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5화(145/300)
◈ 제145화
73. 아닌데요 – 1
방으로 들어간 이안은 바로 현계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끄집어낸 둘을 빤히 바라보았다.
움찔.
두 최상급 정령은 이안의 시선을 피했다.
“허위 사실 유포가 얼마나 큰 죄인지 모르냐?”
“이, 일단 침착해 봐. 흥분하지 말고.”
“그래. 그래. 흥분하는 것만큼 몸에 나쁜 것은 없다더라.”
아일페틴과 노른은 필사적으로 말했다.
당장이라도 이안이 검을 잡을까 걱정하던 둘 중 노른이 말했다.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해 봐.”
“어쨌든 인간에 의해 소환된 거니까 계약한 것이라고 했어.”
고개를 끄덕인 이안은 검을 쥐었다.
그걸 본 아일페틴은 당황했다.
“잠깐만!! 그런데 우리랑 계약해도 나쁜 것은 아닐 텐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그 일 내가 다 할 수 있다.”
“그러지 말고. 계약 조건은 좋다니까? 응?”
“혹시 원하는 게 있어?”
그들의 질문에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너희 혹시 이 세계나, 혹은 지옥에 있는 악마들에 대해서 너희만 아는 거 있냐?”
둘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지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고 정령계에서 살아가는 둘이다.
그런 만큼 이 세계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굳이 찾자면 정령사와 계약한 정령에게서 정보를 얻는 것이지만.
애초에 정령사들이 악마와 관련될 일이 싸울 때 말고 뭐가 있겠는가.
그들이 발견했을 때쯤이면 악마를 잡든, 혹은 그들이 이기지 못하고 소문이 퍼지든 한다.
그들이 설명하자 이안은 손을 뻗어 그들을 잡았다.
“아! 흥분하지 말라니까!”
“그런 거 말고 많이 있어!”
두 최상급 정령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을 막은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돌아가서 계속 헛소문 퍼트려 봐라. 내가 전에 일 시켜 놓은 게 있어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는데…….”
그리고 대놓고 살기를 흩뿌렸다.
“실마리온처럼 소멸되고 싶으면 입 계속 그렇게 놀려.”
이안은 다시 둘을 정령계로 쫓아내 버렸다.
그들이 가자 침대에 앉아 있던 먀네가 다가와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먀아~.”
-철컥.
그들이 떠나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책을 들고 온 그래진은 방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아까 뭔 목소리 들리던데. 혼자 있었어?”
“시끄러운 세일즈맨들이 있었지. 그런데 그건 뭐냐?”
“아. 이거.”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이안에게 넘겼다.
“아까 도서관 갔다가 유물 확인 때문에 달의 신전에 들렀는데 아우트 사제님이 너한테 전해 달라더라. 달의 교단의 성녀님께서 여기 오신다던데?”
그래진의 말에 이안은 내용을 살펴보았다.
달의 교단의 신전이 아카데미에 설립된 기념.
그리고 새로운 생도회장이 선출되었으니 그 축하를 겸해서 찾아온다는 이야기였다.
“너 성물 좋아하잖아. 성녀라면 성물 제작도 가능할 테니까 만나 보는 게 어때?”
“나쁘지 않겠군.”
“그리고 빈 손으로 오지는 않겠지? 역사적인 유물을 선물로 두면 나한테 파는게 어때?”
먀네를 위한 달의 기운만 받아들이면 유물은 의미가 없다.
그냥 두느니 주는게 낫겠지.
이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가 명상을 시작하자 그래진 역시 책을 읽으며 침묵을 이어 나갔다.
* * *
“항상 이걸 착용하고 계셔야 합니다.”
프레돈 아카데미의 입구에서 경비병이 내어 준 패를 엘단은 목에 걸었다.
마찬가지로 패를 받은 거스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굳이 가야 하나 모르겠군. 엘단 백작. 당신이 내 얘기를 이안에게 전해 주면 안 되나?”
거스트가 난감해하자 엘단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경비병이 준 패를 목에 걸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정 뭐하면 태양신전에는 가지 않으면 되잖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 안 보고 가면 라키드 그 녀석이 엄청나게 풀이 죽겠지.”
