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4화(144/300)
◈ 제144화
72. 허위 사실 유포 – 2
크라울리가 떠나고 잠시 후.
긴고아에 의한 고통으로 발광했던 탓에 풀린 대악마의 기운을 느끼고 아우트와 윌리스가 달려왔다.
“이안 성도님!”
“어떻게 되신 겁니까?! 갑자기 엄청난 악의가 느껴졌는데!!”
두 사제의 뒤로 성기사들까지 있었다.
그들을 향해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의 몸에 대악마 크라울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 그, 그렇습니까?”
“어떻게 그런…….”
두 사제는 심각한 표정으로 케네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에는 여전히 붉은 액체가 남아 있었다.
그 액체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악의를 확인한 윌리스는 성기사들에게 말했다.
“데리고 가세요. 검증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성도님께서도 함께 가 주셨으면 합니다.”
“예. 대악마는 아주 악독한 악마들입니다. 지금은 그 악마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지만…… 행여나 성도님에게 뭔가 나쁜 짓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우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갈 생각은 없었다.
“조금 있으면 생도회장 취임식입니다. 그것만 보고 태양신전으로 가지요.”
“그럼 저희도 함께하겠습니다.”
성기사들이 케네스를 데리고 가자 아우트와 윌리스가 그의 옆에 붙었다.
딱히 이안이 악마에게 홀렸다거나, 혹은 계약을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랬다면 빛의 정령인 먀네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그들의 생각대로 먀네는 언제나처럼 이안의 어깨에 앉아 느긋하게 하품할 뿐이었다.
“생도회장 취임식이 있는 날 악마라니…….”
“이거 정말 큰일입니다. 취임식이 끝나는 대로 마을을 돌며 다른 악마가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아우트가 심각한 어조로 말했을 때.
키르케의 보고가 들어왔다.
<악마들이 후퇴합니다.>
크라울리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일까?
마을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악마들이 마을을 빠져나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두 사제에게 말했다.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 * *
잠깐 소란이 있기는 했지만 취임식 자체는 큰 문제 없이 끝났다.
다만 이안과 함께 나갔던 케네스가 돌아오지 않은 것 때문에 그와 같은 반 생도들이 이안에게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들의 의문 섞인 시선을 무시한 이안이 B반 생도들과 나가려고 할 때.
여생도 하나가 이안을 잡았다.
“케네스는 어떻게 됐지?”
“걔 악마랑 계약했어.”
“그게 무슨?!”
“정확한 것은 태양신전으로 가 보면 알 거다.”
생도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상급 정령 둘과 계약할 정도의 실력자인 케네스가 뭐가 아쉬워서 악마와 계약한단 말인가.
거기에 그가 지금까지 임무 수행을 하며 잡은 악마 계약자와 악마의 수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이안의 말은 믿기 어려웠다.
“이안이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 리 없지.”
위디아가 나서자 케네스를 걱정하던 이들은 바로 신전으로 향했다.
진실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멀어지자 박바레는 이안을 잡고 물었다.
“그런데 진짜야? 왜?”
“케네스가 로위나의 생도회장 취임을 막으려고 했더라고. 그 과정에서 악마와 계약했지.”
“이야. 그걸 또 어떻게 알아낸 거야?”
대강당에는 마법사들뿐만 아니라 재가 성직자들도 꽤나 있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것을 이안만이 알아낸 것이다.
감탄하는 위디아를 향해 이안은 빙긋 웃었다.
“냄새가 났어. 아무튼 난 태양신전에 갔다가 가야 하니까 수업들 잘 들어라.”
생도회장 취임식이 있다고 해서 오늘의 수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생도들이 한숨을 푹 쉬고 수업을 위해 떠나자 이안은 바로 태양신전으로 향했다.
아까의 생도들뿐만 아니라 케네스가 속한 반의 담임 교관인 에우레카까지 와 있었다.
“이안! 어떻게 된 일이지?!”
