운 기운이 몰려들었다.
* * *
<아카데미 마을 바깥에서 다수의 악마가 확인되었습니다.>
로위나의 생도회장 취임식 날이 되었다.
이안도 참가를 위해 나가려고 할 때 키르케의 보고가 들어왔다.
“수는?”
<총 13개체입니다.>
<현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키르케의 보고에 이안은 눈을 감았다.
악마들이라면 자신이 아카데미에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치기 위해서 공격하는 것일까?
<요격을 준비할까요?>
이안은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미끼를 던지긴 했지만 너무 쉬운 것이 마음에 걸린다.
“아카데미 내부 탐색해 봐. 혹시 악마 계약자나, 악마가 잠입한 흔적이 있나?”
<대악마 크라울리가 케네스 로드칸의 몸에 숨어 있습니다.>
<그의 혼을 내세워서 자신을 숨기고 있습니다.>
“대악마쯤 되니까 그런 수작질도 부릴 수 있나 보군.”
하지만 아무리 크라울리의 수작질이라도 키르케의 탐색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당연하게 그녀의 정보를 파악한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웃었다.
“양동이네. 다른 악마들을 내세워서 내가 밖으로 나가게 하려는 것 같은데.”
<또한 케네스의 몸에 숨었다는 것은 로위나를 공격하기 위함이겠지요.>
결국 이안의 생각대로 그녀가 생도회장이 되자 그 분노와 증오를 참지 못하고 일을 벌인 모양이다.
<케네스는 현재 대강당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깥에서 악마들이 현계할 경우 그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이 주변은 이미 이안이 자신의 영역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그러니 악마들이 활개 치는 꼴은 두고 볼 수 없었다.
“마을 쪽 악마들을 내가 직접 상대할 필요는 없겠지. 키르케. 문 열어.”
<세계수의 나라. 포칼라의 강제 현계술을 사용합니다.>
이안이 보유한 세계관 중 하나.
정령들만이 존재하던 세계의 강제 현계술이 사용된다.
방구석 폐인들처럼 세계수에만 달라붙어 있는 정령들을 강제로 불러내는 기술이 시전되자 그의 눈앞에 차원의 균열이 나타났다.
그 안으로 이안은 거침없이 양손을 넣었다.
그 손이 빠져나왔을 땐 각각의 손에 소년들이 잡혀 있었다.
“으윽……?!”
“뭐, 뭐야?!”
끌려 나온 것은 얼음 갑옷을 입은 소년과 불길의 검을 든 소년이었다.
이 웃기지도 않는 상황에 당황한 둘을 향해 이안은 싸늘하게 말했다.
“서로 바쁠 테니까 본론만 얘기하지.”
“……너. 인간?”
“이게 무슨 짓이지? 정령 친화력도 없는 인간 따위가 감히 우리를…….”
저항하는 둘에게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최상급 정령이라고 자만하는 모양인데. 너희도 실마리온처럼 소멸되고 싶냐?”
두 정령, 얼음의 최상급 정령인 아일페틴과 불의 최상급 정령인 노른은 움찔 어깨를 떨었다.
“네가 그…… 그 인간이야?”
“실마리온을 소멸시킨 그……?”
“그래.”
“조, 좋아. 왜 불렀지?”
“너에게서는 정령력이 느껴지지 않지만…… 트, 특례로 계약을 해 주겠어.”
둘이 두려움을 오만으로 감추며 애써 말하자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나한테 정령은 먀네면 충분하니까 헛소리하지 마라.”
“먀아~.”
이안의 말에 먀네는 뿌듯해하며 그의 어깨에 올라가 얼굴을 비볐다.
“지금 밖에 악마들이 있다. 걔들이 쓸데없는 짓 하면 다 죽여 버려.”
대놓고 명령이다.
지금까지 존재한 이후로 이런 취급은 당해 본 적이 없었던 아일페틴과 노른이 기막혀하며 저항하려는 순간.
이안은 검을 꽉 잡고 으르렁거렸다.
“저항은 좋지만 그 대가는 자신이 치러야 하는 법이지. 자. 대답은?”
그에게서 막대한 살기가 뿜어졌다.
그걸 느낀 둘은 움찔하며 빠르게 답했다.
“……하, 하면 되잖아.”
“걔들만 잡으면 되는 거지?”
“그래. 그리고 쓸데없는 파괴는 하지 말고.”
“대가는?”
노른이 조심스레 묻자 이안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아일페틴이 뭔가 말하려는 찰나 그가 먼저 말했다.
“살려 줬잖아?”
“힉.”
“헉.”
긴장한 둘이 다급히 피하려고 하자 이안은 씩 웃었다.
“농담이야. 그건 일 끝나면 얘기하자고.”
가볍게 말한 이안은 먀네를 안아 들고 나갔다.
그가 나가 버린 것을 본 최상급 정령 둘은 서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깥의 악마들은 최상급 정령 둘이면 될 거다.
그럼 나머지는 하나뿐.
이안은 대강당으로 향했다.
경비병부터 시작해서 교관과 생도들까지.
꽤나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리는 곳에 들어가자 B반 생도들은 이안을 불렀다.
“이안! 여기야!”
“자리 맡아 놨다!”
블랜치가 외치자 이안은 대충 손을 흔들어 준 후 상급 C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유롭게 앉아 있는 케네스에게 다가갔고.
-퍼억!!
냅다 그를 걷어차 버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거기 숨어 있으면 안 걸릴 줄 알았냐?”
그 말에 케네스, 아니 그 안에 있는 크라울리는 잔뜩 긴장한 채 생각했다.
‘역시 괜히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