“언제까지 회피만 할 것도 아니잖소. 그럴바에는 차라리 빨리 끝내는게 낫지. 그런데 안내는 누가 하기로 했지?”
그때였다.
멀리서 한 엘프가 달려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엘단 백작님. 저는 프레돈 아카데미의 교관 발렌타인 사르디입니다.”
살짝 흥분한 그녀는 엘단과 거스트에게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패왕 거스트 님을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검 잡고 사는 엘프들 중에서 거스트를 모르는 이들은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동경의 감정을 듬뿍 담아 최대한 호의적인 미소를 보냈다.
싱글거리는 그녀에게 엘단 역시 웃으며 인사했다.
“반갑소. 엘단 바라디스 백작이오.”
“그런데 손님이 오면 교관이 직접 안내를 하러 오는 건가?”
거스트가 떨떠름해하며 묻자 그녀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 사실 제가 패왕님을 뵙고 싶어서 직접 요청한 겁니다.”
“여기에는 나보다 더한 괴물이 있잖아.”
패왕보다 더한 괴물.
이안 브랜든을 말하는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발렌타인도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저에게 동경의 대상은 패왕님이십니다.”
“좋으시겠소?”
“크흠.”
엘단이 웃으며 놀리듯 말하자 패왕은 낮게 헛기침했다.
대놓고 자신을 동경한다고 말하는 자를 앞에 두니 어째 얼굴이 간지러웠다.
“일단 나는 카르지드 학장님부터 만나 봐야 하는데. 발렌타인 교관. 괜찮다면 그곳으로 안내해 주시겠소?”
엘단이 이곳까지 온 이유는 스칼렛 왕국의 친서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학장인 카르지드부터 만나야 한다.
“안 그래도 학장님도 기다리고 계십니다.”
발렌타인의 안내를 받아 둘은 아카데미의 본관으로 향했다.
본관의 가장 끝 층에 있는 학장실로 들어가자 카르지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학장님은 내가 만날 테니 패왕. 당신은 이안을 만나고 오시구려. 당신 일도 있다면서. 그리고 라키드도 만나 보고.”
“음. 알겠다. 발렌타인 교관.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나? 그는 지금 수업 중인가?”
“어. 아뇨. 그는 지금 공사 현장에 가 있어요.”
“……어디?”
그녀의 대답에 거스트는 크게 당황했다.
발렌타인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아카데미의 서쪽.
한때 폐건물들이 남아 있던 곳이었다.
다른 나라나 기관의 눈치, 그리고 처리과정 때문에 철거하지 못했던 건물이 철거되고 있었다.
그 중 완전히 철거되어 공터가 된 부지에 공사 자재들이 꽤나 있었고 인부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부들에게 새파랗게 어린 소년이 숙련된 작업반장처럼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거 그쪽에 놓으면 안 된다.”
“예!”
“그리고 그쪽은 맥주 보관할 곳이니까 좀 더……. 됐다. 내가 하지.”
성큼성큼 걸어간 새파랗게 어린 소년.
이안은 가볍게 땅을 밟았다.
그 순간 지반이 다져지며 더욱 깊게 파이기 시작한다.
술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로 써먹기 좋은 지하 창고가 만들어지자 그곳에 인부들이 들어가 벽돌을 채웠다.
“이안 생도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발렌타인이 손을 흔들자 공사를 지휘하던 이안은 휙 고개를 돌렸다.
“손님이 오셨어요.”
“스크랜다 교관님!!”
다른 인부들과 함께 작업을 하던 스크랜다가 나왔다.
새로운 용광로를 만들기 위한 곳에서 일을 하던 그는 땀을 닦으며 활짝 웃었다.
“설마 검은 용암을 용광로로 받아들여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안. 굉장하군. 이건 어디서 익힌 거지?”
“여기저기서 익혔습니다.”
아카데미에 있는 용광로는 작아서 제대로 써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안이 설계한 용광로는 달랐다.
규모도 큰 데다가 버틸 수 있는 화력도 계산상으로 기존 용광로의 최대 수십 배까지 가능해 보였다.
