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3화(143/300)
◈ 제143화
72. 허위 사실 유포 – 1
“이게 무슨 짓이야?!”
케네스와 같은 반 생도들이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안은 무시했다.
그사이 케네스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싫다면?”
“너에게도 좋은 이야기일 거다.”
맞은 것은 케네스인데 사정을 그가 한다.
그 모습에 B반 생도들은 이질감을 느끼고 빠르게 이안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 상황을 보니 케네스에게 뭔가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인데?”
하륜이 나서서 다른 생도들을 막는다.
그사이 케네스는 더욱 다급하고 간절하게 말했다.
“이안.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다. 일단 듣고 나서 얘기해 보는 것은 어때?”
이안은 그를 빤히 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가 나가자 케네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도들이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자 그들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준 케네스는 밖으로 나갔다.
“따라와라.”
대강당에서 나와 조금 떨어진 공터에 도착하자 이안은 검을 잡았다.
“네가 아카데미 마을 밖에다가 악마들 풀었지?”
“그래.”
케네스의 목소리가 변했다.
방금 전까지 낮은 남자의 목소리였지만 이제는 약간 높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여전히 적대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녀석은 나에게 로위나 솔트가 생도회장이 되는 것을 막아 달라고 했지.”
“좋아. 그럼 이제 죽자.”
이안이 검을 뽑자 크라울리는 당황했다.
“잠깐만. 얘기를 하려고 나오라고 한 것 아니었어?”
“얘기했잖아.”
“언제나 말보다 검이 빠른 네가 바로 검을 쓰지 않은 것은 아카데미에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하는 것 아냐?”
“어디서 이상한 소문을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람 죽이는 것 따위를 망설일 것 같나?”
“그렇다면 아까 날 치지 않고 죽였겠지.”
크라울리가 애써 말하자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저항은 좋았다만 의미가 없었다.”
<사울로 신성국의 구마 의식을 시작합니다.>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그들이여.”
이안의 입이 열리며 신성한 기도문의 구절이 흘러나왔다.
그것을 들은 순간 케네스의 몸이 굳었다.
“위대한 분의 권능으로 떠나게 하소서.”
짧은 기도문이 끝난 순간 케네스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눈과 귀, 코, 입에서 붉은 액체가 주륵 흘러내린다.
엎드린 케네스가 기침을 토하며 그 액체를 전부 뱉어 내자 이안은 검을 들었다.
“자. 됐다.”
헐떡거리는 케네스를 걷어차 기절시킨 이안은 붉은 액체에서 솟아오른 여인을 보았다.
강제로 계약이 취소되어 케네스의 몸에서 퇴거된 크라울리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게 무슨…….”
계약이 가진 강제성마저 파괴해 버린 후 악마를 끄집어낸다?
대악마.
아니, 칠대 죄악에 속한 강력한 악마들조차도 이런 짓은 할 수 없다.
크라울리가 아는 한 이런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
“먀아아…….”
먀네가 털을 곤두세우며 경계했다.
그것을 보던 크라울리는 두 손을 들었다.
“자, 잠깐. 난 싸울 생각 없어.”
“내 구역에 악마를 푼 것만으로도 죽을죄를 지은 거다만. 내가 악마들 잡는 것 못 봤냐?”
“그건 구시대의 악마들이지. 이안. 너는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마들만 잡는 것 아닌가? 그리고 마을 밖에 있는 악마들은 아직 아무런 짓도 안 했어.”
“내 구역에 들어온 것 자체가 죄다. 그리고 악마 새끼들이 다 똑같지.”
“그렇지 않아. 적어도 나는. 아니, 그 전부터 이 세계에 있었던 악마들은 다르다.”
꽤나 필사적인 태도를 보이며 크라울리는 애원하듯 말했다.
그녀를 응시하던 이안이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넣자 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잊힌 도시의 탑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 세계에 있었다.”
“흠…….”
“그리고 이 세계와, 이 세계에 있는 자들을 좋아하지. 그래서 멸망을 막고자 하는 이 세계의 인간들을 도와 마도국이 부흥하게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네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악마들이라고 모두 칠대 죄악을 따르는 것은 아니야. 특히나 나처럼 지옥이 아닌 이 세계에 오래 있었던 이들은 더 그렇지.”
그녀는 머뭇거리며 사정을 설명했다.
원래 악마들은 이 세계의 존재들을 타락시키고, 그들의 절망과 고통을 즐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멸망이 다가오고, 그 멸망 이후 세상을 차지할 수 있게 되자 지옥에 있던 악마들은 마음이 바뀌었다.
세상에 있는 자들의 절망을 즐기기보다.
멸망한 세상을 자신들이 차지하여 악마들만의 세상을 만들자고.
“그동안 자기들만이 잘난 것처럼 떠들던 그따위 쓰레기들이 주도권을 잡는 일은 솔직히 싫지.”
그렇기에 이미 세상에 나와 있던 악마들은 그들에게 저항했다.
하지만 칠대 죄악을 비롯한 지옥의 강력한 악마들을 전부 상대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에게 패배하고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그 이후 마도국의 마법사들이 탑을 이용해서 멸망을 막았다.”
“그리고 지옥에 있던 멸망을 원하던 놈들이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직접 움직였다라는 건가?”
“그래.”
이런 정보는 악마들만의 것으로 키르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계관 수집이 완료되고 키르케의 진리 접속 레벨이 최대치가 된다면 모를까.
현재는 기록된 정보만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니 크라울리의 말은 이안에게 꽤나 흥미로웠다.
“그래서?”
그가 흥미를 느끼는 듯하자 크라울리는 안도했다.