그녀의 다급한 질문에 이안은 간단한 설명을 했다.
팩트로 무장한 설명을 들은 그녀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런. 케네스가 그 정도로 로위나를 싫어했을 줄이야…….”
“증오와 분노는 가끔씩 상상도 못 할 일을 벌이곤 하더군요.”
“이안 성도님!”
그때 안쪽에 있던 성기사가 이안을 발견하고 불렀다.
내부에서 악마 검증을 시작할 것이니 참여를 부탁한다는 이야기였다.
에우레카는 걱정하는 생도들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안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케네스에게 강력한 악의의 흔적이 있는 것을 보았다.
“정말이었구나…… 대악마라니……. 하아.”
이번 일로 반에 피해가 생기면 어떡하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생도들의 관리 역시 담임 교관의 임무 중 하나다.
그 생도가 악마와, 그것도 대악마와 관련되었었다는 것은 꽤나 큰 문제였다.
이안이 막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일단은 감사하마. 이 보답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겠군. 나중에 시간을 좀 내 다오. 좋은 곳에서 식사하며 보상에 대해 논의해 보자꾸나.”
“알겠습니다.”
“이안 성도님! 잠깐 와 주시겠습니까?!”
케네스에 대한 검증이 끝났으니 이안도 확인해 봐야 한다.
윌리스가 외치고 아우트가 준비를 하자 이안은 자리에 앉아 검증을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이안에게서는 악의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깔끔하게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그는 곧장 기숙사로 향했다.
다들 수업에 들어간 것인지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길 지나 방에 들어가니 두 소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이안에 의해서 강제로 끌려 나온 아일페틴과 노른이었다.
“안 그래도 부르려고 했는데. 대가 얘기를 해 보자.”
“대가는 됐고. 궁금한 게 있어.”
아일페틴은 이안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먀아아아!!”
그것을 경계하듯 먀네가 울었다.
그런 먀네를 향해 아일페틴은 피식 웃었다.
“까불지 마. 원래 힘도 되찾지 못한 주제에. 지금은 내가 널 이겨.”
“그리고 난 얘 주인이지.”
이안이 검자루로 손을 가져가자 그는 움찔했다.
그런 그를 말린 노른은 이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
“뭘.”
“우리를 어떻게 정령계에서 끌어낸 거지?”
“뭐 어렵다고.”
충분히 어려운 일이고 정령사들이 보거나 들으면 기절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안이 정말 대수롭지 않게 말했기에 둘은 진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일까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퍼뜩 정신을 차린 노른은 버럭 외쳤다.
“아, 아니 그럴 리 없잖아?! 최하급 정령들도 이런 식으로 현계 못 시켜!”
“맞아. 그러니까 알려 줬으면 하는데? 아니. 그 전에. 너 인간 맞아?”
노른이 눈을 반짝이며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으음…….”
그는 눈을 감고 신음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쉰 후 작은 손을 내밀었다.
“좋아. 이것도 인연이니까 너와 계약을 맺어 주겠어.”
“나도 딱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상급 정령인 이 아일페틴을 부른…….”
“관심없다. 대가로 원하는 거 있으면 나중에라도 조율해 보자고.”
<세계수의 나라. 포칼라의 퇴거술을 사용합니다.>
둘을 잡고 그대로 밀었다.
그와 동시에 정령계로 향하는 균열이 생성되었다.
“야!”
“계약 조건이라도 좀 들어 보고…….”
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균열이 닫혔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방 안에서 이안은 먀네를 안아 들었다.
“정령은 너 하나면 충분하니까.”
“먀먀~.”
기뻐하며 먀네는 이안의 품으로 폴싹 뛰어 안겼다.
기분 좋게 골골송을 불러 대던 먀네가 꼬리를 흔들다가 몸을 비비적거린다.
부드러운 털을 몇 차례 쓰다듬어 준 이안은 키르케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아까 크라울리가 한 말이 사실인가?”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수호자에게 물어보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검성을 잡든가.”