이 정도 용광로면 드워븐 시티의 용광로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이게 만들어지면 당장 다음 학기부터 드워븐 시티에서 드워프들을 다수 파견하겠군.”
“그러겠지요.”
“그럼 아카데미에서 쓰일 장비들도 새로 만들 수 있겠어. 그 대신 드워븐 시티의 연구도 여기서 좀 했으면 싶군.”
“그러시죠.”
“좋아. 그런데 왜 불렀나?”
“작업 지휘 좀 해 주십시오. 저 손님이 오셔서.”
“아. 그래?”
그는 힐끔 발렌타인을 보았다.
그녀가 생글거리자 스크랜다는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또 유적 가자고 꼬시러 왔나?”
“손님 모시고 온 거거든요?”
“흥. 손님이라고 해 봐야 이안을 데리고 가겠다는 어중이떠중이겠지. 그런 놈들이 한둘인 줄 아나?”
퉁명스럽게 말한 그는 이안이 쥐고 있던 설계도를 받았다.
그걸 가지고 전체적인 지시를 내리기 시작하자 이안은 바로 밑으로 내려갔다.
“패왕이 왔습니까?”
“예. 알고 계셨어요?”
“느껴지더군요.”
“굉장하네요. 이안. 당신의 감각. 배울 수 있다면 배우고 싶은데…….”
“쉽지 않을 겁니다.”
“후후. 기술 익히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아요.”
그녀와 함께 현장 밖으로 나가자 회색 망토에 후드를 뒤집어쓴 엘프, 거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악마들과 싸워도 모자랄 판국에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못 들었어? 아카데미는 이제 내 영역이야.”
그래서 여기서 이것저것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거스트는 어깨를 으쓱인 후 말했다.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
“그럼 가자고.”
발렌타인은 따라오고 싶은 듯 보였지만 거스트가 막았다.
아쉬워하던 그녀가 멀어지자 이안은 거스트를 데리고 근처의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손님 하나 없는 바깥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그녀는 본론을 꺼냈다.
“악마들의 움직임이 이상해졌다. 그들 사이에 내분이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만…….”
“안 그래도 그거 물어보고 싶었어. 혹시 크라울리라고 아나?”
“아주 오래전부터 이 세계에 있던 대악마 중 하나지. 수호자의 역사에 따르면 오랫동안 수호자와 싸워 왔던 악마이기도 하고.”
“걔 내 밑에 있어.”
“음. 그렇군.”
점원이 음료와 쿠키를 가지고 나온다.
먀네가 쿠키를 오물거리자 음료를 한 모금 마신 거스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고?”
“내 밑에서 개처럼 일하고 있다고. 자기 말로는 구악마 신악마 어쩌고 하던데. 신악마에 속하는 자기들은 세상의 멸망은 관심 없다고 하더라. 사실인가?”
그 말에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거스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설마 대악마와 종속 계약이라도 맺었나?”
“물리적 계약을 맺었지. 그리고 내 질문에 대답 안 한 것 같은데?”
“맞아. 사실이지. 하지만 악마들은 모두 박멸해야 할 대상이야.”
그녀가 씁쓸해하며 대꾸 했을 때.
카페테리아의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여전하네요. 하지만 악마라 하여 모두가 무조건 박멸해야 할 대상은 아니랍니다.”
이안과 거스트는 슬쩍 눈을 돌렸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칠흑 같은 흑발과 마찬가지로 칠흑 같은 털의 날개를 가진 소녀였다.
은빛의 사제복을 입은 것을 보아하니 달의 교단 쪽 수인으로 보인다.
“이게 누구야.”
거스트는 그녀를 알고 있었나 보다.
그렇기에 경계심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달의 교단 성녀 세레스티아 님 아니셔?”
“후후. 그동안 잘 지냈나요? 거스트. 그리고…….”
새의 걸음처럼 사뿐사뿐 걸은 그녀는 이안에게 다가와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한 교단의 성녀가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예우였다.
“달의 성자님께 미천한 사제 세레스티아가 인사드립니다.”
그녀의 정중한 인사를 받은 이안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