“하지만 탑은 이제 제 기능을 상실했고, 지옥의 놈들은 재능의 별. 즉 가능성의 집합체를 이용해서 지옥에서 나와 직접 힘을 쓰고 있지.”
“그게 뭔 문제가 되나?”
크라울리는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와 당신의 목적이 같다는 거야.”
꽤나 진심이 느껴지고 있었다.
붉은 눈을 번뜩이며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세계의 멸망을 바라지 않아. 탑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도 멸망이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멸망의 시기를 지나서면 멸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럼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세계가 자연스럽게 멸망한다면 막을 수는 없지만.
지옥의 악마들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말살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수호자뿐만 아니라 여러 강자들이 있다. 그들이라면 너처럼 현계하는 악마들이라고 하더라도 쓰러트릴 수 있어.”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 제안할게. 이안. 우리와 손을 잡자. 그리고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마들과 싸우자.”
“악마들은 거짓말쟁이라서 딱히 손잡고 싶지 않은데.”
“존재 자체를 걸고 맹세라도 할까? 거짓이 아니야. 이미 나와 함께하는 자들 중에도 구시대 놈들이 가진 재능의 별을 탈취하는 자들이 있어.”
그들이 나오지 못하게 막으려는 노력은 자신들도 하고 있었다.
크라울리가 필사적으로 말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너희들과 손잡아야 할 정도로 내가 약하지는 않아. 자. 대화는 끝이다.”
이안은 검을 들었다.
그의 검에 막대한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하자 크라울리는 빠르게 외쳤다.
“이미 우리와 손을 잡은 인간들도 꽤나 있어!”
“뭐. 수호자들?”
“수호자들은 악마라면 이를 가는 자들인지라…….”
“나도 수호자다.”
“하지만 말은 통한다고 들었어.”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왔군.”
콧방귀를 뀐 이안이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크라울리는 손을 들며 외쳤다.
“검성!!”
“검성이 뭐.”
“검성이 우리와 손을 잡고 있다.”
‘키르케. 확인 가능한가?’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키르케조차도 그 부분의 진위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단다.
이안은 두려움과 기대가 섞여 있는 크라울리의 눈을 마주하다가 피식 웃었다.
“검성이든 숲지기든 황제든. 그들이 뭘 하든 나랑 상관없는 것 아닌가?”
“큭.”
말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안은 더 강경했다.
이 정도면 수호자의 대표인 패왕 거스트보다 더 심하지 않은가.
적의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벌레 취급하는 것은 그녀보다 이안이 더했다.
크라울리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대악마조차 쉽게 소멸시킬 수 있는 저 강자를 포섭할 수 있을까.
그를 보던 크라울리는 손가락을 튕겼다.
“어차피 너도 지옥과 악마들의 정보를 얻고 싶은 것 아닌가? 그 정보는 수호자도 쉽게 손에 넣지 못할 거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
“비록 지옥의 악마들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나 역시 악마야. 그러니 그들의 정보 정도는 쉽게 알아낼 수 있어. 그러니 날 정보원으로 쓰는 게 어때?”
<나쁘지 않은 제안입니다.>
<현재 레벨로는 지옥의 정보 파악이 어렵습니다.>
<적당한 정보원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흐으음…….”
“악마가 종속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너도 그건 알겠지?”
아카데미 수업 중에 그와 관련된 내용이 있기는 했었다.
과거 마탑의 로드 중 하나인 트래믈린이라는 자.
그리고 태양교단의 성인 중 하나인 고야스는 악마를 종속시켜 악마들을 잡았다고도 한다.
크라울리가 애써 웃으며 사례들을 말하자 이안은 씩 마주 웃었다.
“좋아.”
“그렇다면 바로 계약을 하지.”
“아니 그건 싫고.”
이안은 품에서 금테 하나를 꺼냈다.
긴고아.
전에 탑에서 얻은 아티팩트였다.
“머리에 써.”
“이게…… 뭐지?”
“개목걸이.”
그녀는 머뭇거리며 긴고아를 머리에 착용했다.
작은 머리에 딱 맞는 긴고아를 완전히 착용한 크라울리가 떨떠름해하자 이안은 입을 열었다.
“나머지 칠대 죄악들 위치. 그리고 악마들이 어디 있는지 전부 찾아와.”
“그건 이미 찾고 있는 중이야. 하지만 쉽지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해. 그리고 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천축의 삼장. 긴고아주를 사용합니다.>
“악!! 아아악! 으아아악!!”
긴고아가 조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깨부술 것 같은 고통에 그녀는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연기로 변하고, 파리로 변하고, 심지어 거대해지려고도 했지만 긴고아는 풀리지 않았다.
이안은 긴고아에 저항하는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할 뿐이었다.
“제, 제발 멈…… 멈춰…… 줘…….”
결국 스스로 벗는 것을 포기한 크라울리는 이안에게 매달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그는 피식 웃었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크라울리의 뿔을 꽉 잡은 그는 더없이 차갑게 말했다.
“그걸 너 스스로 쓴 이상 넌 이제 내가 시키면 하고, 짖으라면 짖고. 부르면 와야 한다는 거야. 내가 해줘야 할 일? 그딴건 없어.”
한 점의 변화도 없는 그의 표정을 보던 크라울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여전히 금색의 테는 머리에 꽉 맞게 씌워져 있었다.
“이, 이런 건…….”
“자. 명령은 아까와 동일.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날 때 악의 풍기면서 다니지 마라.”
그의 말에 크라울리는 이제야 찾아오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어째 스스로 호랑이의 아가리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