<긴고아를 이용해서 크라울리를 심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생각해 두고. 일단 수호자에 들어간 이유가 이런 거 알아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니까……. 거스트 어디 있냐?”
<현재 바라디스 백작령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흘 후 엘단 바라디스 백작과 함께 이곳으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스칼렛 왕국과 이안은 적대 관계다.
그 적대 관계를 풀려고 하고 있으니 이안과 사이가 좋은 엘단 백작이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 거스트도 포함된 것이리라.
이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눈을 감고 명상을 이어 나갔다.
* * *
다음 날이 되었다.
로위나가 생도회장으로 취임하고 생도회를 새로 조직한다는 것 때문에 아카데미는 꽤나 어수선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 없는 이안이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왔을 때.
발렌타인이 이안을 찾아왔다.
“이안 생도님! 잠깐 괜찮으세요?”
“예.”
발렌타인의 얼굴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는 옆에 있는 한 노인을 소개했다.
“정령술 교관님이신 로드벨로 님이세요. 아시죠?”
“가끔씩 도서관에서 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크흠. 이안. 저기…… 한 가지만 좀 물어보고 싶어서 그렇다네. 잠깐 괜찮나?”
“예.”
“자네의 강함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 알고 있지. 악마들도 쉽게 잡는다면서? 그리고 저번에는 최상급 정령도 쓰러트렸고.”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이다.
이안은 그게 뭐 어쨌냐는 듯 되묻자 로드벨로는 헛기침을 토해냈다.
“크흠! 크흠!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옆에 물로 몸을 이룬 인어 하나가 모습을 보였다.
“물의 최상급 정령인 아퀘인이라네. 오래전에 나와 계약하고 이렇게 함께 있어 주고 있지.”
아리따운 인어의 모습을 한 아퀘인은 로드벨로의 주변을 헤엄쳤다.
허공에서 물기를 흩뿌리는 그녀를 향해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로드벨로는 다시 헛기침을 했다.
“크흠! 아퀘인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지. 자네가 어제 노른과 아일페틴을 소환하고 계약했다던데…… 사실인가?”
“아닙니다.”
소환도 안했고 계약 안 했다.
그냥 끄집어내서 일 시키고 되돌려보낸 것뿐이지.
이안이 대꾸에 로드벨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렇지? 하긴 그럴 리 없지. 자네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최상급 정령을 둘과 계약할 정도는 아닌 것 같으이. 자네에게선 정령 친화력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야.”
“그리고 정령은 먀네면 충분하죠.”
이안이 먀네를 들어 보이자 먀네는 느긋하게 하품했다.
그걸 본 로드벨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빛의 정령이 대단하기는 하지. 아무튼 시간 내주어서 고맙네.”
“그런데 아퀘인은 그걸 어디서 들었답니까?”
“정령계에서 소문이 자자하다더군. 음. 자네가 실마리온을 소멸시킨 것 때문에 정령들 사이에서 유명해졌지.”
혹시 그것 때문에 착각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령 친화력 하나 없는 사람이 어떻게 최상급 정령 둘과 계약하나.
아니, 불러내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웃다가 먀네에게 작은 구슬 하나를 내밀었다.
“먀아! 먀먀!!”
그걸 본 먀네가 기뻐하자 로드벨로는 싱글벙글 웃었다.
“정령들은 다들 이걸 좋아하지. 친화력을 응축시켜서 만드는 간식 같은 건데. 내 나중에 먀네를 위해서 몇 개 더 만들어 오겠네.”
사탕과 같은 구슬을 핥던 먀네가 꿀꺽 삼킨다.
그걸 보며 흐뭇하게 웃은 로드벨로가 돌아가자 발렌타인은 신기해하며 물었다.
“정말 아닌가요? 둘과 계약한 거?”
“왜 그런 얘기가 정령계에서 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안은 먀네를 안아 들며 말했다.
“허위 사실 유포가 얼마나 무서운 죄인지 알려 줘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